17화. 스탄턴을 향한 검은 음모
17화. 스탄턴을 향한 검은 음모
지성체는 그제사 이미 쓸모가 없어진 호스트에 갇혀있는
것에서 해방되어 자기자신의 육체, 그로스의 집의 뒷문 아래에
묻혀있는 껍데기로 돌아갈 수가 있었다.
그는 방금 해낸 일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한 만족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옮아타고 있던 고양이를 익사시키기 전에 시체가
발각되지 않도록 숲속 깊숙한 곳까지 걸어가게 했던 것이다.
스탄턴은 고양이가 전에 살던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이상해
할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그 스탄턴도 오늘 밤 잠들어있는 동안에
스탄턴이 아닌 존재로 변해 버릴 테니 그것을 듣는 일도 없을
것이다. 지성체는 그에게 옮아탈 예정이었다.
지성체의 계획은 간단했다.
고양이에게 옮아타고 있던 동안 스탄턴의 집을 기웃거리며
어디까지나 고양이로 행세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완전히 고양이답게 행동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고양이답지 않았다는 것은 한 가지도 없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스탄턴이 총을 쏘겠다고 말했을 때 한 순간 오싹했으나 그
함정도 용케 간파할 수가 있었다. 바닥의 표적 앞에 앉았더라면
스탄턴의 의혹을 뒷받침하는 일이 되어 버렸을 테고 스탄턴이
정말 저격하리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반대로 스탄턴은 고양이를 우리에다 처넣고 언제까지나
자세하게 연구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정기적으로 무리하게
먹이를 입에다 투입시켜 굶어죽지도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위험도 이제는 완전히 과거의 것이 되어
버렸다. 오늘 밤부터는 정말 안전한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단 한 사람의 위협이라고 할만한 인간, 동시에
이상적인 호스트라고 할만한 인간에게 옮아타고 그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요긴한 문제는 그것 때문에 짐승이나 조류에 옮아타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가능하면 빨리 스탄턴에게 옮아타야 한다는
것이다. 그로스 부인이 다른 동물보다 안전하고 확실할 것이다.
그녀가 잠이 들면 곧 옮아탈 예정이다. 그리하여 한 시경까지
기다린다. 그 시간이면 여기에서 스탄턴의 집까지 사이의 모든
인간들이 깊이 잠들어 있을 것이다. 거기에서 그녀에게 자신의
육체를 스탄턴의 집까지 운반시킬 예정이다. 스탄턴의 집에 만약
불이 켜져 있으면 불이 꺼진 후 한 시간쯤을 기다린다. 그리하여
지성체의 껍데기를 스탄턴이 잠들어 있는 지각권내에 들어갈 수
있는 장소에 감추게 한다.
그것이 끝나면 그녀는 집에 돌아가서 죽으면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사고사로 가장할 예정이다. 한밤중에 계단에서
추락사를 시키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분명히 그녀의 자연사
이외에 의한 죽음은 남편의 죽음 직후라는 점에서 우연의
일치로서 의혹을 초래할 테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이제
예사이다. 그녀가 죽고나서 1분도 못되어 지성체는 스탄턴에게
옮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위험한
오직 하나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다른 인간들이 제아무리
이상하게 생각하건 걱정할 것은 없다.
지성체는 지각기관을 가동시켜 최근의 동향을 새로
재확인해보려고 했다. 무엇인가 변할 것이 있었는가 - 지성체가
부재중인 몇일 동안에 무엇인가가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그로스 미망인은 바로 그 때, 집 안에서 혼자서 통조림인지
찬거리의 준비인지 유리병을 소독하고 있었다.
창고 주변에도 창고에도 세 마리의 암소가 보이지 않을 뿐,
그밖에는 변한 것이 없었다. 소는 틀림없이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이상없다.
그로스 미망인이 집에서 나갔다. 부엌에서 나가자마자 계단
아래의 지성체를 타넘고 간다.
약간의 호기심과 달리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터이다.
지성체는 지각을 뻗어 그녀의 뒤를 쫓는다. 그녀는 창고의 뒤를
돌아 쫓아오는 지성체의 지각권 한계점에서 걸음을 멈춘다.
[짐! 얘야, 짐!]
하고 부른다. 말이 분명히 들리지 않는 먼 거리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에서 지성체는 생각해냈다.
크레머의 아들이다. 그로스의 집에서 들은 이야기를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지시대로 남은 여름방학을 그로스 부인 집에
기꺼이 일해주려 오겠다던 말을 들은 일이 있다. 농토를 팔고
새로 오는 주인에게 인도하게 될 때까지인지는 모르지만 - .
지성체는 짐을 알고 있었으며 그 모습을 알아볼 수도 있었다.
