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 한송이 1
내 마누라는 엘프
21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 한송이 1
"그래서, 이제부터 어쩌실건가요?"
르네의 말에 이리사는 옆에서 자신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아무말없이 얌전히
앉아있는 아들 프리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천천히 말했다.
"돌아가야죠. 집으로,"
이리사는 살짝웃으며 말했고 르네는 빙긋 웃으며 그녀의 미소를 받았다.
느즈막한 오후의 햇살이 조금 낡은 창문으로 통해 약간은 어둡지만 그래서 더
아늑한 방안으로 들어와 조그만 테이블에 앉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있는 두 엘프 여인들을 살며시 감싸안았고 그런 그녀들의 모습은, 화사하
다고 하기보다. 조금은 수수하고 약간은 고귀한 모습으로 빛났다.
…그림을 좀 배워볼까?
한순간의 눈요기로 그냥 지나쳐 보내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인데 말이야.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있을 무렵, 르네는 약간의 이야기를 조금 더 주고받은 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잠시 저희 집에 들렸다가 가세요. 부탁드릴 것도 있고 하니까."
"그러죠."
이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르네는 그녀의 옆에 기대어 있는 프
리드에게 빙긋 웃어준다음 내쪽으로 걸어왔다. 그러더니 가만히 서있던 나의 팔
을 잡아끌며 말했다.
"한, 가요."
"음? 아아."
난 그녀에게 이끌려 문밖으로 나가다가 고개를 돌려 이리사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을 잊지않았고 그러자 이리사는 빙긋 미소지었다.
난 그들 방의 문을 닫으며 말했다.
"시장 보러 갈건데. 같이 가지 않겠니? 하면 어떻게 나올까요?"
"혼자 있고 싶어. 라고 할걸?"
난 고개를 돌려 반대편의 루나가 머물고있는 방의 방문을 바라보며 말했고 그
러자 르네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 손을 들어 자신의 볼을 감쌓다.
"으음, 이리사는 제 옷을 드리면 되지만, 루나는 함께 가지 않으면 사이즈를 알
수없는데 좀 곤란하네요. 프리드는 엄마의 곁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고,"
난 그녀의 말을 듣고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한 이유가 그거였어?"
"…왜 나에요?"
"이 집에 있는 아이들 중에서 네가 제일 한가해 보이니까."
"한가하지 않아요. 이거 안보여요? 이거,"
조나단은 그렇게 말하며 부엌에서 들고나온 접시를 보여주었다. 음, 설거지 중
인가? 그렇다면 다른 방법도 있지.
"할수없구나, 조나단. 네가 가진 옷중에 좀 작은 거 한 벌만 빌려줄레?"
"왜요? 저 옷 사주실려구요?"
"아니 너말고, 위에 있는 엘프 소년 소녀에게, 그 아이들 지금 걸치고있는거, 거
의 옷이라고 불러줄수있는게 아니잖냐. 루나는 거의 속옷 수준이고, 프리드는
완전 걸레…."
조나단은 내말을 듣고 한숨을 폭내쉬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알았어요. 잠깐만 기다려봐요."
녀석은 손에 접시를 든채 털레털레 걸으며 1층의 어느방의 문을 열고 사라졌고
잠시 후 나타난 조나단의 손엔 셔츠 한벌이 들려있었다. 나와 르네는 조나단에
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내주곤 곧바로 시장으로 달려갔다.
"…또 왔군."
"안녕하세요. 제프 아저씨."
르네는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건내었고 그러자 제프 영감님은 입에 물고있던
담배 파이프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새 내 이름도 알아냈나 보군, 그래 이번엔 무슨 옷을 사러왔지?"
난 조나단에게 받아왔던 셔츠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이정도 크기의, 여자 아이 옷과 남자아이 옷 몇가지 보여주시겠습니까? 아, 그
리고 커다란 후드가 붙어있는 망토하나 하고요."
그러자 제프 영감님은 내가들고 있는 셔츠를 힐끔 보더니 곧 자판위에 쌓여있
는 옷들을 뒤적이기 시작했고 그리곤 남자아이 옷 다섯벌과 여자아이 옷 다섯
벌 그리고 거의 천막을 쳐도 될 것 같은 망토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망토는 이 정도 크기면 되겠나? 큰거라기에 마침 손에 잡히는게 이거군. 그리
고 꺼내놓은 애들 옷중에서 맘에 드는 것 골라보게."
가려낸 옷들을 들어서 이리저리 돌려보던 르네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거 다 살게요. 얼마죠?"
그러자 르네의 말을 들은 제프 영감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씨익 웃으며 입에 문
담배 파이프를 손으로 바쳐들고는 가격을 불렀다. 그리고 잠시동안 르네와 제프
영감님의 치열한 혈전이 있었지만, 구경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점심시간은
지났지만, 저녁까진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제일 손님이 적은 시간이지.
잠시후, 6만 워니를 4만으로 깍고 쾌제를 올리고있는 르네와 두손을 바닥에 짚
고 고개를 푹숙이고 있는 제프 영감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난 빙긋 웃어보였다.
하여튼, 나 이외 '인간'에게 지는 건 싫어하니까.
그때 고개를 숙이고 삶의 회의에 젖어있던 제프 영감님이 고개를 천천히 들더
니 르네의 옆에서서 팔짱을 하고 서있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봐, 거기 자네."
