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늑대인간이 쓴 빨간 털 모자 2
내 마누라는 엘프
5화. 늑대인간이 쓴 빨간 털 모자 2
"평소엔 어떤 방법을 사용하였는가?"
"예, 그녀가 화를 내는 것은 상당히 드물어서 몇번 사용한적 없었습니다만, 일단
화가 나있는 그녀를 끌어안아 약 5분동안 진~ 하게 키스해줍니다. 그렇게하면
제 아내는 아주 잠시동안이지만 제 말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그때 그녀의 귀에대고 미안하다고 100번쯤 말한다음 그대로 그녀를 안
고 침대로…."
내말을 가만히 듣고있던 엘 란트라를 사칭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날바라보며 약
간 홍조를 뛰운채로 조용히 웃어보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만, 난 좀 다른 것을 자네에게 권해 주고싶군,"
난 테이블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괸다음 약간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가만
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언젠가부터 였었나?
내가 그녀와 이렇게 다정하게 이야기할수있게 된 것은?
언젠가부터 였었나?
그 냉정하고 차갑던 그녀가 나에게 이렇게 웃어주게 된 것은?
언젠가부터 였었나?
그와 그녀가 서로 억지를 부리며 툭탁이다가 결국에 서로 웃게된것은?
언젠가부터 였었나?
내가 이렇게 행복하게 된 것은?
헛된 망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 때 르네는 이렇게 말했다.
"아까 자네의 아내가 말했듯이 그녀가 원하는 것 10가지를 들어주게."
"응? 하지만 르네, 난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그러자 그녀는 윙크를 찡긋하더니 손가락하나를 입앞에 세우며 말했다.
"이유불문."
설마, 위험한건 시키지 않겠지. 난 그렇게 생각한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예에~ 알겠습니다. 말만하십시오. 여왕님,"
르네는 내말을 곰곰히 생각해보는 듯한 얼굴로 멀뚱히 날 바라보았다. 내가 손
에 든 쿠키를 입안에 던져넣고 다음 쿠키로 손을 가져갈 때 그녀는 천천히 미
소를 지어보이더니 곧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 정말 제가 원하는 것 10가지를 들어줄거죠?"
난 손에 든 쿠키를 그녀의 작게 벌린 입에 물려주었고 그러자 그녀는 아무런
거부감없이 그것을 한입 베어 물어선 오물거리며 자신이 구운 쿠키를 먹기 시
작했다. 내 손에는 그녀가 반쯤 베어 문 쿠키가 들려있고, 난 그녀가 쿠키를 먹
고있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참 귀엽다는 생각을 한다음 말했다.
"응, 무엇이든 말만해, 당신이 원하는 것은 뭐든 들어주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당신의 10가지 소망만은 내가 어떻게 해서든 이뤄줄게."
"아삭아삭~ …으음, 기뻐요!"
그녀는 입안에든 쿠키를 삼킨다음 말 그대로 기쁘게 말했고 난 그녀의 즐거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에 들려있는 르네가 반쯤 베어문 쿠키를 쳐다보았
다. 그녀가 구운 쿠키는 대단히 맛있다. 대체 어떻게 만드는지, 같은 밀가루를
써서 만드는데 내가 만든건 정말 울고 싶을정도로 맛이 없지만 그녀가 구운 것
은 최고다. 그러고보니 그녀가 쿠키를 굽는 날엔 어김없이 찾아오는 녀석이 있
었는데. 오늘은 안오는건가? 으음, 난 들고있던 반쯤이 르네의 입속으로 사라진
쿠키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것을 입안으로 던져넣었다.
아삭아삭~
역시 맛있어,
그때 멍하니 내 모습을 바라보던 르네가 말했다.
"아, 지금 그거, 제가 먹다 남긴거 아닌가요?"
"음, 맞아. 그런데 왜?"
"아니, 뭐 별로 큰일은 아니구요."
그녀는 그러면서 자리를 옮겨 내옆으로 다가와 앉더니 날 가만히 바라보며 말
했다.
"아직 삼키지 안았죠?"
"응?"
"…으읍!"