크레머 집의 고양이 페리의 기억에서다. 토미 호프먼과 같은
나이또래이며 건장한 청년이다. 나이를 먹어 쇠약해진 그로스
부인보다 이편이 옮아타기에는 훨씬 좋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서는 자지 않을 것이다.
다시 그로스 부인이 소리쳤다.
[짐, 옥수수 대여섯 개를 따오라구. 점심에 쓰게 말이야.
그리고 야채밭을 지나는 길에 오이도 조금 따오라구]
그녀는 창고를 돌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짐 크레머는 하고 있던 콩 따기를 중단하고 옥수수 밭으로
걸어가며 수건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분명히 씩씩해 보였고 나이는 토미와 비슷했으며 친구라고는
할 수 없었으나 토미는 알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토미는 농사일에
취미가 있었으며 평생 농부로 보내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으나
짐에게는 훨씬 원대한 꿈이 있었다. 내년 6월에 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가서 공과(工科)를 공부할 예정이었다.
다만 공과에서 무엇을 전공할 것인가는 아직 뚜렷이
정해놓지는 않았다. 아마도 기계공학이나 화학공학이 될 테지만
어차피 어느 편이건 큰돈을 벌게 될 것이다. 다만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기계를 좋아했으며 화학보다는 기계쪽에 흥미가
있어 기왕이면 이 장점을 연구에서 살리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만져볼 기회만 있으면 차는 물론
트랙터까지도 분해와 조립이 가능했고 대학을 나오면 기계
설계를 하고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과는 반대로 그는 농사일에는 취미도 흥미도 없었다.
그로스 부인과의 거래도 그렇게 함으로써 이번 여름 방학에
조성할 대학 자금이 늘어나니까 기뻐했던 것이다.
지불은 별로 좋지 않았으나 그런 대로 괜찮았다. 일이
계속되는 한 하루 꼬박 매달려야 하는 형편이었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의견대로 날마다 반은 이쪽에서 반은 집에서 일을 도울
생각이었으나 하루 종일 이쪽 일에 매달리지 않으면 그로스의
밭의 농작물은 시기를 놓쳐 버리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도 그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해해 주셨다.
그는 가장 잘 익은 옥수수를 여섯 개쯤 따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두 개를 더 추가했다.
그 자신은 건강한 식욕을 가졌으며 밭에서의 노동으로 더욱
왕성해진 상태다. 그로스 부인인도 두 개는 먹을 수 있을 테고
그 자신도 여섯 개는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큰 오이를 여섯 개쯤 땄다. 지시하는 이상의
양이지만 남은 것은 두고 먹으면 된다. 창고를 돌아 따온 것을
집 안으로 가져간다. 부엌 테이블 위에 그것을 놓았다.
나서려고 하자 그로스 부인이 말했다.
[짐, 기다려. 곧 점심이야. 옥수수를 찌는데 시간은 걸리지
않을 테고 오이는 칼질만 하면 되고 다른 준비는 되어 있다구.
다시 콩밭까지 갈 필요가 없으니까 앉거나 누워서 잠시
쉬라구. 아주 많은 일을 했으니까.]
[좋습니다. 그렇다면 옥수수의 껍질을 벗겨드리고 가지요.
그리고 부르실 때까지 창고에서 잠시 누워있겠습니다.]
[창고? 옆방에 소파가 있는데 무엇 때문에 창고로 간다지?
거기에다 창고보다 여기가 부르기도 편한데.]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는 옥수수의 껍질을 벗겨주고 거실로 들어가 소파를
더럽히지 않도록 신을 벗고 소파에 누웠다. 아직 이 시간에는
별로 지쳐있는 것은 아니지만 15분이나 20분이라도 낮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었다.
그는 언제 어디서라도 간단히 잠들 수가 있고 10분쯤만
자고나면 완전히 기분을 되찾을 수 있는 행복한 유형이었다.
눈을 감고 잠들어 버린다. 그의 마음 속에 갑자기 고통 -
순간적인 격심한 짧은 싸움이었다.
그대로 누워있다 - 그러나 그의 머리 속에서는 지성체가 이
짧은 낮잠의 시간을 이용하여 그의 기억을 분류정리하여 정말 그
자신으로 돌아가는 - 적어도 짐 크레머답게 보이도록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하루, 밤이 깊은 시간까지만이다.
아무래도 지성체는 늙어버린 독일인 농부의 미망인을 이용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로스 부인이 부엌에서 말을 걸어왔다.
[됐다구, 짐. 눈을 뜨라구!]
[예, 곧 가겠습니다.]
짐은 대답을 하고 소파에서 발을 내려 신을 신기 위해서
엎드린다.
일어서서 부엌 입구에서 기지개를 켰다.
[음, 맛있는 냄새군.]
