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 한송이 7
내 마누라는 엘프
27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 한송이 7
…아.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깨어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내옆에 르네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건가? 하지만, 그런 것은
아니였다. 그녀가 없으면, …이보다 더하니까. 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새벽녘인지 주위는 푸르스름했지만, 어느정도 사물을 보는덴 지장이 없었다.
이 정도면 한참 있어야 해가 뜨겠군, 그런데…, 내가 지금 뭘 베고 있는거지?
베게치곤 이상하게 부드러운데.
손을 들어 머리 뒤에 있는 것을 더듬어보았다. 손에 만져지는 것은 따뜻하고 말
랑말랑한 무언가였다. 어라? 이게 뭐지? 좀 이상한 느낌에 가물가물한 눈을 크
게떠서 위를 올려다보았고 그리고 눈웃음을 지으며 날 내려다보고있는 금발머
리의 엘프 여인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허벅지를 더듬고있는 내 모
습을 보더니 가느다란 손가락을 들어 내 볼을 슬며시 누르면서 말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여보, 일찍 일어났네요?"
난 그녀에게 빙긋 눈웃음을 지어주었고 르네는 고개를 옆으로 약간 기울인 모
습으로 방긋 웃어 주었다.
언제나 항상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는 나의 그녀.
르네는 침대위에 앉아서 내 머릴 자신의 허벅지위에 올려 놓고있었다. 그래서
난 배게가 웬지 부드럽다고 생각했던거고, 그녀는 내 머릴 무릅위에 올려놓은
채로 머릴 빗고 있었던 것 같다. 뒤로 돌린 손을 다시 가져왔을 때 그녀의 손엔
언젠가 내가 만들어준 나무 빗이 들려있었으니까. 난 그녀가 머리를 빗는 모습
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빗, 언젠가 본 기억이 있는데."
"어머, 그때 일도 기억하나요?"
르네는 머리칼을 빗어넘기며 한손으로 내 볼을 지긋이 누르며 말했고 난 웃는
얼굴로 그녀의 손을 피하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대면서 말했다.
"아아, 단편적이지만, 전부 기억해."
당신이 날 깨워서 나랑 계약을 한일,
5000기의 중장 보병대를 혼자서 이틀 밤낮으로 싸워서 모두 전멸 시켰던 일,
갈탄 왕에게 반 강제로 그 자신의 피로 적은 서약서를 쓰게 한 일,
비오는 전쟁터에서 울면서 용서를 빌던 당신의 모습까지도.
그리고 그 빗은, 그러니까.
"헝크러진 머릿카락이나 좀 빗고 다니라고 내가 만들어 준거였지. 아마,"
내말을 들은 르네는 의미불명의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내 코를 잡더니 약하
게 비틀면서 말했다.
"정신이 없었단 말이에요. 머리 빗을 시간이 어디 있어요? 나뿐만 아니라 모두
가 그랬는걸요."
"으으으응, 그에 그언데 이커촘 노코 하먼 안퇴카?"
하지만 르네는 이미 과거의 감상에 젖어버린 후였다. 이런식이면 원래데로 돌아
오기 전까진 난 이대로 있어야한다. 여보, 세게쥐진 말아줘…. 아파. 르네는 빗
을 잡고있던 손을 들어 자신의 볼에 가져다 대며 눈을 감고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물론 내코는 아직까지 쥔채로,
"하지만, 당신에게 이 빗을 받았을 때 난 알 수 있었어요. 아무리 바쁘고 쉴 시
간이 없더라도, 엘프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야 한다는 걸요. 당신도 알
죠? 그날 이후로 우리들은 조금이지만 몸단장에 신경 썼다구요. 엘프 한 사람의
의지는 모두의 의지이니까."
"아아아, 크에 키어케헤."
내가 누운 채로 고개를 끄덕이며 코 막힌 소리로 말하자 르네는 빙긋 웃으며
내코를 잡고있던 손에서 조금이지만 힘을 뺏고 난 그나마 정상적인 목소리로
말을 할 수 있었다.
"아음, 당신 손 힘 굉장한데? 나보다 세겠어."
"뭐라구요?"
