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 한송이 9

등록 2026.10.10 5.8천자 조회 2 좋아요 0 댓글 0 전체 이용가
내 마누라는 엘프
29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 한송이 9


르네는 놀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며 두손으로 입을 가리는 갈색머리 아가
씨에게 방긋 미소를 지어보였고 옆에선 그녀의 반응을 이상하게 여긴 두 남
자가 이제서야 속칭 아가씨란 분에게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둘은 르네와 아
가씨를 번갈아 돌아보다가 역시 르네의 모습에서 그것을 제대로 보게되었고
세 사람이 모두 똑같은 얼굴을 하기까진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않았다.

잠시후 놀란 기색이 역력하던 갈색머리 아가씨는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
쉬곤 다시 르네를 바라보며 겨우 말을 이었다.

"…엘프시군요?"

"예. 엘프입니다."

그녀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며 방긋 웃는 얼굴로 말하자 이번엔 세
사람의 시선이 그녀의 옆에 있던 나에게 날아와 꼿혔다. 난 손을 들어 르네
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싱긋 웃어보였다.

"전 인간이고 우리들은 부부입니다."

"………."

"………."

"………."

세 사람은 모두 말이 없었다.
우리들은 그저 웃는 얼굴로 그들이 제정신으로 돌아오길 기다렸고 얼마 지
나지 않아 그들중 가장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 들어났다. 먼저 그 흉터가 머
리를 휘휘 젖더니 얼이빠진 얼굴로 나와 르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
다.

"아, 그러니까. 저, 한 당신은 인간이고, 그…."

"르네라고 합니다."

"아, 예. 음, 그러니까. 르네 당신은 엘프고 그리고 두사람은 …부부라구요?"

"이왕이면 신혼 부부라고 해주지 않겠나요? 그때의 마음은 아직도 변함없으
니까."

르네는 방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고 난 르네의 옆모습을 조금 바라보았다가
앞에 있는 그들을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한 마디로 기가 막힌 얼굴
이었다.

인간과 엘프의 사랑 이야기에 대해선 어긴가에서 잡담삼아 몇번 들었겠지만,
실제로 보니 좀 충격이었겠지.

제프는 르네의 말을 듣고 뭐라 말을하려고 조금 얼버무리다가 앞에 놓여진
맥주잔을 발견했다. 그리곤 곧바로 그것을 들어서 입에 부어넣기 시작했고
칼은 허탈하게 웃으며 천장을 올려다 보고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갈
색머리아가씨는 멍한 얼굴로 우리들을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선
르네의 손을 잡고 눈을 있는데로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가, 감동적이에요! 인간과 엘프의 사랑이라니. 저 정말 감동했어요. 역시 사
랑엔 국경도 없고 종족도 없군요."

음, 이 아가씨. 분명히 지금껏 엄한 집안에서만 자라서 남자친구하나 만들지
못했나 보군, 내가 이런생각을 할 때 르네는 좀 다른 생각을 했나보다. 그녀
는 아가씨의 손을 맞잡으며 따뜻한 얼굴로 미소지었다.

"그래요. 대가는 비싸지만,"

그녀는 종족에서 추방당하면서까지 날 선택했다.

르네의 말에 그녀는 조금 멍한 얼굴을 했고 난 그 순간 르네의 어깨를 좀더
힘있게 감싸안았다. 그녀에게 내 마음이 전해지도록, 그리고 그 다음 르네가
이 남자친구 한 명 없는 가련한 아가씨에게 한말은 날 미소 짓게 만들었다.

"하지만, 전 제 선택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 증거로 지금 저희는
행복하답니다."

이제 이 아가씨의 얼굴은 그야말로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은 얼굴이 돼었고
르네는 그녀의 손을 잡은 채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며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난 행복해요. 당신은 어떤가요?

행복해. 너무나,

우리는 눈웃음을 지으며 서로에게 빙긋 웃어보였다. 더 이상은 필요없어.
난 그녀만 있으면돼. 그녀가 계속 내게 미소지어준다면 난 그 어떤 것도 필
요 없다.

'당신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요.'

난 얼른 머리를 휘저어 머리속에 든 생각을 날려버렸다. 많은 것을 바라면
꼭 원래있는 것 마저 잃게돼, 그러니 이제 정말 다른 것은 필요없어.
이대로가 좋아. 그때 문득 이상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어보니 르네가 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난 얼른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주곤 앞의 사람들
에게 말했다.

"아, 여러분들 좀 이르지만 아침식사 하시겠습니까?"

내말을 들은 사람들 중 가장 정상적인 대답을 한 사람은 살아오면서 벼라별
일을 다 격은 중후한 중년의 모습을 보이고있는 칼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
어서며 말했다.

