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한송이 4

등록 2026.10.10 6.1천자 조회 1 좋아요 0 댓글 0 전체 이용가
내 마누라는 엘프
24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한송이 4


홀안에 서있던 모두는 아무말도 않고 가만히 루나를 바라보았고 잠깐동안 작게
흐느끼던 루나는 고개를 숙인채로 팔을 들어 대충 소매로 얼굴을 슥슥 닥아낸
다음 아무일도 없었던 것 같이 고개를 들곤 문에서 비켜서 아무곳에나 가서 의
자를 끌어내고 그곳에 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돌려 우리들의 시선을 외
면했다. 아까 르네가 루나에게 했던 말이 아마도 루나의 마음을 흔들었나보다.

'당신을 위해 문을 열어줄테니 당신은 우릴 위해 문을 닫아 달라.'

당신을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집의 문을 열어두었으니, 들어올 땐 이제 우리 가
족이 된 당신이 문을 닫으라는 의미다. 문을 닫으면 집안엔 원래 있는 사람과
방금 들어온 사람만이 있으니까.

다시말해 함께 살자는 거다.

그렇게 잠깐 동안 정적이 흐르고 루나를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지어보이고있던
두 엘프 아가씨중, 긴 금발 머리를 찰랑거리는 르네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한 가족이 돼었네요. 잘부탁해요. 루나."

"……."

루나는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하지만 르네는 지금의 루나에게 많은 기대를 걸지
않았는지 그녀에게 작은 미소를 지어보인 다음 몸을 돌려 부엌으로 천천히 걸
어가며 말했다.

"차를 내올테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 한? 나 좀 도와줘요."
"알았어."

난 자리에서 일어나 르네의 뒤를 따라 부엌으로 들어갔고 홀에 남겨진 사람들
은 각자 의자에 앉거나 아니면 빈 맥주통을 가져와 그위에 걸터 앉거나했다.
그리고 르네를 따라 부엌으로 들어온 난 이상한 느낌이 들어 손을 들어보았다.
아까 맹세한다고 칼로 그었던 손가락에서 피가 계속해서 나오고있었다.

이런 좀 깊게 베었나?

난 쓰게 웃으며 이런 생각을 한 다음 앞에서 정령을 불러 화로에 불을 붙이고
있는 르네를 잠깐 바라보았다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좀 닦을 것을 찾아보았
다. 걸레, 걸레가 이 근처에 있을텐데….

내가 걸레를 찾아 부엌을 배회하고있자. 이상하게 여긴 르네가 찬장을 열어보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여보? 뭘 찾고있죠? 말해봐요. 내가 찾아 줄게요."

"아? 걸레 찾고있었는데."

그녀는 뒤로 돌아서더니 화로 옆에 곱게 게어져 있는 행주를 들어 건내 주며
고개를 갸웃했다.

"걸레는 왜 찾죠? 뭐 업지른거라도 있어요?"

난 그녀가 건내는 행주받아들며 뒤로 숨기고있던, 아직 것 피가 흐르고있는 손
가락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좀 닦으려고, 아까 좀 세게 그었는지 피가 계속 나오네,"

피가 흘러 손바닥까지 흥건히 핏물이 묻어있는 내손을 본 르네는 눈을 크게 뜨
고는 나와 손가락을 번갈아 바라보았고 난 그런 르네의 모습에 작은 미소를 지
어주며 손에 든 행주를 피가 흐르는 손가락 가까이 가져갔다. 그때 갑자기 르네
의 손이 빠르게 날아오더니 행주를 든 내 손을 잡아 옆으로 밀어내었다. 그것을
이상하게 여긴 내가 고개를 들자 르네는 잔뜩 화가 난 얼굴을 한 채 날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고 난 아차! 하는 생각이 들어 얼른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그러
자 르네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들며 말했다.

"너무해요. 한 상처를 걸레로 닦으려고 하다니 그러다가 덧나면 어쩌려고요. 그
리고 또 아내인 나를 무시하고 혼자서 일을 해결하려 했어요. 당신 정말 너무해
요."

난 한손으로 머릴 긁적이며 그녀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르네는 지금 단
단히 화가 나있는 상태다. 얌전하던 사람이 화나면 더 무섭다고 뭐라고 했다간
나만 손해야. 그때 손수건을 들고 내 손가락을 가만히 바라보던 르네는 갑자기
고개를 가로젓더니 손을 잡아 올리며 상처에서 피가 베어나오는 내 손가락을….

"………."

"아? 여, 여보 지금 당신…."

그러자 내 손가락을 빨고있던 르네는 눈을 살짝 들어 나의 당황한 얼굴을 잠깐
바라본 후 다시 눈을 감았고 그리고 잠시후 그녀는 내 손가락을 입에서 빼내어
눈을 가늘게 뜬채 들고있던 손수건으로 손에 묻어있는 피를 닦아내며 조용히
말했다.

