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 한송이 19
내 마누라는 엘프
39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 한송이 19
내 얼굴을 보고 이상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제프는 고개를 돌리고 부엌으로 들
어가고있는 르네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 르네씨? 좀 이르지만 아침하고 도시락 6인분 좀 부탁합시다. 어제 허탕을
쳐서 오늘은 좀 일찍 나가봐야겠습니다."
"뭘 찾으시려는 건데요?"
르네는 부엌으로 들어가다 말고 고개를 내밀더니 말했다 그러자 제프는 뒷통수
를 벅벅 긁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죄송스럽지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워낙에 황당한 거라서요."
"그래요? 곤란하다면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르네는 부엌으로 들어가며 말했고 제프는 피식 웃으며 문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가 테이블에 앉아있는 루나를 발견하고 자리에서서 그녀를 힐끗 바라보더니 말
했다.
"어어. 좋은 아침이다."
"그렇군."
루나는 처음의 그 차가운 목소리는 어느정도 가라않았지만 무미건조한 목소리
는 그대로 남았다. 그녀는 책을 들여다보는 자세로 그를 힐끗 쳐다본다음 말했
고 제프는 한동안 제자리에 서서 루나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히죽
웃으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더니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는게 미인들뿐이라니 이거 왠지 행복한데."
루나는 가볍게 그의 말을 무시했고 제프는 씩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
자 루나는 책을 덥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지만트 아저씨는?"
"아직인 것 같은데? 문밖에서 들어보니 코고는 소리가 들려오더구나."
"그래? 어제 옆방이 꽤 시끄럽더니. 밤을 새웠나보군. 알았어. 내가 깨워올게."
"아. 그래."
루나는 겨드랑이 사이에 책을 끼고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갔다. 난 그녀의 모습
을 보고있다가 고개를 돌리곤 밖으로 나갔다. 늦가을의 아니 초겨울이라고 해나
옳나? 하여튼 아침해가 떠오르고있었다. 으음, 갈수록 쌀쌀해지는게 잘하면 11
월 중순쯤엔 눈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난 그렇게 생각하며 숨을한번 크게
들이쉬곤 마당을 걸어 마굿간으로 갔다. 가는도중 마당 한켠에서 아침운동을 하
고있는 제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오, 착실한 길 안내꾼의 모습이야.
"아침 운동입니까?"
"후욱! 후욱! 술, 마신, 다음 날엔, 훅! 이렇, 게! 으라라라랏차! 운동을 해서, 몸
을 풀어, 둬야, 돌아, 다닐 때, 후! 몸이, 말을, 잘 듣지요! 으라라라랏차!"
그는 몸을 뒤로 젖히며 말했고 난 그에게 그러다가 허리 부러지겠다는 말을 남
겨두곤 마굿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곧 건장한 체
격의 말 두 마리가 날 반겼다.
"푸르륵! 이히히힝~!"
"어어. 애들아. 시원스런 아침이다. 그렇지?"
내말에 갈색의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있는 녀석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그옆에선 순하게 생긴 흑마가 부드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고있었다. 귀여운 녀석
들, 난 씨익 웃어주며 녀석들의 얼굴을 조금 쓸어주었다가 귀리와 보리등 잡곡
을 적당히 섞은 여물을 가지고와서 녀석들의 앞에있는 구유통에 담아주었다.
그리고 건초도 한아름 가지고 와서 녀석들 앞에 놓아준다음 고개를 돌려 마굿
간의 한구석에서 아직 잠을 자고있는 하얀 염소한마리를 바라보았다. 조금 신경
질적으로 생긴 산양인데.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요새 부쩍 잠이 많아진 것 같
다. 여기 있는 녀석들은 모두 집을 짓기위해 마을에서 데려온 녀석들로 말들은
짐을 옮기기 위해, 그리고 염소는 인부들에게 신선한 우유 대용품을 제공하기위
해 데려온 녀석들이다. 그리고 집을 완성하고 나서는 가끔씩 우리부부의 훌륭한
탈것으로 일하고 있지.
