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죽은 자가 죽어가는 자에게 가지는 마음 1
내 마누라는 엘프
41화. 죽은 자가 죽어가는 자에게 가지는 마음 1
칼과 제프는 르네가 건내주는 도시락을 가지고 두 고렘들과 함께 다시 숲속으
로 그 어떤 것(내상각으로는 보물로 짐작된다.)를 찾으러 떠났다. 루나는 방안에
틀여박혀 나올 생각을 하지않았고 지만트는 루나에게 받은 장미를 소중히 다뤄
서 방에 가져다 놓고는 곧바로 자신의 도끼를 들고 나와 숲속으로 들어가버렸
다.
"어딜 가십니까?"
"꽃같은 것은 부러지기 쉽죠. 그런데 그걸 천으로 싸다니. 바보같은 녀석."
그는 그말을 남기고 해가뜨는 동쪽으로 나무를 헤치고 들어가버렸다. 나르쉬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저혈압인가? 그럼 오후쯤에 일어나겠군. 그러고 보니 내
가 아는 어떤 사람도 저혈압으로 고생했었는데. 그게 누구더라? 기억이…
자리에 앉아 머리를 두손으로 싸잡고 생각에 잠겨있던 중 갑자기 고소한 냄새
가 내 코를 자극했다. 쿠키? 난 고개를 돌려 부엌을 바라보았다. 아까 르네가
부엌으로 들어갔었는데. 쿠키를 굽는거였나? 난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
다. 안으로 들어가니 르네는 오븐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서 그것을 멍한
얼굴로 바라보고있었다. 부엌으로 발을 들여놓자 등을 돌린 채 앉아있던 르네의
귀가 위로 조금 올라가더니 그녀의 고개가 뒤로 살짝 돌아와 날 바라보았다. 잠
시동안 아무말도 하지않은 채로 날 멍한 얼굴로 바라보던 르네는 다시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인간남편을 가진 엘프여인의 슬픔을 당신은 아시나요?"
"…무슨 말?"
"혼잣말."
난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걸음을 옮겨 그녀의 등뒤로 다가갔다. 그리곤 손을
뻗어 르네의 볼에 가져다 대었다. 따뜻했다. 난 르네의 어깨위에 머리를 올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기다란 귀에 대고 속삭였다.
"화났어?"
"아뇨."
"그럼 왜?"
"왠지 속상해서요."
"내가 당신에게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사과할게. 미안해. 내가 잘못했
어. 그런데 내가 잘못한게 뭐지? 다음부터 고칠테니까. 제발 가르쳐줘."
그러자 르네는 쿡쿡웃으며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었고 난 재미있는 기분을 느꼈
다. 손이 그녀의 고개에 따라 움직이니까. 르네는 두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볼에
가져다대고있는 내손을 잡아서 내리더니 그대로 자신의 배쪽으로 가져다 대며
말했다.
"역시 제가 문제일까요?"
난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얗게 돼는 기분을 느꼈다. 르네는 아까 이야기에서 루
나가 자기어머니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우리문제를 생각했나보다.
나와 르네사이에선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다.
이유는? 글쎄, 그녀와 내가 처음 관계를 맷은 이후 몇 년이 지나도록, 르네에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난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녀는 달랐다. 르네
는 가지고있는 서적들을 모두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간과 엘프사이에서는
인간들과는 다르게 시간이 걸리지만 아이는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하지만 가끔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둘중 하나에게 문제가 있기때문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르네는 그것을 믿지않았
다. 그녀는 전자에 희망을 걸었다. 그래서 그녀는 나를 유혹해왔다. 항상 같은
말을 하면서,
"아기를 가지고 싶어요."
"기다려보자. 그럼 꼭 생길거야."
"20년을 기다렸어요."
"오래 기다린 만큼 얻은 기쁨은 더 커지는 법이지."
내 어줍잖은 위로를 들은 르네는 고개를 숙이곤 풋하며 웃어보였다. 그러더니
웃는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알았어요. 기다려보죠."
난 방긋 웃으며 그녀를 뒤에서 꼭 안아주었다. 내가 지금 할수있는건 이것뿐이
니까. 내가 그녀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건 손에 꼽을 수있을 정도다. 아마도
르네가 처음 한말은 그것 때문이었으리라. 르네는 자신의 목을 껴안고있는 내팔
을 두손으로 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난 그녀의 머리를 바라보며 작게 속삭였다.
"행복하게 하진 못해도 슬프게 만들진 않을게."