[앉으라구. 뜨거울 때 먹도록 - ]
배가 부르게 먹고나자 그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오후에
끝내기로 되어 있던 콩의 수확이 끝났다. 내일은 시내에
운반하여 통조림업자에게 팔기로 되어있는 콩이다.
그러나 지성체는 알고 있었으나 지금 지성체가 옮아타고 있는
것은 모르고 있다. 짐 크레머는 내일이면 죽게 되어 있는
것이다.
소를 목장에서 데리고 와서 젖을 짜고 이것으로 짐의 오늘의
일은 끝난 것이다. 집으로 돌아간다.
그 날 밤 부모와 같이 저녁을 먹은 짐 크레머는 평소보다 더욱
얌전했으나 그 이외는 별로 다른 데가 없었다. 단 하나 조금
다른 것은 그 날 밤의 그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었다. 저녁상의
테이블이 정리되자 책장에서 백과사전 열 권을 집어내어 이
책에서는 하나의 항목을 읽고 다음 책으로 옮아져간다는 식으로
사전을 뒤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쩐지 앞에서 읽은 항목에서
다음 것을 찾아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한 번은
테이블 옆을 지나던 아버지가 그가 <전자>의 항목을 읽다가
다음에는 <레이더>의 항을 읽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짐, 기계공학이나 화학공학 대신 전자공학을 생각하고 있니?]
아버지가 물었다.
짐은 돌아보며 말했다.
[잠시 살펴보고 있을 뿐입니다. 전자공학이나 전자물리학을
말입니다. 전자 물리학이란 점점 중요해지깐요. 만약 이것을
알게 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럴지도 모르지. 어쨌든 과를 선정할 때까지는 아직 1년이나
있으니까.]
[그렇지요. 고등학교에서의 마지막 1년 동안 자신이 뭘 할
것인가가 정해져 있다면 상당히 달라지겠지요. 거기에다가
학교는 다음 달부터 시작되니까 좀 더 확실한 과 선택이 좋다고
생각해서요.]
크레머씨는 저편으로 얼굴을 돌렸다.
[좋아, 짐. 네가 결정할 일이야. 너는 나보다야 많이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아버지. 내일 아침 두세 시간 트럭을 빌릴 수
없을까요?]
[좋아. 어차피 그렇게 빨리는 사용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그로스씨의 일은 어떻게 하고?]
[그것은 걱정마세요. 트럭을 이용하면 이편 일을 처리하면서
저쪽의 일도 볼 수 있으니까. 콩을 5부셀 시내에 운반하여 내일
팔아주어야 하니깐요. 달구지로 버톨스빌로 팔러가는 동안에
그린 베이에서 팔고 돌아올 수가 있으니깐요. 그린 베이쪽이
비싸게 팔릴 테고 거기서의 볼일도 볼 수 있으니깐요.]
[볼일이란 뭐지?]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어올 생각입니다. 백과사전의
항목만으로는 무엇인가를 살펴보려고 해도 너무 개요만
써놓았으니까요. 좋은 전자물리학 입문서가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알겠다, 짐. 도서관에도 좋은 책이 없거든 책방에 가라구.
책방에도 없거든 주문이라고 하자구. 내가 돈을 지불하지.
가능하면 5 - 6권을 구입하라구.]
[아버지. 정말 고맙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없으면 부탁합니다.]
그는 백과사전을 책꽂이에 돌려놓았다. 짐 크레머에 옮아타고
있던 지성체는 짐이 펼쳐서 훑어보던 페이지를 곧 기억에
새겨두었으나 그저 읽는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후에 시간이
나면 지금 기억한 것을 소화시키고 정리할 생각이다.
그 날 밤에는 그 후부터 짐으로 행세하며 라디오를 켜놓은 채
그 날 우편으로 도착한 <파퓰러 메카닉스>를 읽었다. 아니 읽은
척을 했다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열 시에 부모가 잠자리에 들자 그는 라디오를 껐으나 다시
얼마 동안은 읽는 척을 했다. 짐은 그 때까지 부모만큼 잠을 잘
필요는 없다고 행세해 왔으나 아침에도 같은 시각에 일어났던
터이라 30분이나 한 시간을 늦게 잔다고 걱정은 없었다. 열 시
반에 냉장고에 가서 언제나 하던 버릇대로 간식을 하고나서
이층의 자기 침실로 올라갔다. 그러나 자지 않았다. 신을 벗고
침대 위에 편하게 누웠을 뿐 팔목시계의 야광 침이 두 시 반을
가리킬 때까지 그렇게 지냈다.
그리하여 발소리를 죽여가며 무사히 집 밖으로 나갈 때까지
신은 안고 있었다.
