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 한송이 5
내 마누라는 엘프
25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 한송이 5
"갈건가?"
"음, 시간도 늦었는데.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순 없잖아? 나도 집에 가야지."
"그러고보니 네가 사는 곳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 것 같아. 나도 숲은 적지 않게
돌아다니는데 말이야."
내 말에 엑셀은 책들을 다시 배낭안에 넣으면서 씩 웃어보였다.
"내 집은 여기처럼 이렇게 생기지 않았어. 틈만나면 부숴놓는 놈들 때문에 꼭꼭
숨겨져있으니까. 보지 못하는건 당연하지. 참, 전에 가지고 갔던 포도주 다 마셔
버렸는데. 하나 부탁할까?"
난 녀석의 말에 입을 딱 벌렸다.
"200년산 블루 스카이를 단 며칠만에 작살냈단 말이야?"
"아아, 그거 정말 맛있더군. 음? 표정이 왜 그래?"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난 한숨을 폭 내쉰다음 억지 웃음을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200년짜리를
단숨에. 아까워라…. 난 고개를 흔들며 마당에 있는 저장고 쪽으로 가려다가 어
제 알칸트리아에서 샀던 와인들을 기억해내곤 발길을 돌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그러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엑셀의 목소리가 내 등뒤에서 들
려왔다.
"저장고는 밖에 있지 않나?"
"어제 시장에서 와인을 좀 사둔게 있거든."
"어제 시장에서 산거? 짐들은 모두 그 빨강머리 꼬마 집에 놔두고 온 거 아니
였어?"
난 엑셀들 돌아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놔두고 온게 아니야. 이 세상엔 마법이란 참 편리한 기술이 있잖아? 그걸 이용
했지."
"텔레포트(Teleport)스펠 이군?"
조용히 테이블에 앉아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고있던 루나의 말이었고 난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있었구나?"
"당신들이 조나단에게 목걸이를 주는걸 봤어. 그게 매게체 역할을 하는거지?"
"맞아."
난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인상을 쓰면서 우리들의 말을 듣던 엑
셀은 손을 들어 나와 루나의 시선을 잡더니 말했다.
"잠깐, 잠깐, 나도 대화에 끼워줘. 뭐라고? 텔레포트? 매게체라니?"
"책을 좋아한다며? 마법서는 한번도 안읽어 봤나?"
그러자 엑셀은 자신의 턱을 조금 만지면서 떱떠름하게 말했다.
"내가 가진 책중에 마법서는 별로 없어. 자네도 읽어봤다면 알겠지? 그거 인내
력을 시험하는 책이야. 그러니까. 요는 마법으로 물건들을 이리로 옮겨왔다는
건가?"
"그렇지."
난 2층으로 올라가며 말했다.
"그렇게 있지 말고 궁금하면 같이가지? 직접 술도 골라볼 겸해서 말이야."
내말을 들은 엑셀은 곧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좋아. 자네 말을 안믿는건 아니지만, 내 눈으로 봐야겠어. 짐들이 정말
왔는지."
"좋을대로해."
난 그의 말에 웃으며 대답하고 막 돌아설려는 차에 테이블에 앉아있는 루나의
모습을 발견하곤 그녀에게 물었다.
"루나 넌 어떠냐? 네 옷도 몇벌 사놨는데. 보지 않을래?"
"아니 됐어. 잠깐 동안 혼자 있고 싶은데."
으음, 방금 전 급격한 마음의 변화에 대한 증거로 눈물을 보였으니까.
잠시 혼자 있고 싶은 건 인간이나 엘프나 당연한 걸지도,
난 그녀에게 빙긋 웃어준 다음 등으로 돌리고 2층으로 올라갔고 뒤에선 엑셀이
묵직한 발자국 소리를 내며 따라왔다. 2층으로 올라와서 계단 바로 앞에 보이는
문을 열면, 빈방이 하나 나온다. 방안은 불을 켜두지 않아 어두컴컴하고 아무것
도 보이지 않았지만, 내 뒤에 서있는 엑셀의 눈이 커지는걸로 봐서 물건들은 이
미 도착했나 보다.