"그것보단 좀 쉬고 쉽군요. 밤새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으며 숲속을 헤메다가
갑자기 긴장이 풀리니까 피곤이 몰려오는 것 갔습니다. 방으로 안내해주시겠
습니까?"

"그럼 다른 분들은?"

그러자 맥주를 다 들이킨 제프가 잔을 들어 흔들어보이며 말했다.

"아. 난 남겠수다. 이 맥주 맛 덕분에 조금 더 있고 싶어지는걸."

그러자 갑자기 피곤한 얼굴이 된 칼은 고개를 돌려 갈색머리 아가씨를 바라
보았다.

"그럼, 나르쉬 아가씨는 어쩌시겠습니까?"

"아. 저도 잠시…."

"알겠습니다. 혹 저 놈이 아가씨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려하면…."

칼은 그 자리에서 처음 자세로 묵묵히 서있던 자들을 슬쩍 바라보았고 그러
자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끼긱. 끼기기…. 덜그럭,

갑옷의 마찰음이다. 그것도 묵직한, 난 고개를 돌려 르네를 바라보았고 르네
는 역시나 하는 얼굴로 말했다.

"고렘이군요."

"어? 알고계셨습니까?"

그러자 제프가 그것도 모르냐는 식의 투로 말했다.

"말이 엘프겠수? 마음만 먹으면 심장소리 정도만 듣고도 거짓말을 하는지 않
하는지도 알수있답디다."

그러자 칼은 고개를 돌려 제프를 힐끔 쳐다보곤 손가락으로 그를 가르키며
말했다.

"저놈이 아가씨 근처에 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라. 만약 조금이라도 그런 움직
임이 느껴질시엔 저놈을 묶어서 밖의 나무에 거꾸로 내달아 두도록, 밧줄은
배낭속에 있다."

그의 말을 들은 고렘들은 곧바로 몸을 돌려 움직였다.

쿠웅… 쿠웅… 쿠웅…

그들이 움직임에따라 육중한 발소리가 들려왔지만, 바닥이 꺼지거나하는 불
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이야, 그들은 천천히 움직여서 나르쉬의 등뒤
에 섰고 그러자 그들이 얼굴 부분에 감고있는 붕대에서 밖을 볼수있도록 벌
려놓은 틈새로 붉게 타오르는 두 눈이 나타나 제프를 향했다. 그러자 제프는
그들을 올려다보며 인상을 있는대로 찌그린 채 한가롭게 르네의 안내를 받
으며 올라가는 칼의 등에 대고 외쳤다.

"어어, 이것보쇼! 그냥 가면 어떡해! 이것들 치워주고 가!"

그러자 계단위에 올라선 칼은 뒤를 힐끔 바라보더니 피식웃으며 말했다.

"그게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냐? 이번 기회에 네놈 버르장머리를 고쳐주마.
미르, 칼리, 그놈이 아가씨에게 무슨 속된 말을 하면 머리를 쥐어 박아줘라."

미르, 칼리? 이들의 이름인가? 어쨌든 주인의 말을 들은 두 고렘은 천천히
망토속에 있던 커다란 주먹을 들어 올렸고 그 모습에 제프의 얼굴에선 핏기
가 사르르 빠져나갔다. 저 주먹으로 머리를 쥐어박으면 어떻게 될까? 어쨌
든, 칼은 그말을 남기고 르네를 따라 2층 복도로 사라졌고 그뒤로 한 남자의
절규가 이어졌다.

"으아! 칼, 당신 저주할거야! 두고봐!"

이제 칼은 그의 말을 어느 집 개짓는 소리로 치부하기로 했는지 대꾸는 날
아오지않았다. 제프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사람 머리만한 주먹을 들고 자신
을 노려보는 두 고렘들과 잠시동안 눈싸움을 하다가 한숨을 잠깐 내쉬곤 맥
이 풀린 듯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관두지. 너희들과 무슨 대화가 가능하겠냐. 보쇼, 한씨? 무기고로 안내해 주
쇼. 쓸만한게 있나 봅시다."

"따라오시죠. 아, 그런데 나르쉬양이라고 하셨습니까? 당신은 어쩌실거지요?"

"전 조금 더 이대로 있고 싶습니다. 소꿉친구들과 같이 있는 시간은 이럴 때
뿐이거든요."

소꿉친구들? 저 고렘들이?

난 그녀의 말에 조금 놀랐지만 다른 것은 묻지않고 그냥 고개만 끄덕여 주
고 배낭에 묶여있는 자신의 검을 꺼내든 제프와 함께 아까 칼에게 받아두었
던 그레이트 보우를 챙겨들고 가게 옆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마굿간과 함께
붙어있는 무기고로 향했다. 마당을 가로지르고 있을 때 등뒤에서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제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도 이런곳에서 살 생각을 하셨수."

