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죽은 자가 죽어가는 자에게 가지는 마음 3

등록 2026.10.10 6.0천자 조회 2 좋아요 0 댓글 0 전체 이용가
내 마누라는 엘프
43화. 죽은 자가 죽어가는 자에게 가지는 마음 3


"예. 일생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그녀는 생은 앞으로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움직일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년 정도, 그리고 약 2년
후 그녀는 죽습니다. 무슨 병인 것같은데 거기까진 생각을 하지않아서 나도 모
르겠어요."

루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엘프니까. 그리고 나 역시 사람이 죽는다는 것에서 아무런 감정이 일어나지않는
나 자신이 약간 무섭다고 느끼긴 했지만, 그것도 금새 사라졌다. 경험이란거. 무
섭군, 르네의 말을 듣고는 잠시 멍한 얼굴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던 루나는 자
리에서 일어서며 이렇게 말했다.

"뭐, 그렇다면 내가 상관 할 일이 아니군. 죽기전에 행복하고 싶다는데야. 누가
뭐라겠어?"

루나는 그 말을 남기고 르네의 서재쪽으로 걸어가버렸고 이제 홀엔 나와 르네
만이 남게 돼었다. 난 고개를 돌려 르네를 잠시 바라보았고 르네 역시 날 물끄
러미 바라보았다. 잠시 그러던중 갑자기 르네의 입가가 위로 슬그머니 올라가며
입을 열었다.

"내가 왜 당신을 진실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지 이유를 말해봐요?"
"말해봐."

"항상 같은 생각만하고 있기 때문에요."

우리는 서로를 향해 웃어주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졌을 때 지만트가 돌아왔다. 그는 손에 껍질을 벗겨내서 하
얀 속살을 전부 드러내고있는 큼직한 나무토막을 하나 들고왔는데 그의 말로
는… 

"그게 뭡니까?"

"아카시아 나무의 속 부분입니다. 단단해서 다루기는 어렵지만 일단 만들어 놓
으면 왠만해선 깨지지도 않고 아카시아 향기도 나서 제법 괜찮죠. 이 근처엔 없
어서 밑의 계곡 부근까지 가서 찾았습니다."

계곡부근? 그곳은 물을 마시러오는 녀석들이 꽤 많아서 우리도 조심하는 곳인
데? 혹시나 해서 그의 옷차림을 바라본 결과 역시 나였다. 그는 셔츠가 전부 물
에 젖어있었는데. 알고보니 녀석들과 싸우다가 묻은 핏자국을 지우기위해 물에
빨았다고한다. 다치지 않은걸보면 실력이 괜찮은가보지. 난 그에게 수건을 건내
주며 말했다.

"다치지않을 걸보니 다행입니다. 올라가셔서 옷갈아입으십시오. 그러다가 감기
걸립니다."

"푸하하하! 드워프가 감기라니요. 걱정해주신 것은 고맙지만 이런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2층으로 올라갔다. 잠시후 홀을 청소하는 내귀에 거창한 재
채기 소리가 들려왔고 그래서 난 빙긋 웃으며 홀의 빗자루 질을 끝낼수있었다.
등을 펴고 서서 허리를 조금 두르리고 있을 때 서재의 문이 열리고 겨드랑이
사이에 책을 낀 루나가 걸어나왔다. 그녀는 귀를 조금 움직이더니 날 바라보며
말했다.

"감기 들었어?"
"아니,"

"그래? 이상하군 잘못들었나?"

난 고개를 갸웃하는 루나에게 싱긋 웃어준다음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밖으
로 나가서 대충 턴 다음 다시 들어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루나는 끼
고있던 책을 테이블위에 던져두고는 말했다.

"내가 도울건 없나? 밥값을 하고싶은데."

난 빗자루와 쓰레받기등을 청소함속에 정리해 넣으며 웃는 얼굴로 그녀를 돌아
보았다. 그리곤 막대걸레와 양동이를 하나씩 그녀에게 줘어주고는 말했다.

"따라와. 물걸레질이란 어떤것인지 가르켜줄게."

난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빗물을 받아놓는 커다란 통으로 안내했다. 이
것은 르네의 부탁으로 드워프들이 만들어준 것으로 지붕에서 모아진 빗물이 관
을 타고 내려와 이 통속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모아진
빗물을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하는거지. 이렇게, 난 커다란 통의 밑부분에 있
는 작은 바퀴를 돌렸고 그러자 그것에 연결돼어있는 관에서 물이 쏟아져 나왔
다. 이것을 본 루나는 재미있는 얼굴을 해보였다. (입을 약간 벌리고 헤~하는 얼
굴.)

"재미있는 물건이네?"

"우리들이 만든 작품이지."

루나와 난 고개를 들어 소리가 들려온 지붕을 바라보았고 그곳엔 지만트가 싱
긋 웃는 얼굴로 그 하얀 나무를 가랑이 사이에 넣고 나이프로 깍고 있었다.
옷은 갈아입었나? 오, 갈아입었군.

