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무너진 존엄, 부서진 믿음
Pride
11화. 무너진 존엄, 부서진 믿음
"왜들 이래...."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왜들 이러는 거야."
"........"
"형!"
긴장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싸늘한 침묵 속에서 그 소리는 유난히 크게 울렸고.
"혀, 형까지 왜이래. 진영이 좀 말려봐..."
내 목소리는 어느새 심하게 떨려 나왔다.
"지금, 장난하는 거지...그렇지?"
"아니, 우린 진심이야. 수민아"
형의 목소리는 한번도 듣지 못했던 낮고 음습한 목소리였다. 온몸이 공포로 오싹거릴 정도로.
"뭐, 뭐가, 뭐가 진심이란 거야"
"넌 이해 못해."
진영이는 곤란하다는 얼굴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설명해도 이해 못한다고"
그때 그 사장을 박살내던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사냥꾼의....
"널 원해. 이럴 정도로. 이런 것 밖에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어차피 넌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해, 그 몸으론. 힘들지 않게 해줄테니까. 조금만 참아."
"왜들이래. 지금 술 취했어?"
한숨을 쉬며 입을연 것은 승현이 형이었다.
"너를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도 했었어. 네가 이런 일 당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있어주었으면 한 적도 있었어. 아무 것도 모른 채, 그저 지금까지 늘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하지만...........그렇다면 넌 평생 모를 테지. 하지만 난 그런 사랑 따위 하지 않아. 혼자서만 끙끙앓고 상대방이 알아주지도 않는 그런 감상적인 사랑 따위는 나에게는 안 맞는다고."
"................"
"그래서 어차피 손댈 바에야, 철저히 네가 기댈 상대가 없게 만드는 게 낳을 거라 생각했어. 내가 한일을 빌미로 다른 누군가에게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 뿐이야. 그리고 내가 손대지 않아도 어차피 저 녀석이 널 가만 놔두지 않았을 거야. 그건 더 못 참아."
".............."
"내가 정말 이상한 취미가 있어서 이런다고는 생각하지마. 넌 나도 진영이도 그 누구에게도 이제 기댈 수 없어. 그러니까...........포기해라."
형의 낮은 음성은 또박또박 말하고 있었다.
이 말도 안돼는 일이 왜 일어나는지.
"마찬가지야 나도."
진영이의 동의.
몸을 불태울 듯한 하반신의 열은 아무래도 좋았다. 아무리 괴로워도 예상치 못할 무서움보다는 낳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먼저 몸을 움직여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그새 진영이가 내 몸에 먼저 올라타서 움직이지 못하게 단단히 결박해버렸다. 온몸을. 그걸 멍청히 보고 있다가 소리를 지른 것은 뒤쪽에서 감겨오는 또 다른 손 때문이었다.
"무, 무슨 짓이야! 이러지마!"
그런 나를 보고 진영이는 깊은 눈을 하며 웃었다.
"겁내지마."
"비켜, 비키라고, 형! 왜 이러지마. 미쳤어?"
뒤를 돌아보며 몸부림을 치며 형을 불러보았지만, 그 얼굴은 지극히 싸늘하고 냉정할 뿐이었다.
"미안해-"
그 한마디만을 하고 얼굴을 내려와 키스로 내 입을 막아버렸다. 몸부림치자 진영이는 올라탄 양다리에 힘을 주고 손을 가슴으로 가져왔다.
"왜---왜-"
당하는 내내 난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그 소리만을 외쳤다.
왜..왜 형마저....왜....
어깨에서 들려오는 형의 숨소리 끝없이 가슴을 빨아대는 진영이의 혀..
텅 빈 두뇌가 더 이상 생각하기를 거부하고 있을 때 아주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
'사지를 결박당할 때 쓰는 방법은 하나야, 우선 힘을 풀어. 온몸에.'
온몸에 힘을 풀었다.
'상대방을 방심시켜야해. 네가 완전히 뻗은 것처럼-'
호흡을 조절하며 조금씩 신음 소리를 흘렸다.
'그럼 상대방은 저도 모르게 힘을 늦추게 되있어.'
한참 뒤에 진영이가 먼저 다리에 가하던 힘을 슬슬 늦추었다. 형의 손에 가해지던 힘도 조금 느슨해졌다.
'기회는 그때 뿐이야. 일격에 끝내야해.'