그리고 저 염소 녀석은 이제 젖이 안나와서 팔기도 뭐하고 풀어두면 몬스터들
에게 잡아 먹힐까봐 그냥 놔뒀는데 알아서 자기가 할 일을 찾아내어 충실히 일
하고 있다. 녀석이 하는 일은 우리가 나가고 없을 때 집을 지키는 것. 좀 못미
덥지만. 그래도 확실하다. 녀석은 자신의 맘에 안드는 상대가 우리 집 가까이와
서 기웃거리면 그것이 무엇이든 달려가서 저 뿔로 받아버리니까.
난 아침을 먹고있는 녀석들의 얼굴을 다시 한번 쓸어주고 마굿간을 나왔다. 10
월말이라 그런지 주변엔 낙옆이 떨어지는 나무가 많았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
아직도 푸르름을 유지하고있는 나무들도 적지않았다. 원래 이곳의 나무는 상록
수와 낙옆수들이 반반씩 섞여있으니까. 그래도 겨울이 돼면 몬스터가 좀 적어지
는 편이다. 다들 겨울잠에 들어가니까.
고개를 돌려 제프를 찾아보니 그는 이미 안으로 들어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
았다. 난 여전히 시들지 않고있는 장미 나무를 한번 쓱 둘러본다음 안으로 들어
갔다. 그러자 어깨에 수건을 두르고 손에 든 맥주잔을 벌컥이고있는 제프와 테
이블에 앉아서 아직 잠이 덜깬 얼굴을 하고있는 칼이 있었다. 그들은 내가 들어
가니 손을 들어올리고 인사 건내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한씨."
"아. 예. 그런데 좀 피곤해 보입니다?"
"어제 누구 때문에 잠을 설쳐서요."
"그러면서 날 쳐다보는건 뭐요?"
제프는 맥주잔을 내리고 칼을 바라보며 말했고 그러자 칼은 이를 들어내더니
2층을 손가락을 가르키며 말했다.
"어떻게 하루만에 만난 사람이랑 그것도 드워프랑 술판을 벌일수가 있는거냐?
네놈은? 응?"
그의 말에 제프는 팔짱을 턱하더니 거만하게 턱을 올리며 말했다.
"진정한 친구는 술자리에서 사귀는 법이라고 우리 사부가 그랬소."
"…말을 말자. 말을 말아. 한씨? 차 한잔 내주시겠습니까? 잠 좀 깨야 겠군요."
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빙긋 웃은다음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음식이
담긴 접시를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있는 르네가 있었고 난 빙긋 웃으며 말
했다.
"바빠보이네?"
"바빠요. 그렇게 보지만 말고 좀 도와줘요."
난 고개를 끄덕이며 식당에서 의자하나를 끌어와 그녀를 쉬게해놓고 만들어 놓
은 음식을 모두 식당으로 날랐다. 르네는 자리에 앉아 좀 쉬는 듯했다가 다시
일어나더니 도시락바구니를 꺼내어선 그곳에 준비한 음식들을 담기 시작했고
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작은 미소지었다.
평소엔 조용한 가게에 손님이 한번에 많이 몰려오니까. 르네와 나만으로 좀 모
자란 감이 있군, 새로운 발견이야. 그런 생각을 하며 찬장에서 찻잔을 꺼내어서
그곳에 주전자를 기울이고있을 때 부엌문으로 까만 얼굴이 하나 들어오더니 말
했다.
"바빠보이는군. 도와줄까?"
나와 르네는 순간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고 그리고 빙긋 웃었다.
"차 나왔습니다."
"어라? 너도 일하는거냐?"
"일단은 나도 이 집에 살고있으니까. 밥값은 해야하지."
홀에서 들려오는 루나와 칼의 대화를 들으며 난 아내를 도왔고 우리들은 훨씬
빠르고 수월하게 일을 끝낼수있었다. 르네는 완성된 6인분 도시락을 바라보며
작은 한숨을 쉬었고 난 그녀를 바라보며 싱긋 웃은 다음 식당을 지나 홀로 가
서 사람들을 불렀다.
