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울지 않는 아이와 우는 아이의 차이점 4
내 마누라는 엘프
20화. 울지 않는 아이와 우는 아이의 차이점 4
허름한 창고밖으로 일행들과 함께 걸어나왔다. 밖엔 아직 해는뜨지 않아 그저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새벽공기가 몸에 와 닿았다. 뒤에선 엑셀이 자신의 키 보
다 작은 창고의 문에 대한 짧은 비평을 남기며 고개를 숙이고 걸어나왔다. 그의
거대한 몸 옆에는 검은 머리칼과 피부덕분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앉은 작은 여자
아이와 은발을 길게 늘어뜨린 아름다운 여인이 따르고 있었다.
재미있는 모습이군, 한폭의 그림 같아.
그들을 뒤돌아보며 이런 생각을 하고있을 때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
다.
"이제 나오십니까?"
"아,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일이 끝나면 먼저 떠나겠다고 하시더니."
고개를 돌리니 샤프와 볼 펜 형제가 우릴 반기고 있었는데, 그들의 뒤로는 새벽
의 여명이 떠오르고있어서 그들의 모습은 그저 두 개 검은 실루엣으로 보였다.
"아, 인사라도 하고 떠나려고요."
"일은 잘끝내셨습니까?"
내말에 묵묵히 서있던 그림자가 허리를 숙여 바닥에 놓여진 큼직한 가방을 들
어보였고 그러자 옆에서 있던 그림자가 샤프의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에서 관리하고있던 장부입니다. 소란을 틈타서 슬쩍했죠, 저희들은 이제부
터 수도에 있는 국왕에게 찾아가 이것을 직접 배달한다음 적당한 곳에 정착할
겁니다. 퇴직금은 확실히 챙겼으니까요."
"직접찾아가요?"
"이 장부들을 야밤에 국왕의 침실에 던져 놓을 생각입니다."
샤프는 재미있지 않겠냐는 식으로 그렇게 말했고 난 그의 말을 듣고는 빙긋 웃
어주었다. 형인 샤프가 말을 맷자 이번엔 그옆에 서있던 동생 볼 펜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리사양."
"네?"
이리사는 이제 천천히 떠오르는 아침해 덕분에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된 볼 펜의 실루엣에게 산보라도 하던 얼굴으로 말했다. 그러자 볼 펜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옛날 아직 철없는 꼬마였던 저희들을 숲속에서 구해주신 것, 정말 감사히 생각
하고 있습니다. 그때 당신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저희들은 지금 이 자리에 없을
지도 모릅니다."
난 고개를 돌려 이리사를 바라보았고 이리사는 두손을 앞으로 모아내린채 그저
싱긋 미소짓고 있었다.
"콧물을 흘리며 숲속에서 울고 있는 두 아이를 발견한지가 10년전 이군요. 전
아직 그대로인데 여러분은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알아보지 못할말큼."
"하지만 저희들은 당신을 기억하고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은혜를 갚고 싶었
습니다. 비록 직접 구해드리진 못했지만,"
"그런 생각을 가져준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타인이 자신에게 받았던 것을 되돌려주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감사하게 여기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수있지.
왜냐면 그녀는 되돌려줄 줄 모르는 엘프니까.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아무말없이 있던 볼 펜은 손에든 가방을 등에 매고 다
시 입을 열었다.
"부탁이 있습니다."
"무엇인가요?"
조금 머뭇대며 볼 펜은 천천히 말했다.
"…인간을, 저희들을, 모쪼록 미워하지 말아주십시오. 당신들에게마저 배척 당한
다면 인간은 인간으로서 설자리가 없어집니다."
"알겠습니다. 당신들의 자리는 빼앗지 않겠어요."
이리사는 씁쓸히 웃으며 말했고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보던 두 남자의 실루엣
은 뒤로 돌아 걸어갔다. 아니 걸어가려다가 샤프의 그림자가 갑자기 뒤로 돌더
니 자신의 팔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어이, 루나라고했지? 너에게 깨물린 자국들은 내 평생의 보물로 간직하마."