난 어두운 방안으로 들어가 손가락을 튕겼고 그러자 팍! 하며 천장에 붙어있는
수정구가 빛을 발했다. 내 기술력과 르네의 마력이 합쳐진 걸작품이지. 뒤에선
엑셀의 조금 놀란 음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오~ 이거 괜찮군, 손가락을 튕기면 불이 켜진다? 양초값 안들어서 좋겠어?"
"하나줄까?"
"주면 나야좋지."
엑셀은 씨익 웃으며 말했고 난 그의 얼굴을 보며 역시 씨익 웃어주며 말했다.
"남은게 있으니까. 갈 때 꺼내주지."
"아아 고마워, 그건 그렇고 자네 말이 사실이었군, 이게 언제 날아왔지?"
그는 손을 들어 빈방 중간에 가득 쌓여있는 짐더미들을 가르키며 말했고 난 그
의 말에 싱긋 웃으며 천천히 짐더미들로 걸어가 르네가 조나단에게 건내었던
목걸이를 찾아보았다. 항상 그렇듯이 목걸이는 맥주통위에 올려져있었다. 물방
울이 길쭉하게 늘어진 모양의 붉은 루비에 은색의 가는 줄, 그게 다인 모습의
목걸이지만, 왠지 우리 부부에겐 아주 잘 어울리는 결혼 예물이지.
"아까 루나가 말한거 자네도 대충 들었지? 매게체가 어쩌구 하는 말 말이야."
"아아, 들었어. 목걸이가 어쩌구 하던데. 그게 그건가?"
그는 내손에 들려있는 목걸이를 가르켰고 난 그것을 내 목에 걸며 고개를 끄덕
였다.
"음, 이게 그거야. 결혼식 때 나눈건데, 그녀가 여기에 마법을 걸었지. 어느 정
도 멀리 떨어 졌을 때 약속어를 말하면 텔레포트 마법이 발동해서 둘중 하나가
어느 한쪽으로 날아오지. 그리고 이건 그 증거."
난 짐속에서 꺼낸 와인상자를 들어 보였고 엑셀은 고개를 끄덕이며 상자쪽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어느정도 알겠어. 자네 부부의 엄청난 사랑이 나로 하여금 소름을 돗도록 만
드는군."
"그만하고 자, 여기서 골라봐. 아니 뭣하면 이것 상자 채로 가져가지 그래? 많
이 사놨거든."
난 들어낸 짐더미 속에 가득 쌓여있는 와인 상자들을 가르키며 말했고, 엑셀은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상자안에 든 와인 한 병을 뽑아 병에 붙어있는 종이를
읽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싫어, 많이 가져가면 책은 안읽고 술만 퍼 마시게되거든? 그럼 그대로 골
아 떨어지지. 그러니 적당히 마실 정도만 가져가면돼."
"골아 떨어져?"
"아아. 난 술은 좋아하지만, 어느 정도 마시면 쓰러지지."
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엑셀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찡그린 얼굴을 했고 그러자 내 모습을 힐끔 바라본 엑셀은 역시 찡그린
얼굴을 한 채로 말했다.
"무슨 이상한 상상을 했나 본데. 아무말 하지마,"
난 고개만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지금 입을 열면 아마도 나와 엑셀이
서로 무안해할 정도의 웃음이 터져나올테니까.
"이걸로 하겠어."
엑셀은 두병의 와인을 한손에 들어 보였고 난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 알고 고른건가? 모르고 고른건가?"
"모르고 골랐다고 한다면?"
"운이 정말 좋다고 하겠어. 그거 둘다 최고급 상품이야. 맛도 일품이지, 별로 독
하지도 않고."
"그으래?"
난 히죽 웃고있는 엑셀을 뒤로하며 먼저 방을 나왔고 잠시후 엑셀이 한손에 와
인을 든 채로 느긋하게 걸어 나왔다. 홀로 내려가니 루나가 아까 그 자리에 그
대로 앉아 우릴 반겼다.
"당신같은 변태늑대 인간이 고상하게 와인을 마신다니., 의외인걸?"
"왜? 늑대인간은 와인 마시면 안돼나?"
"그렇지는 않지."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너, 왜 사사건건 나에게 시비를 거는거지?"
"재미있으니까."
"……그게 다냐?"
루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엑셀은 인상을 찡그리며 바닥에 놓아
둔 배낭을 들어올렸다. 난 그들의 모습에 빙긋 웃어주며 말했다.
