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최후의 숙주
20화. 최후의 숙주
그리고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분 일분이 흡사 한 시간처럼 느리게 지나간다. 이제 그는
24시간이 넘도록 전혀 눈도 붙이지 않고 일어나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그 전의 24시간도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어 3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하지 못한 상태이다.
거의 모든 시간을 그는 창에서 창으로 걸어다니며 밖을
내다보고 있었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리가 뻣뻣해지고 아파왔고 지금 잠시라도 눕게 해준다면
1000달러를 주어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위험해서 그런 짓은 할 수가 없다. 편안하게 걸터앉아
몸을 뒤로 제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걸터앉을 수가 있는 것은
소파의 팔걸이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일과 부엌에 놓인 의자에
얕게 걸터앉을 정도였다.
수시로 커피를 마셨으나 이제 그는 식은 커피밖에는 마시지
않았다. 몇 시간 전에 그는 따뜻한 액체를 다량으로 마신다는
것은 잠을 초래할 수가 있으며 카페인 효과의 적어도 일부를
역작용으로 돌리고 만다는 것을 깨달았다.
점심 때까지의 시간은 지루하게 지나갔다.
틀림없이 보안관이나 주 경찰이 와줄 것이다.
미스 타리가 틀림없이 점심 때까지는 어느 쪽엔가에 연락하여,
어제 약속시간까지 그가 오지 않았으며 무엇인가 곤란한 일이나
위험한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주었을
것이다.
이 이상 눈을 뜨고 버틸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지금은
걸터앉는다는 것도 위험해졌다. 저절로 눈이 감기고 무리하게
뜨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평소에는 담배를 많이
피는 편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파이프를 빨고 있었던 탓으로
입안이 모래를 씹는 기분이다.
지금 그에게는 각성제가 같은 무게의 다이아몬드의 가치처럼
생각되었으나 공교롭게도 그는 그런 것이 없었으며 휴가차 와서
밤샘을 하자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점심 때가 가까워졌을 때였다. 전면 창가에 서서 이마를
유리창에 대고 잠시라도 눈을 붙였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다가오는 차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산탄총을 들고 현관을 열었으나 곧 안쪽에 서서
보안관인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쪽으로 덤벼드는 것이 있을
테니까 그 원호를 위한 대비태세를 취했다.
이윽고 차가 마당으로 들어선다 작은 차였으며
폭스바겐이었다. 타고 있는 것은 미스 타리 혼자였다.
그는 당황하여 돌아가라는 뜻으로 손을 흔들었다. 방향전환을
하여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 .
그러나 그녀는 스테이션 왜건과 노루의 시체에 정신을 팔고
있었으므로 그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그대로 차를 진행시킨다.
노루의 시체에서 독수리가 한가하게 고개를 쳐들고 차
가까이에서 날개 소리를 내며 날아오른다. 그녀는 출입구에
나와서 그를 보기 전에 엔진을 끊어 버렸다.
박사는 소리쳤다.
[미스 타리. 차를 돌려 시내로 돌아가야 해. 빨리! 주 경찰에
알려서 - .]
소리쳐도 소용이 없었다. 발굽이 땅을 차는 소리 - 숫소가
도로의 바로 100 피트 앞에서 뛰어오는 참이다. 폭스바겐은
박사로부터 12피트 정도의 위치이다. 여기에서 그는 위험하지만
승리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발견했다. 만약에 소를 죽이지
않고 움직이지 못하게 해놓으면 - 다리라도 꺾고 자살을 못하게
해놓으면 적은 다른 동물에 옮아탈 자유를 잃게 되면 - .
미스 타리에게 차에 있으라고 소리치고 그 옆으로 달려가서
산탄창을 겨눈다. 거리의 측정이 잘 되어 아래 쪽을 노려 제대로
쏘면 - .
솜씨는 좋았으나 흥분한 나머지 조금 일찍 쏘아 버렸다.
산탄이 소에게 상처를 입혔으나 멈추어 서게 할 수는 없었다.
분노의 신음소리를 내고 폭스바겐으로부터 그에게로 머리를 돌려
곧 바로 돌진해간다. 그 때는 두 방째를 쏘고 있었다. 불과 10
피트의 가까운 거리였으므로 치명상이 되어 버렸다.
소는 죽었다. 그 때까지의 타성으로 돌진해오기 때문에 그는
옆으로 비켜섰으나 소는 그의 옆을 지나서야 쓰러져 죽어
버렸다.
그는 폭스바겐의 문을 열었다.
[미스 타리, 빨리 집으로 들어가라구. 다음 공격까지의 한
순간이지만 꾸물댈 수는 없다구.]
박사는 그녀를 재촉했다. 산탄총에는 탄환이 장진되어 있지
않으며 나머지 탄환은 집안에 있다. 문에서 돌아보며 위를
쳐다보았다. 독수리는 아닌데 무엇인가 큰 새가 원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덮쳐오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채웠다.
재빨리 산탄총에 탄환을 장진하면서 그는 어제 저녁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녀에게 했다.
그녀가 말했다.
[어머나, 박사님. 보안관에게 좀 더 강하게 말할 걸 그랬어요.
어제 오후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 사람은 당신이 난처하다는
것을 진정으로 믿지는 않았지만 와보기는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후 오늘 아침까지 연락이 취해지지가 않아서요. 오늘 아침에
보안관은 어제는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가지 못했으며
내일까지도 갈 수 없다고 하더군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는 말을 나의 지나친 생각이라고 생각하고 서둘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박사는 우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내일......까지는 견디지 못할 걸요. 그 때까지는 일어나
있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거기에다가 내 생각이 적중하고 있다면
잠이 들면 끝장이란 말입니다. 미스 타리. 당신은 자신이 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당신도 같은 궁지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내 차로 시가지까지 갈 수 있는 가능성은 없나요? 당신이
총을 쏘고 내가 운전을 하며.]
[99%까지 가능성이 없습니다. 그 숫소가 덤비면...... 암소도
있고요. 숲에는 노루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계산에 넣지
않아도, 큰 새라면 당신 차의 지붕은 급강하로 꿰뚫고 말
것입니다. 당신이 없어지면 얼마만에 모두가 알아차릴까요? 오늘
밤에 돌아가지 않으면 이웃 사람들이 깨닫게 될까요?]
[그것은 믿을 수 없습니다. 나는 곧 잘 그린 베이에 영화도
보러 가고 거기에 있는 이종 동생에게 들려 언제나 거기서
자고오니깐요. 이웃 사람들은 그것을 알고 있으니까 내가 오늘
밤 돌아가지 않아도 예사로 생각할 것이며 걱정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아, 자신이 올 것이 아니라 주 경찰에 전화라도 할
걸 - 주 경찰에 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스탄턴 박사는 힘없이 손을 저었다.
[미스 타리. 자신을 책망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나도 최초에
실수를 - 그것도 두 가지나 해 버렸습니다. 회색 고양이가
자살한 후 그저께 밤부터 여기에 자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것
때문에 이 일대가 적어도 이 집이 초점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어제 아침 짐 크레머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나서는
짐같은 것을 가지러 오지 않았어야 하는 건데. 그것이 큰
실수였지요. 덕택에 잡히고 말았습니다.]
박사는 탄식을 했다.
[커피라도 마십시다. 지금까지 찬 것만 마셨지만 이제는
대화할 상대가 있으니까 위험하지만 한 잔쯤 뜨거운 것을 마셔도
되겠지요. 거기에다 걸터앉아서 당신에게 - 말을 할 수도 있고
이야기를 듣기도 하며 도움을 받을 수가 있겠지요. 이야기하는
동안에 무엇인가 좋은 지혜가 나올지도 모르지요. 어떻게든지
지혜를 짜내야 하니까.]
