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 한송이 6

등록 2026.10.10 4.9천자 조회 2 좋아요 0 댓글 0 전체 이용가
내 마누라는 엘프
26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 한송이 6


이제 끝난건가? 그런대로 일찍 나왔군, 보통은 두 세시간은 기본인데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보니 펑퍼짐한 잠옷을 입고 머리에 수건을 두
른채 계단에서 걸어 올라오는 르네와 그 뒤로 역시 머리에 수건을 두른채로
왠지 아까보단 환한 얼굴의 이리사와 그리고 처음과는 다르게 아주 말쑥해
보이는 프리드가 보였다. 그녀들은 방금 목욕을 끝낸터라 그런지 볼이 발갛
게 물들어 있었고 난 그런 그녀들의 얼굴을 보곤 빙긋 미소 지어주었다.

"어서오세요. 욕탕은 어땠습니까?"

그러자 밝은 얼굴을 한 이리사가 우리 테이블로 와서 앉으며 말했다.

"굉장히 넓었어요. 그런데 그 정도의 물을 데울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텐데 미리
데워놓으셨던 건가요?"

"아니오. 집을 지을려고 땅을 팠다가 온천수맥을 발견했는데. 그게 지금 욕탕이
됐지요. 르네가 말하지 않던가요?"

난 르네를 돌아보며 말했고 머리에 두르고있던 수건을 풀어 젖은 머리칼을 닦
으며 내 등뒤에 서있던 르네는 우리들의 시선을 느끼곤 눈꼬리를 내리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미안해요. 이리사, 전 욕탕에만 들어가면 가끔 잠드는 일이 있어서요. 많이 놀
라셨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군. 내 아내 르네는 욕탕에만 들어가면 가끔 자는 습관이
있다. 이유인즉슨 바로 물이 따뜻해서 란다. 난 처음엔 그녀의 말을 듣고는 설
마 했지만, 르네가 욕탕에 들어가서 반나절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아 급하게 욕
탕의 문을 열고 들어 가본 결과 그녀는 탕밖으로 머리만 내민 채 목뒤에 수건
을 받치고 그대로 골아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그땐 정말 너무 황당해서 웃음밖
엔 나오지 않았지. 그녀의 말을 들은 이리사는 빙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르네
는 이리사에게 방긋 웃어보이며 내 옆에 앉은 다음 내 옆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한, 나 오랜만에 목욕을 해서 지금 기분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녁준
비 당신이 하면 아까 내가 말했던 거 없었던 걸로 해줄수있는데. 당신 생각은
어때요?"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고 그러자 앞에선 도와주겠다는 말을
하며 이리사가 뒤 따라 의자에서 일어섰지만 그녀는 르네에게 손을 잡혀서 다
시 의자에 앉게 돼었다.

"아, 저 괜찮나요?"

"괜찮아요. 한번쯤 남편 혼자서 저녁 차리게 하는 것도 좋은 공부가 돼요. 요리
솜씨가 늘거든요."

지금 그녀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던 난 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특권
을 누릴 수 있었다.

다행이다…. 저녁 준비정도면 싸지. 싸고말고,

그렇게 부엌으로 향하고 있을때 뒤에서 갑자기 루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기 남편을 잘도 부려먹는군 그래."

이 말에 르네는 아마 빙긋 웃는 얼굴로 천연덕스럽게 대답 할 것이다.

"솔직히 아니라곤 할 수 없군요."

"그리고 당신 처음 봤을 때부터 궁금한게 있었어. 대답해줘,"

"뭔가요?"

"어째서 인간이랑 함께 사는거지?"

그녀의 말이 들리고 잠시동안 르네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르네는 웃고
있을거다. 왜냐면 루나가 한 질문은 내가 전에 그녀에게 물었던 것과 같은거니
까.

'왜 인간인 나와 함께 하려하지? 당신은 엘프이지 않은가.'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요?'

"믿을 수 없어."

"믿지 않아도 좋아요."

난 부엌 문 앞에 서서 그녀들을 잠시 돌아보았다. 루나와 르네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살벌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고 그옆에선 이리사와 프리드가 앉
아서 조용히 둘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르네의 얼굴엔 언젠가
보았던 작은 미소가 나타나있었다.

저 작은 미소에 난 그녀에게 홀딱 넘어가 버렸었지 아마,

난 그렇게 조금씩 떠오르는 과거사를 다시 접고 고개를 돌려 부엌으로 들어가
르네가 항상 불러주던 노래를 흥얼거리며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잠시후 있는 실력 없는 실력 다 발휘해서 만든 음식들을 르네와 루나 이리사와
프리드 들은 하나도 남김 없이 모두 다 먹어주었고 난 맛있다는 말을 들은 것
보다 더 기쁜 얼굴로 환하게 웃어 줄수있었다.

남긴 음식이 적으면 설거지하기가 쉬워지니까.


식사 후 차를 한잔 마시며 약간의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이리사와 프리드
의 가족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고 그러자 이리사는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있는
프리드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 아이 아래로 여 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은 아린이라고 얘 아빠가 지어
줬어요. 그러고 보니 두 사람, 지금 많이 기다리고 있겠군요."

잠깐동안 아무말없이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있는 프리드만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리사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이런 쓸대없는 이야기를 했군요. 그보다 르네? 프리드가 졸린 것 같은데. 방으
로 좀 안내해 주시겠어요?"

"네. 따라 오세요."

조금 서먹한 분위기에 휩싸여있던 우리들은(나만 그럴걸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
들은 엘프니까.)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르네의 안내를 받으며 2층으로 올라갔
다. 계단에서 올라와 오른쪽에서 두 번째 방에 멈춰선 르네는 방문을 열고 손가
락을 튕기며 말했다.