"네?"
제프 영감님은 손가락을 들어서 큼직한 보자기 두 개를 가슴에 안아들고있는
르네를 가르키며 말했다.
"이 아가씨. 자네 마누라지?"
난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영감님은 내심 부럽다는 얼굴로 이렇
게 말했다.
"좋은 여자를 마누라로 삼았군, 미인에다 마음씨도 고아보이고, 무엇보다…."
내가 조금 머쓱한 얼굴로 제프 영감님의 말을 듣고있을 때 르네가 나에게 다가
오더니 큼직한 보자기들 중 하나를 나에게 내밀었고 난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
리곤 르네는 몸를 돌려 제프 영감님의 손바닥에 주머니에서 꺼낸 은화 4장을
내려놓으며 빙긋 미소지었고 그것을 받아든 제프 영감님은 허탈한 표정으로 주
먹을 꾹 쥐어 보이며 나에게 하던 말을 마저 끝내었다.
"…물건값을 잘 깍는다는 거야. 집안살림은 정말 잘꾸리겠어."
"고맙습니다."
르네는 빙긋 웃으며 제프 영감님께 살짝 고개를 숙였고 그러자 영감님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잘가게. 그리고 다음번엔 절대로 깍아주지 않을거니까. 올땐 각오 단단히 하고
와."
"예에."
르네는 내 팔에 팔짱을 하며 제프 영감님에게 빙긋 웃어보였고 제프 영감님은
우리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이곤 손바닥을 펴 들어서 르네에게 건내받
은 은화 4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있었다. 그것도 작은 한숨을 내쉬는 모습으로,
난 그런 제프 영감님에게 작은 미소를 보낸다음 앞을 보며 걷고있는 르네의 옆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르네의 눈동자가 살짝 돌아서 내 얼굴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작은 입이 열렸다.
"왜 그래요? 키스해줘요?"
"…아니, 그건 다음에 하고 에, 이번에 어디로 가지? 서점으로 가나?"
내말을 들은 르네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서 무슨 종이 쪽지를 꺼내 들었고
난 고개를 조금 기울여서 그녀가 들고있는 종이에 씌여진 글을 바라보았다.
종이엔 상당히 좋은 필체로 몇가지 책 이름이 쓰여 있었다.
'레이 L, 랑베르의 겨울 하늘의 사색,'
'존 그랜프의 별 자리 이름과 그에 얽힌 전설 모음집.'
'식물도감 최신판.'
기타등등….
추신. 부탁한 책 받으러 왔다고 하면 알아서 내줄 것입니다. 그럼,
"네. 그보다. 엑셀은 의외로 다양한 종류의 책을 보는군요."
그녀는 다시 종이 조각을 주머니에 넣었고 난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엑셀에게 들은 대로라면 시장 골목에서 벗어나 왼쪽 모퉁이를 돌면 바로 보인
다고 했었지. 일단 시장 골목은 벗어났으니까. 우리는 왼쪽모퉁이를 돌아 천천
히 걸어 나갔고 그러자 곧 쭉 뻗은 대로로 나오게 되었다. 우리들은 잠깐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고 곧바로 허름한 간판에 간단하게 서점이라고 적어놓은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거참, 이름 한번 간단하군, 서점이 다인가?
난 고개를 돌려 르네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살짝웃으며 말했다.
"간단해서 좋군요. 자, 가요."
"응, 저녁에 바로 출발 할거라고 했으니까. 어서어서 준비해야지."
딸랑~
문을 열자 작은 종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당장 저 어디선가(희안하게도 어디서
들려오는진 알수없었다.)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오세요. 잠시만요~"
나와 르네는 목소리의 주인이 나올때까지 들고있던 보자기를 내려놓고 잠깐 책
방 안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책 방안은 밖에서 본거완 달리 굉장히 넓어 보였
다. 책장만해도 저 뒤에까지 이어진걸로 봐선 아마도 10개 이상인걸로 보였다.
하지만,
…혼란스러웠다.
책장에 다 들어가지않는 책들은 복도의 빈 공간에 여기저기 쌓혀있었고 쌓여진
책들 사이론 무슨 머리표 같은 종이 조각 같은 것들이 머릴 내밀고 있었다. 그
리고 커다란 책장위엔 먼지가 가득 쌓여있는 두르마리들이 떨어질 듯 말 듯한
모습으로 굉장히 불안하게 걸쳐져 있었고, 그렇게 서점 안의 책정리 상태에 대
해 심각한 비평을 보내고 있을 때 바닥에 쌓여있던 책을 하나 들어 읽어보던
르네는 내가 바라보자 재미있는 얼굴로 책을 돌려 제목을 읽어 주었다.
" '인간의 관점으로 본 이 종족들의 사상.' 제 1권, 놀랍군요. 절판되서 구할수없
다고 들었는데."
그녀는 재미있는 얼굴로 책을 들어 보였고 난 그런가? 하는 식으로 작게 웃어
주었다. 그녀는 책을 좋아 하지만, 난 별로 책을 좋아하지않는다. 이유를 묻는다
면, 나에겐 르네라는 걸어 다니는 백과 사전이 있으니까.