부엌에서 그녀가 새로 커피를 끓이는 동안에 벽에 기대어
멍청한 심정으로 참고 견디었다. 이야기 할 것이 또 있었으므로
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였다.
미스 타리가 단정적으로 말했다.
[우주의 다른 생물입니다. 박사님, 우리가 싸우고 있는 상대는
- 적어도 우리가 자신들을 지키려고 싸우고 있는 그 상대는
지구의 지성을 초월한 그 무엇이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요? 달리 무엇을 생각할 수 있나요?]
[돌연변이로 생긴 인간일지도 모르지요. 태어나면서부터인가,
후에 손에 넣은 것인가, 찰즈 포드가 말하는 비정상의 재능을
가진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정말로 그런 것을 믿습니까?]
박사는 말한다.
[아니. 거기에다 후에 생각할 수 있는 악마라든가
악귀(惡鬼)라는 것도 믿을 수가 없지요. 그러나 거기까지는
분명히 한정을 지우고 싶지가 않습니다. 분명히 규명하든가 지고
마는 것일까, 그 때까지는 적이라고 불러둡시다. 적에게 어떤
학명(學名)을 붙일 것인가, 그런 걱정은 그만두기로 합시다.
걱정해야 할 것은 그밖에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먼저 무엇보다 먼저 생각할 것은 이편에 어떻게 해 볼 기회가
있다면 어떤 기회일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적이 나를 여기에다
잠들지 않고는 걸릴 수 없게 될 때까지 가두어두고자 한다는
나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그래서 무엇인가 생각이 있습니까?]
그는 적이 옮아타고 있는 동물을 해치고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을 얻어낼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큰 짐승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거나 자살할 수 없도록
산탄총으로 상처를 준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움직일 수
있도록 다리를 꺾어놓아야 합니다.]
[라이플은 없습니까?]
[있기는 해도 22구경이며 그것도 차 안에 있으니까 위험을
무릅쓰고 가지러 갈 수도 없습니다. 라이플 류의 긴 총탄을
가지고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여기에는 짧은 총탄밖에는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사격연습밖에는 할 생각이
없었으니깐요. 권총도 있지만 덮쳐오는 짐승을 죽이지 않고
권총으로 상처를 줄만큼 솜씨가 좋지 않습니다. 그게 위험하기도
하고.]
박사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적은 부상을 입히려는 위험을 깨닫고 새를 이용하기로
작심했을 것입니다. 하물며 상공에서 산탄의 4 - 5 방을
명중시켜 부상하도록 발사를 해도 저편에는 이미 급강하로
들어가 떨어져 죽기로 하고 있으니 ...... 아아, 이제 졸려
죽겠군.]
[무엇인가 내가 할 일이 있습니까?]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시면 됩니다. 그것은 그렇고 나는 눈을
뜨고 버티기 위하여 단식투쟁을 하고 있지만 당신은 먹고싶으면
먹도록 하시오. 냉장고는 어제 저녁부터 멎어 있지만 안에
위험한 것도 있으나 통조림이라면 얼마든지 있으니까.]
커피가 되자 그녀는 두 컵에 따라 테이블로 가져왔다.
[그건 곤란하게 되었군요. 그러나 아직 배가 고프지 않습니다.
그러나 커피는 포트에 두세 잔 여분을 끓여놓아도 좋을까요?]
[생각이 있으면 더 끓이세요. 그러나 왜 더 끓였지요?]
[생각해 보세요. 상대방은 전기도 끊었으니 가스도
정지시킬지도 모릅니다. 거기에다가 설사 두 사람 모두가 찬
것을 먹지 않을 수 없게 되더라도 당신은 커피없이는 곤란할
테지요.]
[옮아탈 수 있는 인간이 없는 한 가스는 정지시킬 수가 없을
것입니다. 프로판 가스 통의 밸브를 틀어야 하니까, 두세 잔 더
끓이겠다면 그렇게 하셔도 좋습니다.]
그녀는 다시 물을 받아 스토브에 올려놓고 테이블에 와서
박사와 마주 앉는다.
[수도는 어떻습니까? 물이 안나올 위험성은 없습니까?
그렇다면 만일을 위해 양동이에 두세 통 받아놓아도 좋습니다.]
그는 이 집의 수도의 구조를 설명했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겁니다. 우물에서 지붕 위의 탱크에 물을
퍼올리는 펌프는 파괴하기가 쉽습니다만 탱크는 무겁고 단단하며
적어도 반 이상은 들어있으니까요. 물은 필요 이상으로
있습니다. 200갈론은 있으니까.]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물이라고 하니 생각이 났습니다. 이것을 마시고 나면 할 일이
생각났습니다. 찬물에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으면 효과가 있을
겁니다. 오늘 아침에 그것을 깨달았어야 했는데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게 좋겠군요. 당신이 이층에 가있는 동안 나는 무엇인가를
먹어두겠습니다. 당신은 몹시 배고 고플테니까, 그렇게 하면
먹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될 테고.]
[좋습니다. 그러나 수시로 창밖을 보셨다가 무엇인가가 눈에
띄거든 소리를 질러 주세요. 곧 나올 수 있게 가운을 욕실에다
갖다 놓을 테니까요. 그래서 생각이 났는데 - .]
박사가 일어서려고 했으나 미스 타리는 직업에서 몸에 익은
동작으로 그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을 하고 일어서서
아래층의 창을 살펴보러 갔다.
노루의 시체에는 독수리들이 모여있는 반면 아무 것도 새로운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보고차 다시 올라왔다.
아직도 숫소의 시체에는 한 마리도 독수리가 모여있지 않다.
노루는 살이 찌고 독수리의 기호에 맞는 모양이다.
박사는 끄덕였다.
[무슨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편의 누군가가
나가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 . 일종의 끈기 시합과 같은
것이지요.
그런데 저편에서는 어떤 형태로든지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이미 오래 전에 들어왔을
텐데요. 우리가 먼저 쏘아 눕히지 않는다면 대형 짐승이나 다른
무엇을 이용해서라도 어느 쪽 문을 파괴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게 아니면 인간에게 옮겨타고서. 어째서 저편은 인간을
보내오지 않는지 이상하지요.]
[나를 죽이고 싶지 않다면 그런 짓을 할 까닭이 없을 테고
우리가 나가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죽이려고 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생각하면 저편이 인간을 보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
덤벼오는 숫소의 다리를 쏜다는 것은 위험하지요. 그러나
사람이라면 간단하지요.]
[박사님, 내가 왔을 때 내가 적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요? 내 다리라면 간단히 저격할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웃었다.
[꿈에도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요. 거기에다가
생각해보면 그 때 바로 뒤를 쫓아온 숫소라는 충분한 증거가
있었지요. 적이 한꺼번에 한 마리밖에는 지배하지 못한다는 것은
거의 틀림이 없습니다.]
그는 일어서서 두 팔을 펼치고 하품을 무리하게 참았다.
[그럼 찬물에 목욕이라도 해볼까. 물을 받는 동안 이층의
창밖도 살펴보고 오지요. 물 소리가 멎을 때까지 당신은 경계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는 이층으로 올라가 30분 후에는 외모만은 조금 기운이
난듯한 표정으로 내려왔다.
미스 타리는 식사를 마치고 있었으며 두 사람은 거실에 앉아
교대로 이야기를 했다. 박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정기적으로
창밖의 감시는 자신이 해야 한다며 막무가내였다. 간혹
걸어다니는 괴로움보다 그녀가 자리를 뜨고나면 혼자 남아 잠에
취해 버릴 위험성이 있으니 그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느릿느릿 시간이 경과해 간다.
두 사람은 서로 어떤 모험을 생각했으나 실제적인 것이
못되거나 위험하다는 이유로 실행을 못한다.