"아저씨네가 만든 거라고?"

"그래. 우리네가 만든거다. 마법은 만들지 못하지만 말이야."

루나는 그의 말에 피식 웃어보였고 난 그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남겨준 다음
그것을 다시돌려 물을 잠궜다. 그리곤 그녀에게 마른걸래를 들고 물걸레로 만드
는 비법을 전수해주었고 루나는 묵묵히 따라해보였다. 그리고 우리들은 집안으
로 들어가 홀과 일 이층 복도를 막대 걸레로 힘차게 밀고다녔고 그리고 마지막
엔 르네에게 작은 환호와 함께 박수를 받을수있었다.

짝짝짝~

"와아. 깨끗한데요? 여러분 수고했어요. 자. 와서 점심들 들어요. 그리고 지만트
씨? 듣고 계시죠? 오셔서 점심드세요."

어라? 드워프도 귀가 좋던가? 내 이런 의문은 잠시 후 2층에서 내려오고있는
지만트에의해 완전히 해소돼었다. 그는 깨끗하게 물걸레질이 된 복도와 홀을 둘
러보더니 말했다.

"이야. 깨끗한데요? 매일 이렇게 청소하시는 겁니까?"

"아니오. 빗자루질은 매일 하지만 이런 물걸레질은 3일에 한번정도만 합니다.
아시다시피 저희가게엔 손님이 적게오거든요."
"예에."

그는 곧바로 식당으로 들어갔고 난 고개를 돌려고 막대 걸레를 쥐고 이마에 맷
힌 땀을 소매로 훔치고있는 루나를 바라보곤 빙긋 웃으며 그녀가 들고있는 걸
레를 넘겨받으며 말했다.

"수고했다. 가서 밥먹어라. 늦게가면 지만트씨가 다먹어 버릴지도 몰라."

내말을 들은 루나는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얼굴로 식당을 쓱 바라보더니 다
시 고개를 돌리며 말했고 난 손에 막대걸레를 들어 보였다.

"당신은?"

"정리해놔야지. 참. 내건 좀 남겨둬."

난 양동이에 걸래등을 담아서 밖으로 가져나갔고 등뒤에선 다시한번 식당을 바
라보던 루나의 굳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막아는 보겠지만. 그래도 포기하는 편이 빠를걸?"
"너만 믿어."

난 루나의 피식웃는 소리를 들으며 밖으로 나와 다시 물통쪽으로 갔다. 그리고
다시 양동이에 물을 담아서 걸레들을 깨끗하게 헹구고 그것을 건물의 벽에 대
충 기대어 놓고는 손을 좀 씻은 다음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 식당에서 울려
퍼지는 지만트의 처절한 외침과 그만좀 먹으라는 식의 루나의 목소리를 듣고는
빙그레 웃음 지었다.

왠지 평화로운 오후가 될 것 같은데?

루나의 배려덕분에 난 조금 모자란 감이 있긴했지만 그럭저럭 점심을 해결할수
있었고 지만트씨는 분하다는 얼굴로 르네에게 커다란 빵과 맥주를 넣은 병하나
를 들고는 홀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책을 펴드는 루나에게 드위프 어로 뭐라고
몇마디해주고 2층으로 다시 올라가버렸다. 난 차 세잔을 들고 나오다가 그의 말
을 듣고는 들고온 찻잔들을 각자의 앞에 놓아주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뭐라는거지?"

"당신은 몰라도돼. 되지도 않은 말이었으니까. 그건 그렇고 르네. 나 궁금한게
있는데 말이야. 이 책에서 나오는 정령마법이란는 것에 대해서 좀더 확실한 이
야기를 듣고싶은데."

루나는 그렇게 그녀의 옆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눈을 감은 채 내가 가져다준 찻
를 마시고있는 르네에게 물었고 르네는 한쪽 눈만 떠서 그녀를 힐끗 바라보더
니 찻잔을 내리고 그녀가 가르키는 부분을 잠시 바라보고는 말했다.

"아. 맞아요. 이책에 쓰여진 대로에요. 다만 좀더 간단하게 말하면 정령마법엔
마나가 필요하지 않아요. 복잡한 스펠을 외우지 않아도 되고 단지필요한 것은
정령과의 교감이죠. 쉽게 말하면 친구같은거라고 해야하나요? 으음, 그것보다는
좀더 가까운 의미지만. 친구라고 하는게 더 표현하기 쉬겠군요."

"친구?"

루나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했고 그러자 르네는 작게 미소짓더니 루나를 바라
보며 입을 열었다.

"루나? 정령마법을 배우고 싶나요?"

엘프는 솔직하고 주저하지않는 성격이다.

"응."

