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늑대인간이 쓴 빨간 털 모자 3

등록 2026.10.10 6.2천자 조회 2 좋아요 0 댓글 0 전체 이용가
내 마누라는 엘프
6화. 늑대인간이 쓴 빨간 털 모자 3


"그나저나 굉장한데. 이거 아론문자잖아? 이거, 뭐 어떻게 읽는거야?
브, 블…루, 스타이?"

"블루 스카이라고 읽지요. 아론 문자를 아시는군요?"

"아, 예 가지고있는 책중에 아론 문자에 대한 글을 고찰한 책이 있어서요. 아니
그보다 리드, 너 정말 이거 주는건가?"

엑셀 녀석은 테이블의 의자가 작았는지 자신의 전용의자, 그러니까. 부엌으로
직접들어가서 맥주통을 홀로 가져와 거기에 걸터 앉아서는 내가 가지고온 와인
병을 바라보며 이렇게 조용히 흥분하고있었다.(엑셀은 흥분하면 귀를 쫑긋세운
다.) 난 그 녀석의 탐욕에 물든 늑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곤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가져가라 가져가. 나보다 네운이 더 쎈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자 르네는 풋하며 웃었고 엑셀은 웃고있는 르네는 가만히 바라보더
니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내운이 더 쎄다니?"

"줄때가져. 더 이상 묻지말고,"

그러자 엑셀녀석은 이빨을 들어내며 씨익 웃어보이더니 손에들려있는 그것을
쳐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후후후~ 그래? 그렇게 말하면 할말없지. 알았어, 이거 책읽을 때 마시면 정말
행복하겠군. 고마워. 잘마시지,"

아무리생각해도 아까운걸? 지금은 술을 마시지 않지만, 그래도…, 난 그렇게 생
각하며 고개를 돌려 내옆에 앉아 가만히 차를 마시고있는 르네를 바라보았고
그러자 그녀는 미소와함께 차를 들어보였다.

차 마시고 머릴 좀 식혀요,

꼭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 그래, 후우~ 겨우 술한병이잖아, 그것도 엑셀한테니
까. 쩝, 난 약간 어설프게 르네에게 웃어주며 내앞에 놓여있는 찻잔을 들어올려
한모금 마셨다. 속에 따뜻한 기운이 퍼져나가니까. 약간 기분이 풀리는 것 같아.

그런 내모습을 바라보던 엑셀은 빙글빙글 웃으며 자신의 앞에있는 1리터짜리
맥주잔을 들어올리더니 그것을 벌컥벌컥 마셔대기 시작했다.

엑셀이 처음 우리 가게에 찾아와서 맥주를 주문했을땐 그가 인간이랑 다른 구
강구조를 가져서 맥주를 다흘릴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엑셀은 가져다준 맥주를
요령있게 기울여서 하나도 흘리지않고 다 마셨고 그래서 나와 르네는 약간 놀
라워했었다. 찻잔을 내려놓고 크게 한숨을 쉬고있을 때 르네가 맥주를 벌컥이고
있는 엑셀을 바라보며 말해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엑셀을 처음 만났을때가 생각나는군요. 아마 5년전쯤이었
죠. 눈이 내리던날 맞나요?"

잠시후 깨끗하게 비어버린 맥주잔을 내린 엑셀의 말이 이어졌다.

"후…, 음, 예 그렇군요, 그러니까. 5년전인가? 그땐 눈도 오고해서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과자 굽는 냄새가 밀려오더군요, 혹시나해서 냄새를 따라왔
더니, 이곳이었습니다. 그때 전 숲속에 왠 집이 서있어서 좀 놀랐지요. 그리고
당신들에게 이곳이 여관이란 말을 들었을땐 더 놀랐구요."

르네는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입가를 셔츠의 소매로 쓱쓱닦고있는 엑셀의 이야
기를 들으면서 빙긋 웃어보였고 난 가만히 엑셀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본인의 말대로 그를 만난 것은 5년전 눈이 많이 내리던 겨울날이었던 것 같다.
그때 우리들은 르네의 의견에 따라 쿠키를 만들어 굽고있었다. 집안에는 가득
과자굽는 냄새가 풍겨났고 우리들은 서로가 만든 과자를 먹어보며 웃고있었다.
그때 여관의 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지금과 같이 검은색 가죽 바지를 입고 가벼
운 셔츠를 걸친 은회색의 늑대인간인 엑셀이 들어왔다. 그가 열고들어온 문밖의
세상은 새 하얗게 변해있었고 그때 우리들은 처음 밖에 눈이 온다는 사실을 알
았다.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했기에 우리들은 밖에 눈이 온다는 사실도 몰
랐던것이다.

나와 르네는 우리여관의 첫손님이 늑대인간이란 사실에 약간 당황했지만, 그는
어깨와 머리에 쌓여있는 눈을 손으로 대충 털어내곤 홀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
보더니 익숙하게 말했다.

"여긴 뭐하는 곳이지?"

"여관입니다."