루나는 고개를 팩 돌렸고 그러자 샤프는 낄낄 거리며 웃더니 앞서걸어가는 동
생의 뒤를 따라 가버렸다. 이리사는 그냥 쓰게 웃으며 그들의 뒤를 배웅했고 루
나는 그저 오랜만에 나온 바깥이 너무 편하다는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고있었
다. 엑셀은 자신의 셔츠를 허리에 두른채 손을 들어 햇살을 가리고있었고, 난
그들을 돌아보다가 잠시 생각에 잠겨보았다.
'엘프에게 배척을 받으면 인간은 인간으로서 설자리가 없어진다'
으음, 엘프는 남을 미워하지 않는 성격이니까. 그들이 인간을 배척한다면…, 아
니 잠깐, 엘프가 인간을 배척해? 그들은 남을 미워하지 못하는데? 그럼 뭐야.
이건, 그들에게 인간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인건가? 미워하지는 말
고? …그래서 볼 펜이 머뭇대었군, 지독한 이기주의적 발언이지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꼭 해야 했으니까.
인간을 미워하지 말아 달라는 말을,
내가 그에 대한 생각을 골똘히 하고있을 때 앞을 바라보던 엑셀이 말했다.
"이리사?"
"예?"
"당신 아들이 오는군요."
저 앞에서 마차하나가 아침 햇살의 배웅을 받으며 우리에게 달려오고있었다.
마차는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다가 우리들 앞에서 급정거했고 새벽 기운 사이로
텁텁한 흙먼지가 휘날렸다. 그리고 마차의 마부석에 앉아있던 조나단은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채 눈밑에 기미가 낀 얼굴로 씩씩대며 말했다.
"부를 줄 알았는데…. 사람에게 마법을 꼭 한번 날려보고 싶었는데…. 기다렸는
데…. 부르지 않았어…. 한 아저씨…, 왜 부르지 않았어요…? 응…? 나…, 쭉, 기
다렸는데…."
우릴 따라 온 이유는 그거였군, 사람에게 마법 쓰고 싶어서라고? 르네, 당신 위
험한 녀석에게 마법을 가르쳐 준 것 같아. 내가 망자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뭐라
고 웅얼대는 조나단을 애써 외면하고있을 때 짐마차에서 루나의 또래인 꼬마엘
프가 달려나왔다.
꼬마는 우리들의 모두 무시하고 달려오자 마자 엑셀의 옆에서있는 이리사에게
안겨들었고 이리사는 자신의 배에 얼굴을 묻고있는 아이의 뒷머리를 쓸어넘기
며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카리미나 진 이르세, 루마 디세노브 주리딘…."
"이라…. 이라. 네 지르키마 이라,"
단 한명을 제외하곤 우리들은 따뜻한 눈으로 모자의 상봉을 바라보았다. 난 그
들에게 작은 미소를 보여준다음 고개를 돌려 언제다가왔는지 내 앞에서서 날
물끄러미 바라보는 금발의 엘프 여인을 바라보았고 그러자 르네는 따뜻한 미소
를 지으면서 두손으로 내손을 꼭잡으며 말했다.
"어서와요, 여보."
"아아. 다녀왔어."
그녀는 해맑게 웃어보였고 나역시 그녀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르네는 내옆에서서 서로를 껴안고 다정하게 웃고있는 이리사와 프리드를 바라
보며 미소를 지어보이다가 그들에게서 약간 떨어져 있는 다크엘프 루나를 발견
하더니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저 아인 누구에요?"
"루나. 보면 알겠지만 다크엘프야."
"그리고?"
"그게 다야."
난 씁쓸이 웃으며 말했고 르네는 내말을 듣더니 천천히 걸어서 루나에게 다가
갔다. 등을 돌리고 있던 루나는 르네가 다가가는데 뒤도 돌아보지않았다. 르네
는 무릎을 구부려 루나와 눈높이를 맞춘다음 루나의 등에다가 대고 말했다.