그녀는 발끈하며 다시 내코를 잡아 쥐었고 난 헐헐웃으며 다시 코막힌 소리를
내게되었다.
"…아니 아무커토 아니양. 크러치 핏 조바 내카 핏어주케."
"당신이 빗어 주겠다구요?"
난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르네는 쾌히 승낙하며 어깨를 밀어올
려 내 상체를 일으켜 주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돌아앉은 다음 얌전히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르네에게 말했다.
"르네? 빗어줄테니까. 돌아앉아봐."
"알았어요."
그녀는 빙긋 웃으며 뒤로 돌아 앉았고 난 상의만 펑퍼짐한 잠옷을 입고있는 르
네의 등뒤로 다가가 앉아서 그녀가 건내주는 빗을 받아 그녀의 부드러운 금발
을 천천히 빗어 내리기 시작했다.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 금발이면서도 희안하
게 생머리이다. 인간은 보통 금발이라고 하면 곱슬머리가 대부분인데. 엘프는
다른가보다. 그렇게 천천히 머리칼을 빗어 내리고있을 때 아름다운 금발 넘어로
자신의 머리 칼을 나에게 맡기고 얌전히 앉아있던 르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당신 나 사랑하죠?"
"응. 그런데 그건 왜 묻지?"
"아니요. 그냥 한번 들어보고 싶었어요."
난 그녀의 말에 풋 웃어주며 계속해서 그녀의 머리를 빗어 내렸다. 걸리는 부분
은 별로 없었다. 엘프는 워낙 머리카락이 부드러워서 인간처럼 머리카락이 엉켜
서 끈어지거나 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고 그녀가 말했지. 설마 했지만, 그동안
많이 만져본 바로는 정말이지 싶다. 그렇게 잠시동안 그녀의 머리를 빗어린 후
난 고개를 끄덕이며 빗을 내리곤 다시 그녀의 머리카락을 세 갈레로 나누며 말
했다.
"여보, 다됐어. 아아, 움직이지 말고, 잠깐 기다려봐 머리 땋아줄게."
"당신 머리 땋을 줄 알아요?"
"응."
난 그녀의 말에 빙긋 웃으며 세 갈레로 나눈 머리칼들을 서로 교차시켜가며 그
녀의 머리를 땋아내리기 시작했다. 르네는 머리카락은 엉덩이 부분까지 내려오
니까. 그녀의 머리를 땋는데는 좀 시간이 걸리지만….
으음, 됐다. 이야~ 해놓고 보니 이거, 정말 예쁜데?
난 잠옷 주머니속에 항상 넣어두는 머리끈을 꺼내어서 그녀의 땋은 머리를 고
정시켜주었다. 그러고 보니 머리를 땋아내린 그녀는 약간 성숙해보이는 듯하면
서 조금이지만 소녀 티가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르네의 나이는 아직 160살이
라 확실히 엘프로서는 젊은 나이지만, 그 나이 대에 짝을 찾은 엘프는 드무니
까. 대부분이 200살에서 300살 전후에 한다던가?
그리고 난 고개를 천천히 들어 20여년 전, 겨우 140살의 어린 나이로 나에게 다
가온 르네의 작은 등을 잠깐 바라보며 슬픈 표정을 지어보였다가 다시 환한 얼
굴로 표정관리를 한 다음 그녀의 등을 살짝 두드리며 말했다.
"됐어. 어때. 편해?"
머리를 좌우로 몇번 돌려보던 르네는 뒤로 돌아 나와 마주보며 앉더니 방긋 웃
는 얼굴로 자신의 땋은 머리카락의 끝을 잡고 내 얼굴을 간지럽히며 말했다.
"예에, 아주 편해요. 평소에 좀 땋아주지 그랬어요?"
"미안, 머리풀고있는 당신 모습이 너무 예뻐서 말이야."
내가 이렇게 말하자 르네는 갑자기 동작을 멈추더니 히죽 웃으며 말했다.
"당신, 나 머리푼 모습이 좋아요?"
그녀의 물음에 난 고개를 슬쩍 돌리며 입을 열었다. 붉어진 내 얼굴은 어두운
지금도 그녀의 눈에 잘보이니까.