그리고 진영이가 조금씩 움직여 일순 다리에 틈이 생기자 정확히 급소를 빗겨서 내질렀다.
"윽!"
진영이의 신음소리를 신호로 팔꿈치로 승현형의 옆구리를 찍어 올리고 몸을 옆으로 굴려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입구 쪽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역시 약 때문인지 몸의 움직임은 답답할 정도로 둔했다. 그래서 잽싸게 빠져나가길 포기한 채 몸을 돌리고 무기가 될만한 것을 찾았다. 화분을 집어 들었다.
"다가오지마!"
진영이와 승현이형은 그새 몸을 일으키고 다가와 있었다.
"네가 우릴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이럴수록 너만 힘들어져"
그래 이둘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더구나 진영이같은 프로를 상대로는 더더욱.
"입 닥쳐! 둘 다 미쳤어. 미치지 않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거 내려놔 수민아. 너만 다칠 뿐이야"
"형이야말로 왜 이래. 지금 제정신이야?"
"................."
"수민아 이러지마. 난 널 심하게 다루고 싶지 않다고"
그러면서 두 사람은 점차 거리를 좁혀왔다.
"그러면 하지마!"
그 말과 동시에 진영이가 발로 내 손에 든 물건을 차 내렸고 눈 깜짝할 새에 팔로 내 목을 틀어쥐고 그대로 바닥에 눕혔다.
정신을 차렸을 때 진영이의 손이 내 목을 감싸쥐고 목 한가운데를 엄지손가락으로 누르고 있었다.
'숨막혀'
그것뿐인데도 호흡이 곤란했다.
"수민아.....정말 미안하다."
귓가로 들리는 형의 음성.
"형, 제발- 제발 이러지마. 형마저 이러지마"
"미안해, 하지만 이럴 수밖에 없어."
"형"
"넌 이해 못 할거야."
그래, 이해 못해. 이해하고 싶지 않아!
다리 끝에서 저릿한 감각이 밀려 올라오자 놀라 몸이 튕겨오를 지경이었다. 내려다보니 진영이가 종아리부터 혀로 쓸어 올리고 있었다.
"그만둬! 이러면 안된다고!"
소리치는 입을 다시 형의 입이 내려와 막았다.
죽을힘을 다해 진영이를 발로 차내고 형의 입술을 물어뜯으며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그 결과는 내 몸에 엄청난 타격을 가져다주었다.
의식이 흐려질 정도로 강한 힘이 몸을 강타하고 연달아 고통을 주었기 때문이다.
입가로 흘러드는 피의 비릿한 맛이 느껴진다.
"적당히 해. 때릴 필요는 없잖아."
"난 성질이 급해."
누군가의 손이 맞은 곳을 쓰다듬으며 입을 맞추는 것 같았다.
형인가.....
움직일 수가 없다.
또 다른 손이 허벅지를 타고 오른다.
발을 움직여 어떻게든 빼내려했지만 단단한 그 손은 허벅지를 움켜쥔 채 놓지 않았다.
"호리호리한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다져져 있을 줄은 예상 못했어."
귓가로 낮게 내뱉는 음성.
형.......
손으로 밀어내려 힘껏 힘을 주었지만 어느새 진영이는 뒤에서 내 손을 모아 끌어올리고 단단히 잡아 쥐었다.
"하지마!"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지른 것은 믿을 수 없는 그곳에 뭔가가 비집고 들어오려고 했기 때문이다.
"괜찮아. 약 때문에 상당히 이완돼있어. 생각보다 고통스럽지는 않을거야"
끈기 있게 밀고 들어온다.
"개자식. 하지마! 빼란 말이야!"
누구인지 확인할 겨를 따위 없었다.
머리 속으로 끓어오르는 분노가 스스로 통제력을 잃고 미쳐 날뛰게 만들었다. 나도 모르게 생각지도 못한 초인적인 힘이 내 어깨를 잡아 누르던 손을 물어뜯고 밀쳐내게 만들었다.
"윽!"
그 사이에 뒤에 있던 사람도 밀려났다.
땀으로 범벅이 된 몸에 숨을 고르며 눈을 부릅뜨고 둘을 노려보았다.
"아프잖아."
물어뜯긴 손을 잡고 형이 중얼거렸다.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 던졌다.
스탠드고, 전화기고, 의자고, 탁자고...