으아아~ 르, 르네에에! 그녀는 기습적으로 나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고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기이하고도 황홀한 느낌의 시간이 흘렀다. 잠시 후 그녀는 내목
을 휘감고있던 손을 풀어내리더니 약간 상기된 얼굴로 날 바라보며 방긋 웃어
주었다. 난 입을 조금 벌리고 멍청하게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방긋
방긋 웃는 얼굴로 손수건으로 입가를 쓱 닦더니 이렇게 말했다.
"…음식을 남기면 않돼죠."
우으~ 도저히 못참겠다.
"르네…."
그때였다. 내가 이상야릇한 기분에 휩싸여 르네에게 뜨거운 눈길을 보내고있을
때 어디선가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휘이휙~!"
난 깜짝 놀라 붉어진 얼굴을 홀로 돌렸고 홀엔 언제 들어왔는지 은회색의 털을
가진 늑대가 테이블위에 걸터 앉아있었다. 그런데 그 녀석은 놀랍게도 인간의
몸에 늑대의 머리가 달린 웨어울프(Wereworf)였는데, 키가 저번에 한번 봤었던
리자드 맨들의 대장녀석보다 더컸고, (한 250cm쯤,) 그 어깨와 팔 다리는 설령
오우거(Oger)와 맞 붙는다고 해도 전혀 밀릴 것 같지않았다. 그리고 더 재미있
는 것은 이 녀석은 인간이나 엘프처럼 옷을 입고있다는거다. 그것도 은회색 털
을 가진 주제에 검정색 가죽 바지를, 상의는 가벼운 셔츠하나만을 걸치고있었
다.
내가 당황한 얼굴로 말을 꺼내기 위해 머뭇대고있을 때 한발 앞서 그 늑대인간
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이야~ 아까운데? 오랜만에 재미있는 구경한번 하나했더니 말이야. 그렇지. 난
상관 말고 하던거 계속하라고, 내 여기서 뜨듯한 눈길로 지켜봐줄게."
녀석은 늑대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유창하게 그리고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고, 그
러자 내속에선 녀석에 대한 욕지기가 솟아올라왔다. 하지만 난 뒤에서 가만이
서있는 르네는 생각하곤 꾹 참았다. 그녀는 욕설들을 싫어한다. 언어의 부적절
한 사용방법이라나? 내가 대신 뭐라고 받아치려 할 때 가만히 서있던 르네가
나 대신 그녀석의 말을 받아쳤다.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엑셀, 어서와요. 별일 없었죠?"
르네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하자 엑셀은 씨익 웃어보이더니 테이블에서 내려와
의자에 앉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저께 맥주냄새 풀풀 풍기면서 하프 플레이트를 걸치고 돌아다니는 리자드맨
들을 본 것을 제외하면, 뭐 그럭저럭 편하게 지냈습니다. 타르시스양은요?"
맥주냄새 풍기는 리자드 맨이라…. 어쨌든 타르시스양이라 불린 르네는 방긋 웃
더니 내 팔을 안으면서 말했다.
"그 어디에 있든 전 한만 있으면 즐겁게 웃을 수 있어요."
그러자 엑셀은 속이 거북한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말했다.
"그 말, 전에도 한번 들은 것 같습니다만?"
"그럼 또 들으세요."
르네가 웃으며 말하자 엑셀은 그 큰어깨를 슬쩍 들어보이더니 의자에 느긋하게
기대며 말했다.
"예예.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타르시스양, 맥주한잔 주시겠습니까? 날씨도 쌀
쌀하니까. 이왕이면 저번에 해주셨던 것 처럼 진 조금 섞어서요. 아, 그리고 리
드, 늘 그렇듯이 와인 한병 부탁하지."
"알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르네는 부엌으로 총총거리며 사라졌다. 난 그녀가 맥주통을 뜻는
것을 본 다음 문쪽으로 향하다가 녀석의 옆을 지나며 말했다.
"참 나이스 타이밍이군."
그러자 녀석은 내 얼굴을 바라보며 능글맞게 웃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아아, 그렇게 말하지말라고, 난 쿠기굽는 냄새가 나길레 와본 것 뿐이야."