"잠깐 기다려봐, 라이트 볼(Light ball) 가져올테니까."
"라이트 볼?"
난 뒤로 돌아 부엌으로 걸어가면서 손을 들어 천장으로 가르켜 보였다. 이정도
면 알아 들었겠지. 부엌으로 들어가 찬장안에 넣어둔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자
안엔 세 개의 라이트 볼이 들어 있었다. 으음, 하나면 될까? 두 개 정도 주고싶
지만, 혹시 모르니까. 하나만 주자. 다음에 하나 더 줘도 되니까.
난 맑고 둥그런 유리 구슬 속에 검정색 구체가 들어있는 모양의 라이트 볼을
들고 나와 맥주통 옆에 서서 배낭을 한쪽 어깨에 맨 채 루나와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고있는 엑셀에게 슬쩍 던지며 말했다.
"자, 받아."
탁~
"아. 이게 저건가?"
"응. 그게 저거야."
그는 한손으로 내가 던진 라이트 볼을 받아들며 반대쪽 손으론 천장에서 빛을
발하고있는 라이트 볼을 가르키며 말했고 난 그의 말에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
였다.
"그거, 구멍을 뚫거나 상처를 내거나 해서 속에 든 그 검은 색 알맹이가 상하게
하면 안돼, 그리고 사용방법은 간단해 이렇게 손가락을 튕기면…."
딱!
파악!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엑셀의 손에 들려있던 라이트 볼이 환한 빛을 뿜어 내었
고 엑셀은 신기한 얼굴로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루나 역시 재미난 것을
보는 아이의 얼굴로 엑셀의 빛나는 손을 올려다 보았고, 난 그들의 모습을 조금
감상한 다음 천천히 입을 열고 말했다.
"이제 자야지."
위이이이잉…….
기이한 소리와 함께 주위가 암흑으로 바뀌었다. 캄캄한 어둠 속 저 멀리에서 엑
셀의 황당한 말이 들려왔다.
"뭐야?"
"아. 이렇게 말하면 꺼져. 잘 기억해둬, 잊어먹지 말고."
"그런 거라면 신경써서 기억하지 않아도 돼겠군."
난 방금전까지 엑셀이 있던 방향으로 고개를 끄덕인 다음 손가락을 튕기기위해
손을 들었지만, 나보다 먼저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들려왔기에 난 들어올린
손을 다시 내려야 했다.
딱~
팍! 팍! 팍! 팍!
루나는 신기한 얼굴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고 엑셀은 환하게 빛을 뿜어
내는 라이트 볼을 잠깐 쳐다본 후 씨익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이젠 한결 편하게 책을 볼수있겠군."
"잠깐, 그러고 보니 넌 밤에도 보이잖아?"
"보이긴 하지, 하지만 작은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야. 게다가 책을
많이 읽다가 보니까. 시력도 조금 떨어진 것 같기도 하고, 만족할 수준은 아니
지. 이런 이야기가 길어지는군, 그럼 난 이만 간다. 다음에 보자고."
엑셀은 등을 돌려 문으로 걸어가며 말했고 난 그를 배웅하기 위해 그의 뒤를
따라갔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엑셀은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테이블에 앉
아 자신을 돌아보는 루나에게 말했다.
"나 간다. 루나."
"잘가. 엑셀."
루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고 그녀의 인사를 들은 엑셀은 피식 웃으며 고개
를 돌리곤 나를 돌아보았다.
"타르시스양에게 차 맛있었다고 전해줘."
난 씨익 웃어보였다.
"알았어."
고개를 조금 끄덕인 엑셀은 뒤로 돌아 곧바로 마당을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갔
고 어둠은 낮보다 더 빨리 그의 뒷모습을 숨겨버렸다.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가
자 이제 루나는 나를 계속 쳐다보기 시작했고 난 그녀의 시선을 바라보다가 조
금 무안해진 나 자신을 발견하곤 슬쩍 웃으며 말했다.
"왜 그러지?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아니, 그냥 어떻게 당신 같은 인간 남자에게 엘프가 시집을 오나 싶어서."
난 그녀의 말에 싱긋 웃으며 방금 전 엑셀이 앉아있던 맥주통에 기대어 앉으며
말했다.
"내 어디가 어떤데?"