둘은 잘만 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약으로 흐려진 정신은 초점까지도 흐릿하게 만들었으니까.
제발.
제발........
집어던진 화병에 누군가 맞았다. 아니 맞았다기 보다 벽에 부딪혀 깨져버린 파편이 누군가에게 튄 것이다.
흐릿한 눈을 다시 부릅뜨니 얼굴에 피가 방울이 되어 떨어지는 진영이가 보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묶어 놓는 건데"
"쉽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설마 그 약에 취해서도 저 정도일지 몰랐지. 보통이 아닌걸? 멀쩡할 때 했다면 손도 못댈뻔 했어."
"피식-"
진영이의 말에 형은 영문모르게 웃어 보였다.
"네가 그런 말 하면 안되지."
"수민아 이리와. 계속 그렇게 있다간 정말 다쳐. 너 이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 몰라서 그래?"
숨이 가빠와.
힘들어.....
"수민아."
질거 같아. 저 소리에..그냥 항복하고 싶어진다. 죽을거 같아...
"수민아."
감겨질 것만 같은 눈을 다시 부릅떴다. 안돼..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어느 샌가 내 손은 붙들렸고, 뒤에서 무릎 안쪽을 강타한 힘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재빨리 벨트로 내 손을 결박했다.
"정말 힘들게 하는군."
발을 들어 진영이의 턱을 향해 날리려는 찰나 금새 손아귀에 발목이 붙들렸다.
"조심해"
그리고 발부터 입술을 맞추며 근육을 타고 점차 내려왔다.
"튼튼한 다리구나. 난 이런 다리가 좋아."
그리고 이빨로 자국을 내어 근육 마디마디를 자극했다.
"하지만 잘못 놀리면 다친다고"
"악!"
다리가 어떻게 된 건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느낌으로 진영이의 손이 다리를 거의 꺽듯이 쥐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만해."
승현형의 손이 이내 손을 풀어내고 내 다리를 자유롭게 해주었다.
"저 녀석 자극하지마. 알잖아."
형은 나를 안아들고 침대로 가서는 나를 올라탔다.
"쳇, 처음은 내가 하려고 했는데"
선수를 빼앗긴게 분한지 진영이가 다가오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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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조금만 힘 빼."
형의 낮은 소리에 저주를 퍼부으며 그래도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고통스럽기 그지없었으니까. 진영이의 손이 연신 하반신을 오르내리며 달래려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그 고통을 삭이기에는.
왜.....왜.........왜.....
배신감.....
눈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고통 때문인지 치욕 때문인지 아니면 이 끔찍스러운 배신에 대한 것인지 모를 지경이다.......
영문을 모를 이 배신은 내 머리 속을 온통 휘저어 놓고 있다.
왜...왜........
뜨거운 입술이 끊임없이 온몸에서 느껴진다. 누구의 입술인지도 모를.
내 뒤에서 끊임없이 거친 숨소리를 뱉어 내는 것도 이제 누구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나는 이런 폭력과 배신을 모른다.
이런 탐욕스러운 욕구조차.
"수민아, 수민아....."
끊임없이 나를 부르는 저 소리가 누구의 것인지도 모른다.
"수민아 나를 봐"
흐려지는 의식을 붙잡고 놓치 않으려는 내가 바보스럽다.
"수민아"
연달아 부르는 소리에 누군가의 얼굴이 눈에 비쳐들었다.
차가운 것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물인가..
나를 안아든 몸은 다시 한참을 내려다 보다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이내 밀려들어오는 물컹한 것.
나도 모르게 힘을 주었다.
"윽-"
그 소리에 힘을 주어 눈을 뜨니 입가로 피를 흘리고 있는 진영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오늘 꽤나 피를 많이 보는군."
"물어뜯긴것 보다는 낫지 뭘"
"칫-"
"쿡쿡- 아직 멀쩡하구나"
머리 쪽에서 또 다른 음성은 이내 어깨에 이를 박아온다.
"그래, 밤은 길다고"
형의 손이 허리 주변를 쓰다듬으며 또다시 명백히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제길-'
말랐던 눈물이 다시 흘러내린다.
힘없이 허물어져 내린 몸 위로 형이 다시 올라왔다. 그리고 손쉽게 내 안을 채우고는 열에 들뜬 눈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눈물 어린 눈으로 올려다보니,
"네가 얼마나 사람을 초조하게 만드는 줄 알아? 아직도 네 눈만 보면 오싹거려 가지고 싶어서."