가슴으로 느껴지는 떨림은 르네가 말을 함에따라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기대했
던 르네의 목소리는 들리지않고 어디선가 능글능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내가 또 방해를 했나보군."
난 르네를 안고있던 손을 풀고 몸을 바로세워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홀의 테
이블에 걸터앉아있는 엑셀이 보였다. 내가 그에게 뭐라고 한마디 던지려고 했을
때 르네는 잡고있는 내손을 꼭 쥐고 방긋 웃어보이곤 말했다.
"전 당신을 믿어요."
그리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븐의 뚜껑을 열고 안에 있는 판을 꺼내어서
알맞게 구워진 쿠키를 털어내었고 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싱긋 웃으며
바구니에 담겨져있는 갓 구워진 쿠키를 하나집어 입안에 던져 넣었다가 혀를
데일뻔하곤 르네에게 작은 웃음을 받으며 부엌의 한구석에 가져다놓은 와인병
하나와 잔 하나를 들고 홀로 나갔다.
"챰 놔이스 톼이밍…."
"…관둬. 혀 데여서 말도 잘안나오면서."
난 그의 얼굴을 잠시 올려다보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손에 들고있던
잔을 그에게 내밀었다. 그의 큰손에 비해 매우 작은 잔이었지만 나와 그는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난 손가락으로 코르크 마개를 뜻어내었고 그리고 그가 들고있
는 잔에 붉은색 포도주를 꽉 채워주었다. 보통은 반정도만 채우지만, 그것은 인
간의 경우고 그는 웨어울프니까. 내가 부어준 와인을 단번에 입안에 털어넣은
엑셀은 와인을 입안에서 몇번 우물거리더니 삼켰다. 그리곤 이빨을 들어내며 말
했다.
"맛있군."
난 손에 들고있던 와인병을 들어 그 라벨을 그에게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여주
곤 그가 앉아있는 테이블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쓰라려오는 혀의 고통을 꾹참
고 말했다.
"어서와. 보통때보단 빨리왔는데?"
내말에 엑셀은 피식웃더니 말했다.
"아침 산책은 몸에 좋은거야."
난 싱긋 웃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곤 의자를 하나 빼내어 앉았고 그러자
그는 주위를 한번 쓱 둘러보더니 갑자기 귀를 쫑긋 세우며 2층의 계단에서 고
개를 멈추었다. 그리고 난 그의 가슴이 크게부풀었다가 다시 내려앉는 것을 보
며 말했다.
"왜 그래?"
내말에 엑셀은 고개를 든채 입을 열고 말했다.
"인간의 냄새가 난다. 남자 둘, 여자 하나. 그리고 어? 이건 드워프의 냄새 같은
데?"
"굉장한 후각이군요."
르네가 부엌에서 큼직한 과자 바구니를 가지고 나오며 말했고 그러자 엑셀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장사가 잘돼는 모양입니다?"
"예. 가게열고 5년만에 이렇게 손님이 많이 찾아온 것은 처음이에요."
르네는 작게 웃으며 말했고 엑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끔씩 이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녀석들이 있던데. 젊은 남자와 중년 남자. 그리
고 아이언 고렘 둘, 맞습니까?"
"맞아. 뭘 찾으려고 온 것 같은데. 아는거 없어?"
"글쎄, 이곳엔 숨겨진 보물같은 것은 별로없어. 밖의 인간들은 여기에 도적떼들
이나 도망자들을 숨겨놓은 보물이 꽤 될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헛소문이야.
그런자들이 미쳤다고 숨기기 어렵고 찾기도 어려운 이런곳에 보물을 숨기나?"
"그럼 뭘찾으러 온거지?"
우리는 그렇게 말하며 르네를 바라보았다. 그녀를 우리둘의 시선을 느끼곤 방실
방실 웃으며 말했다.
"저도 모르겠는데요."
엑셀은 어깨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타르시스양이 모른다면 아무도 몰라. 그들에게 물어보는 수밖엔 없어. 하지만,
그들이 무슨 사건을 일으킨 것도 아니고, 난 별로 신경쓰고 싶지않아."
엑셀은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위에 올려져있는 와인병을 들어서 조심스럽게 들
고있는 와인잔에 와인을 가득 부어서 다시 입안에 털어넣었다. 그러더니 또 잠
시 우물거린후 그것을 삼키더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원 감질나서 안돼겠군."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병째로 와인을 기울였고 그것을 보고있던 르네는 쓴웃음
을 지으며 부엌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맥주 가져올게요."