"아침 준비됐습니다. 드십시오."
"아. 예."
칼과 제프는 아까의 일 때문인지 서로 으르렁대며 식당으로 들어갔고 르네는
머리에 쓰고있던 머릿수건을 벋으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식당에서 가까운 테
이블로가서 의자에 앉더니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하아…. 조금 힘들군요."
"그러게 그렇게 무리하는게 아니야."
내말에 르네는 날 물끄러미 올려다보더니 빙긋 웃으며 고개를 내렸다.
…저 웃음의 의미는 도대체 뭐지? 그러던 중, 루나가 테이블위에 올려져있는 빈
찻잔을 들고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본 르네는 빙긋 웃어 보였고 그러
자 그녀는 르네를 힐끗 바라보곤 고개를 돌리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착한 아이에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온 말에 르네는 날 올려다보았고 난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가
로저었다. 그때 다시한번 그 목소리가 들려왔고 우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
군지 알수있었다. 르네는 1층복도에서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걸어나오는 지만
트에게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무슨 말이죠?"
그녀의 말에 한동안 가만히 있던 지만트는 천천히 얼굴에서 수건을 내렸고 난
풋하며 실소를 했다. 그의 얼굴엔 시커먼 검뎅이같은 것으로 무슨 글이 쓰여져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엘프어였다. 그의 얼굴을 가로지르는 글의 의미는 이랬
다.
'잠꾸러기. 일어나.'
그는 코를 벌름거리며 손을들어 얼굴을 가르키더니 말했다.
"그 착한 아이는 어른에게 이런 장난을 치는가 보군요."
르네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작게 미소지었고 그러자 지만트는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리더니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이 녀석 지금 어디있습니까?"
"나 여기 있어."
루나는 히죽 웃는 얼굴로 부엌에서 걸어나왔다. 그녀를 본 지만트는 콧김을 뿜
어내더니 성큼성큼 걸어서 그녀에게 다가가 루나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
밀며 말했다.
"뭘로 적었길레 지워지지도 않냐 임마?!"
"마법으로 적었지. 그냥 나둬 일정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니까."
"그냥나둬? 네녀석이 보기엔 이게 그냥 나둬도 좋을지 모르지만 난 아니란 말
이다 요 녀석아!"
지만트는 루나의 머리에 주먹을 가져가다가 루나가 뒤로 슬쩍 피하자 그대로
허공을 때렸다. 그렇게 같은 행동을 몇번 더 반복한 지만트는 아까보다 더 화가
난 얼굴을 했고 결국 루나를 잡기위해 팔을 휘저으며 이리저리 뛰기 시작했다.
"서!"
"싫어."
"이익!"
몇번을 그렇게 쫓던 지만트는 좀 떨어진 곳에서 두손을 뒤로 돌리고 한가롭게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루나에게 찡그린 표정을 지어주며 말했다.
"몸놀림이 전보다 더 빨라졌는데?"
"키도 좀 컷어."
그러자 지만트는 피식 웃더니 그녀에게서 등을 돌리고 우리쪽으로 걸어오며 말
했다.
"마법의 시전자는 그 마법이 특별한 마법이 아닌이상 자의로 지울 수 있다고
들었어. 그러니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내 얼굴에 있는 이거. 다른 사람들이
보기전에 지워라."
그는 우리쪽 테이블에서 의자를 하나빼내어 바깥으로 향하게 하고는 거기에 앉
으며 말했고 그러자 루나는 뒤에 있는 테이블위에 올라가 다리를 흔들며 히죽
웃더니 말했다.
"싫다면?"
지만트는 그럴줄알았다는 얼굴로 차가운 미소를 흘리더니 우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 녀석이 몇살때까지 침대보에 오줌을 지렸는지 알고싶지 않습니까?"