"그래요. 한의 어디가 어때서요?"
25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 한송이 5
"갈건가?"
"음, 시간도 늦었는데.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순 없잖아? 나도 집에 가야지."
"그러고보니 네가 사는 곳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 것 같아. 나도 숲은 적지 않게
돌아다니는데 말이야."
내 말에 엑셀은 책들을 다시 배낭안에 넣으면서 씩 웃어보였다.
"내 집은 여기처럼 이렇게 생기지 않았어. 틈만나면 부숴놓는 놈들 때문에 꼭꼭
숨겨져있으니까. 보지 못하는건 당연하지. 참, 전에 가지고 갔던 포도주 다 마셔
버렸는데. 하나 부탁할까?"
난 녀석의 말에 입을 딱 벌렸다.
"200년산 블루 스카이를 단 며칠만에 작살냈단 말이야?"
"아아, 그거 정말 맛있더군. 음? 표정이 왜 그래?"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난 한숨을 폭 내쉰다음 억지 웃음을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200년짜리를
단숨에. 아까워라…. 난 고개를 흔들며 마당에 있는 저장고 쪽으로 가려다가 어
제 알칸트리아에서 샀던 와인들을 기억해내곤 발길을 돌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그러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엑셀의 목소리가 내 등뒤에서 들
려왔다.
"저장고는 밖에 있지 않나?"
"어제 시장에서 와인을 좀 사둔게 있거든."
"어제 시장에서 산거? 짐들은 모두 그 빨강머리 꼬마 집에 놔두고 온 거 아니
였어?"
난 엑셀들 돌아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놔두고 온게 아니야. 이 세상엔 마법이란 참 편리한 기술이 있잖아? 그걸 이용
했지."
"텔레포트(Teleport)스펠 이군?"
조용히 테이블에 앉아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고있던 루나의 말이었고 난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있었구나?"
"당신들이 조나단에게 목걸이를 주는걸 봤어. 그게 매게체 역할을 하는거지?"
"맞아."
난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인상을 쓰면서 우리들의 말을 듣던 엑
셀은 손을 들어 나와 루나의 시선을 잡더니 말했다.
"잠깐, 잠깐, 나도 대화에 끼워줘. 뭐라고? 텔레포트? 매게체라니?"
"책을 좋아한다며? 마법서는 한번도 안읽어 봤나?"
그러자 엑셀은 자신의 턱을 조금 만지면서 떱떠름하게 말했다.
"내가 가진 책중에 마법서는 별로 없어. 자네도 읽어봤다면 알겠지? 그거 인내
력을 시험하는 책이야. 그러니까. 요는 마법으로 물건들을 이리로 옮겨왔다는
건가?"
"그렇지."
난 2층으로 올라가며 말했다.
"그렇게 있지 말고 궁금하면 같이가지? 직접 술도 골라볼 겸해서 말이야."
내말을 들은 엑셀은 곧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좋아. 자네 말을 안믿는건 아니지만, 내 눈으로 봐야겠어. 짐들이 정말
왔는지."
"좋을대로해."
난 그의 말에 웃으며 대답하고 막 돌아설려는 차에 테이블에 앉아있는 루나의
모습을 발견하곤 그녀에게 물었다.
"루나 넌 어떠냐? 네 옷도 몇벌 사놨는데. 보지 않을래?"
"아니 됐어. 잠깐 동안 혼자 있고 싶은데."
으음, 방금 전 급격한 마음의 변화에 대한 증거로 눈물을 보였으니까.
잠시 혼자 있고 싶은 건 인간이나 엘프나 당연한 걸지도,
난 그녀에게 빙긋 웃어준 다음 등으로 돌리고 2층으로 올라갔고 뒤에선 엑셀이
묵직한 발자국 소리를 내며 따라왔다. 2층으로 올라와서 계단 바로 앞에 보이는
문을 열면, 빈방이 하나 나온다. 방안은 불을 켜두지 않아 어두컴컴하고 아무것
도 보이지 않았지만, 내 뒤에 서있는 엑셀의 눈이 커지는걸로 봐서 물건들은 이
미 도착했나 보다.