"이런 곳이 아니면 아내와 함께 할곳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받아주지 않습디까?"

"그 반대 였습니다. 사람들은 저희 둘을 한시도 가만 놔두려 하지않더군요."

"하기사. 인간과 엘프 부부인데 신기할만도 하지."

어느새 무기고의 문앞에 도착했고 난 뒤로 돌아 제프의 얼굴을 바라보며 계
속 말을 이었다. 나도 인간이었으니까. 이런식으로 남에게 하소연하고 싶은
건 어쩔 수 없었다. 상대가 같은 인간이니까. 이런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지.

"그게 싫었습니다. 그래서 이리로 왔습니다. 이곳에선 과거가 무었인지, 어떻
게 함께 살아가는지 아무것도 묻지않더군요. 그저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습니
다. 아내도 좋아했지요."

"타인을 이해하려들지마라, 넌 다른 누군가가 될수없다. 우리 사부 말씀이유,
난 선생님의 말을 잘 따르는 착한 제자지, 그래서 당신들이 격은 일에 대해
서 이해한다느니 어쩌니하는 어설픈 위로 따위는 하지않겠수다. 그냥, 하나
궁금한게 있을 뿐이요. 지금 행복하쇼?"

"행복합니다."

내 말을 들은 제프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됐수."

난 그에게 씨익 웃어주었다. 제프 역시 씨익 웃어보였다. 엑셀에겐 이런 말
을 할 수 없었다. 그는 인간이 아니니까. 나와 르네에게 아픔을 줬던 인간에
게 한번쯤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뭐, 내가 내내 생각했었던 그런 질문도
아니고 그에 대한 대답도 기대했던 것 보다 못했지만, 어쨌든 기분은 한결
가벼워졌어, 난 생각을 정리 한다음 웃음을 거두고 등을 돌려 무기고의 문을
열어 젖혔고 그러자 안엔 가지런히 정리 해놓은 200자루가 조금 넘는 검들
이 맨 먼저 우리를 맞이했다.


빠아아아아아아….

투웅!! 쾌에에에에에에에에~ 뻐억!

날아간 화살은 과녁으로 세워놓은 바위에 정확하게 꼿혔고 바위는 묵직한
소릴 내며 두쪽으로 나누어졌다. 화살도 화살이지만, 이거 정말 굉장한 장력
이군. 어떻게 화살을 저런식의 소리가 나도록 날려 보낼수있는거지? 내가 그
렇게 그레이트 보우를 바라보고있을 때 새로 장만한 검을 몇번 휘저어보던
제프는 히죽 웃으며 그것을 검집에 집어넣고는 말했다.

"이거 가격대 성능비가 너무 좋시다?"

"아실테지만, 그 검은 이리야드 입니다. 조심해서 사용하십시요."

"알고있수. 자, 그럼 나도 좀 자러 가볼까나."

그는 등을 돌리곤 여관쪽으로 천천히 걸어갔고 난 다시 그레이트 보우를 들
여다보며 생각에 빠져들었다. 제프는 내 무기고에 들어가자마자 하고많은 검
들중에서 무슨 생각인지 저 이리야드를 골라잡았다.

원래 이리야드는 이리야드란 이름의 가문에서 만든 검들로 그 이름을 가진
검들은 하나같이 날이 날카롭다. 하지만 오래 사용할순 없어서 1년정도 지나
면 금세 날이 무뎌지고 차칫하면 깨지고 이가 나간다. 하지만 날이 좋고 무
엇보다 무게가 알맞기 때문에 힘만 잘 조절하면 적의 몸을 확실하게 갈라놓
을 수 있는 검이 이리야드의 검들이다. 그리고 지금 내손에 들려있는 이 그
레이트 보우는 사용자의 근력과 팔길이를 싸그리 무시한 배려 덕분에 시위
를 당길 수 있는 팔힘만 있다면 왠만한 중대형 몬스터라도 한방에 보낼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고있다. 그리고 나르쉬양이 친구라고 말했던 그 고렘들,
분명히 아이언 고렘일 거다. 아이언 고렘은 한번 싸워 봐서 안다. 주인있는
고렘이 다 그렇듯이 놈들은 팔 하나 둘쯤 떨어져 나가도 주인을 위해 계속
해서 덤빈다. 게다가 몸이 강철로 되어있어 방어력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런데 그런 것을 둘씩이나 데리고 온 것을 보면…, 난 그렇게 대충 생각을 정
리 한 다음 고개를 돌려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게안으로 들어가는 제프의 뒷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당신들 여기에 무슨 일로 온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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