밝은 달빛이 도움을 주는 반면 위험하기도 했다. 잘 보이기는
하되 누구에게 목격당할 위험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죽는 것은
내일 아침, 그린 베이로 가는 도중에서 자동차 사고를
일으키도록 했다.
지성체는 그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던 것이다. 오늘 밤에는
필요 이상의 탐색이나 조사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수긍이 가는
방법으로 짐을 죽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성체는 누군가가
오늘 밤 짐이 외출하는 것을 보았다는 것을 신고하는 따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신속하고 조용하게 그로스의 농장으로 간다. 부엌 출입구의
계단 아래에 손을 밀어넣고 흙을 파낸 다음 지성체의 육체와
껍데기를 집어낸다.
이제와서는 지성체는 그 껍데기를 떠나 짐 크레머를 옮아타고
그를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가 거기에 묻혀있었다고
생각이 들지 않도록 흔적이 앉지 않게 흙을 고른다.
껍데기를 누구에겐가에 발각되었을 때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었다는 말을 듣지 않게 셔츠자락에 숨기고 그는 자신의 집을
지나 스탄턴의 집으로 향했다. 두 번씩이나 길에서 벗어나
숲으로 들어간다.
도중의 두 채의 농가에 개가 있으므로 도로를 지나면 짖어댈
것이며 누군가가 눈을 뜨고 창으로 내다보다가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도로 가장자리의 집은 불이 꺼져 있었다. 스탄턴은 아마
잠자리에서 자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워있어도 눈을 뜨고
있으면 곤란하므로 짐은 마당을 지나 뒤로 돌아가기 위하여 신을
벗었다. 여기에도 뒷문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다. 은닉처로서는
안성맞춤이다. 다시 껍데기를 묻었으나 이번에는 그로스의
집에서 했던 것보다 더욱 세심한 주의로 흙을 고르고 파고 묻은
흔적이 남지 않도록 했다.
그리하여 같은 코스를 반대로 돌아와 몰래 집에 들어서자
소리를 죽여가며 이층 침실로 올라간다.
사명을 다한 것이다. 이번에는 팬티 하나만 남기고 옷을
벗었다. 아침에 어머니가 깨우러 올 때 보게 될 것이며 언제나
그렇게 자기 때문이다. 일부러 여러 차례 몸부림을 쳐서 시트를
엉망으로 만든 다음 이번에는 어머니가 문을 열고 말을 걸어올
때까지 누워있었다. 졸리듯이 대답을 하고 하품을 하면서 침대
가장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아침식사 때도 아직 졸리는 듯한 표정을 짓고 몇 번이나
하품을 해보였다. 어머니가 어제 밤에는 평소보다 늦게까지 자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지는 않았는데 왜 그런지 잠을 이루지
못했고 푹 잠이 든 것은 깨우기 한 시간 전이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말했다.
[장래문제를 결정하려고 골똘히 생각했기 때문일 테지. 그런데
짐, 한 시간이나 두 시간밖에 자지 않았다면 그린 베이로 차로
가는 것은 삼가해야겠어. 핸들을 쥔채 졸게 될는지도 모르지.
다시 한 번 잠자리에 드는 것이 어때? 그로스부인에게는 오늘은
오후밖에는 일할 수 없다고 내가 말해주지. 저편에도 한 번쯤은
말을 들어줄 테고 너도 점심후에 시내로 나가면 되잖겠니?]
짐은 다시 하품을 했다.
[고맙지만 괜찮아요. 일을 손에 잡으면 걱정없어요. 눈이
뜨이지요. 대신 오늘 밤에는 빨리 자도록 하겠어요.]
30분후에는 그는 버톨스빌을 빠져나가 그린 베이로 향하고
있었다. 그로스 부인에게도 콩을 트럭에 실으면서 하품을 하는
연극을 잊지 않았다.
부모와 그로스 부인을 그가 졸린듯한 표정이었다는 증인으로
세울 수 있으니 도로에서 벗어나 가로수에 들어박거나 다른 차와
정면충돌을 해도 자살이라는 의혹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졸면서 운전했다고밖에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드디어 그는 10마일쯤 앞에 있는 콘크리트 교각에 부딪칠
것으로 결정했다. 차를 중앙선쪽으로 몰아 다른 차와 정면
충돌시키는 것이 충격은 강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인간도 동반자살로 끌어들이게 된다.
희생자에 대한 동정심에서가 아니라 - 지성체로서는 인간의
생명따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이었다 - 다만 사고가
확대되면 그만큼 소문도 퍼지기 때문에 그것을 피하기로 한
것이다.
교각이 다가온다. 시속 60마일이 넘는 속도로 정면에서 그것과
부딪친다. 충격은 충분했다.
당장에 지성체는 지금 스탄턴이 살고 있는 뒷문 계단 밑에
있는 자신의 육체로 돌아갔다.