"제 이름은 르네. 한 사람의 엘프로서 당신의 이름을 직접듣고 싶습니다."
그러자 천천히, 아주 천천히 루나의 고개가 뒤로 돌아 르네의 얼굴을 바라보게
되었다.
루나는 …울고있었다.
얼굴을 찡그리며 울고있는게 아니라, 아까, 이리사가 눈물을 보였던 것 처럼 그
냥, 보통의 무표정한 얼굴의 눈에서 눈물만 흘러내리고있었다. 루나는 손등으로
연신 자신의 눈가와 볼을 훔쳐내었지만, 그녀의 눈물은 계속 되었고 그것을 바
라보던 르네는 조용히 말했다.
"왜, 울고있나요?"
루나는 손을 들었다. 말은 하지 않았다. 그냥 손가락을 들어 서로를 가볍게 끌
어안고 따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이야기를 나누고있는 이리사와 프리드를 가
르켜 보이곤 천천히라기보단 힘없이 손을 내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설명은
충분했다. 르네는 그만 일어서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루나에게 내밀었지
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루나는 옆에서서 떠오르는 아침해를 감상하던 엑셀의 허리에 묶여 있던 그의
셔츠자락을 끌어 당겨서 콧물을 풀고있었다.
"흐으응!!"
"……너."
엑셀은 뭐라고 한마디 할 듯한 얼굴이었지만 밑에서 자신의 셔츠자락을 잡고
계속해서 눈물을 흘려대는 꼬마 다크엘프 루나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올려다보
자, 이마를 찌뿌리더니 그냥 손만 조금 휘저어주곤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렇게 우리들은 조나단의 마차를 타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조나단은 엑셀의 원
래 모습을 보더니 눈을 크게뜨고 날 닥달했고 난 엑셀에 대한 이야기를 조나단
에게 들려줘야했다. 새벽이라 사람들이 적었기에 엑셀은 그렇게 몸을 숨길 필요
가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한참동안의 소란을 피운다음 우린 모두 각각의 방에
서 모자란 수면을 보충할수있었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경매장에서 있었던 일을 르네에게 설명해주고있을 때
였다. 난 내옆에 누워서 내가 하는 이야기를 조용히 경청하는 르네에게 물었다.
"르네. 궁금한게 있는데."
"뭔데요?"
"저기, 아까 루나가 눈물을 보인거에 대해 말인데. 난 이미 알고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당신에게 듣는게 더 나을 것 같아. 루나가 왜 울었지?"
르네는 몸을 돌려서 내쪽을 바라보며 방긋 웃어보이며 말했다.
"당신의 예상대로에요."
"…서러워서 울었단 거야?"
"그렇죠. 그 아이는 자신을 반기는 사람이 없었어요. 하지만 이리사는 자신에게
안겨온 아이가 있었어요. 기다려주는 가족이 있었단 말이죠. 자신을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그렇지 않다는 것은 큰 차이를 보인답니다. 더구나 이제 겨
우 13살 정도인 루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충격이었을 거에요. 루나는 프리드가
어머니인 이리사에게 안기는 장면을 보고 예전에 가족과 함께 있을때를 생각해
내었고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느끼자 서러움을 참지 못해 눈물을 흘린거에요."
"으음, 그렇다는건…."
옆에 누워있던 르네는 슬픈 눈으로 말했다.
"네 맞아요. 갈곳이 없다는거죠. 불쌍한 아이에요. 그래서 말인데. 한,"
"난 좋아."
내 말에 그녀는 서서히 얼굴을 펴기 시작했고 난 그녀를 바싹 끌어 안으며 말
했다.
"그런데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까?"
"선택은 자신이 하는거에요. 우리는 문만 열어줄뿐이죠."
그녀는 내 품속에 안겨들며 말했고 난 그녀의 금발을 쓸어넘기며 빙긋 미소지었다.
