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한송이 3

등록 2026.10.10 6.0천자 조회 1 좋아요 0 댓글 0 전체 이용가
내 마누라는 엘프
23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한송이 3


엑셀과 루나 덕분에 우리들은 이곳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몬스터들에게 습격을
받지않고 집으로 돌아가는 매우 진귀한 경험을 하고있었다. 진귀하지, 진귀하다
못해 희안할 정도야. 숲속에서 몬스터를 만나 겨우겨우 해치우고 앞을 바라보면
또 다른 녀석이 하얀 이를 들어내며 달려드는 곳이 바로 이곳인데. 그런 경험을
가지고있는 나와 르네는 이상한 감정을 까지 느끼면서 앞으로 걸어 나갔다.

"내 지금까지의 이곳을 지나며 느낀 경험에 위배되는 상황이야. 당신은 어때?"

"저도요, 하지만. 왠지 기분은 좋군요. 이렇게 한가롭게 숲속을 걸어본게 얼마만
인지 모르겠어요."

르네는 뒤에서 느릿한 걸음으로 걸어오고있는 루나를 돌아보며 말했고 난 루나
가 어디있는지 잠깐 찾아보려다가 이내 포기하곤 르네가 바라보는 쪽을 대충
어림짐작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우거진 나무들 때문에 별빛조
차도 들지않는 어둠속에서 차갑고 약간은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가 아니야. 어딘지 모르면 솔직하게 옆에있는 당신 마누라한테 물어보지?"

난 루나의 말을 듣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옆에서 손을들어 입
가를 가리고 눈웃음 지어보이고있는 르네에게 말했다.

"…어디있는지 좀 가르쳐 주겠어?"

르네는 웃는 얼굴로 손을 들어 어둠 속 어느 한 부분을 가르켰고 난 그녀에게
방긋 웃어준 다음 고개를 돌리고 르네가 가르키고있는 방향을 향해 헛기침을
조금 한 다음 말했다.

"덕분에 몬스터들에게 습격을 받지 않고 편하게 걷고있어.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그러자 잠시동안 조용하던 어둠은 사박거리는 걸음 소리로 메꿔지더니 곧 내
귓가를 지나치며 조용한 목소리로 들려왔다.

"별로, 몬스터들이 습격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다크엘프들에게서 자신과 같은
작은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런것이지. 내가 어떻게 한 것은 아니야. 그렇기
때문에 고마워 할 것은 없어. 내가 한 게 아니고 내 피가 하는거니까."

"같은 말아닌가?"

까매서 어디있는지 잘 보이지 않지만, 저만치 앞으로 걸어가며 말을 하던 루나
는 내 물음에 갑자기 자리에서 멈춰서더니 어딘가 약간은 짜증스러움이 섞여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거야. 내몸에 섞여 흐르는 두 피는 내가 인정하는 것이 아니니까. 난 저기
서 엄마손 꼭 잡고 걸어가는 꼬마처럼 두 사람이 원해서 태어난 아이가 아니야.
단지 종족……,"

나와 내 옆에 서있던 르네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고 저 앞 루나가 서있
는 어둠 속에선 작은 한 숨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중얼거리는 듯한 루나의 목소
리가 들려왔다.

"관두지, 남 앞에서 자기일을 떠벌리는건 바보나 하는 짓이야. 그건 그렇고 르
네라고 했지? 얼마나 더 걸어야돼? 정말 이런곳에 당신들의 집이 있는거야?"

루나의 말을 들은 르네는 그녀가 있는 곳을 정확히 바라보며 빙긋 웃어보였다.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엘프는 눈도 참 좋다. 르네는 한밤중에 불도 안켜고 내
가 침대 어느부분에서 자고 있던지 정확히 찾아내어 나에게 안겨오니까.

"네, 있어요. 조금만 더가면 돼니까. 모두들 힘내세요."

저녁이 지나, 곧바로 찾아온 숲속의 어둠은 이곳을 걷고있는 우리들로 하여금
약간의 초조함을 일깨웠다. 다른 곳에서라면 모르지만 이곳은 대륙의 온갖 몬스
터들을 모여있는 곳이니까. 비록 엑셀과 루나 덕분에 아직까진 습격을 당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확실한게 아니라 긴장을 늦출 순 없고, 긴장을 계속 하면 몸
이 피곤해 지는 건 당연한거다. 르네의 상냥한 말이 어둠속으로 퍼져나가자 내
뒤쪽에서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이리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마세요. 르네, 저희는 괜찮으니까. 자. 프리드? 우리 조금만 더 걷자."
"으응."