"아, 고맙습니다. 타르시스양. 그건 그렇고 리드?"
"왜?"
"어제 이리사와 그 꼬마 녀석의 흰머리 엘프를 따라가던데. 무슨일이지?"
난 빙긋 웃으며 그에게 이리사를 찾아온 렌스의 이야기를 해주었고 그는 내말
을 듣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역시 그랬군. 이리사가 웃으며 백발머리와 이야기를 나누길레 대충 예상은 했
었어. 그건 그렇고."
그는 부엌을 힐끔 바라보더니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조심하지 않으면 자네도 얻어터지겠군."
난 그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그녀를 슬프게 만든다면?
"틀려, 그 렌스와 같은 경우가 나에게도 일어난다면 난 아마 죽을지도 몰라."
내말에 엑셀은 풋하며 웃더니 말했다.
"설마 죽이기까지야 하겠어?"
"정말이야. 본인에게 들었다고,"
"타르시스양이 그래?"
"응."
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그러자 그는 한쪽 눈을 찡그리고 다른 눈은 크게
뜨는 재미있는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내 어깨에 자신의 손을 올리며 말했다.
"…힘내. 죽으면 자네 관뚜껑은 내가 덥어주지."
"알았으니까. 그런이야기는 그만하자."
내말에 엑셀은 이를 들어낸 모습으로 내 어깨에서 손을 내렸다. 바로 그때 2층
계단위에서 작은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나와 엑셀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
다. 그곳엔 나르쉬가 하늘하늘한 잠옷을 입은채 놀란 눈으로 홀을, 정확히는 우
리들을 내려다보고있었다. 그녀는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더니 르네의 그것만
큼 가느다란 손가락을 들어 내가 있는 테이블위에 걸터앉아있는 엑셀을 가르키
더니 더듬거리며 말했다.
"웨, 웨어울프?! 한씨? 한씨? 저, 저, 그, 손님이세요?"
어깨를 덜덜 떨면서 이야기하는 나르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엑셀은 갑자기 히
죽 웃어보이더니 두손을 내 어깨에 올리고는 입을 쩍 벌리고 내 머리를 씹어삼
키려는 시늉을 해보였고 그러자 그 모습을 보던 나르쉬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뭐라고 웅얼대더니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기절해버렸
다. 어…라? 내 옆에선 엑셀이 놀란 얼굴로 그녀가 서있던 곳을 바라보며 말했
다.
"음? 장난 좀 친 것뿐인데?"
"약해보이는 분에게 그런 모습을 보였으니까 그렇죠. 얼마나 놀라셨겠어요."
부엌에서 나오다가 기절하는 나르쉬의 모습을 발견하고 서둘러 2층으로 올라가
는 르네의 조용한 꾸짓음이었고 엑셀은 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큰 걸음걸이로 단숨에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나도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들
의 뒤를 따라올라갔다. 앞에선 먼저올라간 엑셀이 르네가 추스리고있는 나르쉬
의 얼굴을 내려다보고있었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를 깨우려다가 멈칫하더니 자
신의 손과 얼굴을 조금 만져보고는 어깨를 으쓱이곤 내가 나르쉬를 안아올리는
것을 거들고있는 르네에게 말했다.
"타르시스양? 죄송하지만. 옷 좀 빌려주시겠습니까? 같은 일을 두 번 반복하고
싶지않군요."
"알았어요."
르네는 그렇게 말하곤 방으로 걸어갔고 난 나르쉬를 홀로 옮겨서 자리에 앉히
고 홀의 한 켠에서 환한 빛을 내고있는 빛덩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빛덩이
는 점점 작아지더니 그대로 사라졌고 그리고 늑대 엑셀이 입고있던 커다란 가
죽 바지와 셔츠를 몸에 걸치고있는 인간형태의 엑셀이 나타났다. 그는 손을 들
어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몇번 하더니 조금 가늘어진(늑대의 모습에서) 목소리
로 말했다.
"이 모습을 보고 또 놀라진 않겠지?"
"응, 그럴거야. 제대로된 옷만 입으면. 그런데 나르쉬양. 예상은 했지만 정말 몸
이 약하군."
내말을 들은 엑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들어 의자에 앉아 입을 조금 벌린
모습으로 기절해있는 나르쉬를 가르키며 말했다.
"그 아가씨 이름이 나르쉬라고? 그럼 여기 묵고있는 인간들의 일행인가?"
"응."