20화. 울지 않는 아이와 우는 아이의 차이점 4
허름한 창고밖으로 일행들과 함께 걸어나왔다. 밖엔 아직 해는뜨지 않아 그저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새벽공기가 몸에 와 닿았다. 뒤에선 엑셀이 자신의 키 보
다 작은 창고의 문에 대한 짧은 비평을 남기며 고개를 숙이고 걸어나왔다. 그의
거대한 몸 옆에는 검은 머리칼과 피부덕분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앉은 작은 여자
아이와 은발을 길게 늘어뜨린 아름다운 여인이 따르고 있었다.
재미있는 모습이군, 한폭의 그림 같아.
그들을 뒤돌아보며 이런 생각을 하고있을 때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
다.
"이제 나오십니까?"
"아,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일이 끝나면 먼저 떠나겠다고 하시더니."
고개를 돌리니 샤프와 볼 펜 형제가 우릴 반기고 있었는데, 그들의 뒤로는 새벽
의 여명이 떠오르고있어서 그들의 모습은 그저 두 개 검은 실루엣으로 보였다.
"아, 인사라도 하고 떠나려고요."
"일은 잘끝내셨습니까?"
내말에 묵묵히 서있던 그림자가 허리를 숙여 바닥에 놓여진 큼직한 가방을 들
어보였고 그러자 옆에서 있던 그림자가 샤프의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에서 관리하고있던 장부입니다. 소란을 틈타서 슬쩍했죠, 저희들은 이제부
터 수도에 있는 국왕에게 찾아가 이것을 직접 배달한다음 적당한 곳에 정착할
겁니다. 퇴직금은 확실히 챙겼으니까요."
"직접찾아가요?"
"이 장부들을 야밤에 국왕의 침실에 던져 놓을 생각입니다."
샤프는 재미있지 않겠냐는 식으로 그렇게 말했고 난 그의 말을 듣고는 빙긋 웃
어주었다. 형인 샤프가 말을 맷자 이번엔 그옆에 서있던 동생 볼 펜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리사양."
"네?"
이리사는 이제 천천히 떠오르는 아침해 덕분에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된 볼 펜의 실루엣에게 산보라도 하던 얼굴으로 말했다. 그러자 볼 펜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옛날 아직 철없는 꼬마였던 저희들을 숲속에서 구해주신 것, 정말 감사히 생각
하고 있습니다. 그때 당신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저희들은 지금 이 자리에 없을
지도 모릅니다."
난 고개를 돌려 이리사를 바라보았고 이리사는 두손을 앞으로 모아내린채 그저
싱긋 미소짓고 있었다.
"콧물을 흘리며 숲속에서 울고 있는 두 아이를 발견한지가 10년전 이군요. 전
아직 그대로인데 여러분은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알아보지 못할말큼."
"하지만 저희들은 당신을 기억하고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은혜를 갚고 싶었
습니다. 비록 직접 구해드리진 못했지만,"
"그런 생각을 가져준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타인이 자신에게 받았던 것을 되돌려주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감사하게 여기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수있지.
왜냐면 그녀는 되돌려줄 줄 모르는 엘프니까.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아무말없이 있던 볼 펜은 손에든 가방을 등에 매고 다
시 입을 열었다.
"부탁이 있습니다."
"무엇인가요?"
조금 머뭇대며 볼 펜은 천천히 말했다.
"…인간을, 저희들을, 모쪼록 미워하지 말아주십시오. 당신들에게마저 배척 당한
다면 인간은 인간으로서 설자리가 없어집니다."
"알겠습니다. 당신들의 자리는 빼앗지 않겠어요."
이리사는 씁쓸히 웃으며 말했고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보던 두 남자의 실루엣
은 뒤로 돌아 걸어갔다. 아니 걸어가려다가 샤프의 그림자가 갑자기 뒤로 돌더
니 자신의 팔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어이, 루나라고했지? 너에게 깨물린 자국들은 내 평생의 보물로 간직하마."