9 시 5분이 지나고 있었다.
지성체는 그제사 이미 쓸모가 없어진 호스트에 갇혀있는
것에서 해방되어 자기자신의 육체, 그로스의 집의 뒷문 아래에
묻혀있는 껍데기로 돌아갈 수가 있었다.
그는 방금 해낸 일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한 만족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옮아타고 있던 고양이를 익사시키기 전에 시체가
발각되지 않도록 숲속 깊숙한 곳까지 걸어가게 했던 것이다.
스탄턴은 고양이가 전에 살던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이상해
할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그 스탄턴도 오늘 밤 잠들어있는 동안에
스탄턴이 아닌 존재로 변해 버릴 테니 그것을 듣는 일도 없을
것이다. 지성체는 그에게 옮아탈 예정이었다.
지성체의 계획은 간단했다.
고양이에게 옮아타고 있던 동안 스탄턴의 집을 기웃거리며
어디까지나 고양이로 행세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완전히 고양이답게 행동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고양이답지 않았다는 것은 한 가지도 없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스탄턴이 총을 쏘겠다고 말했을 때 한 순간 오싹했으나 그
함정도 용케 간파할 수가 있었다. 바닥의 표적 앞에 앉았더라면
스탄턴의 의혹을 뒷받침하는 일이 되어 버렸을 테고 스탄턴이
정말 저격하리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반대로 스탄턴은 고양이를 우리에다 처넣고 언제까지나
자세하게 연구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정기적으로 무리하게
먹이를 입에다 투입시켜 굶어죽지도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위험도 이제는 완전히 과거의 것이 되어
버렸다. 오늘 밤부터는 정말 안전한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단 한 사람의 위협이라고 할만한 인간, 동시에
이상적인 호스트라고 할만한 인간에게 옮아타고 그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요긴한 문제는 그것 때문에 짐승이나 조류에 옮아타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가능하면 빨리 스탄턴에게 옮아타야 한다는
것이다. 그로스 부인이 다른 동물보다 안전하고 확실할 것이다.
그녀가 잠이 들면 곧 옮아탈 예정이다. 그리하여 한 시경까지
기다린다. 그 시간이면 여기에서 스탄턴의 집까지 사이의 모든
인간들이 깊이 잠들어 있을 것이다. 거기에서 그녀에게 자신의
육체를 스탄턴의 집까지 운반시킬 예정이다. 스탄턴의 집에 만약
불이 켜져 있으면 불이 꺼진 후 한 시간쯤을 기다린다. 그리하여
지성체의 껍데기를 스탄턴이 잠들어 있는 지각권내에 들어갈 수
있는 장소에 감추게 한다.
그것이 끝나면 그녀는 집에 돌아가서 죽으면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사고사로 가장할 예정이다. 한밤중에 계단에서
추락사를 시키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분명히 그녀의 자연사
이외에 의한 죽음은 남편의 죽음 직후라는 점에서 우연의
일치로서 의혹을 초래할 테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이제
예사이다. 그녀가 죽고나서 1분도 못되어 지성체는 스탄턴에게
옮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위험한
오직 하나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다른 인간들이 제아무리
이상하게 생각하건 걱정할 것은 없다.
지성체는 지각기관을 가동시켜 최근의 동향을 새로
재확인해보려고 했다. 무엇인가 변할 것이 있었는가 - 지성체가
부재중인 몇일 동안에 무엇인가가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그로스 미망인은 바로 그 때, 집 안에서 혼자서 통조림인지
찬거리의 준비인지 유리병을 소독하고 있었다.
창고 주변에도 창고에도 세 마리의 암소가 보이지 않을 뿐,
그밖에는 변한 것이 없었다. 소는 틀림없이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이상없다.
그로스 미망인이 집에서 나갔다. 부엌에서 나가자마자 계단
아래의 지성체를 타넘고 간다.
약간의 호기심과 달리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터이다.
지성체는 지각을 뻗어 그녀의 뒤를 쫓는다. 그녀는 창고의 뒤를
돌아 쫓아오는 지성체의 지각권 한계점에서 걸음을 멈춘다.
[짐! 얘야, 짐!]
하고 부른다. 말이 분명히 들리지 않는 먼 거리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에서 지성체는 생각해냈다.
크레머의 아들이다. 그로스의 집에서 들은 이야기를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지시대로 남은 여름방학을 그로스 부인 집에
기꺼이 일해주려 오겠다던 말을 들은 일이 있다. 농토를 팔고
새로 오는 주인에게 인도하게 될 때까지인지는 모르지만 - .
지성체는 짐을 알고 있었으며 그 모습을 알아볼 수도 있었다.