한 번은 박사가 산탄총을 들고 적의 포위가 아직 계속되고
있는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보았다.
높은 하늘에서 원을 그리고 있던 새가 급강하를 시작했기
때문에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쏘아버렸다. 산탄을 두세
개 맞고 부상을 했을 테지만 새의 진로를 벗어나게 할 만큼의
상처는 아니였는듯 위험할 만큼 가까이로 다가온 것을 두 방째로
쏘아버렸다.
그래도 쏜 순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면 새와 부딪칠 뻔 했다.
새는 꽈당하고 입구의 문틈에 돌진해 왔다. 탄환을 다시
장진하고 총 끝으로 죽은 새를 - 매였다 - 포치에서 떨어뜨렸다.
피가 구두와 바지 자락에 튀겨왔다. 갈아입기 위하여 이층으로
올라와서 다시 한 번 냉수욕을 했다. 두 번째의 물은 그대로
두었다.
목욕탕의 물을 받았을 때 100갤런이라고 믿었던 탱크의 물도
그렇게 몇 번이나 목욕을 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의 냉수욕은 별로 효과가 없었다.
실제로 하마트면 욕조 속에서 잠들 것만 같아서 잠을 자지 않고
버틴다는 힘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그로서도 알게 되었다.
아래로 내려오자 미스 타리에게도 그런 말을 하고 찬물을 담은
냄비와 컵을 갖다달라고 부탁했다. 컵에다 냄비의 물을 한
가득이건 반이건 좋으니 나누어 달라고 한다. 그녀가 박사와
마주 앉아 그 컵을 들고 그의 눈이 깜박이는 이상으로 오래
감겨있을 때는 그 물을 얼굴에 부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물을 들고 왔으며 그녀가 어쩔 수 없이 물을 사용했을 때는 그가
사용할 타월도 가져왔다.
다음 한 시간에 그녀는 두 번이나 박사의 얼굴에 물을
끼얹어야 했다. 두 번 모두 이야기를 하면서 말을 중단시키고
눈을 감아 버린 것이다.
두 번째로 여섯 시였다. 앞으로 한 시간이면 어두워진다.
박사는 그 때까지 눈을 뜨고 있게 될지 의심스러웠으며 그로부터
이후는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타월로 얼굴을 닦더니 약간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말한다.
[미스 타리, 이런 짓을 해도 안 될 것만 같아요. 의자에 핀을
박고 그 위에 앉아도 역시 의식을 잃고 말거야. 해야 할 일은 두
가지 중의 한 가지야. 어느 거나 위험은 수반되겠지만 그것도 두
사람 모두에게, 당신에게도 위험이 미친다구. 그러므로 어느
편으로 하는가는 당신이 정해주어야겠어.
나는 지금 아직도 시내까지 걸어갈 수 있는 시간이 있는
동안에 여기를 나갈 것. 적어도 가까운 전화가 있는 집으로
찾아갈 시간은 있다구. 나는 산탄총을 가지고 당신에게는 권총을
남겨두고 가겠어.
다행히 성공할지 모르지. 우리는 적의 위험성이나 행동범위를
과대평가하고 있는지 모르거든. 어쨌든 내가 어떻게든지
도달하게 되면 당신을 구출하도록 수배하겠어. 주 경찰에서는
산탄총과 토미건을 가진 대원들이 트럭으로 몇 대씩이나
분승하여 달려올 테니...... 만약에 대원들의 도착이
불가능해지면 - ]
[안 돼요!]
미스 타리는 단정적으로 말했다.
[당신이 가겠다면 함께 가겠어요. 내가 차를 운전하지요.
아니면 - 걷는 것이 좋겠다면 걸어서라도. 그런데 어째서 그런
모험까지?]
[첫째로 그렇게 하는 것이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있기
때문이오. 거기에다 걸으면 하늘이 보이지요. 아까도 말했지만
무거운 새가 높은 곳에서 급강하해오면 그렇게 얇은 차의 지붕은
단숨에 뚫릴 것이며 물론 떨어지는 장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죽어 버릴 것이오. 그리고 최초에 말한 또 하나의
생각이란 당신이 같이 와서는 안 된다는 거요. 어느 편이
위험한지 자신도 모르니까 말이오.
또한 내가 이대로 이 방의 소파에서 잠들어 버리는 것은
간단합니다만 그 전에 만일에 대비해서 당신이 내 몸을 묶어
주어야겠다는 것이오. 부엌에 가면 50야드 정도의 세탁물 건조용
끈이 있으니까 그것으로 묶으면 될 거요.
첫째 내가 잠들어 버리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은 이편의
추리에 불과하며 잘못된 짐작인지도 모르겠소. 거기에다가 만약
적이 나에게 옮아탄다고 가정해도 내가 묶여 있으면 적은 무엇을
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을 거요.
당신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옮아탄 나로부터 빠져 나가기
위하여 나를 자살시킬 수도 없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이 무사히 시가지에 가서 구조대를 불러올
수가 있을 거요.]
[그러나 당신이 그렇게 된 이상 구조대를 불러 무얼하게요?]
[어떻게 할 것인가는 그 때가 되어 봐야 알겠지요. 그러나
당신이 시내에 가면 당황할 것은 없습니다. 연락이 닿는 당국의
가장 높은 사람에게 나의 보고서를 보여주며 설명하면 되는
거요. 어차피 우리의 손으로 막을 수가 없는 일이라면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야지요. 가능하면 연방경찰이 좋겠어.
전화를 해서 먼저 로저 프라이스나 빌 케러먼의 어느 편을
바꾸어 달라고 하시오.
두 사람 모두가 나의 친구이며 당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보다
진지하게 들어줄 거요. 이름은 기억하겠소? 아니면 써놓는 것이
좋겠소?]
[로저 프라이스나 빌 케러먼.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차로 시가지에 가도 안전하리라는 것을 어떻게 알지요?
그리고 당신이 잠에서 깨어나서 미친듯이 밧줄에서 벗어나려고
하거나 또 다른 짓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물론 내가 그런 짓을 하면 당신에게 사태가 분명해졌다는
것을 알리는 일이야.
만약에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내가 아까 했듯이
모험을 해주어야 해요.
산탄총을 들고 포치로 나가서 - 공격해오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동정을 살피면 됩니다. 아니지 - 당신이 그런 위험한
짓을 할 필요가 없군. 나를 묶어버리면 내가 지금 이대로의
나이건 그렇지 않건 오직 내일 보안관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거요. 그렇게 하는 것이 안전하지요. 좀 더 그것을 빨리
깨달아야 했는데. 너무 졸려서 분명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구.]
미스 타리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당신 혼자를 시내에 보내기보다는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어요. 말을 듣고 보니 함께 가도 마찬가지겠군요.]
[그럼 밧줄을 가져 오겠습니다.]
그녀도 함께 부엌으로 가서 그가 밧줄을 준비하는 동안에
밧줄을 끊을 나이프를 준비한다.
거실로 돌아온 박사는 권총을 내놓고 탄환과 산탄총의 탄환을
난로 선반에 놓았다.
산탄총은 현관 옆의 벽에 세워두었다.
[이런 것은 나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시오. 나이프도
밧줄을 끊고나거든 다른 곳으로 치워주세요.
먼저 손을 뒤로 돌려서 묶고 그것이 끝나거든 소파에 누울
테니 발목도 묶어 주세요.]
박사는 등을 돌려 묶기 좋도록 손을 뒤로 냈다.
[내가 정신이 이상해져 밧줄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쳐도
그런 기회가 없도록 묶어주세요.
권총의 손잡이로 머리를 때려 실신시켜 주세요. 그러나
죽이지는 마세요. 적이 나에게 옮겨타고나서 - 내가 도망치려고
했을 때도 나를 죽이려고 하겠지만 - 나를 죽이면 적은 자유롭게
다시 다른 생물에 옮아타게 될 테니까 당신의 위험한 입장은
제자리로 돌아가게 될 테니까요.
