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공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최종화
21화. 공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완결)
스탄턴 박사는 천장을 보고 눕더니 한두 번 깊이 숨을
내리쉬고 눈을 떴다.
그 눈이 소파 옆에 서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미스 타리의
시선과 마주친다. 박사는 보통의 말투로 무심히 말한다.
[미스 타리. 무엇인가 헛소리를 한 것만 같은데 - 아마도
지쳐서 한 소리겠지요. 뭐라고 하든가요?]
미스 타리는 얼마 동안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윽고 매우
담담하게 말한다.
[말했습니다, 박사님. 만약에 당신이 종전 그대로의 스탄턴
박사라면 말입니다. 당신이 말한 것은 <계단 아래에 흡사 - >
하는 말뿐이었습니다. 어떤 꿈을 꾸셨나요?]
[이거, 이놀랐는데. 기억날 리가 있나요? 다만 희미하게
숫소인가 무엇인가가 덮쳐오는 듯한 - 참, 그렇지. 그놈을
피하려고 현관 계단 밑에 숨어보려는 꿈이었지요. - 꿈 속에서는
총도 없어서요. 이것으로 다시 잠들게 되겠지 - 이번에는 꿈에
시달리지 말아야 할 텐데.]
그는 눈을 감았다.
[스탄턴 박사님. 당신이 말하는 적은 이 집 주변인가 어딘가에
숨어있을지 모른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래서 집 안을 뒤져보고
계단 아래도 물론 찾아본 셈이지요. 거기에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아ㄹ에 아무 것도 숨길 수가 없지만 현관의 포치에
올라가는 데에는 3단으로 된 계단이 있으며 뒷문에도 3단짜리가
있습니다. 보고 오겠습니다. 아직 밖이 밝은 지금 당장에.]
[미스 타리, 그런 바보같은 - . 꿈속의 헛소리일 뿐인데 - .]
그러나 그의 말은 아무도 듣고 있지 않았다. 미스 타리는
산탄총과 권총을 들고 벌써 현관을 나서고 있었다. 거기에다
손전등도 가지고 있다. 밖은 아직 밝았지만 계단 아래는
어두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가서 무엇이 덮쳐오는 것이 없나 하고 위와 사방을
살펴본다. 무엇이 습격해오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으나 확인해
두고 싶었다. 손전등을 켜고 현관의 계단 밑을 들여다본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좀더 철저하게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뒤쪽문의 계단 아래를 잠시 들여다
보고 이번에는 조금 더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뒷문 계단 아래도 처음 들여다보았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손전등의 불빛이 흙을 파고나서 다시 묻고
골라놓은듯한 자국을 드러냈다. 손자국이 있었다. 사람의
손자국이다!
옷이 더럽혀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그녀는 엎드려 머리와
한쪽 팔이 계단 아래에 들어갈 만큼 기어든다.
손자국이 있는 부근을 파헤쳐 흙을 퍼올린다. 그 흙은
부드러워서 곧 파올릴 수가 있었다.
손을 밀어넣었다.
무엇인가가 잡힌다.
거북의 등딱지 같았으나 - 거북은 흙 속에 들어가는 일이
없다. 하물며 이렇게 마른 땅에.
그것을 살펴본다. 작은 거북을 닮았으나 목이나 다리, 꼬리가
나오는 구멍이 없다 - 그것을 다시 한 번 자세히 관찰한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
그녀는 살며시 그것을 땅바닥에 놓고 권총의 총구를 그
등딱지같은 것의 한가운데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집 안에서는 스탄턴 박사가 고통에 찬 듯한 비명을 질렀다.
뒷문에는 쇠가 채워져 있었으므로 그는 현관으로 달려가서
뛰어들었다.
산탄총은 잊고 왔으나 권총은 아직 손에 있었다.
박사는 소파 위가 아니라 바닥에 떨어져 있었으나 조용히
누워있다.
얼굴에는 한가한 미소, 행복한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그는
말한다.
[해냈군요, 미스 타리. 바로 그 놈이었어요. 지구의
생물학자들은 그 놈을 해부하는 것을 기뻐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손에 대보지도 못한 다른 천체의 생물이니깐요.
등딱지 속에는 뇌가 있고 그밖에는 이렇다 할 것이 없습니다.
소화기관도 없습니다. 양분을 침투(浸透)에 의해 직접
흡수합니다. 아니오. 밧줄은 풀어주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
괜찮습니다. 당신은 아직 모를 테지만 - .
다만 이야기나 들어주시오. 이야기할 것이 많습니다.
거기에다가 너무나 중요한 것이어서 잠이올 것 같지도
않습니다.]
박사는 탄식을 했다.