"됐어요. 피는 조금 있으면 먿을거에요."

"어, 아? 으응, 고마워."

내말에 르네는 눈을 치켜뜨더니 날 거의 노려보는 식으로 바라보며 조용히 말
을 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는데. 당신의 몸은 내꺼에요. 그러니까 소중히 여겨요. 알았어
요?"

난 그녀의 시선 눌려서 쓰게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르네는 손수
건을 내 손가락에 칭칭 동여매며 말했다.

"그리고 또 하나, 난 당신의 아내에요. 날 무시하지 말아줘요. 한번더 그랬다
간…."

"……?!"

르네는 날 뒤로 밀어부치며 강제로 내입에 입을 맞추었고 곧 입안으로 약간은
비릿한 피맛이 느껴졌다. 평소때보단 상당히 짧은 시간에 키스를 끝낸 그녀는
천천히 내 몸에서 떨어져나와 작은 한숨을 내쉰다음 내 가슴을 손바닥을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한번 더 날 무시하면 밤마다 자지 못하게 괴롭혀 줄거에요."

괴롭혀 주겠다고? 엘프인 당신이?

"쿡, 큭큭~ 으. …으음."

난 그녀의 그 말을 듣고 쿡쿡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그런 내 모습을
본 르네는 내가 그녀를 깔본다는 생각을 했는지 이마를 찡그리며 작게 외쳤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그렇게 예쁠수가 없었다.

"하아?! 뭐가 우스워요! 이건 진심 이라고요. 진심!"

"아니야. 당신 말을 의심하지 않았어. 음, 목욕할거지? 타올이랑 비누 준비해 놓
을게. 큭큭큭~"

난 눈썹을 약간 위로 올린 채 꽁한 얼굴을 보이고있는 르네에게 등을 돌리며
부엌에서 지하 욕탕으로 바로 통하는 문을 통해 부엌에서 나왔다. 그러다가 이
상한 시선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게 되었는데 부엌안에선 아직도 르네가 날 바
라보며 뚱한 얼굴을 한 채 서 있었고 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피식 웃는 얼
굴로 두손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만 화풀어. 응?"

그러자 르네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나직하게 말했다.

"이따가 잘 때 방에서 좀 보자구요. 한."

…큰일났다.

난 쓰게 웃는 얼굴로 르네의 등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
를 미리 준비한 찻잔에 따라서 홀에서 기다리고있는 이리사들에게 가지고 가버
렸고, 난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옆에 붙어있는
커다란 상자를 열어 비누 두개와 몸을 가릴 수 있을 정도로 큰 타올 4장을 가
지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터벅거리며 내려갔다.

처음, 나와 그녀가 함께 살기 시작했을 무렵, 나와 르네는 작은 의견대립으로
조금 다투게 되었는데. 그때도 그녀는 저런 얼굴을 한채 똑 같은 말을 했었다.
밤에 방에서 좀 보자고, 그리고 그날 저녁, 방에서 날 기다린 것은 다름 아닌….

"이거 어쩌지…?"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계단을 내려와 문을 열고 탈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
고 들고 온 수건과 비누를 옷을 벗어 넣어두도록 만든 칸 안에 하나씩 넣어둔
다음 앞에 보이는 여닫이문을 왼쪽으로 밀었다. 그러자 후끈한 증기가 내 얼굴
을 덥쳐들었고 난 한 손을 들어 좌우로 휘저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어둔
채로 들어와서 그런지 시야를 가리고있던 수증기가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했고
곧 큼직한 통나무를 꼼꼼히 맞붙여놓은 커다란 욕조의 모습이 들어났다. 욕탕의
크기는 가로세로 10메크의 커다란 정사각형의 모습을 한채이고 그리고 그옆으
론 앉아서 몸을 씻을 수 있는 작은 의자와 나무판에 쇠테를 둘러서 꽉 역어 만
든 몇 개의 나무바가지, 그리고 안에 들어가 혼자서 몸을 씻을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진 커다란 나무 통하나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난 그것들을 슬쩍 바라본 다음 계속해서 손을 휘저어 수증기를 몰아내며 저 앞
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작은 창문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두 개의 작은 창문을
활짝 열고 그대로 뒤로 돌아 욕탕에서 나와 문을 닫았다. 창문을 열어 뒀으니
까. 수증기는 그쪽으로 빠져 나가겠지.