내일 보안관이 올 때까지 당신이 눈을 뜨고 버티지 못하면
당신에게 옮아타려고 할지도 모르지요.]
미스 타리는 매듭을 짓고 있었다.
[시내로 가려고 하기 보다는 이편이 위험하지 않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확신은 없습니다만 그렇게 생각합니다. 당신에게는
분명히 안전할 것이며 이편도 그것 때문에 특히 위험해지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당신의 생각이 옳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너무 세게 묶은 것은
아닙니까?]]
[잘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듭은 나의 손가락이 가지 않는
곳으로 부탁합니다. 좋습니다. 그럼 눕겠습니다. 발목을
묶어주는 동안은 이럭저럭 눈을 뜨고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위험한 순간이었다. 발목을 묶는 순간 그는
탄식을 하며 눈을 감았다. 바로 깊은 잠에 떨어졌다.
미스 타리는 잠시 동안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가능하면 적이 스탄턴 박사에게, 그의 마음에 옮아탔는가를
알고싶었으나 박사를 자도록 - 아니면 자는척 하도록 두고는
산탄총을 집어들고 문을 열고 위를 보았다. 무엇인가 크고 검은
것이 그녀를 향해 급강하해왔다. 아직 여유가 있었다.
총을 겨누어 명중할지 아닐지 자신이 없었으나 쏘아본다.
설사 살해해도 급강하의 방향을 빗나가게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뒤로 물러섰다.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순간 문밖 포치에 무엇인가 무거운 것이
꽝하고 떨어졌다.
꽈당하고 떨어진 것은 독수리였다. 노루의 시체를 배불리 먹고
가까운 나무에 날아가서 졸고 있던 몇 마리의 동료 중의 한
마리였다.
지성체가 이용한 이것이 세 마리째의 독수리였다.
지성체는 아까부터 생각하지 않았던 교사 미스 타리가 온
사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폭스바겐이 오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새에게 옮아타고
상공에서 감시하고 있었으나 서둘러 그 새를 급강하해
자폭시키고 가까이에 있는 숫소에 옮아탄 것이다. 폭스 바겐이
통과한 직후 울타리를 파괴하며 추적했던 것이다. 최초의
생각으로는 몸채 부딪쳐가서 차를 파괴하는 것이었으나 스탄턴이
산탄총의 첫 방을 쏘았을 때 상대를 죽이는 대신 다리를
꺾어놓겠다고 낮게 조준하는 것을 깨닫고 방향을 바꾸어
스탄턴이 자기 몸을 수호하기 위하여 죽이지 않을 수 없도록
덤벼들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뒷쪽 출입구 아래에 숨겨둔 거북의
등딱지와 같은 껍데기로 돌아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경계를 계속한 것이다.
작은 차로는 물론 걸어서라도 시내에 돌아가려는 것은
무리이며 전화가 있는 곳까지 가려는 것도 무리라고 두 사람이
깨닫고 있는 것을 알 정도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차를 파괴하는 것도 필요없게 되어 버렸다.
거기에서 시간을 내어 두 사람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듣고
있었으나 두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 너무나 여러 가지 점에서
추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것이다.
그러나 설명을 듣고 있는 동안에 어째서 거기까지 추리할 수가
있었는가를 알았다.
걱정할 것은 없었다. 알고 있었다고해도 그들로서는 손을 쓸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늘을 나는 동물에 옮아타고 경계하고
있을 필요도 없다.
물론 어느 한편이 나가려고 한다면 문이 열릴 때까지는 새에
옮아타고 날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이야기의 내용에서 미스 타리가 보안관이
오도록 부탁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분명히 그녀는 보안관이
내일은 오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안관이 생각을
달리하여 더 빨리 오거나 더 빠른 시간에 조수를 보낼지도
모른다.
만약에 다른 차가 다가오는 경우 무엇인가 손을 쓸 수 있도록
빨리 알아야 한다.
차를 파괴해 버리거나 타고 있는 인간이 내리려고 할 때
살해해 버리는 편이 살아서 집에 들어가게 하여 적의 세력을
강화시키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그리고나서는 스탄턴이, 또는 미스 타리가 시간을 두고 집
안의 창을 돌며 바깥을 순시하고 다녔듯이 지성체도 수시로 새에
옮아타고 하늘 높이 원을 그리며 날고 그 동안은 자신의 육체의
지각은 이용할 수 없으니까 모르는 채 집 주변을 경계하면서
오는 도로를 정찰하고 있었다.
하늘에 날아오를 때마다 옮아탔던 새는 급강하하여 죽고 그는
곧 다시 껍데기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스탄턴이 이이상 자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을 때도
바로 이렇게 날아올랐을 때였다. 하늘로부터의 정찰도 이것이
마지막이 될 거라고 지성체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가능한한
멀리까지 도로를 보아두려고 훨씬 높은데까지 날아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스탄턴과 미스 타리와의 마지막 대화도,
스탄턴이 묶여 있었다는 것도 모르는 것이었다.
거기서 독수리를 자살시키려고 할 때도 미스 타리가 산탄총을
들고 혼자 밖으로 나온 것을 보고 지성체는 놀란 것이다. 물론
이미 급강하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독수리는 충격으로 죽은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껍데기로 돌아가니 미스 타리도 집 안으로
돌아와 있었다. 여기에서 지성체가 더욱 놀란 것은 이제부터
옮아타야 할 스탄턴이 자고 있었으며 밧줄로 묶여 있었다는
사실이다. 잠들어 있다는 것은 놀랄 것도 없지만 묶여 있는
것이다.
악마와도 같은 타산적인 계산으로 의표를 찔러온 것이다.
누가 생각한 것이건, 누가 주장한 것이건 지금까지 엿들었던
이야기 속에는 그런 생각은 나온 일이 없었던 것이다. 어느
편에서인가 갑자기 착안하여 재빨리 해치웠을 것이다. 지금
만약에 스탄턴에게 옮아탄다고 해도 스탄턴의 밧줄이 풀릴
때까지 지성체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망설이며 생각했다.
끝내는 괜찮으리라고 단정을 해버렸다. 여자도 스탄턴을
언제까지나 묶인채 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에다가 지금
스탄턴의 마음에 옮아타면 스탄턴의 몸이 계속해서 자고 있는
동안에 도움이 되는 시간을 마련할 수가 있다.
스탄턴의 마음 깊숙히 숨어있는 생각이나 기억을 연구하여
한밤중에 스탄턴의 몸이 깨어날 무렵까지는 미스 타리가 밧줄을
푸는데 의심을 갖지 않을만큼 완전히 스탄턴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나서는 - 그러나 그 후의 계획도
스탄턴의 육체를 잠들게 하여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있는
스탄턴의 마음 속에서의 오랜 시간을 생각에 이용할 수도 있다.
지성체는 옮아탔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는 최초의 저항을 받는다 - 질적으로는
처음이 아니지만 격렬함이 다르다.
지금까지 옮아탔던 상대는 고작해야 1초의 몇 분의 1의
저항이었다.
인간이외의 동물은 사소한 저항밖에 없었으며 지금까지의 세
사람의 인간도 - 고등학생 둘과 독일인의 늙은 농부였으나
옮아탔을 때의 저항은 격렬했으나 ㅉ았던 것이다.
이번의 싸움은 그것과는 정도가 달랐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싸움은 몇 초 동안이나 계속되고 그 동안에 스탄턴은 자신의
육체의 일부는 여전히 자신이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격렬한 저항을 보이며 흡사 일어나기라도 하듯이 몸을 일으켜
헐떡이며 말한다.
