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 한송이 12

등록 2026.10.10 6.4천자 조회 2 좋아요 0 댓글 0 전체 이용가
내 마누라는 엘프
32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 한송이 12


이리사들의 일 때문에 조금 놀랐지만, 어쨌든 우리들은 아침을 먹을수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지만트는 사흘을 굶은 것 같은 식사 매너로 우리들을 놀라게했
고 루나의 작은 한숨을 들을수있게 해주었다. 무서운 식성, 하지만 르네는 기쁜
얼굴로 그에게 음식을 가져다 날랐다. 남은 음식은 처분하기 곤란하니까. 뭐, 잘
먹어 주는게 오히려 고마운 거지. 바람과 같이 식탁 위를 날아다니는 그의 포크
솜씨를 구경하느라 제대로 된 식사는 할수없었지만, 어쨌든 우리들은 아침을 끝
마칠수있었다. 난 깨끗이 비어있는 식기들에게 감탄을 보내며 그것들을 부엌으
로 가져다 날랐고 르네는 5개의 찻잔을 들고 나와 각자에게 한잔씩 돌렸다. 그
리고 자신의 앞에 놓여지는 찻잔을 바라보던 지만트는 배부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 정말 잘먹었습니다. 굉장히 맛있었어요."

"맛있었다니 다행입니다."

르네는 그렇게 말하며 내옆으로와서 앉았다. 난 혹시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돌
려 르네의 얼굴을 바라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시선뿐이었다.
으윽, 여보 내가 잘못했어…, 그녀의 시선에 애써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르네는 천천히 내게서 고개를 돌릴뿐이었다. 그러자 우리의 그 모습이 이상했는
지 루나가 재미있는 표정을(입을 약간 버리며 헤~ 하는 얼굴. 평소의 루나에게
선 보기 힘든 표정이다.) 지어보이며 말했다.

"어라? 당신들 무슨일 있었나?"

"아니 그게…."
"그보다 지만트씨. 루나를 찾아 오셨다구요?"

"아. 예."

그녀가 의도적으로 말을 돌리자 루나는 눈을 조금 가늘게 뜬 얼굴로 르네를 바
라보기 시작했다. 대답을 들으려는 도중에 강제로 화제를 딴데로 돌려서 일까?
하지만 르네는 방긋방긋 웃는 얼굴을 내보일 뿐 다른 표정을 일체 보이지 않았
고 그래서 루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돌려 지만트를 쳐다보며 의문 담긴
시선을 보내었다.

"그래, 정말 날 찾아 다녔다고?"

"그래. 임마. 너 찾으려고 이 메르세스를 모조리 뒤지고 다녔다. 고아원에서부터
술집까지 안돌아다닌데가 없어. 젠장, 호비트도 아니고 말이야. 내가 얼마나 고
생 했는줄아냐?"

그는 그렇게 말하며 큼직한 손으로 옆자리에 앉아 있는 루나의 검은 머리를 쓱
쓱 만져 헤집어 놓았고 루나는 눈을 조금 찡그리며 머리를 다시 다듬었지만, 별
로 심하게 화를 내지는 않았다.

"누가 부탁했는데? 설마 어머니?"

그의 말에 지만트는 턱을 조금 긁적이더니 앞에 놓은 찻잔을 들어올리며 말했
다.

"아니."

그러자 루나의 이맛살이 있는데로 찌그러졌다.

"그 자식이?!"

지만트는 루나를 떱떠름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들고있던 찻잔의 내용물을 단숨
에 마셔버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그 자식 그 자식 하는데. 대체 그 자식이
누구야? 내 짐작으론 루나의 아버지같은데? 예상이 틀리지 않았는지, 지만트는
갑자기 진지한 얼굴이 돼더니 찻잔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알다시피, 난 그분에게 은혜를 입은 적이 있지. 그래서 그분의 부탁을 받아들
였다. 안그래도 널 찾으려고 맘먹고 있었는데. 잘된거지."

"…몇일이지?"

그가 말하는 동안 테이블을 노려보고있던 루나의 질문이었다. 그러자 그녀의 말
에 잔뜩 주눅든 모습으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고있던 나르쉬양이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아 음, 저. 오늘은 10월 28일인데."

"아니 그걸 묻는게 아니야. 지만트 아저씨. 그 자식이 날 찾으라고 부탁한게 몇
일 뒤였지?"

지만트는 루나의 말에 손가락을 몇번 꼽아 보더니 말했다.

"3일뒤였어."

"그래? 3일동안 꽤나 심란했겠군,"

루나는 입술의 양끝을 들어올리며 말했고 난 그런 루나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두손을 세워서 깍지를 끼고 턱을 바치며 말했
다.

"너 아무리 그렇다지만, 아버지를 너무 미워하는 것 같다?"

주위의 시선과 함께 루나의 고개가 내쪽을 휙하고 돌아왔다. 이건 마침 뱀이랑
이야기하고있는 것 같군. 루나는 검은 얼굴이라 더 하얗게 보이는 이를 들어내
며 말했다.

"닥쳐, 당신이 뭘한다고 끼어드는거야?"