그리곤 앞에 있는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나갔다. 문 안쪽엔 아까 내가 부엌을
통해 내려왔던 계단이 있지만, 이쪽 손님용 계단이 더빠르니까. 난 계단에서 올
라와 홀로 나갔다, 홀엔 이리사와 르네가 방긋방긋 웃으며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고있었고 엑셀은 자신의 전용 의자에 앉아 한가로운 얼굴로 한손엔 차를 다
른 손엔 배낭에 넣어서 가지고온 책들중 하나를 펴들어서 보고있었다. 그리고
루나는 아까완 전혀 다른 분위기로 얌전한 고양이 마냥 의자에 앉아 가만히 책
을 읽고있는 엑셀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리고 프
리드는 바구니에 한가득 쌓여있는 쿠키를 집어 먹으며 간간히 엑셀이 건내는
말에 뭐라고 답하고 있었고, 그리고 난 천천히 그들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입
을 열었다.

"목욕하시고 싶은 분 계십니까? 준비는 다되었으니, 하고 싶은 분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르네와 이리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리사는 옆에 앉
아 있던 프리드를 번쩍 들어올렸고 르네는 옆에 앉아있는 루나를 보며 말했다.

"루나? 당신은 안갈건가요?"

"난 좀있다가 할래. 당신들 먼저가."

이 말에 르네는 이리사에게 들려있는 프리드를 슬쩍 바라보더니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한손에 프리드를 들고 르네의 옆에 서있던 이리사가 눈
을 반짝이며 나에게 물었다.

"어디죠?"

"아. 절 따라오세요. 그리고 한은 좀있다가 우리들 갈아입을 옷 부탁해요. …알
았죠."

"응…."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렇게 말하곤 옆에서 우리들의 대화에 고개를 갸웃
하고있는 이리사의 팔을 잡아끌며 방긋방긋 웃는얼굴로 지하 욕탕으로 내려가
는 계단으로 향했고 난 그녀들의 뒷모습을 조금 바라보았다가 작은 한숨을 폭
내쉬며 방금 전 르네가 앉아있던 의자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어 앉았다. 그러자
커다란 손가락을 놀려 들고있던 책의 책장을 한 장 넘기고있던 엑셀이 자신의
긴 입을 살짝 열며 말했다.

"예상과는 다르게 잡혀서 살고있었군."

"들었나?"

"아아, 전부다."

그는 시선을 책에 고정한 채 그렇게 말했고 난 테이블에 두손을 올려 놓으며
씁쓸히 미소지었다. 그러자 다시 엑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말도 안돼는 것은, 당사자인 자네가 행복해 보인다는거야."
"아아, 행복하고 말고."

난 그의 말에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내가 계단에서 올라올 때
부터 조용히 내 얼굴을 바라보던 루나가 손으로 턱을 바친 모습으로 말했다.

"눈에 콩깍지가 쒸었군, 그러니까. 항상 미소지어주는 얼굴이 아니더라도 상관
없다는건가?"

"루나야. 넌 아직 모르는 것 같은데. 사랑이란건 그런거 않따진단다. 난 르네의
모든 모습이 좋아. 웃는 얼굴이든, 우는 얼굴이든, 행여나 지금처럼 화내는 얼굴
이든 간에."

"행복한 구속감인가?"

"맞아. 사랑은 구속이지."

"말은 쉽지,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질릴텐데, 그땐 어쩔건가?"

"루나. 날 시험하지 마라. 엘프들에겐 질린다는 단어가 존재할 수 없지않나? 아
니 다크엘프는 좀 다른가?"

"아니 같아. 하지만 당신은 인간이잖아?"

엑셀은 이제 시선을 책에서 떼어내 나와 루나의 대화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루
나는 계속 한손으로 턱을 바친 채 말을이었다. 그리고 난 내 앞에 놓여져있는
찬잔을 들어 반 정도 남아있는 차를 조금 마셨다. 앞에서 루나가 인상을 쓰는건
아마도 남이 먼저 손을 댄 것을 마신다고 생각해서 일거다. 뭐, 그래봤자. 르네
가 마시던 거니. 별로 상관없지.

"예상하고 있겠지만, 난 보통인간이 아니란다. 때문에 난 살기 위해서 변해야
했지. 보통인간은 질린다는 단어를 인식하지만, 난 그러지 않아."

"어째서 그러지 않을 수 있지? 당신이 신이라도 되나? 인간주제에 질린다는 단
어를 인식하지 않는다니?"

"마법사처럼 대화하지 말자꾸나. 어떻게 설명해야 할진 나도 알수없지만, 분명
한 것은 난 그러지 않을 수 있다는거고, 그래서 영원토록 르네 하나만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거지."

난 그렇게 말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서며 날 무슨 어디의 술주정뱅이를 보는 시
선으로 보고있는 루나에게 살짝 미소지어 보였고 그러자 루나는 이마에 손을
짚은채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며 중얼 거렸다.

"문을 닫아 주는게 아니였는데…. 머리아픈 사람들과 있는 건 더 괴로운데."

난 그녀의 중얼거림에 방긋 미소지었고 옆에 앉아있던 엑셀은 피식 웃으며 다
시 책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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