내 말을 들은 엑셀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리고 그때 2층에서 홀로 뭔가가
달려 내려왔고 내가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그것은 내옆에서 튀어나오더니 의자
에 앉아있는 나르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이 변태가 드디여 일을 저질렀군."
마침내 시야에 들어온 그것은 씩씩대고있는 모습의 루나로 그녀는 평온한 모습
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나르쉬를 잠시 내려다보가다 고개를 휙돌려 멀뚱히 그녀
를 바라보고있는 엑셀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이상스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왜 옷이 그모양이지?"
"이상한가?"
"자기 몸보다 큰옷을 입고있는 꼬마같아."
"그래?"
그녀의 말에 엑셀은 팔을 조금 들어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고 난 그의 모습을 조금 바라보았다가 루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
다.
"르네 못봤어? 옷가지러 갔었는데."
"저기 와."
루나는 턱으로 2층 계단에서 내려오고있는 르네를 가르키며 말했고 나는 그녀
에게 다가가 건내주는 옷가지를 받았다. 그리고 나에게 옷은 건내준 르네는 함
께 가지고 온 숄을 기절한 나르쉬에게 가지고가 둘러주었고 난 목에 숄이 둘러
진 나르쉬의 모습을 조금 바라보았다가 고개를 돌리고 엑셀에게 걸어가 그에게
바지와 셔츠를 건내주었다. 그것을 받아든 엑셀은 이렇게 말했다.
"으음, 이거 괜히 미안한걸? 저 아가씨가 기절한 것도 내 잘못인데 말이야."
난 그의 말을 듣고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괜찮으니까 빨리 입어. 루나가 부끄러워하니까."
"누가!?"
루나의 화난 목소리였고 엑셀은 빙긋 웃더니 옷을 입기 시작했다. 옷은 평범한
검정색의 바지에 벨트가 여기저기 붙어있는 것으로 단순히 멋으로 만들어진 바
지이기 때문에 별로 입고다니지 않던 것이다. 쓸대없이 벨트가 많이 붙어있어서
행동하기 불편하거든. 그리고 셔츠는 그냥 하얀색의 셔츠로 평범한 셔츠이다.
추운 겨울에 입기엔 조금 얇은 듯하지만. 엑셀은 그런것엔 신경쓰지않을테니까.
대충 옷을 입은 엑셀의 모습은 그럭저럭 봐줄만했다. 그는 셔츠의 단추를 잠그
며 말했다.
"이건 자네 옷인가?"
그의 말에 나르쉬를 바라보고있던 르네가 말했다.
"예. 잘어울리는군요. 한이 입던 옷이에요. 괜찮으시다면 선물할게요."
"어? 그래도 됩니까? 이건 전부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그의 말에 르네는 싱긋 웃기만했고 엑셀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금 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꾸벅였다. 그리고 그가 옷을 다 갈아입자 루나는 몸을 돌리더니
팔짱을 하고 그를 한번 쓱 올려다보곤 한마디했다.
"변태같군."
"…저 아가씨에 대한 거라면 미안하게 생각하고있고 깨어나면 사과할거다 그러
니 그만 좀 해라. 요 꼬마야."
루나는 엑셀의 말에 아무말없이 등을 돌리고 나르쉬에게 다가갔고 엑셀은 된통
걸렸다는 얼굴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나와 르네는 그들의 모습에 빙
긋 웃어보였다.
잠시후 나르쉬는 루나에 의해 깨어났다. 그녀는 멍한 얼굴로 주의를 둘러보다가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나와 르네 그리고 엑셀, 루나를 발견하고는 방긋 웃으며 고
개를 꾸벅숙였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그런데 왜 전부 제 방에 계신거죠?"
"여긴 홀이야. 당신은 밖에 나왔다가 저 변태를 보고 놀라서 기절했던거고,"
루나의 말에 나르쉬는 주위를 조금 둘러보더니 헤죽웃으며 말했다.
"꿈이 아니였나보네요."
그녀의 말에 엑셀과 나는 쓰게 웃어보였다. 그때 루나는 엑셀을 힐끗 바라보았
고 그러자 그는 알았다는 듯이 손을 들어보이곤 앞으로 좀 나서더니 그녀를 내
려다보았다.
"죄송합니다. 사과하겠습니다. 아까의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아, 저 누구세요?"
엑셀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고 나르쉬는 멍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며 반
문했다. 그리고 난 그 말을 하는 나르쉬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엑셀의 말을 듣고보니 내가 본 그녀의 모습은 착각이 아닌가 보다.