딱!

팍!

"침대는 두 개지만, 크니까 같이 써도 괜찮거에요. 그리고 벽난로에 장작을 넣
어서 미리 방을 덥혀놨으니까. 그냥 편하게 쉬기만 하면 된답니다. 그리고 불을
끄는 방법은 침대에 누워 '이제 자야지' 라는 약속어를 말하면 되요."

르네의 말을 들은 이리사는 그녀의 가슴에 안겨 곤히 자고있는 프리드를 안고
방안으로 들어가 아들을 벽난로 가까이에 있는 침대에 눕힌 다음 우리에게 다
가와 평온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편히 쉬세요."

나와 르네는 허리를 숙이며 그렇게 말해주었고 이리사는 빙긋 웃어보였다. 그리
고 난 그녀의 방문을 닫아준 다음 계단 난간에 서서 홀을 내려다 보고있는 루
나를 돌아보았고 르네는 내쪽으로 걸어와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어느 방이에요?"

그녀의 말에 난 손을 들어서 계단 옆에 있는 방을 가르키며 말했다.

"일부러 우리 방과 떨어진 곳을 골랐어. 맘에 들어할까?"

내 말에 루나는 싱긋 웃으며 루나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루나의 뒤로 걸어가 허
리를 숙여 그녀의 어깨를 손가락을 톡톡 건드려 그녀의 고개를 돌리게 한 다음
말했다.

"이제부터 루나가 있을 방을 가르쳐 줄게요."

"이왕이면 당신들 방에서 떨어진 쪽이 좋겠는데."

난 그녀의 말에 의미불명의 미소를 지어주며 계단 옆에있는 방문을 열었다. 그
러자 어느새 다가왔는지 루나가 내 앞으로 나와 손을 내밀고 손가락을 딱 튕겼
고 그러자 천장에 붙어있는 라이트 볼이 빛을 뿜어내었다. 밝아진 방안은 단순
했다. 일단 손님용 방이었으니까. 작은 테이블이 하나, 옷걸이 하나, 의자 두 개,
벽난로 하나, 침대 하나, 그리고 작은 수납장 하나, 이게 다다. 이제부터 하나씩
해 넣어야지.

"필요한게 있으면 내일부터 말해. 뭐든지 만들어 줄테니까."

"뭐든지?"

"뭐든지."

난 씨익 웃으며 말했고 루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방안을 둘러보더니 방 중간에
서서 우리쪽을 돌아보며 꾹 다물고있던 입을 열었다.

"창문 하나는 맘에 드는군, 그런데 하나 확인하고 싶은게 있어."

"뭔가요?"

내 옆에 서있던 르네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고 루나는 조금 머뭇대더니 나와
르네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나 이제부터 여기 있어도 돼는거지? 또 다시 다른곳을 옮겨가지 않아도 돼는
거지? 당신들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따라 가지 않아도 돼는거지? 언제나 같은
하늘이 아닌 낯선 하늘을 바라보지 않아도 돼는거지? 매일 아침 일어나 여기가
어디인지 생각하지 않아도 돼는거지? 창문을 열면 항상 같은 풍경이 그려져있
는 거지? 응? 이제부터는, 이제부터는……."

루나는 거의 실성한 사람처럼 계속해서 말했고 그녀의 말을 듣고있던 르네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추며 조용히 루나를 끌어안았
다. 그러자 루나는 눈가에 눈물 방울을 한 가득 매단 채 뭐라고 계속 중얼대다
가 결국 크게 울음을 터트렸고 르네는 그녀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한 음
성으로 그녀를 달래었다.

아무리 독설을 입에 달고 있고 언제나 냉정한 듯 해보이지만, 얘는 얘인가보다.

난 조금 쓴웃음을 지으며 울고있는 루나와 그녀를 달래고있는 르네를 바라보았
다. 그러다가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이리사가 머리
를 내밀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날 발견하곤 묻는 듯 한 시선을 날렸고 난 내가
서있는 방 안 쪽을 가르키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러자 이리사는 작은 미소
를 지어보인 다음 머리를 넣고 다시 방문을 닫았다.

어쨌든 그렇게 한참동안 르네의 가슴에 안겨 울어대던 루나는 결국 울다 지쳐
서 잠들었고, 난 그녀를 도와 루나를 침대에 눕힌 다음 담요를 가슴께 까지 올
려주고 불을 끄고 밖으로 나왔다. 난 문을 조용히 닫으며 말했다.

"겉은 벽돌이라도 안은 유리로군."

"좋은 말이군요. 어쨌든 루나는 아직 어리니까요. 아직까지 상처받은 것을 어루
만져줄 친구 같은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을 테니까. 이렇게 자신을 받아
준 우리들이 고맙고 어느 한편으론 슬펐겠죠. 갑자기 버림만 받았던 옛날생각이
나서."

"그래서 아까 문을 닫을 때랑 지금, 이렇게 눈물을 흘린건가?"

"네. 하지만 이제 실컷 울었으니까. 내일부턴 괜찮을거에요. 이제 루나는 우리
가족이니까. 그렇죠?"

난 잠옷 바람에 긴 금발을 뒤로 묶은 모습으로 방긋 웃고있는 엘프 여인을 가
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곧 그녀를 따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괜찮겠지. 언제나 웃고 있는 르네만 볼수있다면야. 난 상관없어.

그러자 그녀는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내쪽으로 걸어와 나와 팔짱을하더니 나
를 이끌고 우리 방으로 향하며 말했다.

"당신을 안아본지가 벌써 하루가 지났네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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