나 역시 그에게 화를 낼 입장이 못되니까. 그냥 피식 웃어만 주었고 그러자 엑
셀은 가지런한 이빨을 들어내보이며 씨익 웃어보였다. 그러더니 테이블아래에
놔두었던 작은가방을 들어올리더니 나에게 건내주었다.
"받아."
"뭐지?"
"맥주값이랑 와인값이다."
그가 내민 가방안에는 송진냄새 가득 풍기는 잦나무 열매 몇 개와 함께 푸른
색의 차 나무 잎이 가득 들어있었다. 잦나무 열매는 과자나 차에 넣어서 사용하
는 일종의 장식용 열매이다. 천지가 숲인 이곳에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지
만, 바깥세상에선 좀 비싼 축에 속하는 열매다. 구하기 어렵거든, 숲속에 들어
가서 구해야 하는거라 몬스터라도 만나면 큰일이니까. 그리고 푸른 차나무 잎은
속칭 '블루 티' 라고 하는데. 이 차 나무는 이곳 버려진 숲속에서 밖에 자라지
않기 때문에 바깥에선 왕궁이나 일부 귀족가에서만 취급하는 고급중에서도 가
장 고급에 속하는 차잎이다.
난 그 가방을 테이블위에 올려 놓으며 엑셀을 슬쩍바라보았다. 녀석은 나와 르
네가 이곳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알게된 늑대인간으로 그의 말에따르면 자신은
우리들이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이곳에 살고있어서 푸른 차나무같은 희귀식물
이 있는 곳들을 많이 알고있다고 한다.
어쨌든 엑셀은 르네가 맥주를 가지고 나오길 기다리며 자신의 덥수룩한 은회색
갈기를 대충 어루만지기 시했작고 난 그에게서 등을 돌리며 말했다.
"르네가 보면 좋아하겠군, 기다려봐. 와인 가져올테니까."
"아아,"
그리곤 난 밖으로 나왔다. 술저장고는 저앞에 있는 작은 통나무 집이다. 저장고
를 밖에다가 만든 이유는 통풍이 잘되게 해서 좋은 술을 만들기위한 것으로 기
본중의 기본이지, 난 그렇게 저장고로 발 걸음을 옮기는동안 잠시 주위를 둘러
보았다. 먼저 널찍한 공터가 내눈에 들어왔다. 마차들이 몰려올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여관이니까. 이 정도의 마당은 있어야겠지,
그리고 그 마당넘어엔 담처럼 여관을 빙두르고있는 붉은 장미나무 군락 서있다.
이 장미나무들은 르네가 심은 것으로 이것의 의미는 이 숲에 존재하는 모든 몬
스터들과 동물들에게 "이 넘어엔 엘프가 살고 있으니 도움을 받고 싶으면 언제
든 오라." 란 의미라고한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이제껏 몬스터들이 우리집을 습
격한 일은 한번도 없었다. (찾아온적은 많지만,) 물론, 나도 그녀 모르게 이 근
방의 몬스터들을 정리하러 다니곤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안채 겸 여관으로 사용하고있는 통나무로 만든 2층 목조건물 옆에는 말
두 마리와 염소한마리가 함께 생활하고있는 마굿간과 4마리의 닭이 있는 닭장,
그리고 그옆으론 나의 전리품들을 보관하고있는 작은 창고가 있다. 르네는 이곳
을 우리집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들을 보관하고있는 곳이라고 부르고 있다. 왜냐
면 무기 창고니까. 그러고보니 하프 플레이트를 다시 사 넣어둬야겠는걸, 리자
드 맨들에게 다 줘버렸더니 갑옷이 모자라. 어쨌든 난 목조건물특유의 냄새가
풍겨오는 작은 통나무집 앞에 섰고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
"사랑해."