르네는 빙긋 웃어보이더니 왼손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잘보세요. 이 아이의 이름은 윌 오 위스프(Will o' wisp) 라고하는 빛
의 정령입니다. 수줍음을 잘타지만, 상냥함을 좋아해요."

그러면서 그녀는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속삭였고 그러자 그녀의 손바닥위
로 뭔가가 반짝이더니 빛나는 것이 생겨났다. 그것은 내 새끼손가락만한 크기로
보통의 요정보다 더 작아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작은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고
몸에는 무슨 천같은 것을 감고있었는데. 머릿카락으로 보이는 것에서 푸르스름
한 빛을 내고있었다. 정령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나도 이번이 처음이다.
르네는 집안에서 왠만하면 마법은 잘쓰지않으니까. 루나도 그것을 처음 보는지
멍한 얼굴로 그 작은 정령의 모습을 바라보고있었고 르네는 싱긋 웃더니 말했
다.

"루나? 손을 들어보세요."

루나는 그녀가 시키는데로 손을 들어올렸고 르네는 손바닥위에서 하늘하늘거리
며 조그만 눈을 깜빡이는 그 정령에게 작게 뭐라고 속삭였다. 그러자 그 빛의
정령은 물이 흐르는 것처럼 움직이더니 루나의 손바닥위로 올라갔다. 루나는 손
을 눈앞까지 들어올려 입을 헤벌리고 그것을 바라보았고 그러자 그 정령은 부
끄러운지(?) 두손을 들어올리더니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뒤로 조금 물러섰다.
…수줍음을 잘탄다더니 정말이었군. 루나는 정령의 행동에 조금 놀란 얼굴로 르
네를 바라보았고 그러자 르네는 싱긋 웃으며 몇마디를 더 정령에게 해주더니(나
에겐 들리지 않았다.) 루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 아이는 수줍을 잘타서 그렇게 바라보면 부끄러워서 원래 있던곳으로 돌아
가버려요. 그 점 유의하고 방으로 데리고가서 그 아이에게 말을 걸어봐요. 만약
당신의 물음에 답한다면 그건 루나가 정령과의 교감력이 있다는 증거니까. 당황
하지말고 계속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많은걸 가르쳐 줄거에요."

"아…, 응. 알았어."

그녀는 정령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곤 천천히 마치 물병
을 들고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잠시후 방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들려왔고 잠시동안 홀엔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그 정적을 깬 것은 내
목소리였다.

"루나에게 그런식으로 마법을 가르쳐줘도 괜찮아?"

"괜찮아요. 어차피 우리가 받아들인 아이인걸요. 기회가 된다면 싸우는 방법도
가르쳐 주고싶군요."

"당신 루나가 뭘하려고 하는지…."
"알아요."

난 말을 멈추고 가만히 르네의 황금빛 눈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내가 스캐닝
스펠같은 것을 아는 것도 아니고 그녀의 맘은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대
충은 알 것 같기도하다. 나와 그녀 사이엔 아이가 없으니까. 그래서 르네는 어
느 독설가가 그것은 추잡한 자기변명이라고 칭한 대리만족을 느껴보려는 것이
다. 엑셀이 봤다면 혀를 찼겠지? 하지만 난 르네가 하는 일에 적극 동참한다.
왜냐면 내 아내고 나도 비슷한 생각이니까.

뭐, 그렇다고 해서 우리 아이는 포기한게 아니니까. 난 손을 뻣어 르네의 허리
에 팔을 둘렀다. 그러자 르네는 옆으로 조금 몸을 기울이는가 싶더니 곧바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왔고 난 그녀의 금발을 뒤로 쓸어넘겨주었다. 그러자 르네
가 조용하게 말했다.

"이게 바른 길일까요?"

"엘프가 가는 길에 이유를 묻지마라. 고 어떤 위인께서 말씀하셨지. 난 그분의
말을 믿겠어."

내말에 르네는 큭큭거리며 웃어보였다. 그러더니 다시 말했다.

"여보."

"응?"

"우리 아이는 언제 생길까요?"

"걱정마. 이렇게 기다리고 있으니까. 반드시 좋은 소식이 올거야."

내말에 르네는 빙긋 웃더니 말했다.

"말이 이상해요."
"아무렴어때?"

난 그녀의 허리를 좀더 끌어당기며 말했고 그러자 르네는 빙긋 웃더니 다시 말
했다.

"한?"
"응?"

"오늘밤엔 잠잘 생각 버리는게 좋을거에요."

으윽…. 난 좀 봐달라는 얼굴로 르네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내 몸에서 떨어지
더니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어보였다. …난 이제 죽었다. 이런 생각을 하
고 있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쿵쿵거리는 땅 울림 들려오는 것 같더니 여관의
문이 열리며 칼과 제프 그리고 누가 누구인지 구별이 안가지만, 미르와 칼리라
는 고렘이 들어왔다.

아. 잠깐, 그러고 보니 나르쉬는 아직 안돌아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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