그녀가 아는 것을 나도 알고있다면 그건 별로 재미가 없다.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미 알고있는 것을 다시 듣게 되면 지루해지는 게 당연하니까.
그러므로 난 그녀가 알지못하는 것에 관심을 두어야했다. 예를 들면 기술, 그러
니까. 이를테면 악기를 연주하는 그런 것에, 그래야 서로에게 더 관심을 가질
테니까. 모르는 것이 있다면 르네가 알고있으니 그녀에게 물어보면 되고, 반대
로 르네가 음악을 듣고 싶어한다면, 난 그녀의 악사가 되어서 아내를 위해 아름
다운 곡을 연주해 줄수있지.
다른 부부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 부부는 이렇게 서로의 없는 부분을 자신
이 가진 것으로 메꿔넣으며 재미나게 살고 있다. 물론 공동 관심사를 가지고있
으면 처음엔 재미있지. 하지만, 시간이 가면 질리는 법이다. 우리 부부는 그것을
알고있었고, 그래서 서로 다른 것에 관심을 두게 되었지.
그렇게 르네는 빙긋 웃으며 책장을 조금 넘겨 보다가 곧 그것을 적당한 곳에
올려놓고 싱긋 웃는 얼굴로 또 다른 책을 골라대기 시작했고 난 그녀에게 작은
미소를 보여준 다음 서점 안으로 조금 들어가 보았다. 허름한 책들, 깨끗한 책
들, 그리고 그럭저럭 그 중간에 속하는 책들, 온 사방이 책이었다.
"이런 곳에 살면 머리가 아파오겠군, 온통 책뿐이라니."
"이런 곳에 살면 머리가 꽉차요. 온통 책뿐이라서."
"응?"
난 목소리가 들려온곳으로 고개를 틀었고 그러자 사다리위에서 가슴에 한가득
책을 올려놓은 여인? 소녀? 아가씨…. 아가씨 하나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제 겨우 10대 티를 벗어난 듯한 얼굴에 평범한 갈색 머리를 한줄로 길게 땋아
내린 아가씨는 날 내려다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기다리셨죠? 잠시만요."
그러면서 그녀는 조심스럽게 사다리에서 내려오더니 가슴에 안고있던 책을 다
리가 부러지지않을까 의심이 갈 정도로 책이 많이 쌓여있는 테이블을 위에 올
려놓은 다음 소매로 대충 이마에 맷힌 땀방울을 쓱 닦으며 말했다.
"무슨 책을 찾으시죠? 마법서에서부터 도색서적까지 없는게 없답니다."
마법서에서 도색서적까지 없는게 없다고? 하지만, 난 마법엔 소질이 없고 예쁜
마누라가 있어서 별로 그런 책들은 관심 없는데. 난 갈색 머리의 아가씨에게 손
을 흔들어 주며 말했다.
"아, 전 친구의 부탁으로 주문한 책을 받으러 온 것뿐입니다만."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친구분의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엑셀이라고 합니다."
대답은 내 뒤에서 르네가 맘에드는 책들인지, 팔에 5권 정도의 책을 들고 오며
한말이었다. 난 그녀의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그녀에게 걸어가 팔에 안고 오던
책들을 받아들었고 르네는 나에게 책을 넘겨주곤 빙긋 웃으며 앞에 서서 손가
락을 입술에 대고 멀뚱히 르네를 바라보고있는 아가씨에게 말했다.
"그가 이것도 함께 전해주라고 하더군요."
르네는 우리가 받은 쪽지 말고 따로 그에게 책방 주인에게 전해달라며 받아둔
사각으로 접혀있는 종이쪽지를 그녀에게 건내주었고 그러자 갈색머리의 아가씨
는 우리들은 잠깐 바라본 다음 르네가 내민 사각으로 접힌 쪽지를 받아서 천천
히 펴들고 읽기 시작했고 난 그 틈에 르네에게 건내받아 테이블위에 올려놓았
던 책들을 뒤적이며 그 제목을 읽어보았다.
내가 유일하게 책중에서 보는거라면 제목정도가 다지.
"이번엔 5권인가? 음? 이건 뭐야? '그가 좋아하는 저녁거리?' "
"새 요리나 조금 익혀 볼까 하구요."
르네는 옆에 놓여있는 책을 들어서 펼쳐보다가 빙긋 웃으며 말했고 난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책의 제목을 읽었다.
"에또, 다음은……,"
난 내 손에 들려있는 책의 제목을 잠시 바라보았다가 다시 천천히 도로 책속에
집어넣었고 그리곤 고개를 슬쩍 돌려 르네의 얼굴을 잠깐 바라보았다. 그러자
르네는 내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히죽 웃어주곤 앞의 책장에서 빼낸 책을
다시 꼿아넣으며 입을 열었다.
"재미있어요."
"…그, 그래?"
내가 어설프게 그녀에게 웃어 주고있을 때 앞에서 쪽지를 읽고있던 갈색 머리
아가씨가 환한 얼굴로 말했다.
"와아, 이드씨의 본명이 엑셀이라니. 의왼데요. 어쨌든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부
탁하신 책들 미리 골라놨거든요."
그렇게 말하곤 종종걸음으로 치미자락을 날리며 어디론가의 책장 뒤로 걸어간
그녀는 잠시후 종이를 꼬아만든 줄로 튼튼하게 역여있는 책뭉치를 들고와선 나
에게 내밀며 말했다.