문짝을 보며 이렇게 말하니 기분이 묘하군, 어쨌든 문은 스르르열렸고 난 그문
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집에 있는 문들은 모두 자물쇠가 없고 대신
르네가 걸어둔 잠금마법들이 그런 열쇠들을 대신하고 있다. 문앞에 서서 이렇게
약속어를 말하면 문은 스르르 열린다. 마법이란거 참 편리해, 하지만 그녀는 웬
만해서 마법을 사용하지않는다. 워낙 쓸일이 없어서 이기도 하지만,
저장고 안에는 커다란 참나무 통들이 쌓여있는데. 안에는 다 맥주가 들어있다.
우리는 맥주를 숲밖의 마을에서 사와서 몇 년 묶힌다음 사용한다. 그래야 가벼
운 맥주라도 더 맛이 깊으니까. 이것들은 그러니까. 한 3년정도 묶힌 맥주들인
가? 그러고보니 몇통 남지 않았군, 다시 사 넣어야겠어.
난 맥주통들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한다음 쭈그려 앉아서 바닥에 붙어있는 문
고리를 한손으로 잡아당겼다. 심한 먼지와 함께 문은 열렸고, 난 손을 조금 휘
저어 먼지를 날려보낸다음 사다리를 타고 안으로 내려가서 어둠속에서 보관대
를 더듬거리다가 촛불을 켜기 귀찮아서 그냥 손에 만져지는 술병들중 무작위로
아무거나 하나 골라 잡아서 그것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이 지하에있는 것들은 모두 10년에서 오래된 것은 200년 가까이 된것들이 대부
분이니까. 술병을 고른 나의 운과 와인을 주문한 엑셀의 운중 어느쪽이 더 센지
알아보는거지.
그런데, 아, 이런 젠장!
내손에 들려 실로 오랜만에 햇빛을 받고있는 와인의 이름은 블루 스카이, 자그
마치 200년 묶은 포도주로 내가 봉인되기 전에 하나둘씩 모아둔 술들중에 하나
이다. 그때 당시엔 술을 좋아했으니까. 난 색이 바래고 여기저기 찟어져나가 떨
어질 듯 말 듯, 너덜너덜한 종이표지가 붙어있는 다갈색의 술병을 내려다보았
다.
"그나저나 아까운데, 이거 도로 가져다 놓을까?"
5화. 늑대인간이 쓴 빨간 털 모자 2
"평소엔 어떤 방법을 사용하였는가?"
"예, 그녀가 화를 내는 것은 상당히 드물어서 몇번 사용한적 없었습니다만, 일단
화가 나있는 그녀를 끌어안아 약 5분동안 진~ 하게 키스해줍니다. 그렇게하면
제 아내는 아주 잠시동안이지만 제 말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그때 그녀의 귀에대고 미안하다고 100번쯤 말한다음 그대로 그녀를 안
고 침대로…."
내말을 가만히 듣고있던 엘 란트라를 사칭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날바라보며 약
간 홍조를 뛰운채로 조용히 웃어보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만, 난 좀 다른 것을 자네에게 권해 주고싶군,"
난 테이블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괸다음 약간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가만
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언젠가부터 였었나?
내가 그녀와 이렇게 다정하게 이야기할수있게 된 것은?
언젠가부터 였었나?
그 냉정하고 차갑던 그녀가 나에게 이렇게 웃어주게 된 것은?
언젠가부터 였었나?
그와 그녀가 서로 억지를 부리며 툭탁이다가 결국에 서로 웃게된것은?
언젠가부터 였었나?
내가 이렇게 행복하게 된 것은?
헛된 망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 때 르네는 이렇게 말했다.
"아까 자네의 아내가 말했듯이 그녀가 원하는 것 10가지를 들어주게."
"응? 하지만 르네, 난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그러자 그녀는 윙크를 찡긋하더니 손가락하나를 입앞에 세우며 말했다.
"이유불문."
설마, 위험한건 시키지 않겠지. 난 그렇게 생각한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예에~ 알겠습니다. 말만하십시오. 여왕님,"
르네는 내말을 곰곰히 생각해보는 듯한 얼굴로 멀뚱히 날 바라보았다. 내가 손
에 든 쿠키를 입안에 던져넣고 다음 쿠키로 손을 가져갈 때 그녀는 천천히 미
소를 지어보이더니 곧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 정말 제가 원하는 것 10가지를 들어줄거죠?"