[계단 아래에 흡사 - . ]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성체가 지배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분 일분이 흡사 한 시간처럼 느리게 지나간다. 이제 그는
24시간이 넘도록 전혀 눈도 붙이지 않고 일어나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그 전의 24시간도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어 3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하지 못한 상태이다.
거의 모든 시간을 그는 창에서 창으로 걸어다니며 밖을
내다보고 있었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리가 뻣뻣해지고 아파왔고 지금 잠시라도 눕게 해준다면
1000달러를 주어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위험해서 그런 짓은 할 수가 없다. 편안하게 걸터앉아
몸을 뒤로 제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걸터앉을 수가 있는 것은
소파의 팔걸이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일과 부엌에 놓인 의자에
얕게 걸터앉을 정도였다.
수시로 커피를 마셨으나 이제 그는 식은 커피밖에는 마시지
않았다. 몇 시간 전에 그는 따뜻한 액체를 다량으로 마신다는
것은 잠을 초래할 수가 있으며 카페인 효과의 적어도 일부를
역작용으로 돌리고 만다는 것을 깨달았다.
점심 때까지의 시간은 지루하게 지나갔다.
틀림없이 보안관이나 주 경찰이 와줄 것이다.
미스 타리가 틀림없이 점심 때까지는 어느 쪽엔가에 연락하여,
어제 약속시간까지 그가 오지 않았으며 무엇인가 곤란한 일이나
위험한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주었을
것이다.
이 이상 눈을 뜨고 버틸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지금은
걸터앉는다는 것도 위험해졌다. 저절로 눈이 감기고 무리하게
뜨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평소에는 담배를 많이
피는 편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파이프를 빨고 있었던 탓으로
입안이 모래를 씹는 기분이다.
지금 그에게는 각성제가 같은 무게의 다이아몬드의 가치처럼
생각되었으나 공교롭게도 그는 그런 것이 없었으며 휴가차 와서
밤샘을 하자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점심 때가 가까워졌을 때였다. 전면 창가에 서서 이마를
유리창에 대고 잠시라도 눈을 붙였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다가오는 차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산탄총을 들고 현관을 열었으나 곧 안쪽에 서서
보안관인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쪽으로 덤벼드는 것이 있을
테니까 그 원호를 위한 대비태세를 취했다.
이윽고 차가 마당으로 들어선다 작은 차였으며
폭스바겐이었다. 타고 있는 것은 미스 타리 혼자였다.
그는 당황하여 돌아가라는 뜻으로 손을 흔들었다. 방향전환을
하여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 .
그러나 그녀는 스테이션 왜건과 노루의 시체에 정신을 팔고
있었으므로 그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그대로 차를 진행시킨다.
노루의 시체에서 독수리가 한가하게 고개를 쳐들고 차
가까이에서 날개 소리를 내며 날아오른다. 그녀는 출입구에
나와서 그를 보기 전에 엔진을 끊어 버렸다.
박사는 소리쳤다.
[미스 타리. 차를 돌려 시내로 돌아가야 해. 빨리! 주 경찰에
알려서 - .]
소리쳐도 소용이 없었다. 발굽이 땅을 차는 소리 - 숫소가
도로의 바로 100 피트 앞에서 뛰어오는 참이다. 폭스바겐은
박사로부터 12피트 정도의 위치이다. 여기에서 그는 위험하지만
승리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발견했다. 만약에 소를 죽이지
않고 움직이지 못하게 해놓으면 - 다리라도 꺾고 자살을 못하게
해놓으면 적은 다른 동물에 옮아탈 자유를 잃게 되면 - .
미스 타리에게 차에 있으라고 소리치고 그 옆으로 달려가서
산탄창을 겨눈다. 거리의 측정이 잘 되어 아래 쪽을 노려 제대로
쏘면 - .
솜씨는 좋았으나 흥분한 나머지 조금 일찍 쏘아 버렸다.
산탄이 소에게 상처를 입혔으나 멈추어 서게 할 수는 없었다.
분노의 신음소리를 내고 폭스바겐으로부터 그에게로 머리를 돌려
곧 바로 돌진해간다. 그 때는 두 방째를 쏘고 있었다. 불과 10
피트의 가까운 거리였으므로 치명상이 되어 버렸다.
소는 죽었다. 그 때까지의 타성으로 돌진해오기 때문에 그는
옆으로 비켜섰으나 소는 그의 옆을 지나서야 쓰러져 죽어
버렸다.
그는 폭스바겐의 문을 열었다.
[미스 타리, 빨리 집으로 들어가라구. 다음 공격까지의 한
순간이지만 꾸물댈 수는 없다구.]
박사는 그녀를 재촉했다. 산탄총에는 탄환이 장진되어 있지
않으며 나머지 탄환은 집안에 있다. 문에서 돌아보며 위를
쳐다보았다. 독수리는 아닌데 무엇인가 큰 새가 원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덮쳐오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채웠다.
재빨리 산탄총에 탄환을 장진하면서 그는 어제 저녁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녀에게 했다.
그녀가 말했다.
[어머나, 박사님. 보안관에게 좀 더 강하게 말할 걸 그랬어요.
어제 오후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 사람은 당신이 난처하다는
것을 진정으로 믿지는 않았지만 와보기는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후 오늘 아침까지 연락이 취해지지가 않아서요. 오늘 아침에
보안관은 어제는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가지 못했으며
내일까지도 갈 수 없다고 하더군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는 말을 나의 지나친 생각이라고 생각하고 서둘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박사는 우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내일......까지는 견디지 못할 걸요. 그 때까지는 일어나
있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거기에다가 내 생각이 적중하고 있다면
잠이 들면 끝장이란 말입니다. 미스 타리. 당신은 자신이 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당신도 같은 궁지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내 차로 시가지까지 갈 수 있는 가능성은 없나요? 당신이
총을 쏘고 내가 운전을 하며.]
[99%까지 가능성이 없습니다. 그 숫소가 덤비면...... 암소도
있고요. 숲에는 노루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계산에 넣지
않아도, 큰 새라면 당신 차의 지붕은 급강하로 꿰뚫고 말
것입니다. 당신이 없어지면 얼마만에 모두가 알아차릴까요? 오늘
밤에 돌아가지 않으면 이웃 사람들이 깨닫게 될까요?]
[그것은 믿을 수 없습니다. 나는 곧 잘 그린 베이에 영화도
보러 가고 거기에 있는 이종 동생에게 들려 언제나 거기서
자고오니깐요. 이웃 사람들은 그것을 알고 있으니까 내가 오늘
밤 돌아가지 않아도 예사로 생각할 것이며 걱정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아, 자신이 올 것이 아니라 주 경찰에 전화라도 할
걸 - 주 경찰에 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스탄턴 박사는 힘없이 손을 저었다.
[미스 타리. 자신을 책망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나도 최초에
실수를 - 그것도 두 가지나 해 버렸습니다. 회색 고양이가
자살한 후 그저께 밤부터 여기에 자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것
때문에 이 일대가 적어도 이 집이 초점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어제 아침 짐 크레머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나서는
짐같은 것을 가지러 오지 않았어야 하는 건데. 그것이 큰
실수였지요. 덕택에 잡히고 말았습니다.]
박사는 탄식을 했다.
[커피라도 마십시다. 지금까지 찬 것만 마셨지만 이제는
대화할 상대가 있으니까 위험하지만 한 잔쯤 뜨거운 것을 마셔도
되겠지요. 거기에다 걸터앉아서 당신에게 - 말을 할 수도 있고
이야기를 듣기도 하며 도움을 받을 수가 있겠지요. 이야기하는
동안에 무엇인가 좋은 지혜가 나올지도 모르지요. 어떻게든지
지혜를 짜내야 하니까.]