"아아. 그렇게 말하면, 그래. 난 당신 머리풀고있을 때가 좋아."
르네는 내 말을 듣고는 손에 들려있는 땋은 머리칼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빙긋
웃으며 다시 고개를 들어올리고 말했다.
"알았어요. 하지만, 이건 당신이 땋아준거니까. 하루정도는 이렇게 있을거에요.
어때요. 불만없죠?"
난 미소로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잠깐 동안 내 웃는 얼굴을 바라보고있던 르네는 내가 놓아둔 빗을 발견하곤 그
것을 집어들더니 웃는 얼굴로 내 어깨에 손바닥을 올려 툭툭치면서 말했다.
"자, 돌아 앉아봐요. 이번엔 내가 빗어줄께요."
난 그녀의 강요에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시키는데로 돌아앉았고 곧 등뒤의 머
리칼로 르네의 빗질하는 느낌이 전해져왔다. 그녀는 조심스레 빗을 놀려서 내
머리칼을 빗어내리며 말했다.
"어머. 당신 머리 정말 많이 자랐네요? 허리까지 내려왔어요."
"아? 한달 전쯤에 잘랐는데. 벌써? 나 머리가 좀 빨리 자라는 것 같아."
그러자 갑자기 내 등위로 르네의 몸이 덥쳐오더니 그녀의 머리가 내 어깨위로
올라와 눈을 가늘게 뜨고 히죽 웃으며 말했다.
"야한 생각을 많이 하니까 그렇죠."
난 그녀의 말에 손을 내저으며 피식 웃어보였고 르네는 빙긋 웃으며 내 등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그렇게 몇번 빗질을 계속 하더니 잠시 손을 멈추는 듯 하다가
천천히 내 머릴 땋기 시작했고 난 살짝 웃으며 말했다.
"여보? 지금 내 머릴 땋고있는거야?"
"정답. 남자가 어쩌고 하는 말은 하지 말아요. 알았죠."
"으음, 알았어."
난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후 르네는 검은색의 땋은 머리카락의 끝
부분을 내 볼에 대고 간지럽히며 말했다.
"다 됐어요. 어때요? 편한가요?"
"음, 아주 편해, 평소에 좀 땋아주지 그랬어?"
르네는 침대 위에서 자신의 하얀 두 다리를 세워 앉은 채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기대해요. 다음부턴 매일 다른 모양으로 땋아줄게요."
난 그녀의 말에 빙긋 웃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기대할께, 그런데 이제 뭐 하지? 해뜨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우리 옛날 이야기나 할까?"
내말을 들은 르네는 고개를 돌려 아직도 푸르스름한 창가를 한번 바라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리곤 천천히 입술을 올려 평소엔 잘 보여주지 않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옛이야기는 옛이야기, 지금은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요."
"무슨?"
난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고 르네는 그 미소를 지은 채 모으고있던 다리를
풀고 무릎만으로 일어서 침대 위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천천히
입고있던 상의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 내렸고 난 그제서야 그녀의 의도를 알아
챌 수 있었다.
오, 여보. 아침부터 이건 좀….
단추가 다 풀어져 너풀거리는 상의를 입고 그녀는 나에게 다가왔다. 평소의 르
네가 아닌 다른 르네의 미소를 머금은 채, 난 그녀가 다가옴에 따라 난처한 미
소를 지으며 조금씩 뒤로 물러났지만, 그것을 알아차린 르네는 어느정도 다가오
다가 히죽 웃으며 앉아있는 나에게 넘어져버렸고 덕분에 난 그녀의 의도대로
뒤로 넘겨져서 침대위로 쓰러져버렸다. 그렇게 날 덥친 르네는 천천히 다리를
벌려 내 배 위에 걸터앉은 다음 내 팔을 위로 올려 자신의 두 손으로 꾹 누르
고 고개를 숙여 옆으로 돌린 내 얼굴을 바라보며 천천히 그, 의미불명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
"…으응?"
"나 당신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요."
난 그녀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돌려 날 내려다보고 있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서
글픈 얼굴로 그녀도 알고있는 말을 하려했다.
"하, 하지만 르네 그건…."