"…스펠 캔슬."
39화. 다크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장미 한송이 19
내 얼굴을 보고 이상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제프는 고개를 돌리고 부엌으로 들
어가고있는 르네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 르네씨? 좀 이르지만 아침하고 도시락 6인분 좀 부탁합시다. 어제 허탕을
쳐서 오늘은 좀 일찍 나가봐야겠습니다."
"뭘 찾으시려는 건데요?"
르네는 부엌으로 들어가다 말고 고개를 내밀더니 말했다 그러자 제프는 뒷통수
를 벅벅 긁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죄송스럽지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워낙에 황당한 거라서요."
"그래요? 곤란하다면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르네는 부엌으로 들어가며 말했고 제프는 피식 웃으며 문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가 테이블에 앉아있는 루나를 발견하고 자리에서서 그녀를 힐끗 바라보더니 말
했다.
"어어. 좋은 아침이다."
"그렇군."
루나는 처음의 그 차가운 목소리는 어느정도 가라않았지만 무미건조한 목소리
는 그대로 남았다. 그녀는 책을 들여다보는 자세로 그를 힐끗 쳐다본다음 말했
고 제프는 한동안 제자리에 서서 루나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히죽
웃으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더니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는게 미인들뿐이라니 이거 왠지 행복한데."
루나는 가볍게 그의 말을 무시했고 제프는 씩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
자 루나는 책을 덥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지만트 아저씨는?"
"아직인 것 같은데? 문밖에서 들어보니 코고는 소리가 들려오더구나."
"그래? 어제 옆방이 꽤 시끄럽더니. 밤을 새웠나보군. 알았어. 내가 깨워올게."
"아. 그래."
루나는 겨드랑이 사이에 책을 끼고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갔다. 난 그녀의 모습
을 보고있다가 고개를 돌리곤 밖으로 나갔다. 늦가을의 아니 초겨울이라고 해나
옳나? 하여튼 아침해가 떠오르고있었다. 으음, 갈수록 쌀쌀해지는게 잘하면 11
월 중순쯤엔 눈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난 그렇게 생각하며 숨을한번 크게
들이쉬곤 마당을 걸어 마굿간으로 갔다. 가는도중 마당 한켠에서 아침운동을 하
고있는 제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오, 착실한 길 안내꾼의 모습이야.
"아침 운동입니까?"
"후욱! 후욱! 술, 마신, 다음 날엔, 훅! 이렇, 게! 으라라라랏차! 운동을 해서, 몸
을 풀어, 둬야, 돌아, 다닐 때, 후! 몸이, 말을, 잘 듣지요! 으라라라랏차!"
그는 몸을 뒤로 젖히며 말했고 난 그에게 그러다가 허리 부러지겠다는 말을 남
겨두곤 마굿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곧 건장한 체
격의 말 두 마리가 날 반겼다.
"푸르륵! 이히히힝~!"
"어어. 애들아. 시원스런 아침이다. 그렇지?"
내말에 갈색의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있는 녀석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그옆에선 순하게 생긴 흑마가 부드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고있었다. 귀여운 녀석
들, 난 씨익 웃어주며 녀석들의 얼굴을 조금 쓸어주었다가 귀리와 보리등 잡곡
을 적당히 섞은 여물을 가지고와서 녀석들의 앞에있는 구유통에 담아주었다.
그리고 건초도 한아름 가지고 와서 녀석들 앞에 놓아준다음 고개를 돌려 마굿
간의 한구석에서 아직 잠을 자고있는 하얀 염소한마리를 바라보았다. 조금 신경
질적으로 생긴 산양인데.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요새 부쩍 잠이 많아진 것 같
다. 여기 있는 녀석들은 모두 집을 짓기위해 마을에서 데려온 녀석들로 말들은
짐을 옮기기 위해, 그리고 염소는 인부들에게 신선한 우유 대용품을 제공하기위
해 데려온 녀석들이다. 그리고 집을 완성하고 나서는 가끔씩 우리부부의 훌륭한
탈것으로 일하고 있지.