난 어두운 방안으로 들어가 손가락을 튕겼고 그러자 팍! 하며 천장에 붙어있는
수정구가 빛을 발했다. 내 기술력과 르네의 마력이 합쳐진 걸작품이지. 뒤에선
엑셀의 조금 놀란 음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오~ 이거 괜찮군, 손가락을 튕기면 불이 켜진다? 양초값 안들어서 좋겠어?"
"하나줄까?"
"주면 나야좋지."
엑셀은 씨익 웃으며 말했고 난 그의 얼굴을 보며 역시 씨익 웃어주며 말했다.
"남은게 있으니까. 갈 때 꺼내주지."
"아아 고마워, 그건 그렇고 자네 말이 사실이었군, 이게 언제 날아왔지?"
그는 손을 들어 빈방 중간에 가득 쌓여있는 짐더미들을 가르키며 말했고 난 그
의 말에 싱긋 웃으며 천천히 짐더미들로 걸어가 르네가 조나단에게 건내었던
목걸이를 찾아보았다. 항상 그렇듯이 목걸이는 맥주통위에 올려져있었다. 물방
울이 길쭉하게 늘어진 모양의 붉은 루비에 은색의 가는 줄, 그게 다인 모습의
목걸이지만, 왠지 우리 부부에겐 아주 잘 어울리는 결혼 예물이지.
"아까 루나가 말한거 자네도 대충 들었지? 매게체가 어쩌구 하는 말 말이야."
"아아, 들었어. 목걸이가 어쩌구 하던데. 그게 그건가?"
그는 내손에 들려있는 목걸이를 가르켰고 난 그것을 내 목에 걸며 고개를 끄덕
였다.
"음, 이게 그거야. 결혼식 때 나눈건데, 그녀가 여기에 마법을 걸었지. 어느 정
도 멀리 떨어 졌을 때 약속어를 말하면 텔레포트 마법이 발동해서 둘중 하나가
어느 한쪽으로 날아오지. 그리고 이건 그 증거."
난 짐속에서 꺼낸 와인상자를 들어 보였고 엑셀은 고개를 끄덕이며 상자쪽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어느정도 알겠어. 자네 부부의 엄청난 사랑이 나로 하여금 소름을 돗도록 만
드는군."
"그만하고 자, 여기서 골라봐. 아니 뭣하면 이것 상자 채로 가져가지 그래? 많
이 사놨거든."
난 들어낸 짐더미 속에 가득 쌓여있는 와인 상자들을 가르키며 말했고, 엑셀은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상자안에 든 와인 한 병을 뽑아 병에 붙어있는 종이를
읽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싫어, 많이 가져가면 책은 안읽고 술만 퍼 마시게되거든? 그럼 그대로 골
아 떨어지지. 그러니 적당히 마실 정도만 가져가면돼."
"골아 떨어져?"
"아아. 난 술은 좋아하지만, 어느 정도 마시면 쓰러지지."
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엑셀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찡그린 얼굴을 했고 그러자 내 모습을 힐끔 바라본 엑셀은 역시 찡그린
얼굴을 한 채로 말했다.
"무슨 이상한 상상을 했나 본데. 아무말 하지마,"
난 고개만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지금 입을 열면 아마도 나와 엑셀이
서로 무안해할 정도의 웃음이 터져나올테니까.
"이걸로 하겠어."
엑셀은 두병의 와인을 한손에 들어 보였고 난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 알고 고른건가? 모르고 고른건가?"
"모르고 골랐다고 한다면?"
"운이 정말 좋다고 하겠어. 그거 둘다 최고급 상품이야. 맛도 일품이지, 별로 독
하지도 않고."
"그으래?"
난 히죽 웃고있는 엑셀을 뒤로하며 먼저 방을 나왔고 잠시후 엑셀이 한손에 와
인을 든 채로 느긋하게 걸어 나왔다. 홀로 내려가니 루나가 아까 그 자리에 그
대로 앉아 우릴 반겼다.
"당신같은 변태늑대 인간이 고상하게 와인을 마신다니., 의외인걸?"
"왜? 늑대인간은 와인 마시면 안돼나?"
"그렇지는 않지."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너, 왜 사사건건 나에게 시비를 거는거지?"
"재미있으니까."
"……그게 다냐?"
루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엑셀은 인상을 찡그리며 바닥에 놓아
둔 배낭을 들어올렸다. 난 그들의 모습에 빙긋 웃어주며 말했다.