크레머 집의 고양이 페리의 기억에서다. 토미 호프먼과 같은
나이또래이며 건장한 청년이다. 나이를 먹어 쇠약해진 그로스
부인보다 이편이 옮아타기에는 훨씬 좋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서는 자지 않을 것이다.
다시 그로스 부인이 소리쳤다.
[짐, 옥수수 대여섯 개를 따오라구. 점심에 쓰게 말이야.
그리고 야채밭을 지나는 길에 오이도 조금 따오라구]
그녀는 창고를 돌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짐 크레머는 하고 있던 콩 따기를 중단하고 옥수수 밭으로
걸어가며 수건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분명히 씩씩해 보였고 나이는 토미와 비슷했으며 친구라고는
할 수 없었으나 토미는 알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토미는 농사일에
취미가 있었으며 평생 농부로 보내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으나
짐에게는 훨씬 원대한 꿈이 있었다. 내년 6월에 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가서 공과(工科)를 공부할 예정이었다.
다만 공과에서 무엇을 전공할 것인가는 아직 뚜렷이
정해놓지는 않았다. 아마도 기계공학이나 화학공학이 될 테지만
어차피 어느 편이건 큰돈을 벌게 될 것이다. 다만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기계를 좋아했으며 화학보다는 기계쪽에 흥미가
있어 기왕이면 이 장점을 연구에서 살리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만져볼 기회만 있으면 차는 물론
트랙터까지도 분해와 조립이 가능했고 대학을 나오면 기계
설계를 하고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과는 반대로 그는 농사일에는 취미도 흥미도 없었다.
그로스 부인과의 거래도 그렇게 함으로써 이번 여름 방학에
조성할 대학 자금이 늘어나니까 기뻐했던 것이다.
지불은 별로 좋지 않았으나 그런 대로 괜찮았다. 일이
계속되는 한 하루 꼬박 매달려야 하는 형편이었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의견대로 날마다 반은 이쪽에서 반은 집에서 일을 도울
생각이었으나 하루 종일 이쪽 일에 매달리지 않으면 그로스의
밭의 농작물은 시기를 놓쳐 버리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도 그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해해 주셨다.
그는 가장 잘 익은 옥수수를 여섯 개쯤 따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두 개를 더 추가했다.
그 자신은 건강한 식욕을 가졌으며 밭에서의 노동으로 더욱
왕성해진 상태다. 그로스 부인인도 두 개는 먹을 수 있을 테고
그 자신도 여섯 개는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큰 오이를 여섯 개쯤 땄다. 지시하는 이상의
양이지만 남은 것은 두고 먹으면 된다. 창고를 돌아 따온 것을
집 안으로 가져간다. 부엌 테이블 위에 그것을 놓았다.
나서려고 하자 그로스 부인이 말했다.
[짐, 기다려. 곧 점심이야. 옥수수를 찌는데 시간은 걸리지
않을 테고 오이는 칼질만 하면 되고 다른 준비는 되어 있다구.
다시 콩밭까지 갈 필요가 없으니까 앉거나 누워서 잠시
쉬라구. 아주 많은 일을 했으니까.]
[좋습니다. 그렇다면 옥수수의 껍질을 벗겨드리고 가지요.
그리고 부르실 때까지 창고에서 잠시 누워있겠습니다.]
[창고? 옆방에 소파가 있는데 무엇 때문에 창고로 간다지?
거기에다 창고보다 여기가 부르기도 편한데.]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는 옥수수의 껍질을 벗겨주고 거실로 들어가 소파를
더럽히지 않도록 신을 벗고 소파에 누웠다. 아직 이 시간에는
별로 지쳐있는 것은 아니지만 15분이나 20분이라도 낮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었다.
그는 언제 어디서라도 간단히 잠들 수가 있고 10분쯤만
자고나면 완전히 기분을 되찾을 수 있는 행복한 유형이었다.
눈을 감고 잠들어 버린다. 그의 마음 속에 갑자기 고통 -
순간적인 격심한 짧은 싸움이었다.
그대로 누워있다 - 그러나 그의 머리 속에서는 지성체가 이
짧은 낮잠의 시간을 이용하여 그의 기억을 분류정리하여 정말 그
자신으로 돌아가는 - 적어도 짐 크레머답게 보이도록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하루, 밤이 깊은 시간까지만이다.
아무래도 지성체는 늙어버린 독일인 농부의 미망인을 이용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로스 부인이 부엌에서 말을 걸어왔다.
[됐다구, 짐. 눈을 뜨라구!]
[예, 곧 가겠습니다.]
짐은 대답을 하고 소파에서 발을 내려 신을 신기 위해서
엎드린다.
일어서서 부엌 입구에서 기지개를 켰다.
[음, 맛있는 냄새군.]