루나는 고개를 팩 돌렸고 그러자 샤프는 낄낄 거리며 웃더니 앞서걸어가는 동
생의 뒤를 따라 가버렸다. 이리사는 그냥 쓰게 웃으며 그들의 뒤를 배웅했고 루
나는 그저 오랜만에 나온 바깥이 너무 편하다는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고있었
다. 엑셀은 자신의 셔츠를 허리에 두른채 손을 들어 햇살을 가리고있었고, 난
그들을 돌아보다가 잠시 생각에 잠겨보았다.
'엘프에게 배척을 받으면 인간은 인간으로서 설자리가 없어진다'
으음, 엘프는 남을 미워하지 않는 성격이니까. 그들이 인간을 배척한다면…, 아
니 잠깐, 엘프가 인간을 배척해? 그들은 남을 미워하지 못하는데? 그럼 뭐야.
이건, 그들에게 인간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인건가? 미워하지는 말
고? …그래서 볼 펜이 머뭇대었군, 지독한 이기주의적 발언이지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꼭 해야 했으니까.
인간을 미워하지 말아 달라는 말을,
내가 그에 대한 생각을 골똘히 하고있을 때 앞을 바라보던 엑셀이 말했다.
"이리사?"
"예?"
"당신 아들이 오는군요."
저 앞에서 마차하나가 아침 햇살의 배웅을 받으며 우리에게 달려오고있었다.
마차는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다가 우리들 앞에서 급정거했고 새벽 기운 사이로
텁텁한 흙먼지가 휘날렸다. 그리고 마차의 마부석에 앉아있던 조나단은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채 눈밑에 기미가 낀 얼굴로 씩씩대며 말했다.
"부를 줄 알았는데…. 사람에게 마법을 꼭 한번 날려보고 싶었는데…. 기다렸는
데…. 부르지 않았어…. 한 아저씨…, 왜 부르지 않았어요…? 응…? 나…, 쭉, 기
다렸는데…."
우릴 따라 온 이유는 그거였군, 사람에게 마법 쓰고 싶어서라고? 르네, 당신 위
험한 녀석에게 마법을 가르쳐 준 것 같아. 내가 망자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뭐라
고 웅얼대는 조나단을 애써 외면하고있을 때 짐마차에서 루나의 또래인 꼬마엘
프가 달려나왔다.
꼬마는 우리들의 모두 무시하고 달려오자 마자 엑셀의 옆에서있는 이리사에게
안겨들었고 이리사는 자신의 배에 얼굴을 묻고있는 아이의 뒷머리를 쓸어넘기
며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카리미나 진 이르세, 루마 디세노브 주리딘…."
"이라…. 이라. 네 지르키마 이라,"
단 한명을 제외하곤 우리들은 따뜻한 눈으로 모자의 상봉을 바라보았다. 난 그
들에게 작은 미소를 보여준다음 고개를 돌려 언제다가왔는지 내 앞에서서 날
물끄러미 바라보는 금발의 엘프 여인을 바라보았고 그러자 르네는 따뜻한 미소
를 지으면서 두손으로 내손을 꼭잡으며 말했다.
"어서와요, 여보."
"아아. 다녀왔어."
그녀는 해맑게 웃어보였고 나역시 그녀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르네는 내옆에서서 서로를 껴안고 다정하게 웃고있는 이리사와 프리드를 바라
보며 미소를 지어보이다가 그들에게서 약간 떨어져 있는 다크엘프 루나를 발견
하더니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저 아인 누구에요?"
"루나. 보면 알겠지만 다크엘프야."
"그리고?"
"그게 다야."
난 씁쓸이 웃으며 말했고 르네는 내말을 듣더니 천천히 걸어서 루나에게 다가
갔다. 등을 돌리고 있던 루나는 르네가 다가가는데 뒤도 돌아보지않았다. 르네
는 무릎을 구부려 루나와 눈높이를 맞춘다음 루나의 등에다가 대고 말했다.