부엌에서 그녀가 새로 커피를 끓이는 동안에 벽에 기대어
멍청한 심정으로 참고 견디었다. 이야기 할 것이 또 있었으므로
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였다.
미스 타리가 단정적으로 말했다.
[우주의 다른 생물입니다. 박사님, 우리가 싸우고 있는 상대는
- 적어도 우리가 자신들을 지키려고 싸우고 있는 그 상대는
지구의 지성을 초월한 그 무엇이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요? 달리 무엇을 생각할 수 있나요?]
[돌연변이로 생긴 인간일지도 모르지요. 태어나면서부터인가,
후에 손에 넣은 것인가, 찰즈 포드가 말하는 비정상의 재능을
가진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정말로 그런 것을 믿습니까?]
박사는 말한다.
[아니. 거기에다 후에 생각할 수 있는 악마라든가
악귀(惡鬼)라는 것도 믿을 수가 없지요. 그러나 거기까지는
분명히 한정을 지우고 싶지가 않습니다. 분명히 규명하든가 지고
마는 것일까, 그 때까지는 적이라고 불러둡시다. 적에게 어떤
학명(學名)을 붙일 것인가, 그런 걱정은 그만두기로 합시다.
걱정해야 할 것은 그밖에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먼저 무엇보다 먼저 생각할 것은 이편에 어떻게 해 볼 기회가
있다면 어떤 기회일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적이 나를 여기에다
잠들지 않고는 걸릴 수 없게 될 때까지 가두어두고자 한다는
나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그래서 무엇인가 생각이 있습니까?]
그는 적이 옮아타고 있는 동물을 해치고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을 얻어낼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큰 짐승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거나 자살할 수 없도록
산탄총으로 상처를 준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움직일 수
있도록 다리를 꺾어놓아야 합니다.]
[라이플은 없습니까?]
[있기는 해도 22구경이며 그것도 차 안에 있으니까 위험을
무릅쓰고 가지러 갈 수도 없습니다. 라이플 류의 긴 총탄을
가지고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여기에는 짧은 총탄밖에는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사격연습밖에는 할 생각이
없었으니깐요. 권총도 있지만 덮쳐오는 짐승을 죽이지 않고
권총으로 상처를 줄만큼 솜씨가 좋지 않습니다. 그게 위험하기도
하고.]
박사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적은 부상을 입히려는 위험을 깨닫고 새를 이용하기로
작심했을 것입니다. 하물며 상공에서 산탄의 4 - 5 방을
명중시켜 부상하도록 발사를 해도 저편에는 이미 급강하로
들어가 떨어져 죽기로 하고 있으니 ...... 아아, 이제 졸려
죽겠군.]
[무엇인가 내가 할 일이 있습니까?]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시면 됩니다. 그것은 그렇고 나는 눈을
뜨고 버티기 위하여 단식투쟁을 하고 있지만 당신은 먹고싶으면
먹도록 하시오. 냉장고는 어제 저녁부터 멎어 있지만 안에
위험한 것도 있으나 통조림이라면 얼마든지 있으니까.]
커피가 되자 그녀는 두 컵에 따라 테이블로 가져왔다.
[그건 곤란하게 되었군요. 그러나 아직 배가 고프지 않습니다.
그러나 커피는 포트에 두세 잔 여분을 끓여놓아도 좋을까요?]
[생각이 있으면 더 끓이세요. 그러나 왜 더 끓였지요?]
[생각해 보세요. 상대방은 전기도 끊었으니 가스도
정지시킬지도 모릅니다. 거기에다가 설사 두 사람 모두가 찬
것을 먹지 않을 수 없게 되더라도 당신은 커피없이는 곤란할
테지요.]
[옮아탈 수 있는 인간이 없는 한 가스는 정지시킬 수가 없을
것입니다. 프로판 가스 통의 밸브를 틀어야 하니까, 두세 잔 더
끓이겠다면 그렇게 하셔도 좋습니다.]
그녀는 다시 물을 받아 스토브에 올려놓고 테이블에 와서
박사와 마주 앉는다.
[수도는 어떻습니까? 물이 안나올 위험성은 없습니까?
그렇다면 만일을 위해 양동이에 두세 통 받아놓아도 좋습니다.]
그는 이 집의 수도의 구조를 설명했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겁니다. 우물에서 지붕 위의 탱크에 물을
퍼올리는 펌프는 파괴하기가 쉽습니다만 탱크는 무겁고 단단하며
적어도 반 이상은 들어있으니까요. 물은 필요 이상으로
있습니다. 200갈론은 있으니까.]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물이라고 하니 생각이 났습니다. 이것을 마시고 나면 할 일이
생각났습니다. 찬물에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으면 효과가 있을
겁니다. 오늘 아침에 그것을 깨달았어야 했는데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게 좋겠군요. 당신이 이층에 가있는 동안 나는 무엇인가를
먹어두겠습니다. 당신은 몹시 배고 고플테니까, 그렇게 하면
먹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될 테고.]
[좋습니다. 그러나 수시로 창밖을 보셨다가 무엇인가가 눈에
띄거든 소리를 질러 주세요. 곧 나올 수 있게 가운을 욕실에다
갖다 놓을 테니까요. 그래서 생각이 났는데 - .]
박사가 일어서려고 했으나 미스 타리는 직업에서 몸에 익은
동작으로 그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을 하고 일어서서
아래층의 창을 살펴보러 갔다.
노루의 시체에는 독수리들이 모여있는 반면 아무 것도 새로운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보고차 다시 올라왔다.
아직도 숫소의 시체에는 한 마리도 독수리가 모여있지 않다.
노루는 살이 찌고 독수리의 기호에 맞는 모양이다.
박사는 끄덕였다.
[무슨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편의 누군가가
나가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 . 일종의 끈기 시합과 같은
것이지요.
그런데 저편에서는 어떤 형태로든지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이미 오래 전에 들어왔을
텐데요. 우리가 먼저 쏘아 눕히지 않는다면 대형 짐승이나 다른
무엇을 이용해서라도 어느 쪽 문을 파괴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게 아니면 인간에게 옮겨타고서. 어째서 저편은 인간을
보내오지 않는지 이상하지요.]
[나를 죽이고 싶지 않다면 그런 짓을 할 까닭이 없을 테고
우리가 나가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죽이려고 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생각하면 저편이 인간을 보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
덤벼오는 숫소의 다리를 쏜다는 것은 위험하지요. 그러나
사람이라면 간단하지요.]
[박사님, 내가 왔을 때 내가 적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요? 내 다리라면 간단히 저격할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웃었다.
[꿈에도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요. 거기에다가
생각해보면 그 때 바로 뒤를 쫓아온 숫소라는 충분한 증거가
있었지요. 적이 한꺼번에 한 마리밖에는 지배하지 못한다는 것은
거의 틀림이 없습니다.]
그는 일어서서 두 팔을 펼치고 하품을 무리하게 참았다.
[그럼 찬물에 목욕이라도 해볼까. 물을 받는 동안 이층의
창밖도 살펴보고 오지요. 물 소리가 멎을 때까지 당신은 경계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는 이층으로 올라가 30분 후에는 외모만은 조금 기운이
난듯한 표정으로 내려왔다.
미스 타리는 식사를 마치고 있었으며 두 사람은 거실에 앉아
교대로 이야기를 했다. 박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정기적으로
창밖의 감시는 자신이 해야 한다며 막무가내였다. 간혹
걸어다니는 괴로움보다 그녀가 자리를 뜨고나면 혼자 남아 잠에
취해 버릴 위험성이 있으니 그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느릿느릿 시간이 경과해 간다.
두 사람은 서로 어떤 모험을 생각했으나 실제적인 것이
못되거나 위험하다는 이유로 실행을 못한다.
한 번은 박사가 산탄총을 들고 적의 포위가 아직 계속되고
있는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보았다.