[앉으라구. 뜨거울 때 먹도록 - ]
배가 부르게 먹고나자 그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오후에
끝내기로 되어 있던 콩의 수확이 끝났다. 내일은 시내에
운반하여 통조림업자에게 팔기로 되어있는 콩이다.
그러나 지성체는 알고 있었으나 지금 지성체가 옮아타고 있는
것은 모르고 있다. 짐 크레머는 내일이면 죽게 되어 있는
것이다.
소를 목장에서 데리고 와서 젖을 짜고 이것으로 짐의 오늘의
일은 끝난 것이다. 집으로 돌아간다.
그 날 밤 부모와 같이 저녁을 먹은 짐 크레머는 평소보다 더욱
얌전했으나 그 이외는 별로 다른 데가 없었다. 단 하나 조금
다른 것은 그 날 밤의 그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었다. 저녁상의
테이블이 정리되자 책장에서 백과사전 열 권을 집어내어 이
책에서는 하나의 항목을 읽고 다음 책으로 옮아져간다는 식으로
사전을 뒤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쩐지 앞에서 읽은 항목에서
다음 것을 찾아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한 번은
테이블 옆을 지나던 아버지가 그가 <전자>의 항목을 읽다가
다음에는 <레이더>의 항을 읽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짐, 기계공학이나 화학공학 대신 전자공학을 생각하고 있니?]
아버지가 물었다.
짐은 돌아보며 말했다.
[잠시 살펴보고 있을 뿐입니다. 전자공학이나 전자물리학을
말입니다. 전자 물리학이란 점점 중요해지깐요. 만약 이것을
알게 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럴지도 모르지. 어쨌든 과를 선정할 때까지는 아직 1년이나
있으니까.]
[그렇지요. 고등학교에서의 마지막 1년 동안 자신이 뭘 할
것인가가 정해져 있다면 상당히 달라지겠지요. 거기에다가
학교는 다음 달부터 시작되니까 좀 더 확실한 과 선택이 좋다고
생각해서요.]
크레머씨는 저편으로 얼굴을 돌렸다.
[좋아, 짐. 네가 결정할 일이야. 너는 나보다야 많이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아버지. 내일 아침 두세 시간 트럭을 빌릴 수
없을까요?]
[좋아. 어차피 그렇게 빨리는 사용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그로스씨의 일은 어떻게 하고?]
[그것은 걱정마세요. 트럭을 이용하면 이편 일을 처리하면서
저쪽의 일도 볼 수 있으니까. 콩을 5부셀 시내에 운반하여 내일
팔아주어야 하니깐요. 달구지로 버톨스빌로 팔러가는 동안에
그린 베이에서 팔고 돌아올 수가 있으니깐요. 그린 베이쪽이
비싸게 팔릴 테고 거기서의 볼일도 볼 수 있으니깐요.]
[볼일이란 뭐지?]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어올 생각입니다. 백과사전의
항목만으로는 무엇인가를 살펴보려고 해도 너무 개요만
써놓았으니까요. 좋은 전자물리학 입문서가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알겠다, 짐. 도서관에도 좋은 책이 없거든 책방에 가라구.
책방에도 없거든 주문이라고 하자구. 내가 돈을 지불하지.
가능하면 5 - 6권을 구입하라구.]
[아버지. 정말 고맙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없으면 부탁합니다.]
그는 백과사전을 책꽂이에 돌려놓았다. 짐 크레머에 옮아타고
있던 지성체는 짐이 펼쳐서 훑어보던 페이지를 곧 기억에
새겨두었으나 그저 읽는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후에 시간이
나면 지금 기억한 것을 소화시키고 정리할 생각이다.
그 날 밤에는 그 후부터 짐으로 행세하며 라디오를 켜놓은 채
그 날 우편으로 도착한 <파퓰러 메카닉스>를 읽었다. 아니 읽은
척을 했다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열 시에 부모가 잠자리에 들자 그는 라디오를 껐으나 다시
얼마 동안은 읽는 척을 했다. 짐은 그 때까지 부모만큼 잠을 잘
필요는 없다고 행세해 왔으나 아침에도 같은 시각에 일어났던
터이라 30분이나 한 시간을 늦게 잔다고 걱정은 없었다. 열 시
반에 냉장고에 가서 언제나 하던 버릇대로 간식을 하고나서
이층의 자기 침실로 올라갔다. 그러나 자지 않았다. 신을 벗고
침대 위에 편하게 누웠을 뿐 팔목시계의 야광 침이 두 시 반을
가리킬 때까지 그렇게 지냈다.
그리하여 발소리를 죽여가며 무사히 집 밖으로 나갈 때까지
신은 안고 있었다.
밝은 달빛이 도움을 주는 반면 위험하기도 했다. 잘 보이기는
하되 누구에게 목격당할 위험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죽는 것은
내일 아침, 그린 베이로 가는 도중에서 자동차 사고를
일으키도록 했다.