그리고 저 염소 녀석은 이제 젖이 안나와서 팔기도 뭐하고 풀어두면 몬스터들
에게 잡아 먹힐까봐 그냥 놔뒀는데 알아서 자기가 할 일을 찾아내어 충실히 일
하고 있다. 녀석이 하는 일은 우리가 나가고 없을 때 집을 지키는 것. 좀 못미
덥지만. 그래도 확실하다. 녀석은 자신의 맘에 안드는 상대가 우리 집 가까이와
서 기웃거리면 그것이 무엇이든 달려가서 저 뿔로 받아버리니까.
난 아침을 먹고있는 녀석들의 얼굴을 다시 한번 쓸어주고 마굿간을 나왔다. 10
월말이라 그런지 주변엔 낙옆이 떨어지는 나무가 많았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
아직도 푸르름을 유지하고있는 나무들도 적지않았다. 원래 이곳의 나무는 상록
수와 낙옆수들이 반반씩 섞여있으니까. 그래도 겨울이 돼면 몬스터가 좀 적어지
는 편이다. 다들 겨울잠에 들어가니까.
고개를 돌려 제프를 찾아보니 그는 이미 안으로 들어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
았다. 난 여전히 시들지 않고있는 장미 나무를 한번 쓱 둘러본다음 안으로 들어
갔다. 그러자 어깨에 수건을 두르고 손에 든 맥주잔을 벌컥이고있는 제프와 테
이블에 앉아서 아직 잠이 덜깬 얼굴을 하고있는 칼이 있었다. 그들은 내가 들어
가니 손을 들어올리고 인사 건내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한씨."
"아. 예. 그런데 좀 피곤해 보입니다?"
"어제 누구 때문에 잠을 설쳐서요."
"그러면서 날 쳐다보는건 뭐요?"
제프는 맥주잔을 내리고 칼을 바라보며 말했고 그러자 칼은 이를 들어내더니
2층을 손가락을 가르키며 말했다.
"어떻게 하루만에 만난 사람이랑 그것도 드워프랑 술판을 벌일수가 있는거냐?
네놈은? 응?"
그의 말에 제프는 팔짱을 턱하더니 거만하게 턱을 올리며 말했다.
"진정한 친구는 술자리에서 사귀는 법이라고 우리 사부가 그랬소."
"…말을 말자. 말을 말아. 한씨? 차 한잔 내주시겠습니까? 잠 좀 깨야 겠군요."
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빙긋 웃은다음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음식이
담긴 접시를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있는 르네가 있었고 난 빙긋 웃으며 말
했다.
"바빠보이네?"
"바빠요. 그렇게 보지만 말고 좀 도와줘요."
난 고개를 끄덕이며 식당에서 의자하나를 끌어와 그녀를 쉬게해놓고 만들어 놓
은 음식을 모두 식당으로 날랐다. 르네는 자리에 앉아 좀 쉬는 듯했다가 다시
일어나더니 도시락바구니를 꺼내어선 그곳에 준비한 음식들을 담기 시작했고
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작은 미소지었다.
평소엔 조용한 가게에 손님이 한번에 많이 몰려오니까. 르네와 나만으로 좀 모
자란 감이 있군, 새로운 발견이야. 그런 생각을 하며 찬장에서 찻잔을 꺼내어서
그곳에 주전자를 기울이고있을 때 부엌문으로 까만 얼굴이 하나 들어오더니 말
했다.
"바빠보이는군. 도와줄까?"
나와 르네는 순간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고 그리고 빙긋 웃었다.
"차 나왔습니다."
"어라? 너도 일하는거냐?"
"일단은 나도 이 집에 살고있으니까. 밥값은 해야하지."
홀에서 들려오는 루나와 칼의 대화를 들으며 난 아내를 도왔고 우리들은 훨씬
빠르고 수월하게 일을 끝낼수있었다. 르네는 완성된 6인분 도시락을 바라보며
작은 한숨을 쉬었고 난 그녀를 바라보며 싱긋 웃은 다음 식당을 지나 홀로 가
서 사람들을 불렀다.