프리드의 목소리가 들려온 후 내 옆으로 뭔가가 사락하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
려왔다. 아마도 이리사와 프리드가 아닐까 하는데. 어쨌든 엘프들은 눈이 좋아
서 어두운 곳에서도 사물을 식별할 수 있지만, 난 내옆에 서 있는 르네의 얼굴
도 겨우 알아본다고. 이런 별빛도 없는 이 어두운 밤에 이런 숲길을 걸으라고
하는 건 이 나에겐 너무 큰 시련이야. 난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앞으로 걸음
을 옮겼고 얼마가지 않아 돌 뿌리에 걸려 넘어질 뻔하곤 주위에서 여러 가지
비평을 받을 수 있었다.

"으음, 자넨 인간이었지. 안됐군, 어어? 그러다 다시 넘어지겠어, 조심해."

"걸음마는 나보다 먼저 땐 걸로 예상했었는데. 아니었나?"

"한씨, 조심하세요. 거기 나무뿌리가 돋아나 있군요."

난 그들의 비평과 경고를 종합해 겨우 중심을 잡은 채 허리를 숙인 모습으로
앞을 바라보며 씁쓸히 웃어보였다. 얼마전까진 밤에도 잘 보였는데. 이거, 정말
불편하군. 그렇게 다시 조심스럽게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고 있을 때였다. 갑자
기 어둠속에서 내 앞으로 하얀손이 천천히 다가오더니 허벅지 위에 올려져있는
내 오른 손을 꼭 붙잡았다.

부드럽고 따뜻한 손이었다. 이건….

난 고개를 들어서 내 손을 잡고있는 하얀 손을 계속 따라가 보았고 곧 르네의
아름다운 미소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녀는 허릴 조금 숙인 채 내 손을 잡아 올
리더니 말했다.

"어두워서 잘 안보이죠? 내가 안내할테니까. 손놓지 말아요."

"아, 응 고마워. 여보."

"부부사이엔 그런말 안써요."

난 그녀의 부드러운 말에 빙긋 미소 지어보였고 르네 역시 방긋 웃어보였다.
그때 뒤에서서 우리들의 모습을 지켜보고있던 엑셀의 떱떠름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당신들의 아직 식지않은 뜨거운 부부사이의 애정을 방해할 생각은 없지만, 할
말은 해야겠어. 그만하고 빨리 가지? 벌써 이리사양 들이랑 거리가 꽤 벌어졌는
데."


르네는 내 손을 꼭 잡고 날 인도해주었고 난 덕분에 적어도 아까처럼 돌뿌리에
걸려 넘어질 뻔하는 일은 당하지 않았다. 그렇게 어느정도 걸어나갔을 무렵, 우
리들은 드디어 집에 도착할수있었다. 제일 마지막으로 머리에 걸리는 나무가지
를 걷어 내며 숲속에서 나온 엑셀의 한마디.

"다왔군,"

그렇게 커다란 나무와 잡목이 우거진 숲속에서 빠져 나오자 탁트이는 공터가
우리들을 맞이했다. 둥그렇게 뚤려 있는 밤 하늘위엔 작은 별들이 반짝이고있었
고 그 아래엔 조금 크면 크다고 말할 수 있는 2층 목조 건물이 묵묵히 서서 우
릴 반기고있었다. 그리고 희미하게 밀려오는 장미 꽃 향기는 지금 우리가 서 있
는 곳이 르네와 나의 보금자리임을 확인시켜 주고있었다. 일행들은 숲속에 이런
건물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란 얼굴로 여기저기에 고개를 돌리며 여관의 주
변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와 르네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빙긋 웃는 얼굴로
한발 앞서서 집의 문앞으로 걸어갔다.

이제 손을 놓아도 돼지만 우리들은 맞잡은 손을 놓지않고 그냥 걸어갔다.
그편이 더 좋으니까.

집의 문앞에 선 우리들은 아직 것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이리사와 프리드, 그리
고 루나를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지어보였고 난 가슴을 부풀려 한껏 숨을 들이
쉰 다음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 여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하아? 재미있는 곳이네? 이런곳에 집이 있다니. 그리고 여관이라고?"

이것은 팔짱을 하고 주변을 둘러보던 루나의 말이었다. 하지만 그옆에 서있던
이리사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그녀는 두손을 가슴 앞에 모아쥐며 뭔가 의미가
담겨있는 눈빛을 한채 말했다.

"멋있어요. 숲속한가운데서 여관업이라니."

"그렇죠? 이곳에서만큼은 밖에선 적들이었던 사람들과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답니다. 혹은 친구가 될수도 있죠."

르네는 날 살짝 바라보며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인후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
보며 환하게 웃고있는 이리사에게 말했고 그러자 이리사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워요, 저도 기회가 된다면 한번 해보고 싶군요."

르네는 이리사의 말에 방긋 미소짇더니 내손을 잡은채로 자신의 손을 미소를
지보이고 있는 입가로 가져가며 앞에서 있는 이리사와 약간의 대화를 주고받았
다. 그리고 난 그녀에게 잡혀 올려진 손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냥 내버려두기
로 하고 이리사의 뒤에서 엑셀과 함께 걸어오고있는 루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검은 머리와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덕분에 여전히 잘 않보이는건 마찬가지지만,
별빛이라도 비취지니까. 아까보단 났군,

"루나? 잠깐 이리와 보겠니?"