그녀는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았다. 르네는 내가 고개를 돌리자 곧바로 고
개를 숙여 내 입술에 입을 맞춰왔고 난 조금 몸을 틀어대다가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 르네의 지금 모습엔 난 별수없이 져야한다. 그러지 못하면, 르네, 그녀는
내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나에게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전에도 몇번 그런적이 있어서 뼈져리게 느껴지.
그녀가 키스를 끝내고 몸을 일으켰을 때 난 거의 반쯤 녹아내린 상태였다. 르네
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헤죽 웃어보였고, 난 멍하니 그녀를 올려다 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곤 붉어진 얼굴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서 허둥대었다.
그때였다.
그때, 르네가 나에게 안겨들어 내 목을 자신의 팔로 휘감고 있을 때 갑자기 방
의 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조그만 꼬마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꼬마는 우리쪽을
바라보고 그대로 굳어버린 상태였고 난 황급히 옆의 시트를 들어 르네의 모습
을 가렸다. 그러자 문앞에서서 이마로 손을 가져가있던 꼬마의 그림자는 한숨소
리 비슷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림 좋은데? 꼭두새벽부터."
"루, 루나니?"
내 떨리는 목소리에 그림자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뒤로 돌아 걸어나가면서 다
음 말을 이었다.
"누가 왔어. 여긴 여관이라고 했으니까. 손님이란 말이 적당하겠군. 옷갈아 입고
어서 나가보지 그래?"
"아…."
루나는 그 말을 남기고는 바로 가버렸고 나와 르네는 고개를 돌려 서로의 얼굴
을 마주보며 중얼거렸다.
"손님이 왔다는데. 어쩌지?"
"…좀있다가 내려가면 안될까요?"
"나도 그러고 싶지만…."
난 오른팔로 나와 나를 안고있는 르네의 상체를 일으켜 세운다음 그녀의 허리
를 감싸 안으며 머리카락에 가려진 르네의 이마에 살짝 입술을 맞춘 다음 빙긋
미소지었다.
"손님들을 기다리게 하면 안돼잖아?"
내 말에 르네는 방긋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27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 한송이 7
…아.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깨어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내옆에 르네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건가? 하지만, 그런 것은
아니였다. 그녀가 없으면, …이보다 더하니까. 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새벽녘인지 주위는 푸르스름했지만, 어느정도 사물을 보는덴 지장이 없었다.
이 정도면 한참 있어야 해가 뜨겠군, 그런데…, 내가 지금 뭘 베고 있는거지?
베게치곤 이상하게 부드러운데.
손을 들어 머리 뒤에 있는 것을 더듬어보았다. 손에 만져지는 것은 따뜻하고 말
랑말랑한 무언가였다. 어라? 이게 뭐지? 좀 이상한 느낌에 가물가물한 눈을 크
게떠서 위를 올려다보았고 그리고 눈웃음을 지으며 날 내려다보고있는 금발머
리의 엘프 여인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허벅지를 더듬고있는 내 모
습을 보더니 가느다란 손가락을 들어 내 볼을 슬며시 누르면서 말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여보, 일찍 일어났네요?"
난 그녀에게 빙긋 눈웃음을 지어주었고 르네는 고개를 옆으로 약간 기울인 모
습으로 방긋 웃어 주었다.
언제나 항상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는 나의 그녀.
르네는 침대위에 앉아서 내 머릴 자신의 허벅지위에 올려 놓고있었다. 그래서
난 배게가 웬지 부드럽다고 생각했던거고, 그녀는 내 머릴 무릅위에 올려놓은
채로 머릴 빗고 있었던 것 같다. 뒤로 돌린 손을 다시 가져왔을 때 그녀의 손엔
언젠가 내가 만들어준 나무 빗이 들려있었으니까. 난 그녀가 머리를 빗는 모습
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빗, 언젠가 본 기억이 있는데."
"어머, 그때 일도 기억하나요?"
르네는 머리칼을 빗어넘기며 한손으로 내 볼을 지긋이 누르며 말했고 난 웃는
얼굴로 그녀의 손을 피하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대면서 말했다.
"아아, 단편적이지만, 전부 기억해."