믿을 수 없는 말들을 속삭인다.
참을 수 없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쾌감이 뇌를 타고 올라와 전달하는 느낌에 너무나 쉽게 무너진 내 자신이다. 나도 모르게 형의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으려 애쓰면 애쓸수록 깊은 곳에서부터 타고 올라오는 그 짜릿한 감각은 온몸에 충격을 주고 전신을 부들부들 떨릴 지경으로 몰아갔다.
약 때문이라고 약 때문이라고 고집을 부려도 가슴 돌기에 혀로 미끌어 뜨리는 진영이의 목을 나도 모르게 움켜쥔 것은 스스로 그 쾌감에 취해있기 때문이 분명했으니...
또다시 의식이 들 무렵 내 눈에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서서 날 내려다보는 형이 있었다. 내 위에 올라탄 진영이와.
이제 그만해 제발.
목까지 나온 그 소리는 끝내 소리가 되지 못했다.
고통스러운 신음만이 귀에 울려왔다.
"사랑해, 수민아. 너는 절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렇게 해야했어."
깊게 찔러 올리며 중얼거리는 말 따위 기억 속에서 몰아내려 애썼다.
"넌 이해하지 못하겠지....넌 몰라...아무 것도."
[나는 사람이 어떻게 자기에게 가까운 사람을 사랑할 수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내 생각 같아선 먼 곳에 있는 사람은 사랑할 수 있어도 가까이 있는 사람은 도저히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래.
이제 알겠어.
왜 그런 말을 한 건지.
그 말은 이렇게 참혹한 배신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야.
[내가 생각하기엔 만약 악마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서 인간이 창조해 냈다고 한다면, 인간은 자기 모습과 비슷하게 그걸 만들어 냈을 거야.]
악마가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겠지.
아니, 악마도 이렇게 지독할 수 없을 거야.
인간만이 이렇게 끔찍할 수 있겠지.
"충격이 컸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한테 도망치려 하지마. 이게 끝이 아니야."
"사랑해"
그리고 끔찍한 이 세상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허용될 수 있겠지.
11화. 무너진 존엄, 부서진 믿음
"왜들 이래...."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왜들 이러는 거야."
"........"
"형!"
긴장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싸늘한 침묵 속에서 그 소리는 유난히 크게 울렸고.
"혀, 형까지 왜이래. 진영이 좀 말려봐..."
내 목소리는 어느새 심하게 떨려 나왔다.
"지금, 장난하는 거지...그렇지?"
"아니, 우린 진심이야. 수민아"
형의 목소리는 한번도 듣지 못했던 낮고 음습한 목소리였다. 온몸이 공포로 오싹거릴 정도로.
"뭐, 뭐가, 뭐가 진심이란 거야"
"넌 이해 못해."
진영이는 곤란하다는 얼굴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설명해도 이해 못한다고"
그때 그 사장을 박살내던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사냥꾼의....
"널 원해. 이럴 정도로. 이런 것 밖에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어차피 넌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해, 그 몸으론. 힘들지 않게 해줄테니까. 조금만 참아."
"왜들이래. 지금 술 취했어?"
한숨을 쉬며 입을연 것은 승현이 형이었다.
"너를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도 했었어. 네가 이런 일 당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있어주었으면 한 적도 있었어. 아무 것도 모른 채, 그저 지금까지 늘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하지만...........그렇다면 넌 평생 모를 테지. 하지만 난 그런 사랑 따위 하지 않아. 혼자서만 끙끙앓고 상대방이 알아주지도 않는 그런 감상적인 사랑 따위는 나에게는 안 맞는다고."
"................"
"그래서 어차피 손댈 바에야, 철저히 네가 기댈 상대가 없게 만드는 게 낳을 거라 생각했어. 내가 한일을 빌미로 다른 누군가에게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 뿐이야. 그리고 내가 손대지 않아도 어차피 저 녀석이 널 가만 놔두지 않았을 거야. 그건 더 못 참아."
".............."
"내가 정말 이상한 취미가 있어서 이런다고는 생각하지마. 넌 나도 진영이도 그 누구에게도 이제 기댈 수 없어. 그러니까...........포기해라."
형의 낮은 음성은 또박또박 말하고 있었다.