"리드? 이 아가씨 감기 걸렸나 본데? 얼굴이 빨개졌어."
41화. 죽은 자가 죽어가는 자에게 가지는 마음 1
칼과 제프는 르네가 건내주는 도시락을 가지고 두 고렘들과 함께 다시 숲속으
로 그 어떤 것(내상각으로는 보물로 짐작된다.)를 찾으러 떠났다. 루나는 방안에
틀여박혀 나올 생각을 하지않았고 지만트는 루나에게 받은 장미를 소중히 다뤄
서 방에 가져다 놓고는 곧바로 자신의 도끼를 들고 나와 숲속으로 들어가버렸
다.
"어딜 가십니까?"
"꽃같은 것은 부러지기 쉽죠. 그런데 그걸 천으로 싸다니. 바보같은 녀석."
그는 그말을 남기고 해가뜨는 동쪽으로 나무를 헤치고 들어가버렸다. 나르쉬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저혈압인가? 그럼 오후쯤에 일어나겠군. 그러고 보니 내
가 아는 어떤 사람도 저혈압으로 고생했었는데. 그게 누구더라? 기억이…
자리에 앉아 머리를 두손으로 싸잡고 생각에 잠겨있던 중 갑자기 고소한 냄새
가 내 코를 자극했다. 쿠키? 난 고개를 돌려 부엌을 바라보았다. 아까 르네가
부엌으로 들어갔었는데. 쿠키를 굽는거였나? 난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
다. 안으로 들어가니 르네는 오븐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서 그것을 멍한
얼굴로 바라보고있었다. 부엌으로 발을 들여놓자 등을 돌린 채 앉아있던 르네의
귀가 위로 조금 올라가더니 그녀의 고개가 뒤로 살짝 돌아와 날 바라보았다. 잠
시동안 아무말도 하지않은 채로 날 멍한 얼굴로 바라보던 르네는 다시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인간남편을 가진 엘프여인의 슬픔을 당신은 아시나요?"
"…무슨 말?"
"혼잣말."
난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걸음을 옮겨 그녀의 등뒤로 다가갔다. 그리곤 손을
뻗어 르네의 볼에 가져다 대었다. 따뜻했다. 난 르네의 어깨위에 머리를 올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기다란 귀에 대고 속삭였다.
"화났어?"
"아뇨."
"그럼 왜?"
"왠지 속상해서요."
"내가 당신에게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사과할게. 미안해. 내가 잘못했
어. 그런데 내가 잘못한게 뭐지? 다음부터 고칠테니까. 제발 가르쳐줘."
그러자 르네는 쿡쿡웃으며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었고 난 재미있는 기분을 느꼈
다. 손이 그녀의 고개에 따라 움직이니까. 르네는 두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볼에
가져다대고있는 내손을 잡아서 내리더니 그대로 자신의 배쪽으로 가져다 대며
말했다.
"역시 제가 문제일까요?"
난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얗게 돼는 기분을 느꼈다. 르네는 아까 이야기에서 루
나가 자기어머니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우리문제를 생각했나보다.
나와 르네사이에선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다.
이유는? 글쎄, 그녀와 내가 처음 관계를 맷은 이후 몇 년이 지나도록, 르네에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난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녀는 달랐다. 르네
는 가지고있는 서적들을 모두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간과 엘프사이에서는
인간들과는 다르게 시간이 걸리지만 아이는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하지만 가끔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둘중 하나에게 문제가 있기때문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르네는 그것을 믿지않았
다. 그녀는 전자에 희망을 걸었다. 그래서 그녀는 나를 유혹해왔다. 항상 같은
말을 하면서,
"아기를 가지고 싶어요."
"기다려보자. 그럼 꼭 생길거야."
"20년을 기다렸어요."
"오래 기다린 만큼 얻은 기쁨은 더 커지는 법이지."
내 어줍잖은 위로를 들은 르네는 고개를 숙이곤 풋하며 웃어보였다. 그러더니
웃는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알았어요. 기다려보죠."
난 방긋 웃으며 그녀를 뒤에서 꼭 안아주었다. 내가 지금 할수있는건 이것뿐이
니까. 내가 그녀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건 손에 꼽을 수있을 정도다. 아마도
르네가 처음 한말은 그것 때문이었으리라. 르네는 자신의 목을 껴안고있는 내팔
을 두손으로 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난 그녀의 머리를 바라보며 작게 속삭였다.
"행복하게 하진 못해도 슬프게 만들진 않을게."