"전 이곳 주인의 손녀인 마리라고 해요. 이드, 아니 엑셀씨의 친구분들이시라구
요?"
난 그녀가 내민 책뭉치를 받아 들었고 옆에서 있던 르네가 마리라는 책방 아가
씨의 물음에 상냥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래요. 그런데 마리씨? 이것도 계산 해주시겠어요."
르네는 내가 테이블에 올려놓았던 책들을 가르키며 말했고 마리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으음, 잠깐 볼까요?"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에 얻혀있는 책들에게 다가가 이리저리 돌려보며 꼼꼼히
뭔가를 살피던 마리씨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한 권 가격은 빼드려서 모두 4만 5천 워니입니다."
한 권 빼서 4만 5천? 약간 비싼 감이 있긴 한데…. 난 르네를 돌아보았고 그녀
는 한 권 가격을 뺀다는 말에 싱긋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
내어 동전을 세어서 마리씨에게 건내주며 말했다.
그녀는 책값은 절대로 깍지 않는다. 책에 대한 가치존중이 뭐라던데?
어쨌든 지금은 기억이 나지않는군,
"고마워요. 다음에 또 올께요."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시면 한 권 더 공짜로 드릴께요."
마리씨는 르네에게 건내 받은 돈을 앞치마의 주머니에 넣은 다음 다른 주머니
에서 책을 묶을 줄을 꺼내며 르네의 말을 멋지게 받아 넘겼고 그래서 르네는
마리씨에게 빙긋 웃어준 다음 손가락으로 엑셀의 책들을 가르키며 말했다.
"그런데 이쪽 책의 가격은요?"
"아, 그건 부탁하실 때 계산 하셨어요. 그러니 그냥 가져가세요."
마리씨는 르네의 책들을 단단하게 묶은 다음 그것을 나에게 내밀며 말했고 난
그녀가 내미는 책들과 바닥에 놓여있는 엑셀의 책 뭉치를 두손에 든 다음 말했
다.
…어느샌가 짐꾼이 된 듯 한 느낌이 드는군,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예, 잘가세요. 다음에 또 오시는거 잊지 마시구요."
르네는 천천히 내뒤를 따라나오며 마리씨의 배웅에 빙긋 미소로 답했다.
딸랑~
가게의 문을 열고 나오자 르네가 두 개의 옷 보자기를 들고 나오며 내 옆에 바
싹 붙어서더니 말했다.
"무겁죠?"
"아니. 이 정도는 당신 몸무게만큼 가벼워. 알잖아?"
내 말에 르네는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웃어보이더니 말했다.
"그래요.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니까요."
그녀의 말에 난 빙긋 미소지어주었다.
"그런 특별한 남자의 아내는 바로 당신이잖아? 행복하지 않아?"
"행복해요. 행복하지 않을 수 없어요. 당신과 계속 함께 할수있다는 것은 저에게
있어서 크나큰 행복이랍니다."
내 말에 르네는 화사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다. 이정도 무게, 보통인간이면
조금 버거워하겠지만, 내손에 들려있는 이상 그렇게 무겁지 않다, 아니, 무게를
느끼지 못 할 정도라는게 정확하겠지.
…과거에 있었던 그 일 때문에 얻은 능력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원래의 인간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뭐, 덕분에 르네와 맷어질 수 있었으니까. 난 더 이상 그런것엔 신경쓰지않아.
그녀만 있으면 돼, 항상 나에게 미소를 보여주는 르네만 있으면,
난 더 이상 증오를 느끼지 않아.
그때 환한 얼굴로 가만히 날 바라보고있던 르네는 갑자기 히죽 웃더니 내 허릴
팔꿈치로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당신, 어떻게 제 몸무게를 알지요?"
"응?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충은 감으로 알수있어, …같이 자니까."
"어느정도인데요?"
르네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계속 질문했고 난 약한 웃음을 지으며 계속 그녀
의 장난에 휘말려 들어갔다. 난 양손에 들고있는 책뭉치들을 슬쩍 들어보이며
말했다.
"으음, 이거 한 세 묶음 정도?"
"그거 한 묶음에 많이 잡아도 10키로일텐데. 제 몸무게가 그렇게 가벼워요?"
난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음? 난 그 정도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야?"
그러자 르네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니네요. 아무리 그래도 30키로는 너무 가벼워요. 루나면 그 정도 되려나?"
"어…. 그런가? 난 당신 그렇게 무겁다고 느낀적이 없어서 말야."
내말을 들은 르네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더니 한쪽 손에 보자기를 들고 다
른손으로 내 팔을 안으며 걷는 속도를 조금 높혔다.
"자, 그만하고 빨리가요. 엑셀과 이리사가 기다리겠어요."
"아? 응."
여관에 도착해 제일 먼저 엑셀이 있는 방의 문을 열자 그곳엔 창가에 커텐을
치고 침대에 걸터앉아서 커텐이 드리워진 창문에서 비져나온 몇가닥의 빛만으
로 무슨 책을 읽고있는 은회색의 웨어울프, 엑셀이 반가운 얼굴로 우릴 반겼다.
"어서와. 그럭저럭 빨리왔군. 그래, 갔던 일은 잘되었나?"