지성체는 그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던 것이다. 오늘 밤에는
필요 이상의 탐색이나 조사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수긍이 가는
방법으로 짐을 죽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성체는 누군가가
오늘 밤 짐이 외출하는 것을 보았다는 것을 신고하는 따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신속하고 조용하게 그로스의 농장으로 간다. 부엌 출입구의
계단 아래에 손을 밀어넣고 흙을 파낸 다음 지성체의 육체와
껍데기를 집어낸다.
이제와서는 지성체는 그 껍데기를 떠나 짐 크레머를 옮아타고
그를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가 거기에 묻혀있었다고
생각이 들지 않도록 흔적이 앉지 않게 흙을 고른다.
껍데기를 누구에겐가에 발각되었을 때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었다는 말을 듣지 않게 셔츠자락에 숨기고 그는 자신의 집을
지나 스탄턴의 집으로 향했다. 두 번씩이나 길에서 벗어나
숲으로 들어간다.
도중의 두 채의 농가에 개가 있으므로 도로를 지나면 짖어댈
것이며 누군가가 눈을 뜨고 창으로 내다보다가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도로 가장자리의 집은 불이 꺼져 있었다. 스탄턴은 아마
잠자리에서 자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워있어도 눈을 뜨고
있으면 곤란하므로 짐은 마당을 지나 뒤로 돌아가기 위하여 신을
벗었다. 여기에도 뒷문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다. 은닉처로서는
안성맞춤이다. 다시 껍데기를 묻었으나 이번에는 그로스의
집에서 했던 것보다 더욱 세심한 주의로 흙을 고르고 파고 묻은
흔적이 남지 않도록 했다.
그리하여 같은 코스를 반대로 돌아와 몰래 집에 들어서자
소리를 죽여가며 이층 침실로 올라간다.
사명을 다한 것이다. 이번에는 팬티 하나만 남기고 옷을
벗었다. 아침에 어머니가 깨우러 올 때 보게 될 것이며 언제나
그렇게 자기 때문이다. 일부러 여러 차례 몸부림을 쳐서 시트를
엉망으로 만든 다음 이번에는 어머니가 문을 열고 말을 걸어올
때까지 누워있었다. 졸리듯이 대답을 하고 하품을 하면서 침대
가장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아침식사 때도 아직 졸리는 듯한 표정을 짓고 몇 번이나
하품을 해보였다. 어머니가 어제 밤에는 평소보다 늦게까지 자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지는 않았는데 왜 그런지 잠을 이루지
못했고 푹 잠이 든 것은 깨우기 한 시간 전이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말했다.
[장래문제를 결정하려고 골똘히 생각했기 때문일 테지. 그런데
짐, 한 시간이나 두 시간밖에 자지 않았다면 그린 베이로 차로
가는 것은 삼가해야겠어. 핸들을 쥔채 졸게 될는지도 모르지.
다시 한 번 잠자리에 드는 것이 어때? 그로스부인에게는 오늘은
오후밖에는 일할 수 없다고 내가 말해주지. 저편에도 한 번쯤은
말을 들어줄 테고 너도 점심후에 시내로 나가면 되잖겠니?]
짐은 다시 하품을 했다.
[고맙지만 괜찮아요. 일을 손에 잡으면 걱정없어요. 눈이
뜨이지요. 대신 오늘 밤에는 빨리 자도록 하겠어요.]
30분후에는 그는 버톨스빌을 빠져나가 그린 베이로 향하고
있었다. 그로스 부인에게도 콩을 트럭에 실으면서 하품을 하는
연극을 잊지 않았다.
부모와 그로스 부인을 그가 졸린듯한 표정이었다는 증인으로
세울 수 있으니 도로에서 벗어나 가로수에 들어박거나 다른 차와
정면충돌을 해도 자살이라는 의혹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졸면서 운전했다고밖에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드디어 그는 10마일쯤 앞에 있는 콘크리트 교각에 부딪칠
것으로 결정했다. 차를 중앙선쪽으로 몰아 다른 차와 정면
충돌시키는 것이 충격은 강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인간도 동반자살로 끌어들이게 된다.
희생자에 대한 동정심에서가 아니라 - 지성체로서는 인간의
생명따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이었다 - 다만 사고가
확대되면 그만큼 소문도 퍼지기 때문에 그것을 피하기로 한
것이다.
교각이 다가온다. 시속 60마일이 넘는 속도로 정면에서 그것과
부딪친다. 충격은 충분했다.
당장에 지성체는 지금 스탄턴이 살고 있는 뒷문 계단 밑에
있는 자신의 육체로 돌아갔다.
9 시 5분이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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