이 말도 안돼는 일이 왜 일어나는지.
"마찬가지야 나도."
진영이의 동의.
몸을 불태울 듯한 하반신의 열은 아무래도 좋았다. 아무리 괴로워도 예상치 못할 무서움보다는 낳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먼저 몸을 움직여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그새 진영이가 내 몸에 먼저 올라타서 움직이지 못하게 단단히 결박해버렸다. 온몸을. 그걸 멍청히 보고 있다가 소리를 지른 것은 뒤쪽에서 감겨오는 또 다른 손 때문이었다.
"무, 무슨 짓이야! 이러지마!"
그런 나를 보고 진영이는 깊은 눈을 하며 웃었다.
"겁내지마."
"비켜, 비키라고, 형! 왜 이러지마. 미쳤어?"
뒤를 돌아보며 몸부림을 치며 형을 불러보았지만, 그 얼굴은 지극히 싸늘하고 냉정할 뿐이었다.
"미안해-"
그 한마디만을 하고 얼굴을 내려와 키스로 내 입을 막아버렸다. 몸부림치자 진영이는 올라탄 양다리에 힘을 주고 손을 가슴으로 가져왔다.
"왜---왜-"
당하는 내내 난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그 소리만을 외쳤다.
왜..왜 형마저....왜....
어깨에서 들려오는 형의 숨소리 끝없이 가슴을 빨아대는 진영이의 혀..
텅 빈 두뇌가 더 이상 생각하기를 거부하고 있을 때 아주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
'사지를 결박당할 때 쓰는 방법은 하나야, 우선 힘을 풀어. 온몸에.'
온몸에 힘을 풀었다.
'상대방을 방심시켜야해. 네가 완전히 뻗은 것처럼-'
호흡을 조절하며 조금씩 신음 소리를 흘렸다.
'그럼 상대방은 저도 모르게 힘을 늦추게 되있어.'
한참 뒤에 진영이가 먼저 다리에 가하던 힘을 슬슬 늦추었다. 형의 손에 가해지던 힘도 조금 느슨해졌다.
'기회는 그때 뿐이야. 일격에 끝내야해.'
그리고 진영이가 조금씩 움직여 일순 다리에 틈이 생기자 정확히 급소를 빗겨서 내질렀다.
"윽!"
진영이의 신음소리를 신호로 팔꿈치로 승현형의 옆구리를 찍어 올리고 몸을 옆으로 굴려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입구 쪽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역시 약 때문인지 몸의 움직임은 답답할 정도로 둔했다. 그래서 잽싸게 빠져나가길 포기한 채 몸을 돌리고 무기가 될만한 것을 찾았다. 화분을 집어 들었다.
"다가오지마!"
진영이와 승현이형은 그새 몸을 일으키고 다가와 있었다.
"네가 우릴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이럴수록 너만 힘들어져"
그래 이둘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더구나 진영이같은 프로를 상대로는 더더욱.
"입 닥쳐! 둘 다 미쳤어. 미치지 않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거 내려놔 수민아. 너만 다칠 뿐이야"
"형이야말로 왜 이래. 지금 제정신이야?"
"................."
"수민아 이러지마. 난 널 심하게 다루고 싶지 않다고"
그러면서 두 사람은 점차 거리를 좁혀왔다.
"그러면 하지마!"
그 말과 동시에 진영이가 발로 내 손에 든 물건을 차 내렸고 눈 깜짝할 새에 팔로 내 목을 틀어쥐고 그대로 바닥에 눕혔다.
정신을 차렸을 때 진영이의 손이 내 목을 감싸쥐고 목 한가운데를 엄지손가락으로 누르고 있었다.
'숨막혀'
그것뿐인데도 호흡이 곤란했다.
"수민아.....정말 미안하다."
귓가로 들리는 형의 음성.
"형, 제발- 제발 이러지마. 형마저 이러지마"
"미안해, 하지만 이럴 수밖에 없어."
"형"
"넌 이해 못 할거야."
그래, 이해 못해. 이해하고 싶지 않아!
다리 끝에서 저릿한 감각이 밀려 올라오자 놀라 몸이 튕겨오를 지경이었다. 내려다보니 진영이가 종아리부터 혀로 쓸어 올리고 있었다.
"그만둬! 이러면 안된다고!"