당신이 날 깨워서 나랑 계약을 한일,
5000기의 중장 보병대를 혼자서 이틀 밤낮으로 싸워서 모두 전멸 시켰던 일,
갈탄 왕에게 반 강제로 그 자신의 피로 적은 서약서를 쓰게 한 일,
비오는 전쟁터에서 울면서 용서를 빌던 당신의 모습까지도.
그리고 그 빗은, 그러니까.
"헝크러진 머릿카락이나 좀 빗고 다니라고 내가 만들어 준거였지. 아마,"
내말을 들은 르네는 의미불명의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내 코를 잡더니 약하
게 비틀면서 말했다.
"정신이 없었단 말이에요. 머리 빗을 시간이 어디 있어요? 나뿐만 아니라 모두
가 그랬는걸요."
"으으으응, 그에 그언데 이커촘 노코 하먼 안퇴카?"
하지만 르네는 이미 과거의 감상에 젖어버린 후였다. 이런식이면 원래데로 돌아
오기 전까진 난 이대로 있어야한다. 여보, 세게쥐진 말아줘…. 아파. 르네는 빗
을 잡고있던 손을 들어 자신의 볼에 가져다 대며 눈을 감고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물론 내코는 아직까지 쥔채로,
"하지만, 당신에게 이 빗을 받았을 때 난 알 수 있었어요. 아무리 바쁘고 쉴 시
간이 없더라도, 엘프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야 한다는 걸요. 당신도 알
죠? 그날 이후로 우리들은 조금이지만 몸단장에 신경 썼다구요. 엘프 한 사람의
의지는 모두의 의지이니까."
"아아아, 크에 키어케헤."
내가 누운 채로 고개를 끄덕이며 코 막힌 소리로 말하자 르네는 빙긋 웃으며
내코를 잡고있던 손에서 조금이지만 힘을 뺏고 난 그나마 정상적인 목소리로
말을 할 수 있었다.
"아음, 당신 손 힘 굉장한데? 나보다 세겠어."
"뭐라구요?"
그녀는 발끈하며 다시 내코를 잡아 쥐었고 난 헐헐웃으며 다시 코막힌 소리를
내게되었다.
"…아니 아무커토 아니양. 크러치 핏 조바 내카 핏어주케."
"당신이 빗어 주겠다구요?"
난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르네는 쾌히 승낙하며 어깨를 밀어올
려 내 상체를 일으켜 주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돌아앉은 다음 얌전히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르네에게 말했다.
"르네? 빗어줄테니까. 돌아앉아봐."
"알았어요."
그녀는 빙긋 웃으며 뒤로 돌아 앉았고 난 상의만 펑퍼짐한 잠옷을 입고있는 르
네의 등뒤로 다가가 앉아서 그녀가 건내주는 빗을 받아 그녀의 부드러운 금발
을 천천히 빗어 내리기 시작했다.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 금발이면서도 희안하
게 생머리이다. 인간은 보통 금발이라고 하면 곱슬머리가 대부분인데. 엘프는
다른가보다. 그렇게 천천히 머리칼을 빗어 내리고있을 때 아름다운 금발 넘어로
자신의 머리 칼을 나에게 맡기고 얌전히 앉아있던 르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당신 나 사랑하죠?"
"응. 그런데 그건 왜 묻지?"
"아니요. 그냥 한번 들어보고 싶었어요."
난 그녀의 말에 풋 웃어주며 계속해서 그녀의 머리를 빗어 내렸다. 걸리는 부분
은 별로 없었다. 엘프는 워낙 머리카락이 부드러워서 인간처럼 머리카락이 엉켜
서 끈어지거나 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고 그녀가 말했지. 설마 했지만, 그동안
많이 만져본 바로는 정말이지 싶다. 그렇게 잠시동안 그녀의 머리를 빗어린 후
난 고개를 끄덕이며 빗을 내리곤 다시 그녀의 머리카락을 세 갈레로 나누며 말
했다.
"여보, 다됐어. 아아, 움직이지 말고, 잠깐 기다려봐 머리 땋아줄게."
"당신 머리 땋을 줄 알아요?"
"응."