루나는 내 부름에 천천히 걸어와 내앞에 서서 날 삐딱하게 꺽은 얼굴로 올려다
았고 난 그녀의 얼굴을 잠시 내려보다가 옆으로 고개를 돌려 르네를 바라보았
다. 그러자 르네는 내 시선을 받고는 방긋 웃는 얼굴로 허릴 조금 숙여서 루나
와 시선을 맞추곤 말했다.

"루나 로즈, 당신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위해서 문을 열겠어요. 당신은
우리를 위해서 문을 닫아 주겠나요?"

난 르네의 말이 끝나자 마자 자유로운 손을들어 닸혀있는 문의 손잡이를 잡아
서 당겼고 그러자 문은 조용히 열렸다. 그리고 루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당황한
얼굴을 한채로 고개를 뒤로 돌려 엑셀을 바라보았다. 루나의 시선을 잠시동안
받고있던 엑셀은 멀뚱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뭔가를 알아내었지, 주먹을
손바닥에 탁 부딧히더니 말했다.

"난 너를 산 주인으로서 너에게 자유를 선물한다. 네가 원하는데로, 네가 하고
싶은데로 하라. 이제 너의 주인은 너다. …됐나?"

"됐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린 루나는 나와 르네를 한번씩 바라보더니 어깨를 으
쓱해보이며 말했다.

"이렇게 정중히 부탁하는데, 성의를 봐서라도 무시할 순 없지. 좋아. 당신들을
위해서 문을 닫아주겠어. 그 대신, 날 버리지 않겠다고 맹세해, 이젠 더 이상 버
림받고 우는건 지겨워."

왠지 의미 심장한 말이로군, 버리지 말아달라고? 대체 넌 어떤 과거를 가지고있
는거냐? 난 이런 의문을 담은 채 그녀를 잠깐 바라보았다. 옆에선 르네가 가슴
에 손을 얻고 루나에게 이런 말을 하고있었다.

"한 사람의 엘프로서 그 자존심을 상징하는 르네 타르시스의 이름을 걸고 지금
이 자리에서 맹세합니다. 당신은 버림받지 않아요. 루나, 우릴 믿어요."

르네의 맹세를 받은 루나는 고개를 돌려 이제 날 바라보았고 난 허리 뒤 주머
니를 뒤적여 조그만 단검을 꺼내었다. 그리곤 그것을 들어 검지 손가락에 가져
다 대고 슬쩍 그었다.

붉은 피가 스며나왔다. 오랜만에 보는군.

"나의 몸에 흐르는 피를 걸고 루나를 버리지 않을 것을 맹세를 한다."

루나는 의외란 얼굴로 날 잠깐 바라보더니 곧 내가 열어놓은 문으로 걸어 들어
가며 말했다.

"피까지 쏟아낼 줄은 몰랐는데?"
"맹세하라며?"

내말에 그녀는 날 힐끗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쉰다음 입을 다물었고 난 그녀
의 뒤를 따라 그토록 그리던 집안으로 들어섰다. 으음, 좋음 냄새, 갑자기 몸이
좍 풀어지는군,

이곳은 '우리 집' 이니까.

난 어두운 집안을 휘적휘적 걸어가 대충 테이블이 있음직한 곳에 손을 휘저어
의자를 찾은 다음 곧바로 지친몸을 의자에 앉혔다. 문에선 이리사와 프리드 그
리고 르네와 엑셀의 순으로 여관의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잠시후 난 모두가
안으로 들어선 것을 확인한 후 팔을 들어 손가락을 튕겼다.

딱~

파악! 파악! 파악!


총 세 개의 매직 라이트(Magic light)가 켜졌다. 이것은 르네가 집안에 걸어둔
마법들 중 하나로 누구든 손가락을 튕기면 자동으로 홀의 천장과 부엌,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마법적인 불이 들어오게 되어 있지. 주위에선 처음 만
났을 때 완 사뭇 다르게 계속 얌전하게 엄마 옆에 붙어있던 프리드가 놀란 얼
굴을 했고 이리사와 루나는 재미있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뒤에서 마지막으로 천
천히 걸어오고있던 엑셀은 홀의 천장을 올려다보며 한결 살 것 같다는 얼굴로
말했다.

"드디어 도착했군, 내 집은 아니지만 그래도 느낌이 좋아."

스르륵~ 탁.

엑셀의 말이 끝나자 뒤에서 문닫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는 고개를 돌려 그곳
을 바라보았고 문앞에는 루나가 우리를 위해 문을 닫고 뒷짐을 진채 문에 기대
어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작은 흐느낌이 들려왔다.

울고있었다. 루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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