21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 한송이 1
"그래서, 이제부터 어쩌실건가요?"
르네의 말에 이리사는 옆에서 자신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아무말없이 얌전히
앉아있는 아들 프리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천천히 말했다.
"돌아가야죠. 집으로,"
이리사는 살짝웃으며 말했고 르네는 빙긋 웃으며 그녀의 미소를 받았다.
느즈막한 오후의 햇살이 조금 낡은 창문으로 통해 약간은 어둡지만 그래서 더
아늑한 방안으로 들어와 조그만 테이블에 앉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있는 두 엘프 여인들을 살며시 감싸안았고 그런 그녀들의 모습은, 화사하
다고 하기보다. 조금은 수수하고 약간은 고귀한 모습으로 빛났다.
…그림을 좀 배워볼까?
한순간의 눈요기로 그냥 지나쳐 보내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인데 말이야.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있을 무렵, 르네는 약간의 이야기를 조금 더 주고받은 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잠시 저희 집에 들렸다가 가세요. 부탁드릴 것도 있고 하니까."
"그러죠."
이리사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르네는 그녀의 옆에 기대어 있는 프
리드에게 빙긋 웃어준다음 내쪽으로 걸어왔다. 그러더니 가만히 서있던 나의 팔
을 잡아끌며 말했다.
"한, 가요."
"음? 아아."
난 그녀에게 이끌려 문밖으로 나가다가 고개를 돌려 이리사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을 잊지않았고 그러자 이리사는 빙긋 미소지었다.
난 그들 방의 문을 닫으며 말했다.
"시장 보러 갈건데. 같이 가지 않겠니? 하면 어떻게 나올까요?"
"혼자 있고 싶어. 라고 할걸?"
난 고개를 돌려 반대편의 루나가 머물고있는 방의 방문을 바라보며 말했고 그
러자 르네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 손을 들어 자신의 볼을 감쌓다.
"으음, 이리사는 제 옷을 드리면 되지만, 루나는 함께 가지 않으면 사이즈를 알
수없는데 좀 곤란하네요. 프리드는 엄마의 곁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고,"
난 그녀의 말을 듣고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한 이유가 그거였어?"
"…왜 나에요?"
"이 집에 있는 아이들 중에서 네가 제일 한가해 보이니까."
"한가하지 않아요. 이거 안보여요? 이거,"
조나단은 그렇게 말하며 부엌에서 들고나온 접시를 보여주었다. 음, 설거지 중
인가? 그렇다면 다른 방법도 있지.
"할수없구나, 조나단. 네가 가진 옷중에 좀 작은 거 한 벌만 빌려줄레?"
"왜요? 저 옷 사주실려구요?"
"아니 너말고, 위에 있는 엘프 소년 소녀에게, 그 아이들 지금 걸치고있는거, 거
의 옷이라고 불러줄수있는게 아니잖냐. 루나는 거의 속옷 수준이고, 프리드는
완전 걸레…."
조나단은 내말을 듣고 한숨을 폭내쉬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알았어요. 잠깐만 기다려봐요."
녀석은 손에 접시를 든채 털레털레 걸으며 1층의 어느방의 문을 열고 사라졌고
잠시 후 나타난 조나단의 손엔 셔츠 한벌이 들려있었다. 나와 르네는 조나단에
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내주곤 곧바로 시장으로 달려갔다.
"…또 왔군."
"안녕하세요. 제프 아저씨."
르네는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건내었고 그러자 제프 영감님은 입에 물고있던
담배 파이프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새 내 이름도 알아냈나 보군, 그래 이번엔 무슨 옷을 사러왔지?"
난 조나단에게 받아왔던 셔츠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이정도 크기의, 여자 아이 옷과 남자아이 옷 몇가지 보여주시겠습니까? 아, 그
리고 커다란 후드가 붙어있는 망토하나 하고요."
그러자 제프 영감님은 내가들고 있는 셔츠를 힐끔 보더니 곧 자판위에 쌓여있
는 옷들을 뒤적이기 시작했고 그리곤 남자아이 옷 다섯벌과 여자아이 옷 다섯
벌 그리고 거의 천막을 쳐도 될 것 같은 망토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망토는 이 정도 크기면 되겠나? 큰거라기에 마침 손에 잡히는게 이거군. 그리
고 꺼내놓은 애들 옷중에서 맘에 드는 것 골라보게."
가려낸 옷들을 들어서 이리저리 돌려보던 르네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거 다 살게요. 얼마죠?"
그러자 르네의 말을 들은 제프 영감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씨익 웃으며 입에 문
담배 파이프를 손으로 바쳐들고는 가격을 불렀다. 그리고 잠시동안 르네와 제프
영감님의 치열한 혈전이 있었지만, 구경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점심시간은
지났지만, 저녁까진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제일 손님이 적은 시간이지.
잠시후, 6만 워니를 4만으로 깍고 쾌제를 올리고있는 르네와 두손을 바닥에 짚
고 고개를 푹숙이고 있는 제프 영감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난 빙긋 웃어보였다.
하여튼, 나 이외 '인간'에게 지는 건 싫어하니까.
그때 고개를 숙이고 삶의 회의에 젖어있던 제프 영감님이 고개를 천천히 들더
니 르네의 옆에서서 팔짱을 하고 서있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봐, 거기 자네."