난 손에 든 쿠키를 그녀의 작게 벌린 입에 물려주었고 그러자 그녀는 아무런
거부감없이 그것을 한입 베어 물어선 오물거리며 자신이 구운 쿠키를 먹기 시
작했다. 내 손에는 그녀가 반쯤 베어 문 쿠키가 들려있고, 난 그녀가 쿠키를 먹
고있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참 귀엽다는 생각을 한다음 말했다.
"응, 무엇이든 말만해, 당신이 원하는 것은 뭐든 들어주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당신의 10가지 소망만은 내가 어떻게 해서든 이뤄줄게."
"아삭아삭~ …으음, 기뻐요!"
그녀는 입안에든 쿠키를 삼킨다음 말 그대로 기쁘게 말했고 난 그녀의 즐거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에 들려있는 르네가 반쯤 베어문 쿠키를 쳐다보았
다. 그녀가 구운 쿠키는 대단히 맛있다. 대체 어떻게 만드는지, 같은 밀가루를
써서 만드는데 내가 만든건 정말 울고 싶을정도로 맛이 없지만 그녀가 구운 것
은 최고다. 그러고보니 그녀가 쿠키를 굽는 날엔 어김없이 찾아오는 녀석이 있
었는데. 오늘은 안오는건가? 으음, 난 들고있던 반쯤이 르네의 입속으로 사라진
쿠키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것을 입안으로 던져넣었다.
아삭아삭~
역시 맛있어,
그때 멍하니 내 모습을 바라보던 르네가 말했다.
"아, 지금 그거, 제가 먹다 남긴거 아닌가요?"
"음, 맞아. 그런데 왜?"
"아니, 뭐 별로 큰일은 아니구요."
그녀는 그러면서 자리를 옮겨 내옆으로 다가와 앉더니 날 가만히 바라보며 말
했다.
"아직 삼키지 안았죠?"
"응?"
"…으읍!"
으아아~ 르, 르네에에! 그녀는 기습적으로 나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고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기이하고도 황홀한 느낌의 시간이 흘렀다. 잠시 후 그녀는 내목
을 휘감고있던 손을 풀어내리더니 약간 상기된 얼굴로 날 바라보며 방긋 웃어
주었다. 난 입을 조금 벌리고 멍청하게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방긋
방긋 웃는 얼굴로 손수건으로 입가를 쓱 닦더니 이렇게 말했다.
"…음식을 남기면 않돼죠."
우으~ 도저히 못참겠다.
"르네…."
그때였다. 내가 이상야릇한 기분에 휩싸여 르네에게 뜨거운 눈길을 보내고있을
때 어디선가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휘이휙~!"
난 깜짝 놀라 붉어진 얼굴을 홀로 돌렸고 홀엔 언제 들어왔는지 은회색의 털을
가진 늑대가 테이블위에 걸터 앉아있었다. 그런데 그 녀석은 놀랍게도 인간의
몸에 늑대의 머리가 달린 웨어울프(Wereworf)였는데, 키가 저번에 한번 봤었던
리자드 맨들의 대장녀석보다 더컸고, (한 250cm쯤,) 그 어깨와 팔 다리는 설령
오우거(Oger)와 맞 붙는다고 해도 전혀 밀릴 것 같지않았다. 그리고 더 재미있
는 것은 이 녀석은 인간이나 엘프처럼 옷을 입고있다는거다. 그것도 은회색 털
을 가진 주제에 검정색 가죽 바지를, 상의는 가벼운 셔츠하나만을 걸치고있었
다.
내가 당황한 얼굴로 말을 꺼내기 위해 머뭇대고있을 때 한발 앞서 그 늑대인간
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이야~ 아까운데? 오랜만에 재미있는 구경한번 하나했더니 말이야. 그렇지. 난
상관 말고 하던거 계속하라고, 내 여기서 뜨듯한 눈길로 지켜봐줄게."