[불쌍한 놈이었지요. 그 놈은 단지 고향의 별로
돌아가고싶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 놈이 돌아갔더라면 인류를
위해서는 좋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미스 타리, 그 놈은 나의 마음에 옮아타기는 했으나
저항하고 있던 짧은 시간에 간신히 중요한 말을 두세 마디 할 수
있어서 - 당신이 그것을 정확하게 이해해 주어서 다행이었소.]
여기에서 생각을 되살리는 듯이 몸을 떤다.
[그러나 이 편에서도 그 놈의 마음에 옮아탄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그 놈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지겠지만 그 놈이 인간이나 그밖의
동물을 어떻게 선별하여 옮아탔는가, 그것을 어떻게 구사했는가,
구사했거나 이용하려고 했던 그 목적도 알고 있습니다.]
[어디서 왔는가요? 태양계의 별입니까?]
[아닙니다. 훨씬 더 먼 별의 위성에서 왔습니다. 아직은 오랜
기간 우리의 손에는 미치지 못할 별이지요. 미스 타리, 내가
알게 된 것 중에서 더 알고싶은 것은?]
그녀는 끄덕이지도 않았다. 표정만으로도 충분한 회답이
되었다. 박사는 조용하고 엄숙히 말한다.
[우리에게는 처음이자 지금까지 상상도 못했던 과학이 있소.
고생하지 않고도 우주여행이 가능합니다. 우리는 로켓을 애써서
만들고 있지만 로켓따위는 이미 낡은 것입니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사용하면 1년 이내에 우주여행이
가능해집니다. 식민지에 적합한 별은 2년 이내에 모두 식민지로
만들어 버릴 수가 있습니다. 그것도 태양계 안의 별뿐이 아니라
그 어디에 있는 별까지도. 거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알파
센트라이 별의 행성이건 다른 어떤 별이건 달에 갈 수 있는
것처럼 간단히 갈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다 미스 타리, 아무나 갈 수 있게 됩니다. 이제부터
육성될 영리하고 힘찬 젊은 스페이스 맨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그 별이 설치만 해놓는다면 우리와 같은 늙은이도 갈
수가 있습니다. 미스 타리, 이 일을 완결시킬 때까지 함께 가서
비서겸 바른 팔이 되어주지 않겠소?
그리고 - 참, 그렇지. 지금부터 3년 후에 함께 우주여행을
하지 않겠습니까? 화성(火星)과 금성에 들렀다가 거기를
출발점으로 - 어쨌든 이런 별은 우주복을 입어야 하니까 대충
돌아보고 그런 후의 이 대우주의 어딘가에 - 그렇지, 어디라도
좋습니다만 처음은 우리 은하계에서 대체로 지구와 비슷한
형태의 별에 가서 인공적 환경에 틀어박히지 않아도 살 수 있게
되거든 적어도 4 - 5일은 체류해도 좋고 ...... 미스 타리,
처음에는 어디에 가보고 싶은가요?]
그녀는 박사의 말을 믿었다. 의심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아마
박사의 밧줄은 풀었을 것이다. 먼저 발목의 밧줄을 풀고
거기에서 박사가 손목의 밧줄을 풀어달라는 뜻으로 엎드린다.
박사는 일어나더니 소파로 갔다.
그녀가 최초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으므로 박사는 다시
묻는다. 그녀는 목이 메일 것만 같아서 대답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미스 타리, 응낙하는 거지요?]
간단하게 <예!> 라고 대답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녀는
정열을 다하여 대답했다. 그러나 스탄턴 박사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질문을 하자마자 그녀도 곧 대답을 했으나 그 동안의 짧은
순간에 조용한 숨결소리.
스탄턴 박사는 깊은 잠에 빠진 것이다.
미스 타리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잠시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윽고 출입구에 가서 문을 열고 총도 아무 것도 가지지
않고 포치로 나간다. 이제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을 쳐다본다. 초저녁이라서 별이, 몇 개, 그것도 밝은
별만이 보인다. 이제 곧 수억이라는 별 중에서 수천 개의 별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녀의 인생은 독서 이외에는 지금까지 무미건조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헛된 것은 아니었다.
인류가 마지막으로 도달하게 될 곳으로, 인류가 그렇게 될
것이며, 또한 그렇게 되어야 할 곳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지금도
그녀는 아직 살아있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그녀는 이제 공상의
세계를 읽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공상이 이제는 현실로 일어나고 있는 사실과 대치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더 많은 별이 보이기 시작했으나 최초에 보였던 하나의
별, 시리우스가 다른 어느 별보다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그
별이 희미하게 흐려져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응시하고 있다.
눈에 눈물이 고여오기 때문이다.
흡사 아파오는 것만큼의 격렬한 환희에서 오는 눈물이었다.
