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 한송이 18

등록 2026.10.10 5.0천자 조회 2 좋아요 0 댓글 0 전체 이용가
내 마누라는 엘프
38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 한송이 18


오늘 아침이었던 것 같다.

침대에서 일어나 가슴에 매달려있는 르네를 떼어내 침대에 곧게 눕혀주고 담요
를 덥어준다음 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홀로 내려갔다.

좀 일찍 일어 난건가?

고개를 돌려 창문을 바라보니 푸르스르한 아침 공기가 날 반겨왔다. 새벽인가보
군. 난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여 1층 복도를 걸어 세면장으로 걸어가 세수를
하고 다시 홀로 나왔다. 원래는 좀더 잘수있지만. 손님들이 묵고있는 동안은 빨
리 일어나서 준비해둬야지. 목에 수건을 두르고 멍하니 서있다가 부엌으로 들어
갔다. 차라도 한잔 마셔야겠어. 이대론 잠이 안깨는군. 그때 홀쪽에서 작은 목소
리가 들려왔다.

"…차 마실거지? 내 것도 부탁해."

"그렇게 말하는 넌 누구지?"

난 고개를 돌리고 홀을 돌아보며 말했고 그러자 홀의 한구석 창가쪽에 있는 테
이블쪽에서 시커먼 무언가가 고개를 쳐들더니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내가 누군거 같아?"

"…루나 구나. 너야말로 일찍 일어났는데?"

그렇게 말하자 루나로 짐작돼는 시커먼(자세히 보려고 눈에 힘을 줬건만 얼굴이
까매서 그런지 더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림자는 잠시 그대로 있더니 다시 고개
를 숙이며 말했다.

"차한잔 얻어 마시기가 이렇게 어려운줄은 몰랐는데."

"…알았다. 좀 기다려."

난 다시한번 녀석을 자세히 바라보려다가 포기하고는 부엌으로 들어가서 화로
로의 뚜껑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불씨가 아직까지 남아 있었던가? 내가 화
로속에서 벌겋게 달아올라있는 숫덩이를 바라보며 의아한 얼굴을 하고있을 때
홀쪽에서 루나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못하면 못들을뻔 했다.)

"참. 화로 불씨는 살려뒀어. 고맙다고는 안해도돼."

녀석…. 입을 막는 걸 보면 방해받고 싶지않다는건가? 난 피식웃으며 찬장에 정
리되어있는 주전자를 꺼내어서 물통속에 살짝 담갔다가 다시 건져내 화로위에
올리며 말했다.

"수고했다."

"………."

녀석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이를 살짝 들어낸 모습이었을거다. 난 빙긋
웃으며 화로 옆에 있는 수납장을 열어서 차잎이 담겨있는 통을 꺼내 차잎을 적
당히 주전자에 넣고는 뚜껑을 닫고 그것을 다시 원래 자리에 넣었다. 여기조ㅓ
기 어지럽게 만들어 놓으면 르네가 화내지. 자신은 지저분한 것을 용서못하는
성격이라는 말을 들먹이며. 잠시후 대충 차잎을 걸러내고 큼직한 컵에 차를 담
아 두손에 컵을 들고 홀로 나갔다. 그리고 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테이블에 앉아
서 무슨 책장을 넘기고있는 루나와 테이블 한쪽에 치워져있는 장미 한송이를
볼수있었다. 난 그녀의 앞에 차를 놓고 앞에 앉으며 말했다.

"마셔라. 설탕을 좀 넣어서 약간 달거다."

내말을 들은 루나는 고개를 들더니 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가 앞에 놓여있는
컵을 들어 입가로 가져갔다가 다시 내려놓으며 말했다.

"…맛있군."

"그런데 지금 뭐하는 거지?"

루나는 다시 고개를 내리곤 책장을 한 장 넘기며 말했다.

"꼭 듣고 싶어?"

"방해가 안된다면."

"당신이 지금 여기내려온 순간부터 난 방해를 받고있었어."