"몰라도 해야겠다. 일단 널 낳아준 아버지 아닌가? 인간과 엘프가 생각하는 방
식은 좀 다르지만, 그래도 보모자식간의 정은 틀리지 않다고 보는데. 그건 나만
의 착각이었나?"

"그건 착각이 아니에요."

내옆에서 아까부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있던 르네의 말이었지만, 그녀의 말속
에는 차디찬 북풍이 스며들어 있었다. 윽, 화를 내면서 날 거드는 이유는 대체
뭐야? 어쨌든 내말은 들은 루나는 히죽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서서 갑자기 웃옷
을 벗기 시작했다. 루나가 입고있는 옷은 그냥 평범한 셔츠로 앞의 단추를 잠궜
다 꿔었다는 하는 방식인데, 지금 루나는 그 단추를 모조리 풀어내리고 있었다.
왜 저러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할 때쯤 루나는 셔츠를 벗어서 테이블에 집어 던
지고있었는데. 속엔 다행스럽게도 소매가 없는 속옷 비슷한 셔츠를 한 장 더입
고있었다. 하지만, 루나는 그것마저 벗어서 손에 들고는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
을 가르키며 말했다.

"이거 보여?"

"안보이는데."

"…르네? 그손 치워주지 그래?"

"싫어요."

이런, 그녀가 갑자기 내눈을 가릴줄은 몰랐어. 한참을 뭐라고 실랑이를 벌이던
두 엘프아가씨들은 루나가 자신은 인간에겐 관심이 없다고 선언한 다음에야 내
눈을 가리고있던 그녀의 손이 치워지게 돼었고 난 조금이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쉴수있었다. 이렇게 신경을 써주는걸 보면 어느정도 르네의 화가….

"아까의 일과 지금 일은 별개에요. 그러니 당신은 지금 일만 바라봐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라도 딴 생각했다간…."

내 귓가에 울리는 그녀의 그 다음 말은 차마 입밖으론 말할수없으니. 그냥 넘어
가도록 하자.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손을 치워 주었고 곧 난 조금 까무
잡잡한 14살짜리 꼬마의 반라를 볼수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그냥 무너져 내렸다. 그것은 바로 내 시선을 잡고있는, 루나의 작은 가슴 사이
에 커다랗게 새겨진 저 문신때문이었다. 원형의 도형속에 새의 모습이 그려져있
는 그 모습은 어떻게 보면 꼭 새장에 갇힌 새의 모습을 연상케했다.

으음, 저것과 비슷한걸 어디서 본듯한….

난 얼빵한 얼굴로 계속 루나의 가슴을 바라보았고 그리고 곧바로 무슨 망토 비
스무래한 것에 가려지는 루나의 작은 몸을 보게돼었다.

"거참, 작은 계집애가 뭐 볼게있다고 가리십니까?"

지만트의 말을 듣고보니 루나의 몸을 덥고있는 것은 르네의 앞치마였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르네는 팔짱은 한채로 아까보다 더 차가운 눈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보는 사람 맘이죠. 그리고 전 다른 분이 제 남편에게 관심을 가지는건 이
해할 수이지만, 그가 나 아닌 다른 이성을 생각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
어요. 그러니까. 한은 나만을 바라봐야해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 왜 차가운 눈을 하고있는거야? 응? 여보, 내가 이런식의 시
선이 담긴 눈으로 르네를 바라보았건만, 그녀는 싸늘한 눈으로 날 쳐다볼 뿐 그
어떤 표정도 내보이지 않았다. 아아, 몸은 이렇게 가까운데, 이 사이엔 한 겨울
의 찬바람이 부는군.

"아무리 그렇다지만, 앞치마를 집어던지면 어쩌자는거야?"

덥고있던 앞치마를 끌어당기며 한 루나의 말에 르네는 금세 표정이 나긋나긋하
게 바뀌어지더니 생긋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요. 한이 행여나, 루나에게 흑심이라도 품을까봐 그랬어요. 루나는 제 맘
이해해줄 수 있죠?"

흑심….

"…알았으니 그렇게 웃지마. 속은 화가 나있으면서, 난 당신들에게만큼은 그런
미소를 보고 싶지않아."

"그런가요? 미안해요."

르네는 곧바로 무표정한 얼굴로 변하며 그렇게 말했고 그러자 루나는 피식 웃
더니 테이블에 올려져있던 옷가지를 집어들고는 사람들에게서(나에게서) 등을
돌리며 말했다.

"르네. 당신이라면 알거야. 이게 무슨 스펠인지."

"예. 알아요. 자연적인 마나를 강제적으로 술사의 몸에서 생성과 소멸이 가능하
도록 하는 스펠이에요. 이름은 잘모르지만, 하지만 제가 알기로 그건 부작용이
너무 심해 없어졌다고…"

"하지만 여기 내 가슴에 박혀있는건 뭐지? 이건 말이야, 딸 사랑이 지극한 아버
지가 내가 5살되던 해에 생일 선물로 박아준거라고 몸을 지키라면서. 하지만 그
건 거짓말이고 실제로는 간단한 실험을 위해서였어. 이게 정말 생물을 몸을 기
반으로 마나를 만들어 낼수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말이야. 자, 한? 여기서 자기
자식을 실험동물로 생각하는 아버지를 감수성 예민한 14살의 어린 딸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등을 돌리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있는 루나의 말에 난 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테이블에 있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한방먹었군. 난 찻잔을 내리며
한번 더 물어보았다.