(완결)
스탄턴 박사는 천장을 보고 눕더니 한두 번 깊이 숨을
내리쉬고 눈을 떴다.
그 눈이 소파 옆에 서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미스 타리의
시선과 마주친다. 박사는 보통의 말투로 무심히 말한다.
[미스 타리. 무엇인가 헛소리를 한 것만 같은데 - 아마도
지쳐서 한 소리겠지요. 뭐라고 하든가요?]
미스 타리는 얼마 동안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윽고 매우
담담하게 말한다.
[말했습니다, 박사님. 만약에 당신이 종전 그대로의 스탄턴
박사라면 말입니다. 당신이 말한 것은 <계단 아래에 흡사 - >
하는 말뿐이었습니다. 어떤 꿈을 꾸셨나요?]
[이거, 이놀랐는데. 기억날 리가 있나요? 다만 희미하게
숫소인가 무엇인가가 덮쳐오는 듯한 - 참, 그렇지. 그놈을
피하려고 현관 계단 밑에 숨어보려는 꿈이었지요. - 꿈 속에서는
총도 없어서요. 이것으로 다시 잠들게 되겠지 - 이번에는 꿈에
시달리지 말아야 할 텐데.]
그는 눈을 감았다.
[스탄턴 박사님. 당신이 말하는 적은 이 집 주변인가 어딘가에
숨어있을지 모른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래서 집 안을 뒤져보고
계단 아래도 물론 찾아본 셈이지요. 거기에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아ㄹ에 아무 것도 숨길 수가 없지만 현관의 포치에
올라가는 데에는 3단으로 된 계단이 있으며 뒷문에도 3단짜리가
있습니다. 보고 오겠습니다. 아직 밖이 밝은 지금 당장에.]
[미스 타리, 그런 바보같은 - . 꿈속의 헛소리일 뿐인데 - .]
그러나 그의 말은 아무도 듣고 있지 않았다. 미스 타리는
산탄총과 권총을 들고 벌써 현관을 나서고 있었다. 거기에다
손전등도 가지고 있다. 밖은 아직 밝았지만 계단 아래는
어두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가서 무엇이 덮쳐오는 것이 없나 하고 위와 사방을
살펴본다. 무엇이 습격해오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으나 확인해
두고 싶었다. 손전등을 켜고 현관의 계단 밑을 들여다본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좀더 철저하게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뒤쪽문의 계단 아래를 잠시 들여다
보고 이번에는 조금 더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뒷문 계단 아래도 처음 들여다보았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손전등의 불빛이 흙을 파고나서 다시 묻고
골라놓은듯한 자국을 드러냈다. 손자국이 있었다. 사람의
손자국이다!
옷이 더럽혀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그녀는 엎드려 머리와
한쪽 팔이 계단 아래에 들어갈 만큼 기어든다.
손자국이 있는 부근을 파헤쳐 흙을 퍼올린다. 그 흙은
부드러워서 곧 파올릴 수가 있었다.
손을 밀어넣었다.
무엇인가가 잡힌다.
거북의 등딱지 같았으나 - 거북은 흙 속에 들어가는 일이
없다. 하물며 이렇게 마른 땅에.
그것을 살펴본다. 작은 거북을 닮았으나 목이나 다리, 꼬리가
나오는 구멍이 없다 - 그것을 다시 한 번 자세히 관찰한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
그녀는 살며시 그것을 땅바닥에 놓고 권총의 총구를 그
등딱지같은 것의 한가운데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집 안에서는 스탄턴 박사가 고통에 찬 듯한 비명을 질렀다.
뒷문에는 쇠가 채워져 있었으므로 그는 현관으로 달려가서
뛰어들었다.
산탄총은 잊고 왔으나 권총은 아직 손에 있었다.
박사는 소파 위가 아니라 바닥에 떨어져 있었으나 조용히
누워있다.
얼굴에는 한가한 미소, 행복한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그는
말한다.
[해냈군요, 미스 타리. 바로 그 놈이었어요. 지구의
생물학자들은 그 놈을 해부하는 것을 기뻐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손에 대보지도 못한 다른 천체의 생물이니깐요.
등딱지 속에는 뇌가 있고 그밖에는 이렇다 할 것이 없습니다.
소화기관도 없습니다. 양분을 침투(浸透)에 의해 직접
흡수합니다. 아니오. 밧줄은 풀어주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
괜찮습니다. 당신은 아직 모를 테지만 - .
다만 이야기나 들어주시오. 이야기할 것이 많습니다.
거기에다가 너무나 중요한 것이어서 잠이올 것 같지도
않습니다.]
박사는 탄식을 했다.