난 루나의 말에 머쓱한 얼굴로 웃어보였다. 넌 왜 밖에 나와서 책을 보고있냐고
물어줄수도 있지만. 좋은 아침을 루나의 독설로 시작하고 싶지않으니 그냥 관뒀
다. 컵에 다시 손을 가져가던 루나는 옆에 있는 장미한송이를 눈으로 힐끗 가르
키며 말했다.

"뭐가 보이지?"

"장미가 보이는데."

"좀 꺽었어. 쓸 곳이 있어서. 당신이 르네한테 말 좀 잘해줘."

난 아무말없이 루나를 바라보았고 그러자 루나는 입가에 가져갔던 컵을 떼어내
더니 말했다.

"어머니에게 줄 선물을 만들거야."

"집엔 절대 안돌아 가겠다는 말로 들리는군."

난 그말을 하고 루나의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루나는 내가 기대했던 표정을 짓
지않고 책을 덥어 한쪽으로 치우더니 말했다.

"절대는 아니야. 좀더 자라서, 내가 당신의 눈을 들여다 볼 정도로 크면 돌아갈
거야. 그래서…."

"네 아버지라는 엘프를 죽일 거냐?"

"응. 죽일거야."

"조그만 꼬마 입에서 자기 아버지를 죽이겠다는 말을 들이니 왠지 심란한데."

난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고 그러자 루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
다. 그건 그렇고 저건 분명히 엑셀에게서 배웠을거야.

"뭐라해도 좋아. 그런 아버지니까. 난 내 판단과 의지대로 그를 죽이겠어."

"너 같은 딸이 없어서 다행이다."

"당신 딸로 받아달란 말은 안했어."

"뭐, 좋아. 네 맘대로 해라. 다크엘프나 보통 엘프나 엘프들은 자기가 옳다고 생
각하면 옆에서 누가 뭐라든 그대로 밀고 나가니까."

그러자 루나는 피식 웃더니 컵을 두손으로 감싸 온기는 느끼는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고집 센 아내덕분에 고생 많았겠군."

"…거짓말은 안하겠어."

루나는 내말에 고개를 숙이고 큭큭거리며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고보니
다크엘프의 웃는 모습은 신의 미소를 흉내낼수있다고 르네에게 들은 말이 생각
이나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지만. 이른 아침이라 조금 어두운데다가 고
개까지 숙여서 아쉽게도 루나의 웃는 얼굴을 보는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잠시후 루나는 웃음을 멈추었고 난 다시 질문했다.

"마지막으로 하나 묻자. 선물이란게 저 장미야?"

난 손을 들어 꽃 봉우리가 살짝 모습을 내밀고있는 장미를 가르켰고 내말에 루
나는 고개를 돌려 그것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맞아. 이 장미는 지금의 내 모습이지. 이제부터 이 녀석에게 마법을 걸어서 내
가 자람에 따라 장미의 꽃 봉우리가 서서히 열리도록 할거야. 내가 다 자라면
장미는 활짝 핀 모습으로 어머니를 기쁘게 하겠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게 다야."

난 테이블에 놓여있는 장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너 대신 가는거로군."

"어떻게보면 그렇지."

난 싱긋 미소지으며 몸을 돌려 부엌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마법거는데 방해 될테니 난 이만 올라가마."