"네?"
제프 영감님은 손가락을 들어서 큼직한 보자기 두 개를 가슴에 안아들고있는
르네를 가르키며 말했다.
"이 아가씨. 자네 마누라지?"
난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영감님은 내심 부럽다는 얼굴로 이렇
게 말했다.
"좋은 여자를 마누라로 삼았군, 미인에다 마음씨도 고아보이고, 무엇보다…."
내가 조금 머쓱한 얼굴로 제프 영감님의 말을 듣고있을 때 르네가 나에게 다가
오더니 큼직한 보자기들 중 하나를 나에게 내밀었고 난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
리곤 르네는 몸를 돌려 제프 영감님의 손바닥에 주머니에서 꺼낸 은화 4장을
내려놓으며 빙긋 미소지었고 그것을 받아든 제프 영감님은 허탈한 표정으로 주
먹을 꾹 쥐어 보이며 나에게 하던 말을 마저 끝내었다.
"…물건값을 잘 깍는다는 거야. 집안살림은 정말 잘꾸리겠어."
"고맙습니다."
르네는 빙긋 웃으며 제프 영감님께 살짝 고개를 숙였고 그러자 영감님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잘가게. 그리고 다음번엔 절대로 깍아주지 않을거니까. 올땐 각오 단단히 하고
와."
"예에."
르네는 내 팔에 팔짱을 하며 제프 영감님에게 빙긋 웃어보였고 제프 영감님은
우리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이곤 손바닥을 펴 들어서 르네에게 건내받
은 은화 4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있었다. 그것도 작은 한숨을 내쉬는 모습으로,
난 그런 제프 영감님에게 작은 미소를 보낸다음 앞을 보며 걷고있는 르네의 옆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르네의 눈동자가 살짝 돌아서 내 얼굴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작은 입이 열렸다.
"왜 그래요? 키스해줘요?"
"…아니, 그건 다음에 하고 에, 이번에 어디로 가지? 서점으로 가나?"
내말을 들은 르네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서 무슨 종이 쪽지를 꺼내 들었고
난 고개를 조금 기울여서 그녀가 들고있는 종이에 씌여진 글을 바라보았다.
종이엔 상당히 좋은 필체로 몇가지 책 이름이 쓰여 있었다.
'레이 L, 랑베르의 겨울 하늘의 사색,'
'존 그랜프의 별 자리 이름과 그에 얽힌 전설 모음집.'
'식물도감 최신판.'
기타등등….
추신. 부탁한 책 받으러 왔다고 하면 알아서 내줄 것입니다. 그럼,
"네. 그보다. 엑셀은 의외로 다양한 종류의 책을 보는군요."
그녀는 다시 종이 조각을 주머니에 넣었고 난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엑셀에게 들은 대로라면 시장 골목에서 벗어나 왼쪽 모퉁이를 돌면 바로 보인
다고 했었지. 일단 시장 골목은 벗어났으니까. 우리는 왼쪽모퉁이를 돌아 천천
히 걸어 나갔고 그러자 곧 쭉 뻗은 대로로 나오게 되었다. 우리들은 잠깐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고 곧바로 허름한 간판에 간단하게 서점이라고 적어놓은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거참, 이름 한번 간단하군, 서점이 다인가?
난 고개를 돌려 르네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살짝웃으며 말했다.
"간단해서 좋군요. 자, 가요."
"응, 저녁에 바로 출발 할거라고 했으니까. 어서어서 준비해야지."
딸랑~
문을 열자 작은 종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당장 저 어디선가(희안하게도 어디서
들려오는진 알수없었다.)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오세요. 잠시만요~"
나와 르네는 목소리의 주인이 나올때까지 들고있던 보자기를 내려놓고 잠깐 책
방 안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책 방안은 밖에서 본거완 달리 굉장히 넓어 보였
다. 책장만해도 저 뒤에까지 이어진걸로 봐선 아마도 10개 이상인걸로 보였다.
하지만,
…혼란스러웠다.
책장에 다 들어가지않는 책들은 복도의 빈 공간에 여기저기 쌓혀있었고 쌓여진
책들 사이론 무슨 머리표 같은 종이 조각 같은 것들이 머릴 내밀고 있었다. 그
리고 커다란 책장위엔 먼지가 가득 쌓여있는 두르마리들이 떨어질 듯 말 듯한
모습으로 굉장히 불안하게 걸쳐져 있었고, 그렇게 서점 안의 책정리 상태에 대
해 심각한 비평을 보내고 있을 때 바닥에 쌓여있던 책을 하나 들어 읽어보던
르네는 내가 바라보자 재미있는 얼굴로 책을 돌려 제목을 읽어 주었다.
" '인간의 관점으로 본 이 종족들의 사상.' 제 1권, 놀랍군요. 절판되서 구할수없
다고 들었는데."
그녀는 재미있는 얼굴로 책을 들어 보였고 난 그런가? 하는 식으로 작게 웃어
주었다. 그녀는 책을 좋아 하지만, 난 별로 책을 좋아하지않는다. 이유를 묻는다
면, 나에겐 르네라는 걸어 다니는 백과 사전이 있으니까.