[불쌍한 놈이었지요. 그 놈은 단지 고향의 별로
돌아가고싶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 놈이 돌아갔더라면 인류를
위해서는 좋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미스 타리, 그 놈은 나의 마음에 옮아타기는 했으나
저항하고 있던 짧은 시간에 간신히 중요한 말을 두세 마디 할 수
있어서 - 당신이 그것을 정확하게 이해해 주어서 다행이었소.]
여기에서 생각을 되살리는 듯이 몸을 떤다.
[그러나 이 편에서도 그 놈의 마음에 옮아탄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그 놈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지겠지만 그 놈이 인간이나 그밖의
동물을 어떻게 선별하여 옮아탔는가, 그것을 어떻게 구사했는가,
구사했거나 이용하려고 했던 그 목적도 알고 있습니다.]
[어디서 왔는가요? 태양계의 별입니까?]
[아닙니다. 훨씬 더 먼 별의 위성에서 왔습니다. 아직은 오랜
기간 우리의 손에는 미치지 못할 별이지요. 미스 타리, 내가
알게 된 것 중에서 더 알고싶은 것은?]
그녀는 끄덕이지도 않았다. 표정만으로도 충분한 회답이
되었다. 박사는 조용하고 엄숙히 말한다.
[우리에게는 처음이자 지금까지 상상도 못했던 과학이 있소.
고생하지 않고도 우주여행이 가능합니다. 우리는 로켓을 애써서
만들고 있지만 로켓따위는 이미 낡은 것입니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사용하면 1년 이내에 우주여행이
가능해집니다. 식민지에 적합한 별은 2년 이내에 모두 식민지로
만들어 버릴 수가 있습니다. 그것도 태양계 안의 별뿐이 아니라
그 어디에 있는 별까지도. 거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알파
센트라이 별의 행성이건 다른 어떤 별이건 달에 갈 수 있는
것처럼 간단히 갈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다 미스 타리, 아무나 갈 수 있게 됩니다. 이제부터
육성될 영리하고 힘찬 젊은 스페이스 맨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그 별이 설치만 해놓는다면 우리와 같은 늙은이도 갈
수가 있습니다. 미스 타리, 이 일을 완결시킬 때까지 함께 가서
비서겸 바른 팔이 되어주지 않겠소?
그리고 - 참, 그렇지. 지금부터 3년 후에 함께 우주여행을
하지 않겠습니까? 화성(火星)과 금성에 들렀다가 거기를
출발점으로 - 어쨌든 이런 별은 우주복을 입어야 하니까 대충
돌아보고 그런 후의 이 대우주의 어딘가에 - 그렇지, 어디라도
좋습니다만 처음은 우리 은하계에서 대체로 지구와 비슷한
형태의 별에 가서 인공적 환경에 틀어박히지 않아도 살 수 있게
되거든 적어도 4 - 5일은 체류해도 좋고 ...... 미스 타리,
처음에는 어디에 가보고 싶은가요?]
그녀는 박사의 말을 믿었다. 의심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아마
박사의 밧줄은 풀었을 것이다. 먼저 발목의 밧줄을 풀고
거기에서 박사가 손목의 밧줄을 풀어달라는 뜻으로 엎드린다.
박사는 일어나더니 소파로 갔다.
그녀가 최초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으므로 박사는 다시
묻는다. 그녀는 목이 메일 것만 같아서 대답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미스 타리, 응낙하는 거지요?]
간단하게 <예!> 라고 대답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녀는
정열을 다하여 대답했다. 그러나 스탄턴 박사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질문을 하자마자 그녀도 곧 대답을 했으나 그 동안의 짧은
순간에 조용한 숨결소리.
스탄턴 박사는 깊은 잠에 빠진 것이다.
미스 타리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잠시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윽고 출입구에 가서 문을 열고 총도 아무 것도 가지지
않고 포치로 나간다. 이제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을 쳐다본다. 초저녁이라서 별이, 몇 개, 그것도 밝은
별만이 보인다. 이제 곧 수억이라는 별 중에서 수천 개의 별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녀의 인생은 독서 이외에는 지금까지 무미건조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헛된 것은 아니었다.
인류가 마지막으로 도달하게 될 곳으로, 인류가 그렇게 될
것이며, 또한 그렇게 되어야 할 곳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지금도
그녀는 아직 살아있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그녀는 이제 공상의
세계를 읽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공상이 이제는 현실로 일어나고 있는 사실과 대치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더 많은 별이 보이기 시작했으나 최초에 보였던 하나의
별, 시리우스가 다른 어느 별보다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그
별이 희미하게 흐려져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응시하고 있다.
눈에 눈물이 고여오기 때문이다.
흡사 아파오는 것만큼의 격렬한 환희에서 오는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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