"여관? 그럼 맥주 한잔 가져와봐요. 진 약간 섞어서,"

놀랐었다고? 거짓말, 뻔뻔스러울 만큼 아무렇지도 않게 주문을 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맥주한잔 마시고 곧바로 돌아갔으면서, 아마 그때부터였을거다. 그는 르네
가 쿠키를 굽는 날이면 항상 찾아와 맥주나 차를 마시며 약간씩 이야기를 나누
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우리와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내가 이렇게 그에게 말을
놓는것도 그가 나와 르네만이 아는 비밀을 함께 공유하고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르네에게 말을 높이는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건 그렇고 이것봐. 리드 자네, 언제 밖에 나가지?"

난 차를 마시다가 눈만 힐끗 돌려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항상나가, 문을 열면 바로 밖이니까."

"…난 속이 썰렁해지는 농담은 싫어해, 장난 하지말고 이번에 밖에 나가면 나도
함께 나가지."

나와 르네는 엑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르네가 말했다.

"무슨일이신데요? 원하시는게 있으시면 제게 부탁하세요. 당신이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경계할텐데요?"

그녀는 엘프다, 르네는 직접적으로 정곡을 찔러 들어갔고 그러자 엑셀은 맥주잔
을 한번 만져 보더니 르네에게 손가락을 하나 세워보이며 말했다.

"첫번째 의문부터, 당신들에게 부탁할 수가 없어서 내가 가려는거요. 그리고 두
번째 의문, 난 당신들이 여기오기 전부터 밖으로 필요한 것을 구하러 나가곤 했
지, 다 들키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마십시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르네는 약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예. 대충 알겠군요. 그럼, 다음번에 쿠키를 구울때로 하죠, 아마 오늘부터 10일
이내일겁니다."

"그래요? 알았습니다."

엑셀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능글맞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전 이만 돌아가도록하죠. …하던일 방해해서 미안하군요."

난 그말을 듣고 그에게 인상을 조금 썼지만 엑셀녀석은 계속해서 웃고있었다.
아마 내 얼굴이 약간 달아올라있어서 그런가보다…. 하지만 르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웃으며 말했다.

"뭘요 괜찮아요, 시간은 많으니까."

"…그, 그래요? 그럼 전 이만, 이봐. 리드 힘내."
"어…, 응."

르네의 말에 한방 먹은 얼굴을 한 엑셀이 나에게 뭐라고 격려의 말을 해준 것
같은데. 지금은 르네가 한말 때문에 정신없어서 무슨말을들었는지 모르겠군,
엑셀이 와인병을 들고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할 때 르네가 갑자기 뭔가 생각
난 얼굴로 말했다.

"아,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드릴게 있어요."

"예?"

르네는 총총거리며 부엌으로 달려갔고 그러자 엑셀은 자신의 긴입을 들이밀며
날바라보았다.

뭘준다고? (고개 약간 기울임)

나도몰라? (어깨으쓱)

그의 무언의 질문에 답해주고있을 때 부엌쪽에서 르네가 손에 빨간 무언가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들고 오는 것은 저번에 짜고있던 털모자,
엑셀에게 줄거였나?

"받아요."

"뭡니까?"

"털모자에요."

"아니 그러니까. 그걸 왜 저에게…."

그러자 르네는 빨간 털모자를 들어보이더니 말했다.

"엑셀에게 어울릴 것 같아서요. 한번 써보세요."

그녀는 그것을 엑셀에게 내밀었고 엑셀은 르네를 가만히 내려다 보더니 이젠
날 바라보기 시작했고 난 그에게 어깨를 한번 으쓱해 주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움직이지않고 그녀가 내민 털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엑셀은 한숨을 푹 내쉬
더니 그것을 받아 대충 머리에 쓰기 시작했다.

그녀가 짠 털 모자는 한단접혀있는 밑부분이 흰색이고 그위가 붉은색이다. 그리
고 길게 늘어진 모자의 끝트머리엔 다시 흰색의 동그란 텅뭉치가 달려있었다.
또 그것의 윗부분엔 길죽한 구멍이 두 개 뚤려있었는데. 이젠 그 구멍이 무슨
용도인지 알 것 같다. 그것은 귀 구멍이었다. 엑셀은 귀가 조금 위에 있으니까.
그곳으로 귀를 내어둘수있게 만든 것이다. 잠시동안 모자를 머리에 맞춰 보던
엑셀은 이제 손을 내리고 말했다.

"이제 됐습니까?"

"네, 정말 잘어울리는데요."

그래 정말 잘어울리는군, 큭큭큭~
내가 슬며시 고개를 돌리고 웃자. 엑셀은 한심한 어조로 날 가르키며 말했다.

"이 녀석은 왜 웃고있는겁니까?"

"글쎄요? 이봐요. 한? 왜 웃고있어요?"

"아, 음, 아무것도 아냐."

난 가까스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한채 빨간 털모자를 쓴 웨어울프를 바라
보았다. 녀석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날 잠시 바라본다음 르네에게 말했다.