높은 하늘에서 원을 그리고 있던 새가 급강하를 시작했기
때문에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쏘아버렸다. 산탄을 두세
개 맞고 부상을 했을 테지만 새의 진로를 벗어나게 할 만큼의
상처는 아니였는듯 위험할 만큼 가까이로 다가온 것을 두 방째로
쏘아버렸다.
그래도 쏜 순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면 새와 부딪칠 뻔 했다.
새는 꽈당하고 입구의 문틈에 돌진해 왔다. 탄환을 다시
장진하고 총 끝으로 죽은 새를 - 매였다 - 포치에서 떨어뜨렸다.
피가 구두와 바지 자락에 튀겨왔다. 갈아입기 위하여 이층으로
올라와서 다시 한 번 냉수욕을 했다. 두 번째의 물은 그대로
두었다.
목욕탕의 물을 받았을 때 100갤런이라고 믿었던 탱크의 물도
그렇게 몇 번이나 목욕을 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의 냉수욕은 별로 효과가 없었다.
실제로 하마트면 욕조 속에서 잠들 것만 같아서 잠을 자지 않고
버틴다는 힘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그로서도 알게 되었다.
아래로 내려오자 미스 타리에게도 그런 말을 하고 찬물을 담은
냄비와 컵을 갖다달라고 부탁했다. 컵에다 냄비의 물을 한
가득이건 반이건 좋으니 나누어 달라고 한다. 그녀가 박사와
마주 앉아 그 컵을 들고 그의 눈이 깜박이는 이상으로 오래
감겨있을 때는 그 물을 얼굴에 부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물을 들고 왔으며 그녀가 어쩔 수 없이 물을 사용했을 때는 그가
사용할 타월도 가져왔다.
다음 한 시간에 그녀는 두 번이나 박사의 얼굴에 물을
끼얹어야 했다. 두 번 모두 이야기를 하면서 말을 중단시키고
눈을 감아 버린 것이다.
두 번째로 여섯 시였다. 앞으로 한 시간이면 어두워진다.
박사는 그 때까지 눈을 뜨고 있게 될지 의심스러웠으며 그로부터
이후는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타월로 얼굴을 닦더니 약간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말한다.
[미스 타리, 이런 짓을 해도 안 될 것만 같아요. 의자에 핀을
박고 그 위에 앉아도 역시 의식을 잃고 말거야. 해야 할 일은 두
가지 중의 한 가지야. 어느 거나 위험은 수반되겠지만 그것도 두
사람 모두에게, 당신에게도 위험이 미친다구. 그러므로 어느
편으로 하는가는 당신이 정해주어야겠어.
나는 지금 아직도 시내까지 걸어갈 수 있는 시간이 있는
동안에 여기를 나갈 것. 적어도 가까운 전화가 있는 집으로
찾아갈 시간은 있다구. 나는 산탄총을 가지고 당신에게는 권총을
남겨두고 가겠어.
다행히 성공할지 모르지. 우리는 적의 위험성이나 행동범위를
과대평가하고 있는지 모르거든. 어쨌든 내가 어떻게든지
도달하게 되면 당신을 구출하도록 수배하겠어. 주 경찰에서는
산탄총과 토미건을 가진 대원들이 트럭으로 몇 대씩이나
분승하여 달려올 테니...... 만약에 대원들의 도착이
불가능해지면 - ]
[안 돼요!]
미스 타리는 단정적으로 말했다.
[당신이 가겠다면 함께 가겠어요. 내가 차를 운전하지요.
아니면 - 걷는 것이 좋겠다면 걸어서라도. 그런데 어째서 그런
모험까지?]
[첫째로 그렇게 하는 것이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있기
때문이오. 거기에다 걸으면 하늘이 보이지요. 아까도 말했지만
무거운 새가 높은 곳에서 급강하해오면 그렇게 얇은 차의 지붕은
단숨에 뚫릴 것이며 물론 떨어지는 장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죽어 버릴 것이오. 그리고 최초에 말한 또 하나의
생각이란 당신이 같이 와서는 안 된다는 거요. 어느 편이
위험한지 자신도 모르니까 말이오.
또한 내가 이대로 이 방의 소파에서 잠들어 버리는 것은
간단합니다만 그 전에 만일에 대비해서 당신이 내 몸을 묶어
주어야겠다는 것이오. 부엌에 가면 50야드 정도의 세탁물 건조용
끈이 있으니까 그것으로 묶으면 될 거요.
첫째 내가 잠들어 버리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은 이편의
추리에 불과하며 잘못된 짐작인지도 모르겠소. 거기에다가 만약
적이 나에게 옮아탄다고 가정해도 내가 묶여 있으면 적은 무엇을
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을 거요.
당신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옮아탄 나로부터 빠져 나가기
위하여 나를 자살시킬 수도 없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이 무사히 시가지에 가서 구조대를 불러올
수가 있을 거요.]
[그러나 당신이 그렇게 된 이상 구조대를 불러 무얼하게요?]
[어떻게 할 것인가는 그 때가 되어 봐야 알겠지요. 그러나
당신이 시내에 가면 당황할 것은 없습니다. 연락이 닿는 당국의
가장 높은 사람에게 나의 보고서를 보여주며 설명하면 되는
거요. 어차피 우리의 손으로 막을 수가 없는 일이라면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야지요. 가능하면 연방경찰이 좋겠어.
전화를 해서 먼저 로저 프라이스나 빌 케러먼의 어느 편을
바꾸어 달라고 하시오.
두 사람 모두가 나의 친구이며 당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보다
진지하게 들어줄 거요. 이름은 기억하겠소? 아니면 써놓는 것이
좋겠소?]
[로저 프라이스나 빌 케러먼.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차로 시가지에 가도 안전하리라는 것을 어떻게 알지요?
그리고 당신이 잠에서 깨어나서 미친듯이 밧줄에서 벗어나려고
하거나 또 다른 짓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물론 내가 그런 짓을 하면 당신에게 사태가 분명해졌다는
것을 알리는 일이야.
만약에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내가 아까 했듯이
모험을 해주어야 해요.
산탄총을 들고 포치로 나가서 - 공격해오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동정을 살피면 됩니다. 아니지 - 당신이 그런 위험한
짓을 할 필요가 없군. 나를 묶어버리면 내가 지금 이대로의
나이건 그렇지 않건 오직 내일 보안관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거요. 그렇게 하는 것이 안전하지요. 좀 더 그것을 빨리
깨달아야 했는데. 너무 졸려서 분명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구.]
미스 타리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당신 혼자를 시내에 보내기보다는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어요. 말을 듣고 보니 함께 가도 마찬가지겠군요.]
[그럼 밧줄을 가져 오겠습니다.]
그녀도 함께 부엌으로 가서 그가 밧줄을 준비하는 동안에
밧줄을 끊을 나이프를 준비한다.
거실로 돌아온 박사는 권총을 내놓고 탄환과 산탄총의 탄환을
난로 선반에 놓았다.
산탄총은 현관 옆의 벽에 세워두었다.
[이런 것은 나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시오. 나이프도
밧줄을 끊고나거든 다른 곳으로 치워주세요.
먼저 손을 뒤로 돌려서 묶고 그것이 끝나거든 소파에 누울
테니 발목도 묶어 주세요.]
박사는 등을 돌려 묶기 좋도록 손을 뒤로 냈다.
[내가 정신이 이상해져 밧줄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쳐도
그런 기회가 없도록 묶어주세요.
권총의 손잡이로 머리를 때려 실신시켜 주세요. 그러나
죽이지는 마세요. 적이 나에게 옮겨타고나서 - 내가 도망치려고
했을 때도 나를 죽이려고 하겠지만 - 나를 죽이면 적은 자유롭게
다시 다른 생물에 옮아타게 될 테니까 당신의 위험한 입장은
제자리로 돌아가게 될 테니까요.