녀석은 늑대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유창하게 그리고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고, 그
러자 내속에선 녀석에 대한 욕지기가 솟아올라왔다. 하지만 난 뒤에서 가만이
서있는 르네는 생각하곤 꾹 참았다. 그녀는 욕설들을 싫어한다. 언어의 부적절
한 사용방법이라나? 내가 대신 뭐라고 받아치려 할 때 가만히 서있던 르네가
나 대신 그녀석의 말을 받아쳤다.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엑셀, 어서와요. 별일 없었죠?"
르네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하자 엑셀은 씨익 웃어보이더니 테이블에서 내려와
의자에 앉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저께 맥주냄새 풀풀 풍기면서 하프 플레이트를 걸치고 돌아다니는 리자드맨
들을 본 것을 제외하면, 뭐 그럭저럭 편하게 지냈습니다. 타르시스양은요?"
맥주냄새 풍기는 리자드 맨이라…. 어쨌든 타르시스양이라 불린 르네는 방긋 웃
더니 내 팔을 안으면서 말했다.
"그 어디에 있든 전 한만 있으면 즐겁게 웃을 수 있어요."
그러자 엑셀은 속이 거북한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말했다.
"그 말, 전에도 한번 들은 것 같습니다만?"
"그럼 또 들으세요."
르네가 웃으며 말하자 엑셀은 그 큰어깨를 슬쩍 들어보이더니 의자에 느긋하게
기대며 말했다.
"예예.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타르시스양, 맥주한잔 주시겠습니까? 날씨도 쌀
쌀하니까. 이왕이면 저번에 해주셨던 것 처럼 진 조금 섞어서요. 아, 그리고 리
드, 늘 그렇듯이 와인 한병 부탁하지."
"알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르네는 부엌으로 총총거리며 사라졌다. 난 그녀가 맥주통을 뜻는
것을 본 다음 문쪽으로 향하다가 녀석의 옆을 지나며 말했다.
"참 나이스 타이밍이군."
그러자 녀석은 내 얼굴을 바라보며 능글맞게 웃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아아, 그렇게 말하지말라고, 난 쿠기굽는 냄새가 나길레 와본 것 뿐이야."
나 역시 그에게 화를 낼 입장이 못되니까. 그냥 피식 웃어만 주었고 그러자 엑
셀은 가지런한 이빨을 들어내보이며 씨익 웃어보였다. 그러더니 테이블아래에
놔두었던 작은가방을 들어올리더니 나에게 건내주었다.
"받아."
"뭐지?"
"맥주값이랑 와인값이다."
그가 내민 가방안에는 송진냄새 가득 풍기는 잦나무 열매 몇 개와 함께 푸른
색의 차 나무 잎이 가득 들어있었다. 잦나무 열매는 과자나 차에 넣어서 사용하
는 일종의 장식용 열매이다. 천지가 숲인 이곳에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지
만, 바깥세상에선 좀 비싼 축에 속하는 열매다. 구하기 어렵거든, 숲속에 들어
가서 구해야 하는거라 몬스터라도 만나면 큰일이니까. 그리고 푸른 차나무 잎은
속칭 '블루 티' 라고 하는데. 이 차 나무는 이곳 버려진 숲속에서 밖에 자라지
않기 때문에 바깥에선 왕궁이나 일부 귀족가에서만 취급하는 고급중에서도 가
장 고급에 속하는 차잎이다.
난 그 가방을 테이블위에 올려 놓으며 엑셀을 슬쩍바라보았다. 녀석은 나와 르
네가 이곳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알게된 늑대인간으로 그의 말에따르면 자신은
우리들이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이곳에 살고있어서 푸른 차나무같은 희귀식물
이 있는 곳들을 많이 알고있다고 한다.
어쨌든 엑셀은 르네가 맥주를 가지고 나오길 기다리며 자신의 덥수룩한 은회색
갈기를 대충 어루만지기 시했작고 난 그에게서 등을 돌리며 말했다.
"르네가 보면 좋아하겠군, 기다려봐. 와인 가져올테니까."