그녀가 아는 것을 나도 알고있다면 그건 별로 재미가 없다.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미 알고있는 것을 다시 듣게 되면 지루해지는 게 당연하니까.
그러므로 난 그녀가 알지못하는 것에 관심을 두어야했다. 예를 들면 기술, 그러
니까. 이를테면 악기를 연주하는 그런 것에, 그래야 서로에게 더 관심을 가질
테니까. 모르는 것이 있다면 르네가 알고있으니 그녀에게 물어보면 되고, 반대
로 르네가 음악을 듣고 싶어한다면, 난 그녀의 악사가 되어서 아내를 위해 아름
다운 곡을 연주해 줄수있지.
다른 부부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 부부는 이렇게 서로의 없는 부분을 자신
이 가진 것으로 메꿔넣으며 재미나게 살고 있다. 물론 공동 관심사를 가지고있
으면 처음엔 재미있지. 하지만, 시간이 가면 질리는 법이다. 우리 부부는 그것을
알고있었고, 그래서 서로 다른 것에 관심을 두게 되었지.
그렇게 르네는 빙긋 웃으며 책장을 조금 넘겨 보다가 곧 그것을 적당한 곳에
올려놓고 싱긋 웃는 얼굴로 또 다른 책을 골라대기 시작했고 난 그녀에게 작은
미소를 보여준 다음 서점 안으로 조금 들어가 보았다. 허름한 책들, 깨끗한 책
들, 그리고 그럭저럭 그 중간에 속하는 책들, 온 사방이 책이었다.
"이런 곳에 살면 머리가 아파오겠군, 온통 책뿐이라니."
"이런 곳에 살면 머리가 꽉차요. 온통 책뿐이라서."
"응?"
난 목소리가 들려온곳으로 고개를 틀었고 그러자 사다리위에서 가슴에 한가득
책을 올려놓은 여인? 소녀? 아가씨…. 아가씨 하나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제 겨우 10대 티를 벗어난 듯한 얼굴에 평범한 갈색 머리를 한줄로 길게 땋아
내린 아가씨는 날 내려다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기다리셨죠? 잠시만요."
그러면서 그녀는 조심스럽게 사다리에서 내려오더니 가슴에 안고있던 책을 다
리가 부러지지않을까 의심이 갈 정도로 책이 많이 쌓여있는 테이블을 위에 올
려놓은 다음 소매로 대충 이마에 맷힌 땀방울을 쓱 닦으며 말했다.
"무슨 책을 찾으시죠? 마법서에서부터 도색서적까지 없는게 없답니다."
마법서에서 도색서적까지 없는게 없다고? 하지만, 난 마법엔 소질이 없고 예쁜
마누라가 있어서 별로 그런 책들은 관심 없는데. 난 갈색 머리의 아가씨에게 손
을 흔들어 주며 말했다.
"아, 전 친구의 부탁으로 주문한 책을 받으러 온 것뿐입니다만."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친구분의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엑셀이라고 합니다."
대답은 내 뒤에서 르네가 맘에드는 책들인지, 팔에 5권 정도의 책을 들고 오며
한말이었다. 난 그녀의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그녀에게 걸어가 팔에 안고 오던
책들을 받아들었고 르네는 나에게 책을 넘겨주곤 빙긋 웃으며 앞에 서서 손가
락을 입술에 대고 멀뚱히 르네를 바라보고있는 아가씨에게 말했다.
"그가 이것도 함께 전해주라고 하더군요."
르네는 우리가 받은 쪽지 말고 따로 그에게 책방 주인에게 전해달라며 받아둔
사각으로 접혀있는 종이쪽지를 그녀에게 건내주었고 그러자 갈색머리의 아가씨
는 우리들은 잠깐 바라본 다음 르네가 내민 사각으로 접힌 쪽지를 받아서 천천
히 펴들고 읽기 시작했고 난 그 틈에 르네에게 건내받아 테이블위에 올려놓았
던 책들을 뒤적이며 그 제목을 읽어보았다.
내가 유일하게 책중에서 보는거라면 제목정도가 다지.
"이번엔 5권인가? 음? 이건 뭐야? '그가 좋아하는 저녁거리?' "
"새 요리나 조금 익혀 볼까 하구요."
르네는 옆에 놓여있는 책을 들어서 펼쳐보다가 빙긋 웃으며 말했고 난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책의 제목을 읽었다.
"에또, 다음은……,"
난 내 손에 들려있는 책의 제목을 잠시 바라보았다가 다시 천천히 도로 책속에
집어넣었고 그리곤 고개를 슬쩍 돌려 르네의 얼굴을 잠깐 바라보았다. 그러자
르네는 내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히죽 웃어주곤 앞의 책장에서 빼낸 책을
다시 꼿아넣으며 입을 열었다.
"재미있어요."
"…그, 그래?"
내가 어설프게 그녀에게 웃어 주고있을 때 앞에서 쪽지를 읽고있던 갈색 머리
아가씨가 환한 얼굴로 말했다.
"와아, 이드씨의 본명이 엑셀이라니. 의왼데요. 어쨌든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부
탁하신 책들 미리 골라놨거든요."
그렇게 말하곤 종종걸음으로 치미자락을 날리며 어디론가의 책장 뒤로 걸어간
그녀는 잠시후 종이를 꼬아만든 줄로 튼튼하게 역여있는 책뭉치를 들고와선 나
에게 내밀며 말했다.