난 그녀의 말에 빙긋 웃으며 세 갈레로 나눈 머리칼들을 서로 교차시켜가며 그
녀의 머리를 땋아내리기 시작했다. 르네는 머리카락은 엉덩이 부분까지 내려오
니까. 그녀의 머리를 땋는데는 좀 시간이 걸리지만….
으음, 됐다. 이야~ 해놓고 보니 이거, 정말 예쁜데?
난 잠옷 주머니속에 항상 넣어두는 머리끈을 꺼내어서 그녀의 땋은 머리를 고
정시켜주었다. 그러고 보니 머리를 땋아내린 그녀는 약간 성숙해보이는 듯하면
서 조금이지만 소녀 티가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르네의 나이는 아직 160살이
라 확실히 엘프로서는 젊은 나이지만, 그 나이 대에 짝을 찾은 엘프는 드무니
까. 대부분이 200살에서 300살 전후에 한다던가?
그리고 난 고개를 천천히 들어 20여년 전, 겨우 140살의 어린 나이로 나에게 다
가온 르네의 작은 등을 잠깐 바라보며 슬픈 표정을 지어보였다가 다시 환한 얼
굴로 표정관리를 한 다음 그녀의 등을 살짝 두드리며 말했다.
"됐어. 어때. 편해?"
머리를 좌우로 몇번 돌려보던 르네는 뒤로 돌아 나와 마주보며 앉더니 방긋 웃
는 얼굴로 자신의 땋은 머리카락의 끝을 잡고 내 얼굴을 간지럽히며 말했다.
"예에, 아주 편해요. 평소에 좀 땋아주지 그랬어요?"
"미안, 머리풀고있는 당신 모습이 너무 예뻐서 말이야."
내가 이렇게 말하자 르네는 갑자기 동작을 멈추더니 히죽 웃으며 말했다.
"당신, 나 머리푼 모습이 좋아요?"
그녀의 물음에 난 고개를 슬쩍 돌리며 입을 열었다. 붉어진 내 얼굴은 어두운
지금도 그녀의 눈에 잘보이니까.
"아아. 그렇게 말하면, 그래. 난 당신 머리풀고있을 때가 좋아."
르네는 내 말을 듣고는 손에 들려있는 땋은 머리칼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빙긋
웃으며 다시 고개를 들어올리고 말했다.
"알았어요. 하지만, 이건 당신이 땋아준거니까. 하루정도는 이렇게 있을거에요.
어때요. 불만없죠?"
난 미소로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잠깐 동안 내 웃는 얼굴을 바라보고있던 르네는 내가 놓아둔 빗을 발견하곤 그
것을 집어들더니 웃는 얼굴로 내 어깨에 손바닥을 올려 툭툭치면서 말했다.
"자, 돌아 앉아봐요. 이번엔 내가 빗어줄께요."
난 그녀의 강요에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시키는데로 돌아앉았고 곧 등뒤의 머
리칼로 르네의 빗질하는 느낌이 전해져왔다. 그녀는 조심스레 빗을 놀려서 내
머리칼을 빗어내리며 말했다.
"어머. 당신 머리 정말 많이 자랐네요? 허리까지 내려왔어요."
"아? 한달 전쯤에 잘랐는데. 벌써? 나 머리가 좀 빨리 자라는 것 같아."
그러자 갑자기 내 등위로 르네의 몸이 덥쳐오더니 그녀의 머리가 내 어깨위로
올라와 눈을 가늘게 뜨고 히죽 웃으며 말했다.
"야한 생각을 많이 하니까 그렇죠."
난 그녀의 말에 손을 내저으며 피식 웃어보였고 르네는 빙긋 웃으며 내 등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그렇게 몇번 빗질을 계속 하더니 잠시 손을 멈추는 듯 하다가
천천히 내 머릴 땋기 시작했고 난 살짝 웃으며 말했다.
"여보? 지금 내 머릴 땋고있는거야?"
"정답. 남자가 어쩌고 하는 말은 하지 말아요. 알았죠."
"으음, 알았어."
난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후 르네는 검은색의 땋은 머리카락의 끝
부분을 내 볼에 대고 간지럽히며 말했다.
