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돌이킬 수 없는 함정

등록 2026.10.14 4.9천자 조회 1 좋아요 0 댓글 0 15세 이상 이용가
Pride

10화. 돌이킬 수 없는 함정


그날 그렇게 형에게 맞은 이후로 승현이 형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맞은게 억울해서가 아니라....내가 형을 그렇게 화나게 할 정도로 잘못했나 해서 미안하고...어색하고..
형도 형이다. 고작 그런 일로 아직까지 나에게는 말도 걸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나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일부러 피하고...
나에게 화를 내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건 형답지 않다.


마가 끼었나?
확실히 올해 들어서 이래저래 복잡한 일 투성이다.
수인이 형의 일도 그렇고, 진영이....승현이 형...
머리아파.


"어머, 정말이다"
"실물이 더 낳네.."
앞의 여자들은 자기들끼리 뭐라고 소근대고 있었다.
참 곤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학원에서 친했던 친구가 며칠 전부터 만나자고 졸라대더니 역시나....속셈은 이런데 있었어....나를 미끼로 여자들을 낚아 볼 생각이었지 싶다.
"여기 어때? 물 좋죠? 회원제 아니면 들어오기 힘든 곳이거든요.
친구는 연신 여자들의 호감을 끌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야, 좀 웃어봐"
연신 귓속말로 나를 찌르고...

그러는 친구의 모습에 속으로 혀를 차면서 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가끔 이런 일로만 나를 찾아서 그렇지 그다지 나쁜 녀석은 아니다. 게다가 대학원에서는 유일하게 친했던 친구이니까..
"춤출래요?"
앞의 여자에게 웃어보이며 묻자 이내 따라나선다.

한참을 추고, 다시 자리에 앉아 목을 축이며 여자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귀울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재미있는 여자다.



-쨍그랑-
"꺄악-"

한쪽에서 유리탁자가 넘어지면서 깨지는 소리를 시작으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댓발 되보이는 남자들이 들이닥쳐 계속 가게를 부시기 시작했다.

"수, 수민아 나가자. 패싸움인가봐"
당황한 우리는 여자들을 데리고 한쪽으로 조심스레 움직였다.
그러는 와중에 그들은 인정사정없이 병을 깨고 여기저기 부수기 시작했다. 한쪽에서 기도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몰려나와 이내 싸움이 시작됬지만 누가봐도 명백히 그들이 우세했다.
그리고 앞쪽의 사람들이 거의 다 나갔고, 우리 일행이 마지막으로 빠져나가려던 찰나 입구가 봉쇄당했다.
어쩔 수 없이 구석에 쳐박혀있었는데, 사장인거 같은 사람이 나와서 소리를 고래고래 치기 시작했다.

"어디서 굴러들어온 새끼들이야?"
하지만 쳐들어왔던 그들은 행동을 멈췄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새끼들 말 안 해? 누가 시켰어? 응?"
그때 입구에서 막 누군가가 들어왔다.
양옆으로 호위를 받고 선그라스를 낀 말쑥한 사람이 였다.
그리고 이내 선그라스를 벗었는데...

'진영이!'

"인테리어가 엉망이군. 이래가지고 장사가 되겠어?"
"헉-"
사장인 듯한 사람은 이내 확실하게 기가 죽었다.

"끌고와"
말이 끝나자마자, 그 사장은 사람들에게 끌려와 진영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 이봐. 너-"
퍽-
옆의 호위하던 사람중 한사람 구둣발이 정확히 그의 턱으로 날라왔다.

"너라......네가 진성이놈 외삼촌인건 알겠는데, 내 삼촌은 아니지? 아마?"
"............"
"난 지금 심히 불쾌해. 네놈이 멀 먹든, 어떤 지랄을 떨든 그건 내가 상관하지는 않겠지만 내거를 건드리면 안되지."
"거, 건드리다니.."
"이 구역 택현이 아버지꺼 아니었나?"
"............."
"네가 아무래도 진성이놈을 믿고 그 자리를 노리는 거 같은데 꿈이 너무 야무지군."
"이, 이건 누님이"
"그 여자가 너보고 가지래?"
"............."
"그래...그랬다면 그런 간 큰 짓을 할만했겠지. 그럼 이제 다시는 꿈도 못꾸게 해줘야겠군"
그렇게 말을 마치자 마자 그는 자신보다 훨씬 덩치가 큰 그를 짓이기기 시작했다.
실내는 피가 난자했고 그의 신음소리로 가득 차버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칼이 번쩍이는 걸 봤다.



일이 다 끝났는지 모두들 밖으로 사라질 때 까 지 우리는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정신이 멍해져버린 난......그 순간 진영이가 날 봤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한참만에 여자의 우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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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말해봐"
충격으로 굳어버린 그에게 굳이 두 번 말해주면서 확인시켜 주기는 싫었다.
결국 카드를 내민 건 나고 선택은 그의 몫이다.
그가 이 미끼를 물 확률은 10%.......아니면 그 이하......그럼에도 난 도박을 감행했다.
그럴 수 밖에....
그 밤, 수민이의 놀란 눈과 마주치지 않았다면, 이런 가능성 없는 도박을 감행하지 않았다. 이렇게 성급하게.
내 계획은 좀더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 철저히 이 자를 궁지로 몰아 붙힌 다음에 제안하는 것이었다. 그가 도저히 거절할 수 없게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적당히 속이는 수밖에 없었다.