"전 이곳 주인의 손녀인 마리라고 해요. 이드, 아니 엑셀씨의 친구분들이시라구
요?"
난 그녀가 내민 책뭉치를 받아 들었고 옆에서 있던 르네가 마리라는 책방 아가
씨의 물음에 상냥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래요. 그런데 마리씨? 이것도 계산 해주시겠어요."
르네는 내가 테이블에 올려놓았던 책들을 가르키며 말했고 마리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으음, 잠깐 볼까요?"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에 얻혀있는 책들에게 다가가 이리저리 돌려보며 꼼꼼히
뭔가를 살피던 마리씨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한 권 가격은 빼드려서 모두 4만 5천 워니입니다."
한 권 빼서 4만 5천? 약간 비싼 감이 있긴 한데…. 난 르네를 돌아보았고 그녀
는 한 권 가격을 뺀다는 말에 싱긋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
내어 동전을 세어서 마리씨에게 건내주며 말했다.
그녀는 책값은 절대로 깍지 않는다. 책에 대한 가치존중이 뭐라던데?
어쨌든 지금은 기억이 나지않는군,
"고마워요. 다음에 또 올께요."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시면 한 권 더 공짜로 드릴께요."
마리씨는 르네에게 건내 받은 돈을 앞치마의 주머니에 넣은 다음 다른 주머니
에서 책을 묶을 줄을 꺼내며 르네의 말을 멋지게 받아 넘겼고 그래서 르네는
마리씨에게 빙긋 웃어준 다음 손가락으로 엑셀의 책들을 가르키며 말했다.
"그런데 이쪽 책의 가격은요?"
"아, 그건 부탁하실 때 계산 하셨어요. 그러니 그냥 가져가세요."
마리씨는 르네의 책들을 단단하게 묶은 다음 그것을 나에게 내밀며 말했고 난
그녀가 내미는 책들과 바닥에 놓여있는 엑셀의 책 뭉치를 두손에 든 다음 말했
다.
…어느샌가 짐꾼이 된 듯 한 느낌이 드는군,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예, 잘가세요. 다음에 또 오시는거 잊지 마시구요."
르네는 천천히 내뒤를 따라나오며 마리씨의 배웅에 빙긋 미소로 답했다.
딸랑~
가게의 문을 열고 나오자 르네가 두 개의 옷 보자기를 들고 나오며 내 옆에 바
싹 붙어서더니 말했다.
"무겁죠?"
"아니. 이 정도는 당신 몸무게만큼 가벼워. 알잖아?"
내 말에 르네는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웃어보이더니 말했다.
"그래요.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니까요."
그녀의 말에 난 빙긋 미소지어주었다.
"그런 특별한 남자의 아내는 바로 당신이잖아? 행복하지 않아?"
"행복해요. 행복하지 않을 수 없어요. 당신과 계속 함께 할수있다는 것은 저에게
있어서 크나큰 행복이랍니다."
내 말에 르네는 화사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다. 이정도 무게, 보통인간이면
조금 버거워하겠지만, 내손에 들려있는 이상 그렇게 무겁지 않다, 아니, 무게를
느끼지 못 할 정도라는게 정확하겠지.
…과거에 있었던 그 일 때문에 얻은 능력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원래의 인간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뭐, 덕분에 르네와 맷어질 수 있었으니까. 난 더 이상 그런것엔 신경쓰지않아.
그녀만 있으면 돼, 항상 나에게 미소를 보여주는 르네만 있으면,
난 더 이상 증오를 느끼지 않아.
그때 환한 얼굴로 가만히 날 바라보고있던 르네는 갑자기 히죽 웃더니 내 허릴
팔꿈치로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당신, 어떻게 제 몸무게를 알지요?"
"응?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충은 감으로 알수있어, …같이 자니까."
"어느정도인데요?"
르네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계속 질문했고 난 약한 웃음을 지으며 계속 그녀
의 장난에 휘말려 들어갔다. 난 양손에 들고있는 책뭉치들을 슬쩍 들어보이며
말했다.
"으음, 이거 한 세 묶음 정도?"
"그거 한 묶음에 많이 잡아도 10키로일텐데. 제 몸무게가 그렇게 가벼워요?"
난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음? 난 그 정도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야?"
그러자 르네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니네요. 아무리 그래도 30키로는 너무 가벼워요. 루나면 그 정도 되려나?"
"어…. 그런가? 난 당신 그렇게 무겁다고 느낀적이 없어서 말야."
내말을 들은 르네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더니 한쪽 손에 보자기를 들고 다
른손으로 내 팔을 안으며 걷는 속도를 조금 높혔다.
"자, 그만하고 빨리가요. 엑셀과 이리사가 기다리겠어요."
"아? 응."
여관에 도착해 제일 먼저 엑셀이 있는 방의 문을 열자 그곳엔 창가에 커텐을
치고 침대에 걸터앉아서 커텐이 드리워진 창문에서 비져나온 몇가닥의 빛만으
로 무슨 책을 읽고있는 은회색의 웨어울프, 엑셀이 반가운 얼굴로 우릴 반겼다.
"어서와. 그럭저럭 빨리왔군. 그래, 갔던 일은 잘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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