"다 됐어요. 어때요? 편한가요?"
"음, 아주 편해, 평소에 좀 땋아주지 그랬어?"
르네는 침대 위에서 자신의 하얀 두 다리를 세워 앉은 채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기대해요. 다음부턴 매일 다른 모양으로 땋아줄게요."
난 그녀의 말에 빙긋 웃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기대할께, 그런데 이제 뭐 하지? 해뜨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우리 옛날 이야기나 할까?"
내말을 들은 르네는 고개를 돌려 아직도 푸르스름한 창가를 한번 바라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리곤 천천히 입술을 올려 평소엔 잘 보여주지 않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옛이야기는 옛이야기, 지금은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요."
"무슨?"
난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고 르네는 그 미소를 지은 채 모으고있던 다리를
풀고 무릎만으로 일어서 침대 위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천천히
입고있던 상의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 내렸고 난 그제서야 그녀의 의도를 알아
챌 수 있었다.
오, 여보. 아침부터 이건 좀….
단추가 다 풀어져 너풀거리는 상의를 입고 그녀는 나에게 다가왔다. 평소의 르
네가 아닌 다른 르네의 미소를 머금은 채, 난 그녀가 다가옴에 따라 난처한 미
소를 지으며 조금씩 뒤로 물러났지만, 그것을 알아차린 르네는 어느정도 다가오
다가 히죽 웃으며 앉아있는 나에게 넘어져버렸고 덕분에 난 그녀의 의도대로
뒤로 넘겨져서 침대위로 쓰러져버렸다. 그렇게 날 덥친 르네는 천천히 다리를
벌려 내 배 위에 걸터앉은 다음 내 팔을 위로 올려 자신의 두 손으로 꾹 누르
고 고개를 숙여 옆으로 돌린 내 얼굴을 바라보며 천천히 그, 의미불명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
"…으응?"
"나 당신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요."
난 그녀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돌려 날 내려다보고 있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서
글픈 얼굴로 그녀도 알고있는 말을 하려했다.
"하, 하지만 르네 그건…."
그녀는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았다. 르네는 내가 고개를 돌리자 곧바로 고
개를 숙여 내 입술에 입을 맞춰왔고 난 조금 몸을 틀어대다가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 르네의 지금 모습엔 난 별수없이 져야한다. 그러지 못하면, 르네, 그녀는
내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나에게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전에도 몇번 그런적이 있어서 뼈져리게 느껴지.
그녀가 키스를 끝내고 몸을 일으켰을 때 난 거의 반쯤 녹아내린 상태였다. 르네
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헤죽 웃어보였고, 난 멍하니 그녀를 올려다 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곤 붉어진 얼굴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서 허둥대었다.
그때였다.
그때, 르네가 나에게 안겨들어 내 목을 자신의 팔로 휘감고 있을 때 갑자기 방
의 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조그만 꼬마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꼬마는 우리쪽을
바라보고 그대로 굳어버린 상태였고 난 황급히 옆의 시트를 들어 르네의 모습
을 가렸다. 그러자 문앞에서서 이마로 손을 가져가있던 꼬마의 그림자는 한숨소
리 비슷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림 좋은데? 꼭두새벽부터."
"루, 루나니?"
내 떨리는 목소리에 그림자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뒤로 돌아 걸어나가면서 다
음 말을 이었다.
"누가 왔어. 여긴 여관이라고 했으니까. 손님이란 말이 적당하겠군. 옷갈아 입고
어서 나가보지 그래?"
"아…."
루나는 그 말을 남기고는 바로 가버렸고 나와 르네는 고개를 돌려 서로의 얼굴
을 마주보며 중얼거렸다.
"손님이 왔다는데. 어쩌지?"
"…좀있다가 내려가면 안될까요?"
"나도 그러고 싶지만…."
난 오른팔로 나와 나를 안고있는 르네의 상체를 일으켜 세운다음 그녀의 허리
를 감싸 안으며 머리카락에 가려진 르네의 이마에 살짝 입술을 맞춘 다음 빙긋
미소지었다.
"손님들을 기다리게 하면 안돼잖아?"
내 말에 르네는 방긋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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