가슴으로 느껴지는 떨림은 르네가 말을 함에따라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기대했
던 르네의 목소리는 들리지않고 어디선가 능글능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내가 또 방해를 했나보군."
난 르네를 안고있던 손을 풀고 몸을 바로세워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홀의 테
이블에 걸터앉아있는 엑셀이 보였다. 내가 그에게 뭐라고 한마디 던지려고 했을
때 르네는 잡고있는 내손을 꼭 쥐고 방긋 웃어보이곤 말했다.
"전 당신을 믿어요."
그리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븐의 뚜껑을 열고 안에 있는 판을 꺼내어서
알맞게 구워진 쿠키를 털어내었고 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싱긋 웃으며
바구니에 담겨져있는 갓 구워진 쿠키를 하나집어 입안에 던져 넣었다가 혀를
데일뻔하곤 르네에게 작은 웃음을 받으며 부엌의 한구석에 가져다놓은 와인병
하나와 잔 하나를 들고 홀로 나갔다.
"챰 놔이스 톼이밍…."
"…관둬. 혀 데여서 말도 잘안나오면서."
난 그의 얼굴을 잠시 올려다보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손에 들고있던
잔을 그에게 내밀었다. 그의 큰손에 비해 매우 작은 잔이었지만 나와 그는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난 손가락으로 코르크 마개를 뜻어내었고 그리고 그가 들고있
는 잔에 붉은색 포도주를 꽉 채워주었다. 보통은 반정도만 채우지만, 그것은 인
간의 경우고 그는 웨어울프니까. 내가 부어준 와인을 단번에 입안에 털어넣은
엑셀은 와인을 입안에서 몇번 우물거리더니 삼켰다. 그리곤 이빨을 들어내며 말
했다.
"맛있군."
난 손에 들고있던 와인병을 들어 그 라벨을 그에게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여주
곤 그가 앉아있는 테이블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쓰라려오는 혀의 고통을 꾹참
고 말했다.
"어서와. 보통때보단 빨리왔는데?"
내말에 엑셀은 피식웃더니 말했다.
"아침 산책은 몸에 좋은거야."
난 싱긋 웃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곤 의자를 하나 빼내어 앉았고 그러자
그는 주위를 한번 쓱 둘러보더니 갑자기 귀를 쫑긋 세우며 2층의 계단에서 고
개를 멈추었다. 그리고 난 그의 가슴이 크게부풀었다가 다시 내려앉는 것을 보
며 말했다.
"왜 그래?"
내말에 엑셀은 고개를 든채 입을 열고 말했다.
"인간의 냄새가 난다. 남자 둘, 여자 하나. 그리고 어? 이건 드워프의 냄새 같은
데?"
"굉장한 후각이군요."
르네가 부엌에서 큼직한 과자 바구니를 가지고 나오며 말했고 그러자 엑셀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장사가 잘돼는 모양입니다?"
"예. 가게열고 5년만에 이렇게 손님이 많이 찾아온 것은 처음이에요."
르네는 작게 웃으며 말했고 엑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끔씩 이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녀석들이 있던데. 젊은 남자와 중년 남자. 그리
고 아이언 고렘 둘, 맞습니까?"
"맞아. 뭘 찾으려고 온 것 같은데. 아는거 없어?"
"글쎄, 이곳엔 숨겨진 보물같은 것은 별로없어. 밖의 인간들은 여기에 도적떼들
이나 도망자들을 숨겨놓은 보물이 꽤 될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헛소문이야.
그런자들이 미쳤다고 숨기기 어렵고 찾기도 어려운 이런곳에 보물을 숨기나?"
"그럼 뭘찾으러 온거지?"
우리는 그렇게 말하며 르네를 바라보았다. 그녀를 우리둘의 시선을 느끼곤 방실
방실 웃으며 말했다.
"저도 모르겠는데요."
엑셀은 어깨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타르시스양이 모른다면 아무도 몰라. 그들에게 물어보는 수밖엔 없어. 하지만,
그들이 무슨 사건을 일으킨 것도 아니고, 난 별로 신경쓰고 싶지않아."
엑셀은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위에 올려져있는 와인병을 들어서 조심스럽게 들
고있는 와인잔에 와인을 가득 부어서 다시 입안에 털어넣었다. 그러더니 또 잠
시 우물거린후 그것을 삼키더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원 감질나서 안돼겠군."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병째로 와인을 기울였고 그것을 보고있던 르네는 쓴웃음
을 지으며 부엌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맥주 가져올게요."
"아, 고맙습니다. 타르시스양. 그건 그렇고 리드?"