소리치는 입을 다시 형의 입이 내려와 막았다.
죽을힘을 다해 진영이를 발로 차내고 형의 입술을 물어뜯으며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그 결과는 내 몸에 엄청난 타격을 가져다주었다.
의식이 흐려질 정도로 강한 힘이 몸을 강타하고 연달아 고통을 주었기 때문이다.
입가로 흘러드는 피의 비릿한 맛이 느껴진다.
"적당히 해. 때릴 필요는 없잖아."
"난 성질이 급해."
누군가의 손이 맞은 곳을 쓰다듬으며 입을 맞추는 것 같았다.
형인가.....
움직일 수가 없다.
또 다른 손이 허벅지를 타고 오른다.
발을 움직여 어떻게든 빼내려했지만 단단한 그 손은 허벅지를 움켜쥔 채 놓지 않았다.
"호리호리한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다져져 있을 줄은 예상 못했어."
귓가로 낮게 내뱉는 음성.
형.......
손으로 밀어내려 힘껏 힘을 주었지만 어느새 진영이는 뒤에서 내 손을 모아 끌어올리고 단단히 잡아 쥐었다.
"하지마!"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지른 것은 믿을 수 없는 그곳에 뭔가가 비집고 들어오려고 했기 때문이다.
"괜찮아. 약 때문에 상당히 이완돼있어. 생각보다 고통스럽지는 않을거야"
끈기 있게 밀고 들어온다.
"개자식. 하지마! 빼란 말이야!"
누구인지 확인할 겨를 따위 없었다.
머리 속으로 끓어오르는 분노가 스스로 통제력을 잃고 미쳐 날뛰게 만들었다. 나도 모르게 생각지도 못한 초인적인 힘이 내 어깨를 잡아 누르던 손을 물어뜯고 밀쳐내게 만들었다.
"윽!"
그 사이에 뒤에 있던 사람도 밀려났다.
땀으로 범벅이 된 몸에 숨을 고르며 눈을 부릅뜨고 둘을 노려보았다.
"아프잖아."
물어뜯긴 손을 잡고 형이 중얼거렸다.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 던졌다.
스탠드고, 전화기고, 의자고, 탁자고...
둘은 잘만 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약으로 흐려진 정신은 초점까지도 흐릿하게 만들었으니까.
제발.
제발........
집어던진 화병에 누군가 맞았다. 아니 맞았다기 보다 벽에 부딪혀 깨져버린 파편이 누군가에게 튄 것이다.
흐릿한 눈을 다시 부릅뜨니 얼굴에 피가 방울이 되어 떨어지는 진영이가 보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묶어 놓는 건데"
"쉽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설마 그 약에 취해서도 저 정도일지 몰랐지. 보통이 아닌걸? 멀쩡할 때 했다면 손도 못댈뻔 했어."
"피식-"
진영이의 말에 형은 영문모르게 웃어 보였다.
"네가 그런 말 하면 안되지."
"수민아 이리와. 계속 그렇게 있다간 정말 다쳐. 너 이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 몰라서 그래?"
숨이 가빠와.
힘들어.....
"수민아."
질거 같아. 저 소리에..그냥 항복하고 싶어진다. 죽을거 같아...
"수민아."
감겨질 것만 같은 눈을 다시 부릅떴다. 안돼..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어느 샌가 내 손은 붙들렸고, 뒤에서 무릎 안쪽을 강타한 힘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재빨리 벨트로 내 손을 결박했다.
"정말 힘들게 하는군."
발을 들어 진영이의 턱을 향해 날리려는 찰나 금새 손아귀에 발목이 붙들렸다.
"조심해"
그리고 발부터 입술을 맞추며 근육을 타고 점차 내려왔다.
"튼튼한 다리구나. 난 이런 다리가 좋아."
그리고 이빨로 자국을 내어 근육 마디마디를 자극했다.
"하지만 잘못 놀리면 다친다고"
"악!"
다리가 어떻게 된 건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느낌으로 진영이의 손이 다리를 거의 꺽듯이 쥐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만해."
승현형의 손이 이내 손을 풀어내고 내 다리를 자유롭게 해주었다.
"저 녀석 자극하지마. 알잖아."
형은 나를 안아들고 침대로 가서는 나를 올라탔다.
"쳇, 처음은 내가 하려고 했는데"
선수를 빼앗긴게 분한지 진영이가 다가오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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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조금만 힘 빼."