"아침 준비됐습니다. 드십시오."
"아. 예."
칼과 제프는 아까의 일 때문인지 서로 으르렁대며 식당으로 들어갔고 르네는
머리에 쓰고있던 머릿수건을 벋으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식당에서 가까운 테
이블로가서 의자에 앉더니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하아…. 조금 힘들군요."
"그러게 그렇게 무리하는게 아니야."
내말에 르네는 날 물끄러미 올려다보더니 빙긋 웃으며 고개를 내렸다.
…저 웃음의 의미는 도대체 뭐지? 그러던 중, 루나가 테이블위에 올려져있는 빈
찻잔을 들고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본 르네는 빙긋 웃어 보였고 그러
자 그녀는 르네를 힐끗 바라보곤 고개를 돌리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착한 아이에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온 말에 르네는 날 올려다보았고 난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가
로저었다. 그때 다시한번 그 목소리가 들려왔고 우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
군지 알수있었다. 르네는 1층복도에서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걸어나오는 지만
트에게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무슨 말이죠?"
그녀의 말에 한동안 가만히 있던 지만트는 천천히 얼굴에서 수건을 내렸고 난
풋하며 실소를 했다. 그의 얼굴엔 시커먼 검뎅이같은 것으로 무슨 글이 쓰여져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엘프어였다. 그의 얼굴을 가로지르는 글의 의미는 이랬
다.
'잠꾸러기. 일어나.'
그는 코를 벌름거리며 손을들어 얼굴을 가르키더니 말했다.
"그 착한 아이는 어른에게 이런 장난을 치는가 보군요."
르네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작게 미소지었고 그러자 지만트는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리더니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이 녀석 지금 어디있습니까?"
"나 여기 있어."
루나는 히죽 웃는 얼굴로 부엌에서 걸어나왔다. 그녀를 본 지만트는 콧김을 뿜
어내더니 성큼성큼 걸어서 그녀에게 다가가 루나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
밀며 말했다.
"뭘로 적었길레 지워지지도 않냐 임마?!"
"마법으로 적었지. 그냥 나둬 일정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니까."
"그냥나둬? 네녀석이 보기엔 이게 그냥 나둬도 좋을지 모르지만 난 아니란 말
이다 요 녀석아!"
지만트는 루나의 머리에 주먹을 가져가다가 루나가 뒤로 슬쩍 피하자 그대로
허공을 때렸다. 그렇게 같은 행동을 몇번 더 반복한 지만트는 아까보다 더 화가
난 얼굴을 했고 결국 루나를 잡기위해 팔을 휘저으며 이리저리 뛰기 시작했다.
"서!"
"싫어."
"이익!"
몇번을 그렇게 쫓던 지만트는 좀 떨어진 곳에서 두손을 뒤로 돌리고 한가롭게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루나에게 찡그린 표정을 지어주며 말했다.
"몸놀림이 전보다 더 빨라졌는데?"
"키도 좀 컷어."
그러자 지만트는 피식 웃더니 그녀에게서 등을 돌리고 우리쪽으로 걸어오며 말
했다.
"마법의 시전자는 그 마법이 특별한 마법이 아닌이상 자의로 지울 수 있다고
들었어. 그러니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내 얼굴에 있는 이거. 다른 사람들이
보기전에 지워라."
그는 우리쪽 테이블에서 의자를 하나빼내어 바깥으로 향하게 하고는 거기에 앉
으며 말했고 그러자 루나는 뒤에 있는 테이블위에 올라가 다리를 흔들며 히죽
웃더니 말했다.
"싫다면?"
지만트는 그럴줄알았다는 얼굴로 차가운 미소를 흘리더니 우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 녀석이 몇살때까지 침대보에 오줌을 지렸는지 알고싶지 않습니까?"
"…스펠 캔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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