"왜?"
"어제 이리사와 그 꼬마 녀석의 흰머리 엘프를 따라가던데. 무슨일이지?"
난 빙긋 웃으며 그에게 이리사를 찾아온 렌스의 이야기를 해주었고 그는 내말
을 듣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역시 그랬군. 이리사가 웃으며 백발머리와 이야기를 나누길레 대충 예상은 했
었어. 그건 그렇고."
그는 부엌을 힐끔 바라보더니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조심하지 않으면 자네도 얻어터지겠군."
난 그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그녀를 슬프게 만든다면?
"틀려, 그 렌스와 같은 경우가 나에게도 일어난다면 난 아마 죽을지도 몰라."
내말에 엑셀은 풋하며 웃더니 말했다.
"설마 죽이기까지야 하겠어?"
"정말이야. 본인에게 들었다고,"
"타르시스양이 그래?"
"응."
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그러자 그는 한쪽 눈을 찡그리고 다른 눈은 크게
뜨는 재미있는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내 어깨에 자신의 손을 올리며 말했다.
"…힘내. 죽으면 자네 관뚜껑은 내가 덥어주지."
"알았으니까. 그런이야기는 그만하자."
내말에 엑셀은 이를 들어낸 모습으로 내 어깨에서 손을 내렸다. 바로 그때 2층
계단위에서 작은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나와 엑셀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
다. 그곳엔 나르쉬가 하늘하늘한 잠옷을 입은채 놀란 눈으로 홀을, 정확히는 우
리들을 내려다보고있었다. 그녀는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더니 르네의 그것만
큼 가느다란 손가락을 들어 내가 있는 테이블위에 걸터앉아있는 엑셀을 가르키
더니 더듬거리며 말했다.
"웨, 웨어울프?! 한씨? 한씨? 저, 저, 그, 손님이세요?"
어깨를 덜덜 떨면서 이야기하는 나르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엑셀은 갑자기 히
죽 웃어보이더니 두손을 내 어깨에 올리고는 입을 쩍 벌리고 내 머리를 씹어삼
키려는 시늉을 해보였고 그러자 그 모습을 보던 나르쉬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뭐라고 웅얼대더니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기절해버렸
다. 어…라? 내 옆에선 엑셀이 놀란 얼굴로 그녀가 서있던 곳을 바라보며 말했
다.
"음? 장난 좀 친 것뿐인데?"
"약해보이는 분에게 그런 모습을 보였으니까 그렇죠. 얼마나 놀라셨겠어요."
부엌에서 나오다가 기절하는 나르쉬의 모습을 발견하고 서둘러 2층으로 올라가
는 르네의 조용한 꾸짓음이었고 엑셀은 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큰 걸음걸이로 단숨에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나도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들
의 뒤를 따라올라갔다. 앞에선 먼저올라간 엑셀이 르네가 추스리고있는 나르쉬
의 얼굴을 내려다보고있었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를 깨우려다가 멈칫하더니 자
신의 손과 얼굴을 조금 만져보고는 어깨를 으쓱이곤 내가 나르쉬를 안아올리는
것을 거들고있는 르네에게 말했다.
"타르시스양? 죄송하지만. 옷 좀 빌려주시겠습니까? 같은 일을 두 번 반복하고
싶지않군요."
"알았어요."
르네는 그렇게 말하곤 방으로 걸어갔고 난 나르쉬를 홀로 옮겨서 자리에 앉히
고 홀의 한 켠에서 환한 빛을 내고있는 빛덩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빛덩이
는 점점 작아지더니 그대로 사라졌고 그리고 늑대 엑셀이 입고있던 커다란 가
죽 바지와 셔츠를 몸에 걸치고있는 인간형태의 엑셀이 나타났다. 그는 손을 들
어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몇번 하더니 조금 가늘어진(늑대의 모습에서) 목소리
로 말했다.
"이 모습을 보고 또 놀라진 않겠지?"
"응, 그럴거야. 제대로된 옷만 입으면. 그런데 나르쉬양. 예상은 했지만 정말 몸
이 약하군."
내말을 들은 엑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들어 의자에 앉아 입을 조금 벌린
모습으로 기절해있는 나르쉬를 가르키며 말했다.
"그 아가씨 이름이 나르쉬라고? 그럼 여기 묵고있는 인간들의 일행인가?"
"응."
내 말을 들은 엑셀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리고 그때 2층에서 홀로 뭔가가
달려 내려왔고 내가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그것은 내옆에서 튀어나오더니 의자
에 앉아있는 나르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이 변태가 드디여 일을 저질렀군."