루나는 아무말도 없었다. 난 피식웃으며 부엌에 들어가서 르네에게 가져다 줄
차를 가져갔다. 잔을 들고 밖으로 나왔을 때 조금 밝아진 홀엔 루나가 한손으로
턱을 바친채 멍한 얼굴로 장미꽃을 바라보고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고 난
빙긋 웃으며 그녀에게 방해가 돼지 않도록 조용히 2층으로 올라갔다.
방으로 돌아와 찻잔을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고개를 돌려보았다. 르네를 처음 그
모습으로 곤히 자고있었고 그래서 난 의자를 끌어와 침대 옆에 가져다 놓고 그
곳에 앉아서 르네가 자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까 내가 담요를 덥어준 모습을 유지한 채 조용히 자고 있었다. 그러다
가 몸을 조금 움직이더니 내가 앉아있는 쪽으로 돌아누웠고 난 싱긋 웃으며 그
녀를 계속 바라보았다. 그러자 옆으로 돌아누웠던 그녀는 뭔가 끌어안을 것을
찾는지 손을 내뻣어 아래위로 휘저으며 침대를 툭툭치기 시작했고 그리곤 뭔가
허전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가슴까지 담요를 끌어올린 모습으
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마 날찾고있는 것 같은데. 여보? 이왕이면 눈
뜨고 찾는게 더 빠르고 쉽지 않겠어? 난 그렇게 생각하며 작은 소리로 쿡쿡 웃
었고 그러자 테이블쪽을 바라보고있던 르네의 축 늘어진 귀가 갑자기 위로 올
라가더니 그녀의 고개가 내쪽으로 빠른 속도로 돌아왔다. 그녀는 눈을 감고있는
얼굴로 날 바라보더니 한손을 들어 눈가를 비비며 천천히 입을 열고 잠에 취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안? 거기 있어요?"

"응."

"일찍 일어났네요."

"응."

"…화났어요?"

"아니."

르네는 눈가를 비비던 손을 내리고 황금빛 눈을 들어 날 바라보았고 난 싱긋
웃으며 테이블로 걸어가서 찻잔을 들고와 그녀에게 내밀었다.

"따뜻할거야."

"헤에. 당신이 끓여온거에요?"

"응."

르네는 내가 내미는 찻잔을 받아서 입가로 가져갔고 난 침대 한 귀퉁이에 앉아
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웠다. 르네의 모습은, 잠시후 찻잔을 아래
로 내린 르네는 내 멍한 얼굴을 바라보더니 방긋 웃으며 말했다.

"무슨생각해요?"

"당신생각."

내말에 르네는 훗하는 얼굴로 눈웃음을 지어보이더니 내쪽으로 다가오며 말했
다.

"당신에 비친 나의 모습은 어떤가요?

"아름다워. 당신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은 어떻지?"

어느새 내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온 르네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어떨 것 같아요?"

난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러자 르네는 눈을 감고 입술을 살짝 벌린 모
습으로 날 바라보고있었다. 이런… 좋은 대답을 들으려면 대가를 내놔라 이건
가? 난 울며 겨자먹기로 그녀에게 키스해주었고 잠시후 르네는 헤죽 웃더니 말
했다.

"사랑스러워요."

난 그녀의 말에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말은 아이한테나 하는 말인 것 같은데?"

"엘프에게 인간의 생각을 적용시키지 말아요. 난 그저 지금 내 생각을 말한 것
뿐이에요. 내눈에 비친 당신은 사랑스러워요. 내 대답이 맘에 안드나요?"

내말에 그녀는 눈을 딱 감고 손가락을 들어 좌우 까닥이며 말했다. 이런, 깜박
할뻔 했군, 르네는 엘프였지. 엘프는 인간과 생각하는게 틀리니까. 난 그녀의 말
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아니, 맘에들어 그리고 미안해. 헛소릴 하는걸 보니 나 아직 잠이 덜 깼나봐."

"내가 잠깨게 해줄까요?"

르네는 나에게 바싹 다가오며 말했고 난 떱떠름하게 웃으며 옆으로 조금씩 물
러서며 두손을 들어 휘저었다.

"아니, 됐어. 아침부터 그러는건 좀…."

"내가 잠깨게 해줄까요?"

"아, 아침 준비해야 하지않아?"

"내가 잠깨게 해줄까요?"

내가 물러서면 설수록 그녀는 더욱더 다가왔고 결국엔 난 궁지에 몰리고 말았
다. 침대 끝뜨머리까지 다다른 것이다. 이, 이제 어쩌지? 도망갈까? 내 이런 생
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르네는 내 코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헤죽 웃고있었다. 그
리고 말했다.

"내가 잠깨게 해줄께요."


"당신 무슨 일 있었수?"

"아니요."

"그래? 얼굴이 말이 아닌데?"

나 헬쓱한 얼굴을 가리며 작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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