형의 낮은 소리에 저주를 퍼부으며 그래도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고통스럽기 그지없었으니까. 진영이의 손이 연신 하반신을 오르내리며 달래려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그 고통을 삭이기에는.
왜.....왜.........왜.....
배신감.....
눈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고통 때문인지 치욕 때문인지 아니면 이 끔찍스러운 배신에 대한 것인지 모를 지경이다.......
영문을 모를 이 배신은 내 머리 속을 온통 휘저어 놓고 있다.
왜...왜........
뜨거운 입술이 끊임없이 온몸에서 느껴진다. 누구의 입술인지도 모를.
내 뒤에서 끊임없이 거친 숨소리를 뱉어 내는 것도 이제 누구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나는 이런 폭력과 배신을 모른다.
이런 탐욕스러운 욕구조차.
"수민아, 수민아....."
끊임없이 나를 부르는 저 소리가 누구의 것인지도 모른다.
"수민아 나를 봐"
흐려지는 의식을 붙잡고 놓치 않으려는 내가 바보스럽다.
"수민아"
연달아 부르는 소리에 누군가의 얼굴이 눈에 비쳐들었다.
차가운 것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물인가..
나를 안아든 몸은 다시 한참을 내려다 보다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이내 밀려들어오는 물컹한 것.
나도 모르게 힘을 주었다.
"윽-"
그 소리에 힘을 주어 눈을 뜨니 입가로 피를 흘리고 있는 진영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오늘 꽤나 피를 많이 보는군."
"물어뜯긴것 보다는 낫지 뭘"
"칫-"
"쿡쿡- 아직 멀쩡하구나"
머리 쪽에서 또 다른 음성은 이내 어깨에 이를 박아온다.
"그래, 밤은 길다고"
형의 손이 허리 주변를 쓰다듬으며 또다시 명백히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제길-'
말랐던 눈물이 다시 흘러내린다.
힘없이 허물어져 내린 몸 위로 형이 다시 올라왔다. 그리고 손쉽게 내 안을 채우고는 열에 들뜬 눈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눈물 어린 눈으로 올려다보니,
"네가 얼마나 사람을 초조하게 만드는 줄 알아? 아직도 네 눈만 보면 오싹거려 가지고 싶어서."
믿을 수 없는 말들을 속삭인다.
참을 수 없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쾌감이 뇌를 타고 올라와 전달하는 느낌에 너무나 쉽게 무너진 내 자신이다. 나도 모르게 형의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으려 애쓰면 애쓸수록 깊은 곳에서부터 타고 올라오는 그 짜릿한 감각은 온몸에 충격을 주고 전신을 부들부들 떨릴 지경으로 몰아갔다.
약 때문이라고 약 때문이라고 고집을 부려도 가슴 돌기에 혀로 미끌어 뜨리는 진영이의 목을 나도 모르게 움켜쥔 것은 스스로 그 쾌감에 취해있기 때문이 분명했으니...
또다시 의식이 들 무렵 내 눈에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서서 날 내려다보는 형이 있었다. 내 위에 올라탄 진영이와.
이제 그만해 제발.
목까지 나온 그 소리는 끝내 소리가 되지 못했다.
고통스러운 신음만이 귀에 울려왔다.
"사랑해, 수민아. 너는 절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렇게 해야했어."
깊게 찔러 올리며 중얼거리는 말 따위 기억 속에서 몰아내려 애썼다.
"넌 이해하지 못하겠지....넌 몰라...아무 것도."
[나는 사람이 어떻게 자기에게 가까운 사람을 사랑할 수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내 생각 같아선 먼 곳에 있는 사람은 사랑할 수 있어도 가까이 있는 사람은 도저히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래.
이제 알겠어.
왜 그런 말을 한 건지.
그 말은 이렇게 참혹한 배신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야.
[내가 생각하기엔 만약 악마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서 인간이 창조해 냈다고 한다면, 인간은 자기 모습과 비슷하게 그걸 만들어 냈을 거야.]
악마가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겠지.
아니, 악마도 이렇게 지독할 수 없을 거야.
인간만이 이렇게 끔찍할 수 있겠지.
"충격이 컸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한테 도망치려 하지마. 이게 끝이 아니야."
"사랑해"
그리고 끔찍한 이 세상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허용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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