내일 보안관이 올 때까지 당신이 눈을 뜨고 버티지 못하면
당신에게 옮아타려고 할지도 모르지요.]
미스 타리는 매듭을 짓고 있었다.
[시내로 가려고 하기 보다는 이편이 위험하지 않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확신은 없습니다만 그렇게 생각합니다. 당신에게는
분명히 안전할 것이며 이편도 그것 때문에 특히 위험해지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당신의 생각이 옳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너무 세게 묶은 것은
아닙니까?]]
[잘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듭은 나의 손가락이 가지 않는
곳으로 부탁합니다. 좋습니다. 그럼 눕겠습니다. 발목을
묶어주는 동안은 이럭저럭 눈을 뜨고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위험한 순간이었다. 발목을 묶는 순간 그는
탄식을 하며 눈을 감았다. 바로 깊은 잠에 떨어졌다.
미스 타리는 잠시 동안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가능하면 적이 스탄턴 박사에게, 그의 마음에 옮아탔는가를
알고싶었으나 박사를 자도록 - 아니면 자는척 하도록 두고는
산탄총을 집어들고 문을 열고 위를 보았다. 무엇인가 크고 검은
것이 그녀를 향해 급강하해왔다. 아직 여유가 있었다.
총을 겨누어 명중할지 아닐지 자신이 없었으나 쏘아본다.
설사 살해해도 급강하의 방향을 빗나가게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뒤로 물러섰다.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순간 문밖 포치에 무엇인가 무거운 것이
꽝하고 떨어졌다.
꽈당하고 떨어진 것은 독수리였다. 노루의 시체를 배불리 먹고
가까운 나무에 날아가서 졸고 있던 몇 마리의 동료 중의 한
마리였다.
지성체가 이용한 이것이 세 마리째의 독수리였다.
지성체는 아까부터 생각하지 않았던 교사 미스 타리가 온
사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폭스바겐이 오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새에게 옮아타고
상공에서 감시하고 있었으나 서둘러 그 새를 급강하해
자폭시키고 가까이에 있는 숫소에 옮아탄 것이다. 폭스 바겐이
통과한 직후 울타리를 파괴하며 추적했던 것이다. 최초의
생각으로는 몸채 부딪쳐가서 차를 파괴하는 것이었으나 스탄턴이
산탄총의 첫 방을 쏘았을 때 상대를 죽이는 대신 다리를
꺾어놓겠다고 낮게 조준하는 것을 깨닫고 방향을 바꾸어
스탄턴이 자기 몸을 수호하기 위하여 죽이지 않을 수 없도록
덤벼들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뒷쪽 출입구 아래에 숨겨둔 거북의
등딱지와 같은 껍데기로 돌아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경계를 계속한 것이다.
작은 차로는 물론 걸어서라도 시내에 돌아가려는 것은
무리이며 전화가 있는 곳까지 가려는 것도 무리라고 두 사람이
깨닫고 있는 것을 알 정도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차를 파괴하는 것도 필요없게 되어 버렸다.
거기에서 시간을 내어 두 사람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듣고
있었으나 두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 너무나 여러 가지 점에서
추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것이다.
그러나 설명을 듣고 있는 동안에 어째서 거기까지 추리할 수가
있었는가를 알았다.
걱정할 것은 없었다. 알고 있었다고해도 그들로서는 손을 쓸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늘을 나는 동물에 옮아타고 경계하고
있을 필요도 없다.
물론 어느 한편이 나가려고 한다면 문이 열릴 때까지는 새에
옮아타고 날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이야기의 내용에서 미스 타리가 보안관이
오도록 부탁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분명히 그녀는 보안관이
내일은 오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안관이 생각을
달리하여 더 빨리 오거나 더 빠른 시간에 조수를 보낼지도
모른다.
만약에 다른 차가 다가오는 경우 무엇인가 손을 쓸 수 있도록
빨리 알아야 한다.
차를 파괴해 버리거나 타고 있는 인간이 내리려고 할 때
살해해 버리는 편이 살아서 집에 들어가게 하여 적의 세력을
강화시키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그리고나서는 스탄턴이, 또는 미스 타리가 시간을 두고 집
안의 창을 돌며 바깥을 순시하고 다녔듯이 지성체도 수시로 새에
옮아타고 하늘 높이 원을 그리며 날고 그 동안은 자신의 육체의
지각은 이용할 수 없으니까 모르는 채 집 주변을 경계하면서
오는 도로를 정찰하고 있었다.
하늘에 날아오를 때마다 옮아탔던 새는 급강하하여 죽고 그는
곧 다시 껍데기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스탄턴이 이이상 자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을 때도
바로 이렇게 날아올랐을 때였다. 하늘로부터의 정찰도 이것이
마지막이 될 거라고 지성체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가능한한
멀리까지 도로를 보아두려고 훨씬 높은데까지 날아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스탄턴과 미스 타리와의 마지막 대화도,
스탄턴이 묶여 있었다는 것도 모르는 것이었다.
거기서 독수리를 자살시키려고 할 때도 미스 타리가 산탄총을
들고 혼자 밖으로 나온 것을 보고 지성체는 놀란 것이다. 물론
이미 급강하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독수리는 충격으로 죽은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껍데기로 돌아가니 미스 타리도 집 안으로
돌아와 있었다. 여기에서 지성체가 더욱 놀란 것은 이제부터
옮아타야 할 스탄턴이 자고 있었으며 밧줄로 묶여 있었다는
사실이다. 잠들어 있다는 것은 놀랄 것도 없지만 묶여 있는
것이다.
악마와도 같은 타산적인 계산으로 의표를 찔러온 것이다.
누가 생각한 것이건, 누가 주장한 것이건 지금까지 엿들었던
이야기 속에는 그런 생각은 나온 일이 없었던 것이다. 어느
편에서인가 갑자기 착안하여 재빨리 해치웠을 것이다. 지금
만약에 스탄턴에게 옮아탄다고 해도 스탄턴의 밧줄이 풀릴
때까지 지성체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망설이며 생각했다.
끝내는 괜찮으리라고 단정을 해버렸다. 여자도 스탄턴을
언제까지나 묶인채 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에다가 지금
스탄턴의 마음에 옮아타면 스탄턴의 몸이 계속해서 자고 있는
동안에 도움이 되는 시간을 마련할 수가 있다.
스탄턴의 마음 깊숙히 숨어있는 생각이나 기억을 연구하여
한밤중에 스탄턴의 몸이 깨어날 무렵까지는 미스 타리가 밧줄을
푸는데 의심을 갖지 않을만큼 완전히 스탄턴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나서는 - 그러나 그 후의 계획도
스탄턴의 육체를 잠들게 하여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있는
스탄턴의 마음 속에서의 오랜 시간을 생각에 이용할 수도 있다.
지성체는 옮아탔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는 최초의 저항을 받는다 - 질적으로는
처음이 아니지만 격렬함이 다르다.
지금까지 옮아탔던 상대는 고작해야 1초의 몇 분의 1의
저항이었다.
인간이외의 동물은 사소한 저항밖에 없었으며 지금까지의 세
사람의 인간도 - 고등학생 둘과 독일인의 늙은 농부였으나
옮아탔을 때의 저항은 격렬했으나 ㅉ았던 것이다.
이번의 싸움은 그것과는 정도가 달랐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싸움은 몇 초 동안이나 계속되고 그 동안에 스탄턴은 자신의
육체의 일부는 여전히 자신이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격렬한 저항을 보이며 흡사 일어나기라도 하듯이 몸을 일으켜
헐떡이며 말한다.
[계단 아래에 흡사 - . ]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성체가 지배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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