"음, 선물이라고 생각하죠. 그럼,"

머리에 빨간 털모자를 쓴 웨어울프는 그렇게 그 긴다리를 휘적휘적 놀려서 곧
바로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로 숲속으로 들어가버렸다.

난 그렇게 그가 사라진 숲속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거, 무슨 의미가 있는거야?"

"어머? 알고있었어요?"

"내가 누구의 남편이라고 생각해?"

그러자 르네는 입을 조금 모으며 미소짓더니 말했다.

"미안해요. 하지만 별다른 의미는 없었어요. 그저 약간의 시험을 해본 것 뿐,"
"무슨 시험?"

"그 자신이 우릴 친구로 생각하고있는지 아닌지, 아마 엑셀도 알고있었을거에요.
그는 책을 좋아하는 독서가이니까."

"알고있으면서 시험에 응했다는건가?"

"예. 세상에서 거짓을 나타낼줄아는 생물을 그렇게 많지않으니까요."
"아아."

난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르네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 모자는 우리들, 바로 그의 친구를 의미해요. 그러니까. 그것을 받지않았다면
그는 우리를 친구로 생각하고있지 않다는거죠. 친구 아닌자의 부탁은 조금 껄끄
럽잖아요? 하지만 모자를 받아든 그는 우릴 받아들인 것이고 그는 우릴 친구로
생각하고 언제든 그는 우리 부탁을, 우린 그의 부탁을 들어줄수있죠."

"그럼 모자를 받아들기 전 엑셀이 머뭇대었던 이유는 뭘까?"

르네는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는지 다시 집안으로 들어와 방금전 엑셀이
앉아있던 맥주통위에 기대어 앉았고 난 그앞의 테이블위에 걸터앉아 그녀의 얼
굴을 바라보았다.

"글쎄요. 타인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것 만큼 어려운건 없어서 잘모르겠지만 아
마 이런 의미였을거에요. '내가 이들을 위해 나를 바칠 필요가 있을까? 그들은
나에게 그렇게 할수있을까?' 친구란 것은…, 미안해요 한, 별로 당신 종족을 탓
할 의미는 없어요. 예, 인간들의 경우에서 친구란 것은 어떻게 보면 일종의 계
약관계와 같다고 보고있어요. 제 시각이에요. 그러니 슬퍼 말아요."

르네는 눈꼬리를 슬며시 내리며 말했고 그래서 난 빙긋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

"별로 슬퍼하는건 아니니까 계속해."

"아, 그렇다면 계속할게요. 인간들에게서 친구란 엄밀히 말해서 자기자신들도 모
른는 계약관계에 묶여있는 것이라고 봐야해요. 쉽게말해서 그들은 친구가 예전
에 자신에게 무언가를 해준적이있어야 그 자신도 기쁜마음으로 그 친구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죠. 하지만 그 친구가 예전에 자신에게 아무것도 해준적이 없다면
그 자신은 조금 껄끄러운 마음으로 그 친구의 일을 도와주죠, 틀렸다고 말해도
전 별로 할말이없답니다. 그러니까 날 이해해줘요."

"내가 당신의 무엇을 이해못할까. 사실이니까. 그렇게 미안해 하지않도돼. 그보
다, 그럼 인간 아닌 다른 이 종족들은 그렇지 않다는건가?"

그러자 르네는 약하게 미소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요. 우리 종족들을 예를 들어볼까요? 엘프들은 일단 서로를 자신의 친
구라고 인정하게되면 그 친구가 아무런 대가를 지불해 주지않아도 그를 위해
자신의 희생하고 자신 바쳐요. 아, 이건 결혼과 좀 다른 의미 랍니다. 엘프들에
게 있어서 결혼은 곧 구속이에요. 그래서 엘프들은 그렇게 일찍 짝을 구하지않
죠. 에, 말이 헛나왔는데. 계속할게요. 물론 이런 것은 저 우정을 중요시 여기는
드워프들이나 저번에 이곳을 찾은 코볼트들과 그리고 리자드 맨들도 마찬가지
에요, 다들 조금씩 틀리긴 하지만 적어도 그들은 친구를 버리거나 아니면 이용
하려 들지않죠, 그게 인간과 다른 이 종족간의 틀린 점이에요."

"아아, 그래서 엑셀이 우리와 친구가 되길 머뭇대었나보군? 당신은 모르지만 내
가 인간이라서."

르네는 방긋 웃으며 맥주통에서 일어나더니 내가 걸터 앉아있는 테이블위로 올
라와 앉았다. 그녀는 내옆에 앉아 내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대면서 말했다.

"그렇죠. 하지만 보세요. 결국 그는 당신을 받아들였어요, 친구로 말이에요. 당신
이 날 받아준 것 처럼,"

난 내 어깨에서 흐르고있는 그녀의 블론드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조심스럽게
팔을 들어서 그녀의 어깨를 살짝 감싸안았다. 그러자 그녀의 꾹 다문 입술이 슬
며시 위로 올라가더니 그녀도 팔을 들어 내 허릴 감싸 안아 주었다.

"르네."

"네?"

"나 지금 행복해."

"후훗~ 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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