속아줄지는 의문이지만.
만일 그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굳이 손해날것도 없다. 원래 계획만 무용지물이 되는 것일 뿐.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너도 원하잖아."
"................."
"어차피 너도 절대 그 녀석을 가질 수 없어. 너같이 자존심 강한 녀석이 평생을 그냥 좋은 선배로 옆에서 지켜만 보고 말 거야?"
"그건 모르는 일이지."
"스스로 속이지마. 네가 수민일 가질 수 없다는 건 네가 더 잘 알고 있잖아."
".........왜야.....네가 뭣 때문에 이런 제의를 하는 건데?"

나 혼자만 뒤집어쓰고 싶지 않아.
그렇다고 혼자 섣불리 움직여서 너에게 기회를 줄 수는 더더욱 없지.

"애틋한 동료애라고 해둬. 같은 입장이라는 거지."
"................"

"빨리 결정해. 수민이는 이미 그 여자한테 반쯤은 넘어갔어. 이제 시간 문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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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있어, 나오지 않을래?"
며칠이 지나서 받은 진영이의 전화. 멍하니 대답을 하고 끊으면서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것일까..
평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대해야 하는데..
하..역시 조금은 긴장이 된다.
확실히 그때 그건 충격이었잖아.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피튀기는 장면들...

나도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 운동을 했고 웬만큼 싸움에도 이력이 붙었었다. 게다가 도장에서 친한 형들은 모두 그 동네 고교에서는 알아주는 주먹들이었다. 그들과 허물없이 친해지는 바람에 나도 몇 번이나 제의를 받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난 어디까지나 이것저것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했던거지 싸움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 친한 형들이 태권도나 유도가 아닌 실제로 싸움에서 써먹기에 유용한 것들, 예를 들어 주먹이나, 이런저런 무기를 사용하는 법 등을 가르쳐주었지만 그것도 모두 길가다 이상한 놈들을 만났을 때만 써먹었을 뿐 뭔가 그.........전문적으로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 내가보았을 때도 진영이는 '보통수준'이 아니었다.
아주 기술적이었고 잔인했다.

그날 진영이는 그 사장의 팔과 다리 관절을 모두 박살내버렸다.
구둣발로 손가락 마디마디를 짓이겼고 칼로 다리의 힘줄을 끊어버렸다.

어떻게......그렇게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 걸까.

차를 운전하면서 살짝 몸서리를 쳤다.



"한수민씨?"
차갑고 무뚝뚝한 인상의 한 사내가 다가와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날...보았던 사람이다. 진영이 옆에 있던 사람.
"아..네..."
"위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받은 곳은 호텔 최상층에 있는 스위트룸이었다.
일순 멈칫거리며 망설이자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곧 재촉했다.

뒤에서 문을 닫아거는걸 의식할 새도 없었다. 방에서 웃으면서 나를 보는 진영이가 그새 눈에 들어왔으니까.



"그날 놀랬지? 난 네가 거기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
"아...아니..."
긴장으로 목이 말라 탁자 앞에 있는 음료수를 다 마셔버렸다.

"놀랐나 보구나."
".......조금...."
"조금이 아닌거 같은데?"
"....네가 누군지 몰랐던 것도 아니니까."
"실망했지? 나에 대해. 그리고 내가 싫어졌지?"
"아니...그냥 놀랐고 그리고....궁금했을 뿐이야."
"뭐가?"
"네가...왜 그렇게 잔인하게 했는지...그 사람한테."
솔직히 말한 거다.
그래, 그 순간 진영이가 무섭게 느껴졌지만 그것 때문에 실망이니 뭐니 하는 그런 감정을 느낀건 아니다.
그리고 이 순간 이렇게 묻는 진영이가 오히려 애처럽게 여겨지는 건 왜일까.
진영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정말........이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

내가 진영이의 손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서 들은 말이다.



"너도 사실 주먹 꽤나 썼었지?"
정신이 든건 머리맡에서 중얼거리는 진영이의 소리 때문이었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결박된 손....
그리고 한참만에 느껴지는 건 하반신의 들뜸이었다.

"진영아..."

진영이는 아무소리 없이, 옷을 벗겨갔다.
약을 먹였나? 나한테?

"네가 이러면 우린 이제 끝이야."
그 소리에 손이 멈칫거린다.
"그래....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내가 손대면 넌 정말 날 두 번 다시 보지 않겠지. 하지만 그 사람에게도 그럴 수 있을까?"
그 사람?

내장을 갉아먹는 주체할 수 없는 감각이 점점 더 치밀어 오르자 그제서야 진영이는 다시 내 옷에 손을 대고 셔츠 한 장만 남겨놓은 채 다 벗겨내었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실내로 걸어들어왔다.

"내가 도착하기 전에는 손대지 말라고 했을 텐데."
"늦게 온 사람이 누군데!"
진영이가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른 상대는......
"차가 밀렸어."
승현이 형.......

형은 다가와 나를 내려다보았다.
앞이 다 벌어진 셔츠. 벗겨진 다리....
모두를 샅샅이...

"얼마나 먹인 거야?"
"조금"
"조금이 아니잖아. 저렇게 될 정도인데"
둘은 나를 무시한 채 이야기했다.

"어차피 우리 둘 다 상대하려면 그 정도는 먹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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