"아아,"
그리곤 난 밖으로 나왔다. 술저장고는 저앞에 있는 작은 통나무 집이다. 저장고
를 밖에다가 만든 이유는 통풍이 잘되게 해서 좋은 술을 만들기위한 것으로 기
본중의 기본이지, 난 그렇게 저장고로 발 걸음을 옮기는동안 잠시 주위를 둘러
보았다. 먼저 널찍한 공터가 내눈에 들어왔다. 마차들이 몰려올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여관이니까. 이 정도의 마당은 있어야겠지,
그리고 그 마당넘어엔 담처럼 여관을 빙두르고있는 붉은 장미나무 군락 서있다.
이 장미나무들은 르네가 심은 것으로 이것의 의미는 이 숲에 존재하는 모든 몬
스터들과 동물들에게 "이 넘어엔 엘프가 살고 있으니 도움을 받고 싶으면 언제
든 오라." 란 의미라고한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이제껏 몬스터들이 우리집을 습
격한 일은 한번도 없었다. (찾아온적은 많지만,) 물론, 나도 그녀 모르게 이 근
방의 몬스터들을 정리하러 다니곤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안채 겸 여관으로 사용하고있는 통나무로 만든 2층 목조건물 옆에는 말
두 마리와 염소한마리가 함께 생활하고있는 마굿간과 4마리의 닭이 있는 닭장,
그리고 그옆으론 나의 전리품들을 보관하고있는 작은 창고가 있다. 르네는 이곳
을 우리집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들을 보관하고있는 곳이라고 부르고 있다. 왜냐
면 무기 창고니까. 그러고보니 하프 플레이트를 다시 사 넣어둬야겠는걸, 리자
드 맨들에게 다 줘버렸더니 갑옷이 모자라. 어쨌든 난 목조건물특유의 냄새가
풍겨오는 작은 통나무집 앞에 섰고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
"사랑해."
문짝을 보며 이렇게 말하니 기분이 묘하군, 어쨌든 문은 스르르열렸고 난 그문
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집에 있는 문들은 모두 자물쇠가 없고 대신
르네가 걸어둔 잠금마법들이 그런 열쇠들을 대신하고 있다. 문앞에 서서 이렇게
약속어를 말하면 문은 스르르 열린다. 마법이란거 참 편리해, 하지만 그녀는 웬
만해서 마법을 사용하지않는다. 워낙 쓸일이 없어서 이기도 하지만,
저장고 안에는 커다란 참나무 통들이 쌓여있는데. 안에는 다 맥주가 들어있다.
우리는 맥주를 숲밖의 마을에서 사와서 몇 년 묶힌다음 사용한다. 그래야 가벼
운 맥주라도 더 맛이 깊으니까. 이것들은 그러니까. 한 3년정도 묶힌 맥주들인
가? 그러고보니 몇통 남지 않았군, 다시 사 넣어야겠어.
난 맥주통들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한다음 쭈그려 앉아서 바닥에 붙어있는 문
고리를 한손으로 잡아당겼다. 심한 먼지와 함께 문은 열렸고, 난 손을 조금 휘
저어 먼지를 날려보낸다음 사다리를 타고 안으로 내려가서 어둠속에서 보관대
를 더듬거리다가 촛불을 켜기 귀찮아서 그냥 손에 만져지는 술병들중 무작위로
아무거나 하나 골라 잡아서 그것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이 지하에있는 것들은 모두 10년에서 오래된 것은 200년 가까이 된것들이 대부
분이니까. 술병을 고른 나의 운과 와인을 주문한 엑셀의 운중 어느쪽이 더 센지
알아보는거지.
그런데, 아, 이런 젠장!
내손에 들려 실로 오랜만에 햇빛을 받고있는 와인의 이름은 블루 스카이, 자그
마치 200년 묶은 포도주로 내가 봉인되기 전에 하나둘씩 모아둔 술들중에 하나
이다. 그때 당시엔 술을 좋아했으니까. 난 색이 바래고 여기저기 찟어져나가 떨
어질 듯 말 듯, 너덜너덜한 종이표지가 붙어있는 다갈색의 술병을 내려다보았
다.
"그나저나 아까운데, 이거 도로 가져다 놓을까?"
작가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에피소드 본문 복사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