"잠깐 기다려봐, 라이트 볼(Light ball) 가져올테니까."
"라이트 볼?"
난 뒤로 돌아 부엌으로 걸어가면서 손을 들어 천장으로 가르켜 보였다. 이정도
면 알아 들었겠지. 부엌으로 들어가 찬장안에 넣어둔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자
안엔 세 개의 라이트 볼이 들어 있었다. 으음, 하나면 될까? 두 개 정도 주고싶
지만, 혹시 모르니까. 하나만 주자. 다음에 하나 더 줘도 되니까.
난 맑고 둥그런 유리 구슬 속에 검정색 구체가 들어있는 모양의 라이트 볼을
들고 나와 맥주통 옆에 서서 배낭을 한쪽 어깨에 맨 채 루나와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고있는 엑셀에게 슬쩍 던지며 말했다.
"자, 받아."
탁~
"아. 이게 저건가?"
"응. 그게 저거야."
그는 한손으로 내가 던진 라이트 볼을 받아들며 반대쪽 손으론 천장에서 빛을
발하고있는 라이트 볼을 가르키며 말했고 난 그의 말에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
였다.
"그거, 구멍을 뚫거나 상처를 내거나 해서 속에 든 그 검은 색 알맹이가 상하게
하면 안돼, 그리고 사용방법은 간단해 이렇게 손가락을 튕기면…."
딱!
파악!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엑셀의 손에 들려있던 라이트 볼이 환한 빛을 뿜어 내었
고 엑셀은 신기한 얼굴로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루나 역시 재미난 것을
보는 아이의 얼굴로 엑셀의 빛나는 손을 올려다 보았고, 난 그들의 모습을 조금
감상한 다음 천천히 입을 열고 말했다.
"이제 자야지."
위이이이잉…….
기이한 소리와 함께 주위가 암흑으로 바뀌었다. 캄캄한 어둠 속 저 멀리에서 엑
셀의 황당한 말이 들려왔다.
"뭐야?"
"아. 이렇게 말하면 꺼져. 잘 기억해둬, 잊어먹지 말고."
"그런 거라면 신경써서 기억하지 않아도 돼겠군."
난 방금전까지 엑셀이 있던 방향으로 고개를 끄덕인 다음 손가락을 튕기기위해
손을 들었지만, 나보다 먼저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들려왔기에 난 들어올린
손을 다시 내려야 했다.
딱~
팍! 팍! 팍! 팍!
루나는 신기한 얼굴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고 엑셀은 환하게 빛을 뿜어
내는 라이트 볼을 잠깐 쳐다본 후 씨익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이젠 한결 편하게 책을 볼수있겠군."
"잠깐, 그러고 보니 넌 밤에도 보이잖아?"
"보이긴 하지, 하지만 작은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야. 게다가 책을
많이 읽다가 보니까. 시력도 조금 떨어진 것 같기도 하고, 만족할 수준은 아니
지. 이런 이야기가 길어지는군, 그럼 난 이만 간다. 다음에 보자고."
엑셀은 등을 돌려 문으로 걸어가며 말했고 난 그를 배웅하기 위해 그의 뒤를
따라갔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엑셀은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테이블에 앉
아 자신을 돌아보는 루나에게 말했다.
"나 간다. 루나."
"잘가. 엑셀."
루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고 그녀의 인사를 들은 엑셀은 피식 웃으며 고개
를 돌리곤 나를 돌아보았다.
"타르시스양에게 차 맛있었다고 전해줘."
난 씨익 웃어보였다.
"알았어."
고개를 조금 끄덕인 엑셀은 뒤로 돌아 곧바로 마당을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갔
고 어둠은 낮보다 더 빨리 그의 뒷모습을 숨겨버렸다.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가
자 이제 루나는 나를 계속 쳐다보기 시작했고 난 그녀의 시선을 바라보다가 조
금 무안해진 나 자신을 발견하곤 슬쩍 웃으며 말했다.
"왜 그러지?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아니, 그냥 어떻게 당신 같은 인간 남자에게 엘프가 시집을 오나 싶어서."
난 그녀의 말에 싱긋 웃으며 방금 전 엑셀이 앉아있던 맥주통에 기대어 앉으며
말했다.
"내 어디가 어떤데?"
"그래요. 한의 어디가 어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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