마침내 시야에 들어온 그것은 씩씩대고있는 모습의 루나로 그녀는 평온한 모습
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나르쉬를 잠시 내려다보가다 고개를 휙돌려 멀뚱히 그녀
를 바라보고있는 엑셀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이상스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왜 옷이 그모양이지?"
"이상한가?"
"자기 몸보다 큰옷을 입고있는 꼬마같아."
"그래?"
그녀의 말에 엑셀은 팔을 조금 들어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고 난 그의 모습을 조금 바라보았다가 루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
다.
"르네 못봤어? 옷가지러 갔었는데."
"저기 와."
루나는 턱으로 2층 계단에서 내려오고있는 르네를 가르키며 말했고 나는 그녀
에게 다가가 건내주는 옷가지를 받았다. 그리고 나에게 옷은 건내준 르네는 함
께 가지고 온 숄을 기절한 나르쉬에게 가지고가 둘러주었고 난 목에 숄이 둘러
진 나르쉬의 모습을 조금 바라보았다가 고개를 돌리고 엑셀에게 걸어가 그에게
바지와 셔츠를 건내주었다. 그것을 받아든 엑셀은 이렇게 말했다.
"으음, 이거 괜히 미안한걸? 저 아가씨가 기절한 것도 내 잘못인데 말이야."
난 그의 말을 듣고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괜찮으니까 빨리 입어. 루나가 부끄러워하니까."
"누가!?"
루나의 화난 목소리였고 엑셀은 빙긋 웃더니 옷을 입기 시작했다. 옷은 평범한
검정색의 바지에 벨트가 여기저기 붙어있는 것으로 단순히 멋으로 만들어진 바
지이기 때문에 별로 입고다니지 않던 것이다. 쓸대없이 벨트가 많이 붙어있어서
행동하기 불편하거든. 그리고 셔츠는 그냥 하얀색의 셔츠로 평범한 셔츠이다.
추운 겨울에 입기엔 조금 얇은 듯하지만. 엑셀은 그런것엔 신경쓰지않을테니까.
대충 옷을 입은 엑셀의 모습은 그럭저럭 봐줄만했다. 그는 셔츠의 단추를 잠그
며 말했다.
"이건 자네 옷인가?"
그의 말에 나르쉬를 바라보고있던 르네가 말했다.
"예. 잘어울리는군요. 한이 입던 옷이에요. 괜찮으시다면 선물할게요."
"어? 그래도 됩니까? 이건 전부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그의 말에 르네는 싱긋 웃기만했고 엑셀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금 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꾸벅였다. 그리고 그가 옷을 다 갈아입자 루나는 몸을 돌리더니
팔짱을 하고 그를 한번 쓱 올려다보곤 한마디했다.
"변태같군."
"…저 아가씨에 대한 거라면 미안하게 생각하고있고 깨어나면 사과할거다 그러
니 그만 좀 해라. 요 꼬마야."
루나는 엑셀의 말에 아무말없이 등을 돌리고 나르쉬에게 다가갔고 엑셀은 된통
걸렸다는 얼굴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나와 르네는 그들의 모습에 빙
긋 웃어보였다.
잠시후 나르쉬는 루나에 의해 깨어났다. 그녀는 멍한 얼굴로 주의를 둘러보다가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나와 르네 그리고 엑셀, 루나를 발견하고는 방긋 웃으며 고
개를 꾸벅숙였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그런데 왜 전부 제 방에 계신거죠?"
"여긴 홀이야. 당신은 밖에 나왔다가 저 변태를 보고 놀라서 기절했던거고,"
루나의 말에 나르쉬는 주위를 조금 둘러보더니 헤죽웃으며 말했다.
"꿈이 아니였나보네요."
그녀의 말에 엑셀과 나는 쓰게 웃어보였다. 그때 루나는 엑셀을 힐끗 바라보았
고 그러자 그는 알았다는 듯이 손을 들어보이곤 앞으로 좀 나서더니 그녀를 내
려다보았다.
"죄송합니다. 사과하겠습니다. 아까의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아, 저 누구세요?"
엑셀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고 나르쉬는 멍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며 반
문했다. 그리고 난 그 말을 하는 나르쉬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엑셀의 말을 듣고보니 내가 본 그녀의 모습은 착각이 아닌가 보다.
"리드? 이 아가씨 감기 걸렸나 본데? 얼굴이 빨개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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