"그래서 네 아버지가 널 찾는 이유는?"

셔츠를 입고 단추를 잠그고있던 루나는 내 말에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르키며 말했다.

"역시 이것 때문이겠지, 여러번 실험을 했지만 내 몸에 이식된 것이 제대로 기
동했어, 그래서 날 찾는거야. 이것을 그대로 베껴내기 위해서. …못된녀석,"

누가 뭐라해도 바뀔 것 같지않았다. 한 소녀의 자기 아버지에 대한 순수한 증오
심, 하지만 망치와 정 하나로 돌산을 깨려한 자가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한동안
침울한 얼굴로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듣고있던 나르쉬양 이었다. 그녀는 서글
픈 얼굴로 루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내가 끼어들어도 될까?"

"해봐."

단추를 다 잠그고 약간 옷무새를 정돈한 후 팔짱을 끼는 루나의 말이었고 그래
서 나르쉬양은 손을 가슴에 댄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런 아버지라지만,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분을 그렇게 드러내놓
고 증오하는건 아무리봐도 좀 심하다고 생각하는데…. 아, 저. 혹시 거슬렸다면
미안해."

말을 꺼내놓고는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나르쉬양을 가만히 바라보던 루나
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르쉬의 턱을 손으로 잡아 올
렸다. 그리곤 자신의 얼굴에 가까이 당기며 말했다.

"나르쉬라고 했지? 오늘 처음 만났고 아직 한번정도밖에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
했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난 당신이 맘에 들어, 그러니 가르쳐 줄게. 내가 어떻
게 태어난 아이인지."

조그만 아이에게 턱이 올려진 나르쉬는 어벙한 얼굴을 했지만, 루나는 개의치않
고 계속말했다. 그리고 우리들은 조용히 앉아서 그녀의 말을 들었다. 다른 할
일은 없었고 그 어떤 이유를 들먹여 루나를 말릴수도 없었으니까.

"인간세상엔 이런게 있지? 짝이 없거나 혹은 재미로 남자가 강제로 여자를 덥
치는 행위말이야. 뭐라더라? 강간? 겁탈? 어쨌든, 그런 게 있지? 안그래? 이봐
한, 고개 숙이지 말고 말해봐."

그녀는 날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고 난 붉어진 얼굴을 루나에게서 돌리며 수긍
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여야했다. 왜, 내가 이런 기분을 느껴야돼지? 난 르네 이
외의 여자에겐 관심이 없단 말이야. 그리고 같은 소릴 들었는데 지만트와 르네
는 그냥 태평한 얼굴이었고 나와 나르쉬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젠장.

"하여튼 그런게 있다고 들었어. 그런데 여기서 재미난 문제, 엘프들은 어떨까?
그들에게도 그런것이 있을까? 물론 르네같은 보통의 엘프에겐 그런일은 있을수
가 없지. 왜냐면, 자존심이 강한 종족이니까. 그래서 원하지 않는 자에게 순결을
잃어버리면 다른 생각은 않하고 그 자리에서 죽어버려. 그렇지? 르네."

"맞아요. 자살해요."

여기서 난 르네의 얼굴을 살폈지만, 역시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시선뿐이었다.
화가 나지 않았다면 미소가 날아왔을테지. 그렇다면, 그녀는 지금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로군. 하긴 말이 엘프가 아니니까. 이제 루나의 화살은 지만트에게 날
아갔다.

"드워프는 어떨까?"

"알면서 묻지마라, 요 울보녀석아."

지만트는 콧김을 불어내며 말했고 루나는 히죽 웃어보이며 말했다. 으음, 처음
보는 것 같아. 루나의 웃는 얼굴. 옆의 르네도 아마 그런 생각으로 루나를 바라
보는 것 같다.

"드워프는 정략 결혼이 전통인데다 남자든 여자든 일편단심인 성격이 강해서
별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자 여러분, 이제 문제입니다. 내가 왜 이런 식의
추잡하고 기분 더러운 이야기를 했을까요? 참고로 다크엘프들에겐 가끔식 약간
머리가 이상한 녀석이 태어나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대답할 기회는 나르쉬, 당
신한테만 주겠어."

나르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슬픈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보던 루나는 그녀의 턱을 잡고있던 손을 내리며 말했다.

"그래, 난 그렇게 생겨난 아이야. 내 어머니는 그 때 당시의 충격으로 나 이외
의 사람에겐 말을 하지않아. 그게 무슨 뜻인 줄 아나? 자신이 당한 것에 대한
복수를 할수없다는 것이지. 우린 받으면 돌려주며 살아왔어. 내 어머니는 그 자
식에게 날 받았지. 그래서 이젠 내가 나를 돌려 줄거야. 내 어머니 대신에,. 불
만 있으면 말해봐. 들어는 주지."

"돌아가자."

"웃기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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