"제 이름은 르네. 한 사람의 엘프로서 당신의 이름을 직접듣고 싶습니다."
그러자 천천히, 아주 천천히 루나의 고개가 뒤로 돌아 르네의 얼굴을 바라보게
되었다.
루나는 …울고있었다.
얼굴을 찡그리며 울고있는게 아니라, 아까, 이리사가 눈물을 보였던 것 처럼 그
냥, 보통의 무표정한 얼굴의 눈에서 눈물만 흘러내리고있었다. 루나는 손등으로
연신 자신의 눈가와 볼을 훔쳐내었지만, 그녀의 눈물은 계속 되었고 그것을 바
라보던 르네는 조용히 말했다.
"왜, 울고있나요?"
루나는 손을 들었다. 말은 하지 않았다. 그냥 손가락을 들어 서로를 가볍게 끌
어안고 따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이야기를 나누고있는 이리사와 프리드를 가
르켜 보이곤 천천히라기보단 힘없이 손을 내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설명은
충분했다. 르네는 그만 일어서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루나에게 내밀었지
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루나는 옆에서서 떠오르는 아침해를 감상하던 엑셀의 허리에 묶여 있던 그의
셔츠자락을 끌어 당겨서 콧물을 풀고있었다.
"흐으응!!"
"……너."
엑셀은 뭐라고 한마디 할 듯한 얼굴이었지만 밑에서 자신의 셔츠자락을 잡고
계속해서 눈물을 흘려대는 꼬마 다크엘프 루나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올려다보
자, 이마를 찌뿌리더니 그냥 손만 조금 휘저어주곤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렇게 우리들은 조나단의 마차를 타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조나단은 엑셀의 원
래 모습을 보더니 눈을 크게뜨고 날 닥달했고 난 엑셀에 대한 이야기를 조나단
에게 들려줘야했다. 새벽이라 사람들이 적었기에 엑셀은 그렇게 몸을 숨길 필요
가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한참동안의 소란을 피운다음 우린 모두 각각의 방에
서 모자란 수면을 보충할수있었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경매장에서 있었던 일을 르네에게 설명해주고있을 때
였다. 난 내옆에 누워서 내가 하는 이야기를 조용히 경청하는 르네에게 물었다.
"르네. 궁금한게 있는데."
"뭔데요?"
"저기, 아까 루나가 눈물을 보인거에 대해 말인데. 난 이미 알고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당신에게 듣는게 더 나을 것 같아. 루나가 왜 울었지?"
르네는 몸을 돌려서 내쪽을 바라보며 방긋 웃어보이며 말했다.
"당신의 예상대로에요."
"…서러워서 울었단 거야?"
"그렇죠. 그 아이는 자신을 반기는 사람이 없었어요. 하지만 이리사는 자신에게
안겨온 아이가 있었어요. 기다려주는 가족이 있었단 말이죠. 자신을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그렇지 않다는 것은 큰 차이를 보인답니다. 더구나 이제 겨
우 13살 정도인 루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충격이었을 거에요. 루나는 프리드가
어머니인 이리사에게 안기는 장면을 보고 예전에 가족과 함께 있을때를 생각해
내었고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느끼자 서러움을 참지 못해 눈물을 흘린거에요."
"으음, 그렇다는건…."
옆에 누워있던 르네는 슬픈 눈으로 말했다.
"네 맞아요. 갈곳이 없다는거죠. 불쌍한 아이에요. 그래서 말인데. 한,"
"난 좋아."
내 말에 그녀는 서서히 얼굴을 펴기 시작했고 난 그녀를 바싹 끌어 안으며 말
했다.
"그런데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까?"
"선택은 자신이 하는거에요. 우리는 문만 열어줄뿐이죠."
그녀는 내 품속에 안겨들며 말했고 난 그녀의 금발을 쓸어넘기며 빙긋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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